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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거울_단편 | 인스티즈

거울_단편 w.소주









내가 꾸는 꿈이 현실이었으면 해.

내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지독한 악몽이었으면 해.


단 하루라도 그렇게 바꾸어 살아보고 싶어.

그래야 내가 맘 편히 너에게 달려가 네 품에 안길 수 있거든.




그 흔한 영화관에서 같이 영화를 보지 못했어.

프랜차이즈 커피점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자판기에 몇 백원 되지도 않는 코코아를 뽑아서 노을 지는 하늘이 잘 보이는 차가운 계단에 앉아 마셨어. 어, 그래도 난 괜찮았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얘기를 듣는 것을 재밌어했고. 자판기 코코아도 내 입에 잘 맞았어. 그리고 노을 진 하늘이 내 눈에는 정말 반짝반짝 예뻐보였거든.






[데이식스] 거울_단편 | 인스티즈

응, 노을 앞에 보이는 네 모습도 참 예뻤거든. 다 좋았어, 난. 네 옆에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썩 괜찮아 보였으니까.




근데 넌 그게 아니었나 봐.


내가 꼭 거울 같대.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 말이야.

그래서 나를 보면 너무너무 행복한데, 그만큼 너무너무 비참하대.





그래도, 내가 너를 꼬옥 안아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그럼 적어도 너가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물론 우리의 상황이 더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아. 더 나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거 나도 잘 알아. 그렇다고, 그게 내가 널 놓을 타당한 이유가 되질 않아. 그러니 한번이라도 날 잡아줬으면 해. 단 한 번만이라도 네가 이기적이길 원해.



그래. 꼭 우리가 돈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는 감정이 없어진거라면 헤어져도 좋아. 맥주 거품이 다 사라져 없어지듯이 우리의 관계에도 거품이 사라질 때쯤, 그렇게 헤어지는 거야. 우리, 어른스럽게 헤어지는 거야. 그러니 그전까지는, 아직 우리 사랑하니까.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날 꽉 안아줘. 그러지 않으면, 지금 울고 있는 내가 너무 비참해 보이잖아.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네가 되려 우는 거 말이야, 잘 모르겠어. 사랑인 건지, 동정인 건지. 그냥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 엿 같은 상황들이 너무 서글퍼서인 걸까. 넌 그때 무슨 감정으로 나를 안으며 그렇게 서럽게 울었어?







넌 음악을 참 좋아했어.


아니, 어쩔 때 보면 나보다 음악을 더 사랑해주는 것같아서 솔직히 가끔 질투도 났어. 그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네가 노래를 정말 잘 불렀어. 콩깍지를 다 빼고 봐도 넌 멋드러지게 노래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했어. 가끔 내 앞에서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네 모습을 보면 늘 달고다니던 배고픔도 싹 가시는 느낌이니까.옥상 단칸방에서 네 노랫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 적도 셀 수 없이 많았지.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이 들 때쯤 네 노래를 들으면 네가 손을 뻗어 벼랑에서 날 구해주는 느낌도 들 때도 있었어.


너는 이런 말을 나한테 한 적도 있었어.

노래 가사가 자신에게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가수의 인생은 자신이 부르던 노래를 따라간다고 해서 행복만 가득한 노래들로만 만들었는데. 그게 한번도 자신에게 따라오지 않았다고. 오히려 노래와 극명하게 반대인 현실때문에 부르면서 그게 너무 슬펐다고 말이야. 그래도, 넌 끝까지 노래 부르는걸 포기하지않았어. 비참해도 노래를 사랑한다고 했지.









ㅡ이젠 그만 하고싶어.

ㅡ........

ㅡ나도 이젠 현실을 봐야할 것같아.





근데 어느 날, 현실의 벽 앞에 너무나도 부딪쳐서 온 몸 곳곳에 상처가 나고 너덜너덜해진 네가 그렇게도 아끼던 음악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몸의 일부처럼 매일 들고다니던 기타를 결국 헐값에 팔게되었을 때. 그 돈으로 급한 월세를 해결한 후에, 남은 돈으로 정말 간만에 삼겹살을 사서 저녁에 구워먹게 된 날에 우린 부둥켜안고 울고말았어. 기껏 사놓은 고기는 하나도 먹지 못한 채로 말이야.



