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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은 지루하다. 

 

 

 

 

 

 

 

 

※※※ 

 

그를 처음 본 날, 나는 깨달았다. 

 

그저 다른 이들과 다를 거 없는 상황이었음에

도 타이밍은 중요했고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내가 걸려버렸다는걸. 

 

※※※ 

 

 

 

 

 

 

 

 

 

 

 

 

 

(1)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참 복잡하다. 내가 어쩌다가 그를 좋아하게 되었지? 하고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다. 

하필 그곳에 그가 있어서, 하필 내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하필 햇볕이 그만을 비추고 있어서. 하필이라는 터무니없는 핑계만이 수없이 떠오르게 된다. 마치 그를 좋아하게 되는 게 내 운명이었다는 듯 자연스레 빠져들고 마는 것처럼. 

 

 

내 인생은 지독히도 평범했고 덕분에 지루한 삶의 반복이었다. 같은 하루의 레퍼토리는 19년 동안 계속되었고, 그것에 대해 불만은 없었다. 어떤 사람은 그랬다. 평범한 삶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하지만 그 큰 축복은 약간씩 위태해지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내 인생에 이상한 감정이 끼어듦으로써 평화롭던 내 삶이 흔들리고 있었다. 

 

 

 

김정우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이었다.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을 때 움푹 들어가는 보조개가 좋았다. 가끔씩 마주치는 맑은 눈이 좋았다. 가지런하지만 가끔은 몇 가닥 위로 떠있는 머리카락이 좋았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와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게 좋았고, 딱 친구의 친구. 그 정도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입 밖으로 김정우의 성씨도 내뱉은 적 없다. 이름이라도 내뱉으면 김정우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는 거 같았고, 그렇게 된다면 붙잡을 수없이 감정이 커질 거 같아서. 

 

 

 

" 안녕. " 

 

 

그래서 김정우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는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거 같으면서도 거친 파도가 일었다.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짓던 김정우는 그날부터 나와 친구가 되었다. 

 

 

 

 

(2) 

 

 

김정우는 입맛이 참 특이했다. 소위 말하는 아재 입맛도 아닌 할아버지 입맛. 쓴 거는 못 먹었지만 단 음료를 좋아했고 달달한 음료 중에서도 배 주스를 특히 더 좋아했다. 또 하늘보리 같은 밍밍한 음료도 좋아했다. 그런 김정우와 정반대의 입맛이던 나는 바보같이도 김정우의 입맛을 따라 했다. 짝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더니 다 사실이었다. 그 증거는 나였다. 

 

 

' 갈아만든 배주스 '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입 먹고 토할 뻔했다. 머리를 찌르르 울리는 단 맛이 느끼하게 느껴졌다. 무슨 말이냐면 나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마셨다. 마실 때마다 표정을 찌푸리게 되지만 그걸 마시면 김정우 생각이 났거든. 

 

 

김정우를 못 보는 날에는 배주스를 먹었다. 걔는 배주스를 하루에 다섯 개도 더 먹었다. 그래서 편의점만 가면 배주스는 필수였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김정우 앞에서 배주스를 마셔본 적은 없다. 도저히 표정 관리가 안 될 거 같았다. 대신 김정우가 보고 싶은 날마다 배주스를 마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이런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배주스가 까다로운 내 입맛에 적응이 되었다. 

 

 

 

 

(3) 

 

 

" 사랑은 어리석은 거 같아. 난 절대 하지 않을 거거든. " 

 

 

사랑은 그랬다. 색이 다른 모든 사랑이 그랬다. 조금씩 뜯어서 퍼준 형태 없는 감정은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고 아물어 딱지가 앉아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랬다. 마치 그만을 위해 생겨난 것처럼 매일 뛰는 심장은 매일 그렇게 뛰었음에도 반복되는 일상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부정이라도 하듯 비수를 내리 꽂았다. 또다시 스스로 치료하는 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는 그에게는 차마 티를 낼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냥 드라마 보다가 나온 그의 가벼운 말은 묵직하게 나를 쑤셨다.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항상 겪는 이 생소한 감정은 너무 힘들었다. 김정우는 나에게만 너무 어려웠다. 

