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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카디] 나쁜 사람 (Bad Boy) : 08 | 인스티즈

 

 

 

 

 

 

 

 

 

 

 

 

 

 

 

 

 

 

 

 

 

 

 

 

 

 

 

 

나는 너에게, 한없이 나쁘기만한 사람이었음을.

나쁜 사람

 

written by. 공화국

 

 

 

 

 

 

 

 

 

나쁜 사람(Bad Boy) 여덟번째 이야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내일이면 경수가 퇴원하는 날이었다. 스케줄러를 확인하던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언가를 깊게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행동도 빨랐다. 박 선생님. 10분 뒤면 환자분들 진료가 있는데요. 진료실을 나서는 찬열의 모습에 간호사가 급히 팔을 붙들었다. 아, 저런. 10분 뒤라구요? 찬열이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확인했다.

만날 사람이 있어서 … 금방 돌아올거에요, 시간은 그렇게 오래까진 안 걸릴테니까 환자분들한테 5분 정도만 양해 좀 구해줄래요? 찬열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초콜릿을 간호사의 손 위에 얹어놓으며 환하게 웃었다.

시간 약속 어기지 않고 꼬박꼬박 진료를 봐왔던 찬열인데, 요새는 뭐가 그리 바쁜지 진료실을 비우고 진료를 미루는 일이 잦아졌다. 찬열 담당 간호사 일만 벌써 2년 째지만 찬열이 이렇게 능글맞게 상황을 처리하고 급히 나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흔치 않은 일이었다. 얼른 다녀오셔야 해요. 환자분들 한테는 일단 양해 구할게요.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찬열은 가운을 펄럭이며 복도를 뛰었다.

찬열은 시간을 확인했다. 재활 치료 할 시간은 아니니까 병실에 있겠지. 찬열의 까만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스치며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공기는 소름끼치게 차가웠다. 의자에 앉아 턱을 괸채로 경수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에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렇게 가만히.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경수는 움직이지 않았다. 환자복 이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경수에 찬열은 시트 위에 올려져있던 담요를 들어 경수의 차가운 어깨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말없이 옆자리에 앉았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찬열의 질문에 경수는 한치의 고민없이 그렇게 대답을 내어놓았다.

“ … 종인이 생각이요. ”

그냥 …… 처음 연애할 때의 우리가 생각이 나서요 …… 경수의 목소리는 흔적도 남지 않고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 … 종인이가 겨울만 되면 늘 목도리를 짜줬었어요. ”
“ …… ”
“ … 너는 귀찮은 거 싫어하니까 늘 내가 챙겨줘야만 한다고. 겨울 이맘때 쯤이되면 늘 털실 가게에서 가장 좋은 털실을 사가지고 와서는 일주일 만에 목도리를 뚝딱 만들어내곤 했어요. 예쁘다고, 정말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 하면 …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하게 웃었어요. ”
“ …… ”
“ … 남한테는 잘 안 웃었거든요 종인이가. ”
“ …… ”
“ … 근데요 … ”
“ …… ”
“ … 어느 순간부터, 저랑 있어도 웃질 않았어요. ”

나랑 있을 때마다 늘 환하게 웃고 즐거워하던 너는 어느 순간부터 없었다. 왜였을까. 나는 멍청하고 둔해서 네가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나와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기뻐하던 너는 나와 함께 있는 자리를 피했고, 그런 이유로 함께인 시간보다 혼자인 시간이 늘어갔다. 왜였을까. … 왜 넌, 변할 수 밖에 없었던걸까.

있잖아 종인아. 나는 어느 순간 혼자가 익숙해지고, 네가 없는 내가 익숙해지는 나를 인지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네 사적인 생활에 간섭했고, 네 스케줄을 다 간파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미련하고 멍청한 인간으로 둔갑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널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너는 나의 지독한 간섭과 집착에 넌더리를 느꼈고, 나는 네 무관심 속에 어떻게든 버텨보려 부단히 노력했다. 나는 미련했고, 너는 지독했다. 내가 널 사랑의 시선으로 널 쫓을 동안에, 너는 나를 떨어뜨려놓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네 하루의 계획 따위 완벽히 파악했던 내 시선까지 쫓았을 정도라면 … 너는 얼마나 지독스레 날 피하고 있었다는 말이 될까.

차라리 너와 악다구니라도 하고 싶다. 왜 그렇게 변했느냐고. 하지만 나는 네 대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내 물음에 너는 당연히 그렇게 대답하겠지.

‘ 너는 왜 그렇게 변했어. ’
‘ 처음 내가 사랑했던 넌,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 ’

 

 

… 먼저 변했던 건 누굴까. 너? 아니면 나?

 

“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걸 알았어요. ”

사실 나는 네가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있었지만, 모른 척 넘어가려 했었다. 그렇게 하면, 네가 언젠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바깥을 돌아다니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다가 … 다시 익숙했던 내 곁으로 돌아올거라 생각했다. 돌아오면 처음 마음 그대로 너를 꽉 안아줘야지. 나는 그런 멍청한 생각을 했었다. 부질없기만 한 희망일 뿐인데.