그래, 현실 앞에 결국 내가 졌어.



무릎을 꿇게 되었어. 늘 내가 말했지. 네가 한번이라도 이기적으로 행동해달라고. 원래는 나를 잡기를 항상 원했지만, 지금은 아닌 거잖아. 그럴 수 없는 거잖아. 응, 지금이 딱 그 타이밍이야. 최적의 타이밍.



그만 하고 싶은 건 음악 뿐만이 아닌 거잖아.

다른 말 뜻도 포함되어 있는거잖아.

망설이지 말고 어서 내게 말해. 소리치고 나를 밀쳐내. 욕을 해도 좋아. 그러니 이렇게 말해줘.



ㅡ이제 그만 헤어지자.








[데이식스] 거울_단편 | 인스티즈

정말 사랑했어, 널.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감추고 싶은 치부마저 다 보이게 되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지. 그래, 너도 나에겐 거울 같은 존재야. 너는 내 과거, 현재, 미래까지 보여줬었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겠지만,결국 우리는 초라한 모습을 직면할 용기가 더 이상 나질 않았던 거야. 더 이상은 안되겠던 거야. 그래서 서로 마주 보고 있던 거울을 깰 수밖에 없었던 거야.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거울의 파편이 우리를 찔러 아프게 만들어. 눈물이 나게 만들어버려.


내 발밑에 깔려있는 유리조각들을 다시 발로 짓밟으며 산산조각으로 만들어버려. 이런 말들을 내 머릿속에 계속 지껄이며 말이야.




이젠 서로의 얘기가 지겨워졌어.

이젠 앉고 있던 계단이 너무 차가워 앉기가 싫어졌어.

이젠 노을이 지겨워졌어.

이젠 종이 맛이 더 진하게 나는 코코아가 싫어졌어.

이젠 나도 더 이상 배고픈 연애를 하기 싫어졌어.

이젠 네가 있지,



........


싫어졌어.






라고, 거짓말이라도 이렇게 머릿속에 되뇌어야 했어. 그렇게 세뇌를 시켜야 나중에는 딱 한 번이라도 그렇게 착각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짐을 챙겨 떠나던 날. 나는 아직도 기억해. 시간은 밤이었고, 날씨는 눈이 내렸었어. 함박눈도 아닌, 싸락눈이었어.


내 눈앞에 정신없이 흩날리는 싸락눈 때문에 시야는 흐릿해졌어. 회색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쓴 채로 짐을 챙겨 떠나는 네 뒷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추운 날인데도 맨발에 삼선 슬리퍼를 신은 네가 걱정이 되어서 보고 싶었는데. 잘 보이질 않더라. 사실, 눈물도 조금 나서 더 그랬던 것 같아.



사실 그때, 미친척하고 뛰어가 위태롭게 걷고 있던 네 등을 껴안아볼 걸 그랬어. 여기저기 부르트고 피딱지가 생긴 네 입술에 내 입을 맞춰볼 걸 그랬어. 내가 들고 있던 핫팩을 네게 쥐여주며 그 핑계로 손을 한 번만 더 잡아 볼 걸 그랬어.



근데 그럴 수 없다는 걸 너와 결말을 맺는 순간 깨달아버렸어.

왜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린 서로의 거울이었으니까.



거울이 어떻게 서로의 손을 맞잡을 수 있겠어. 왼손을 뻗으면, 오른손을 뻗는 너인데.

거울이 어떻게 서로를 감싸 안을 수 있겠어. 결국 거울 앞에서 부딪치게 되는 너인데.





우리, 서로의 소식을 알아낼 수 없을 만큼 너나 나나 서로에게서 멀리 도망치자. 또 비참해지긴 싫잖아. 또 서로를 부둥켜안고 동정의 눈물을 흘리긴 싫잖아. 또 배고프기는 싫잖아. 아프면서까지 사랑하고 싶진 않잖아 이젠. 그럴 나이가 지났다고들 하잖아. 이젠 그런 연애를 하게 되면 세상이 우리를 철없다고 비판하잖아. 손가락질하잖아.


뭐 그리 대단한 사랑이냐고ㅡ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또 움추려들게 되고, 괜히 서로에게 화풀이하고, 싸우게 되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우리가 동거했던 옛집에 편지를 보내지 말아 줘. 계속 현재 집주인에게 연락이 오니까 귀찮거든.