 

 

저 밑에서부터 무언의 울림이 느껴지면서 열도 나고 심장도 너무 아팠을 때. 이게 단순한 좋아함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어폰 한 쪽을 건네던 김정우는 항상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멜로디는 경쾌했다. 시원한 여름 같은 느낌의 곡은 꼭 너 같았다. ' Everything means nothing if I can't have you... ' 너는 나에게 사랑이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감상을 하는 너를 보다 나도 눈을 감았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했다. 

 

 

 

 

 

 

 

(4) 

 

 

네가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욕심부리지 않겠다던 다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널 멀리했다. 그러면 다시 잠잠해지겠지. 욕심도 사라지겠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니까 다시 친구로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정말 한 번 멀어지니까 크게 요동치던 파도는 잔잔한 파도가 되었다. 효과를 본 나는 더 김정우를 피했고 그럴수록 덤덤하게 그를 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 선택이 판단 미스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은 김정우가 나를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봤을 때였다. 그런 표정의 김정우는 처음 봤다. 

 

김정우의 입장을 헤아려보지 못한 내가 멍청이였다. 갑작스레 자신을 피하는 내가 김정우도 짜증이 났던 것이었다. 이유도 모른 채 뜬금없이 친구가 피하면 나 같아도 찜찜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우는 나와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그럼에도 피한 건 나였다. 김정우와 멀어지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상처 줄 생각은 없었다. 상처를 준 건 나였음에도 내가 더 아픈 거 같았고 결국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김정우가 날 미워하는 걸 버틸 수가 없었다. 잔잔한 파도도 결국엔 파도였음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가지 간과하지 못한 게 있었다.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친구로 보지 못했다는걸. 그러니까 너는 나에게 친구가 아니었다는 것. 하지만 너는 평생 모를 사실이라는 것도. 

김정우 말대로 사랑은 어리석었다. 

 

 

 

 

(5) 

 

 

김정우와의 에피소드를 더 적고 싶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슬펐다. 기억하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게 느껴졌다. 끝까지 너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붙잡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기장을 내려놨다. ' 191231 ' 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쓰이는 글자는 없었다. 

 

 

 

 

(6) 

 

 

결국 나의 마지막 기억은 너였고, 너의 삶을 나보다 더 소중히 대한 것은 나였다. 

 

혼자 하는 내 독백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정우] 짝사랑은 지루하다 | 인스티즈

 

짝사랑은 지루하다. 

 

 

 

 

 

 

 

 

※※※ 

 

그를 처음 본 날, 나는 깨달았다. 

 

그저 다른 이들과 다를 거 없는 상황이었음에

도 타이밍은 중요했고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내가 걸려버렸다는걸. 

 

※※※ 

 

 

 

 

 

 

 

 

 

 

 

 

 

(1)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참 복잡하다. 내가 어쩌다가 그를 좋아하게 되었지? 하고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다. 

하필 그곳에 그가 있어서, 하필 내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하필 햇볕이 그만을 비추고 있어서. 하필이라는 터무니없는 핑계만이 수없이 떠오르게 된다. 마치 그를 좋아하게 되는 게 내 운명이었다는 듯 자연스레 빠져들고 마는 것처럼. 

 

 

내 인생은 지독히도 평범했고 덕분에 지루한 삶의 반복이었다. 같은 하루의 레퍼토리는 19년 동안 계속되었고, 그것에 대해 불만은 없었다. 어떤 사람은 그랬다. 평범한 삶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하지만 그 큰 축복은 약간씩 위태해지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내 인생에 이상한 감정이 끼어듦으로써 평화롭던 내 삶이 흔들리고 있었다. 

 

 

 

김정우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이었다.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을 때 움푹 들어가는 보조개가 좋았다. 가끔씩 마주치는 맑은 눈이 좋았다. 가지런하지만 가끔은 몇 가닥 위로 떠있는 머리카락이 좋았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와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게 좋았고, 딱 친구의 친구. 그 정도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입 밖으로 김정우의 성씨도 내뱉은 적 없다. 이름이라도 내뱉으면 김정우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는 거 같았고, 그렇게 된다면 붙잡을 수없이 감정이 커질 거 같아서. 