 

“ 어느 날, 백현이가 그랬었던 것 같아요. 다른 여자랑 김종인이 침대에서 구른다고 생각했을 때, 정말 너는 아무렇지도 않느냐고. 진짜 괜찮은 거냐고. ”
“ …… ”
“ 그때는 내 자리를 지키기에만 급급했지, … 종인이가 먼저 제 자리를 박차고 떠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
“ …… ”
“ …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종인이가 먼저 날 내칠 수도 있었던건데. ”

결국 나는 안간힘을 쓰며 지켜왔던 내 자리까지도 박탈당하고 말았다. 날 경멸하듯 내려다보던 네 시선을 잊을 수 없다. …… 네가 언제부터 나에게 그런 시선을 두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 종인이 습관이 있어요. ”
“ …… ”
“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거에요. ”
“ …… ”
“ 나쁜 짓을 해도, 착한 짓을 해도. ”
“ …… ”
“ … 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이뻐해줬어요. ”

 

 

 

‘ 잘했어 도경수. ’
‘ 좋아해 경수야. ’

“ …… 사랑스럽게 쓰다듬어주는 그 손은, 나한테만 해당하는 건 줄 알았는데. ”
“ …… ”
“ … 아니었던 모양이죠, 약혼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어요. ”
“ …… ”
“ … 그때까지도 전 기대하고 있었던거에요. ”

 

네가 다시 돌아오기를.

 

‘ 다치겠다, 가만히 있지 왜 저기까지 가서 도와주고 그래요. 어련히 알아서 할까. ’

“ … 이제 그러지도 못해요. ”
“ …… ”
“ … 돌아올 거라는 희망 따위, 가질 수 없어요. ”
“ …… ”
“ … 완벽한 혼자에요. ”
“ …… ”
“ … 전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랑 못할거에요. ”

 

 

말없이 차가운 하늘을 바라 보던 찬열이 힐끗 경수를 쳐다봤다. 경수는 여전히 턱을 괸 채였다.

“ 눈을 못 감겠어요. ”

 

…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요.

 

“ 눈 한번 깜빡이는게 …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
“ …… ”
“ … 찬열씨. ”

경수의 입술이 희게 떨리고 있었다. 제 이름을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는 적적 갈라져 듣는 사람 마저 힘겹게 만들었다. 찬열은 손을 뻗었다. 차갑게 식은 손가락이 경수의 눈꺼풀을 감겼다.

“ 울고싶을 땐 우는거에요. ”
“ …… ”
“ … 눈을 감았네요. ”

경수의 입은 웃고있었으나, 눈은 울고있었다.

“ … 찬열씨. ”
“ …… 네. ”
“ … 저는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
“ …… ”
“ …. 그뿐이에요. ”

경수는 울었다. 소리없이 마음으로 울었다.

*

 

찬열은 결국 힘겹게 엎어져버리는 경수의 몸을 천천히 침대에 눕혔다. 가운 안에 들어있던 휴대폰이 요란히 울렸지만 그건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따뜻한 담요를 목 끝까지 덮어주고 나서야 찬열은 안심할 수 있었다. 한참동안 그 자리에 멀뚱히 선 찬열은 경수를 내려다보며 곰곰히 생각했다.

여전히 휴대폰은 주머니 안에서 요란히 울리고 있었다.

 

“ 아차. ”

 

찬열은 주머니에 있던 노란 포스트잇 한장을 떼어 사각사각 글자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보기 좋도록 붙여두었다. 경수가 잘 자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병실을 나서려던 찬열이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 그 말을 경수가 깨 있는 상태에서 하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찬열은 경수가 자는 지금, 맨 정신으로 내뱉지 못할 낯부끄러운 말들을 다 뱉어내기로 결심했다.

 

 

“ 경수씨를, 조금만 더 신경쓰고 싶어요. ”

거짓이 전혀 담겨있지 않은. 오롯한 진심.

“ …… 이게 대체 무슨 마음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 멋대로 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요. 경수씨도, 바라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 퇴원하고 나서도 … 백현이가 경수씨를 다 챙겨줄 순 없을 것 같아서. ”

 

 

… 사실 … 그건 다 변명일지도 몰라요.

 

“ … 경수씨가, 절 거부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

 

 

정중하게 부탁하는거에요. 찬열이 웃었다.

 

“ 계속 연락하고 싶어요, 경수씨랑. ”

남겨놓은 열한자리 번호를 꼭 저장해주길 바라면서, 찬열은 그렇게 병실을 나섰다.

 

 

 

 

 

 

 

 

 

 

 

 

 

 

 

 

 

 

 

 

 

++++

암호닉 받고있습니다:)

 

 

 

언년 님 * 잇치 님 * 수분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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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수분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나쁜 사람도 짱짱... 후회공 진짜 취저 빵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 보고 가요!!!
9년 전
독자2
잇치입니다 정말 잘보구 가요!! 정말 오랜만에 이글 보는거 같아요 ㅎㅎㅎ 후회공 종인이가 얼마나 후회를 할지....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9년 전
비회원103.153
리아입니다 하... 진심 재밌어 ㅠㅠㅠㅠㅠ 김종인 나쁜 시퀴 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찬열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4
9편..나오나요?ㅠㅠㅠ이글도 완결내주실꺼죠?ㅠㅠㅠ제발요ㅠㅠㅠㅠㅠㅠㅠㅠ더이상의 얘기는 없다고 말씀하지말아주세요 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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