네가 발매하는 노래의 가사에 자꾸 우리의 얘기를 넣지 말아 줘. 우연히 길에서 듣게 되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아지거든.

우리가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에서 아주머니께 내 소식을 여쭤보지 말아 줘. 어차피 그렇게 소식 들어봤자 난 잘 못 지내고 있다는 소식밖에 못 들으니까.





거봐, 네 옆에 내가 없으니 그렇게도 풀리지 않던 음악 문제가 잘 해결되었잖아. 이젠 점점 티비 방송에도 출현하더라. 네 팬들도 많아져서 어느새 팬카페도 생겼더라. 이젠 네 앞에 창창한 아스팔트만 펼쳐질 테니, 자꾸만 내 자취를 쫓지 말아 줘. 비포장도로 같은 내 앞길을 궁금해하지 말아 줘. 그냥 젊은 나이의 철없던 불장난이라고 생각해줘. 그래야 너와 대비된 현재 때문에 비참해져버린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지니까.











잘 살아줘.

한때는 내 거울이었던 너였으니, 잘 되길 원해.



사랑했어. 너를.




잘 지내.

안녕, 내 거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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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꼭 음악과 함께 들어주세요!
계속 제가 너무 늦게 찾아뵙는 것 같아서 제 메모장에 있는 글들 중 짧은 글을 하나 데려와 봤어요. (처음에 글을 쓸 때 장마로 할지 이 글로 할지 고민했던 건 안 비밀)
(※ tmi 파트니 생략하셔도 됩니다※)
사실 지금 올린 건 단편이라 생략한 부분이 많지만 실제로 장마같이 연재를 하게 되었다면 많이 어두웠을 작품이랍니다 ㅎㅎ^^ 그렇게 되면 너무 마이너적인 작품일 것 같아서 결국은 장마를 택했게 되었지요 제 짧은 글들을 쭉 보셨을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꽤나 어두운 느낌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제 메모장에는 이런 분위기의 글들이 80~90퍼랍니다ㅎ... ㅎ... 독자님들이 지금 올린 이 글을 어떻게 느끼실지, 혹시 좋아는 하실지 무척 궁금하네요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요 좋은 밤 보내세요♥

•••답글
비회원148.192
노래랑 너무 잘어울리는 글이네요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작가님
•••답글
소주
글 초반에 문장을 쓰다가 저 노래를 듣고 아 이 노래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게 써보고싶다! 해서 만들어놓은 글입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꿈 꾸고있으시길🙏🙏

•••
독자1
작가님 정말 좋아요ㅠㅠㅠㅠ 저도 이런 어두운 분위기의
글들이 더 끌리는거 같아요.. 작가님 글은 물론 다 좋지만요😉 매번 댓글을 달때마다 곡 얘기를 하는거 같은데 이번 곡 제목도 알 수 있을까요?? 기리보이 목소리 같은데 제목은 모르겠네요,,ㅎㅎ 작가님 건강조심하시고 좋은 밤 보내세요🌙

•••답글
소주
저도 새벽에 불 다 꺼놓고 조용히 읽을 수 있는 글 분위기를 좋아하는 터라 어둑한 분위기의 글을 좋아하는 것같아요😊
곡 제목 물어봐주시는 거 저는 좋아해요 사실 제가 노래를 고르는데에 시간이 더 걸리는 사람이라서ㅎㅎㅎ
기리보이- 빈 집 입니다!!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돼요
독자님두 항상 건강하시고 화요일도 힘내세요💓💓

•••
비회원108.139
후아 이번 글도 너무 좋아요.... 장마도 그렇고 이 글도 분위기와 작가님 이름인 '소주'가 정말 잘 어울려서ㅠㅠㅠㅠ 들락날락할 때 작가님이 쓰신 새 글이 올라오면 너무 행복합니다ㅎㅎㅎ 감기 조심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작가님🥰
•••답글
비회원202.186
소주님 글은 가볍지 않아 좋아요. 거울도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독자2
작가님 특유의 이 다크 다크한 분위기 너무 좋아요ㅠㅠㅠ 오늘도 감사함당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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