 

 

 

" 안녕. " 

 

 

그래서 김정우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는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거 같으면서도 거친 파도가 일었다.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짓던 김정우는 그날부터 나와 친구가 되었다. 

 

 

 

 

(2) 

 

 

김정우는 입맛이 참 특이했다. 소위 말하는 아재 입맛도 아닌 할아버지 입맛. 쓴 거는 못 먹었지만 단 음료를 좋아했고 달달한 음료 중에서도 배 주스를 특히 더 좋아했다. 또 하늘보리 같은 밍밍한 음료도 좋아했다. 그런 김정우와 정반대의 입맛이던 나는 바보같이도 김정우의 입맛을 따라 했다. 짝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더니 다 사실이었다. 그 증거는 나였다. 

 

 

' 갈아만든 배주스 '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입 먹고 토할 뻔했다. 머리를 찌르르 울리는 단 맛이 느끼하게 느껴졌다. 무슨 말이냐면 나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마셨다. 마실 때마다 표정을 찌푸리게 되지만 그걸 마시면 김정우 생각이 났거든. 

 

 

김정우를 못 보는 날에는 배주스를 먹었다. 걔는 배주스를 하루에 다섯 개도 더 먹었다. 그래서 편의점만 가면 배주스는 필수였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김정우 앞에서 배주스를 마셔본 적은 없다. 도저히 표정 관리가 안 될 거 같았다. 대신 김정우가 보고 싶은 날마다 배주스를 마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이런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배주스가 까다로운 내 입맛에 적응이 되었다. 

 

 

 

 

(3) 

 

 

" 사랑은 어리석은 거 같아. 난 절대 하지 않을 거거든. " 

 

 

사랑은 그랬다. 색이 다른 모든 사랑이 그랬다. 조금씩 뜯어서 퍼준 형태 없는 감정은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고 아물어 딱지가 앉아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랬다. 마치 그만을 위해 생겨난 것처럼 매일 뛰는 심장은 매일 그렇게 뛰었음에도 반복되는 일상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부정이라도 하듯 비수를 내리 꽂았다. 또다시 스스로 치료하는 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는 그에게는 차마 티를 낼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냥 드라마 보다가 나온 그의 가벼운 말은 묵직하게 나를 쑤셨다.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항상 겪는 이 생소한 감정은 너무 힘들었다. 김정우는 나에게만 너무 어려웠다. 

 

 

저 밑에서부터 무언의 울림이 느껴지면서 열도 나고 심장도 너무 아팠을 때. 이게 단순한 좋아함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어폰 한 쪽을 건네던 김정우는 항상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멜로디는 경쾌했다. 시원한 여름 같은 느낌의 곡은 꼭 너 같았다. ' Everything means nothing if I can't have you... ' 너는 나에게 사랑이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감상을 하는 너를 보다 나도 눈을 감았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했다. 

 

 

 

 

 

 

 

(4) 

 

 

네가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욕심부리지 않겠다던 다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널 멀리했다. 그러면 다시 잠잠해지겠지. 욕심도 사라지겠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니까 다시 친구로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정말 한 번 멀어지니까 크게 요동치던 파도는 잔잔한 파도가 되었다. 효과를 본 나는 더 김정우를 피했고 그럴수록 덤덤하게 그를 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 선택이 판단 미스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은 김정우가 나를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봤을 때였다. 그런 표정의 김정우는 처음 봤다. 

 

김정우의 입장을 헤아려보지 못한 내가 멍청이였다. 갑작스레 자신을 피하는 내가 김정우도 짜증이 났던 것이었다. 이유도 모른 채 뜬금없이 친구가 피하면 나 같아도 찜찜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우는 나와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그럼에도 피한 건 나였다. 김정우와 멀어지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상처 줄 생각은 없었다. 상처를 준 건 나였음에도 내가 더 아픈 거 같았고 결국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김정우가 날 미워하는 걸 버틸 수가 없었다. 잔잔한 파도도 결국엔 파도였음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가지 간과하지 못한 게 있었다.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친구로 보지 못했다는걸. 그러니까 너는 나에게 친구가 아니었다는 것. 하지만 너는 평생 모를 사실이라는 것도. 

김정우 말대로 사랑은 어리석었다. 

 

 

 

 

(5) 

 

 

김정우와의 에피소드를 더 적고 싶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슬펐다. 기억하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게 느껴졌다. 끝까지 너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붙잡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기장을 내려놨다. ' 191231 ' 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쓰이는 글자는 없었다. 

 

 

 

 

(6) 

 

 

결국 나의 마지막 기억은 너였고, 너의 삶을 나보다 더 소중히 대한 것은 나였다. 

 

혼자 하는 내 독백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정우] 짝사랑은 지루하다 | 인스티즈

 

짝사랑은 지루하다. 

 

 

 

 

 

 

 

 

※※※ 

 

그를 처음 본 날, 나는 깨달았다. 

 

그저 다른 이들과 다를 거 없는 상황이었음에

도 타이밍은 중요했고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내가 걸려버렸다는걸. 

 

※※※ 

 

 

 

 

 

 

 

 

 

 

 

 

 

(1)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참 복잡하다. 내가 어쩌다가 그를 좋아하게 되었지? 하고 생각하다 보면 끝이 없다. 

하필 그곳에 그가 있어서, 하필 내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하필 햇볕이 그만을 비추고 있어서. 하필이라는 터무니없는 핑계만이 수없이 떠오르게 된다. 마치 그를 좋아하게 되는 게 내 운명이었다는 듯 자연스레 빠져들고 마는 것처럼. 

 

 

내 인생은 지독히도 평범했고 덕분에 지루한 삶의 반복이었다. 같은 하루의 레퍼토리는 19년 동안 계속되었고, 그것에 대해 불만은 없었다. 어떤 사람은 그랬다. 평범한 삶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하지만 그 큰 축복은 약간씩 위태해지기 시작했다. 고요하던 내 인생에 이상한 감정이 끼어듦으로써 평화롭던 내 삶이 흔들리고 있었다. 

 

 

 

김정우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선택이었다.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을 때 움푹 들어가는 보조개가 좋았다. 가끔씩 마주치는 맑은 눈이 좋았다. 가지런하지만 가끔은 몇 가닥 위로 떠있는 머리카락이 좋았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와 가까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게 좋았고, 딱 친구의 친구. 그 정도 사이가 좋았다. 그래서 입 밖으로 김정우의 성씨도 내뱉은 적 없다. 이름이라도 내뱉으면 김정우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는 거 같았고, 그렇게 된다면 붙잡을 수없이 감정이 커질 거 같아서. 

 

 

 

" 안녕. " 

 

 

그래서 김정우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을 때는 쉴 새 없이 요동치는 거 같으면서도 거친 파도가 일었다.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짓던 김정우는 그날부터 나와 친구가 되었다. 

 

 

 

 

(2) 

 

 

김정우는 입맛이 참 특이했다. 소위 말하는 아재 입맛도 아닌 할아버지 입맛. 쓴 거는 못 먹었지만 단 음료를 좋아했고 달달한 음료 중에서도 배 주스를 특히 더 좋아했다. 또 하늘보리 같은 밍밍한 음료도 좋아했다. 그런 김정우와 정반대의 입맛이던 나는 바보같이도 김정우의 입맛을 따라 했다. 짝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더니 다 사실이었다. 그 증거는 나였다. 

 

 

' 갈아만든 배주스 '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입 먹고 토할 뻔했다. 머리를 찌르르 울리는 단 맛이 느끼하게 느껴졌다. 무슨 말이냐면 나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마셨다. 마실 때마다 표정을 찌푸리게 되지만 그걸 마시면 김정우 생각이 났거든. 

 

 

김정우를 못 보는 날에는 배주스를 먹었다. 걔는 배주스를 하루에 다섯 개도 더 먹었다. 그래서 편의점만 가면 배주스는 필수였다.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김정우 앞에서 배주스를 마셔본 적은 없다. 도저히 표정 관리가 안 될 거 같았다. 대신 김정우가 보고 싶은 날마다 배주스를 마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이런 말이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배주스가 까다로운 내 입맛에 적응이 되었다. 

 

 

 

 

(3) 

 

 

" 사랑은 어리석은 거 같아. 난 절대 하지 않을 거거든. " 

 

 

사랑은 그랬다. 색이 다른 모든 사랑이 그랬다. 조금씩 뜯어서 퍼준 형태 없는 감정은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고 아물어 딱지가 앉아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랬다. 마치 그만을 위해 생겨난 것처럼 매일 뛰는 심장은 매일 그렇게 뛰었음에도 반복되는 일상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부정이라도 하듯 비수를 내리 꽂았다. 또다시 스스로 치료하는 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는 그에게는 차마 티를 낼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냥 드라마 보다가 나온 그의 가벼운 말은 묵직하게 나를 쑤셨다.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은 기분이 들었다. 항상 겪는 이 생소한 감정은 너무 힘들었다. 김정우는 나에게만 너무 어려웠다. 

 

 

저 밑에서부터 무언의 울림이 느껴지면서 열도 나고 심장도 너무 아팠을 때. 이게 단순한 좋아함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어폰 한 쪽을 건네던 김정우는 항상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멜로디는 경쾌했다. 시원한 여름 같은 느낌의 곡은 꼭 너 같았다. ' Everything means nothing if I can't have you... ' 너는 나에게 사랑이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감상을 하는 너를 보다 나도 눈을 감았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행복했다. 

 

 

 

 

 

 

 

(4) 

 

 

네가 날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욕심부리지 않겠다던 다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널 멀리했다. 그러면 다시 잠잠해지겠지. 욕심도 사라지겠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니까 다시 친구로 볼 수 있겠지. 

그런데 정말 한 번 멀어지니까 크게 요동치던 파도는 잔잔한 파도가 되었다. 효과를 본 나는 더 김정우를 피했고 그럴수록 덤덤하게 그를 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 선택이 판단 미스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은 김정우가 나를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봤을 때였다. 그런 표정의 김정우는 처음 봤다. 

 

김정우의 입장을 헤아려보지 못한 내가 멍청이였다. 갑작스레 자신을 피하는 내가 김정우도 짜증이 났던 것이었다. 이유도 모른 채 뜬금없이 친구가 피하면 나 같아도 찜찜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우는 나와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그럼에도 피한 건 나였다. 김정우와 멀어지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상처 줄 생각은 없었다. 상처를 준 건 나였음에도 내가 더 아픈 거 같았고 결국엔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김정우가 날 미워하는 걸 버틸 수가 없었다. 잔잔한 파도도 결국엔 파도였음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가지 간과하지 못한 게 있었다.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친구로 보지 못했다는걸. 그러니까 너는 나에게 친구가 아니었다는 것. 하지만 너는 평생 모를 사실이라는 것도. 

김정우 말대로 사랑은 어리석었다. 

 

 

 

 

(5) 

 

 

김정우와의 에피소드를 더 적고 싶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슬펐다. 기억하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게 느껴졌다. 끝까지 너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붙잡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기장을 내려놨다. ' 191231 ' 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쓰이는 글자는 없었다. 

 

 

 

 

(6) 

 

 

결국 나의 마지막 기억은 너였고, 너의 삶을 나보다 더 소중히 대한 것은 나였다. 

 

혼자 하는 내 독백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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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우는 자신의 앞에 놓인 액자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기억 속 그녀는 이어폰을 끼고 하늘을 바라보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내리쬐는 햇볕을 감당하지 못한 각막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액자를 다시 내려놨다. 사진 속 그녀는 꽃다발을 안고 미소 짓고 있다.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그녀였다. 가끔 자신을 쳐다볼 때면 마주친 눈이 너무 깊어서 오래 마주치지 못했다. 그럼 그녀도 시선을 돌리곤 했다. 

 

정우는 그녀를 외면했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녀를 놓아줄 수 있는 방법. 정우는 그녀를 놓아주려 한다. 더 이상 머릿속에서 그녀가 나오는 게 참을 수가 없었다. 액자를 엎었다. 

 

 

 

-2- 

 

 

읽고 있던 일기장을 덮었다. 앞에는 붉게 타오르는 불이 액자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일기장을 불구덩이 속으로 던졌다. 그의 눈동자에는 점점 재가 되어가는 액자와 일기장만이 일렁였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그들의 추억은 영원히 그의 마음속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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