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해, 내 여자친구 "
" 안녕하세요 "
" 그리고 여기는, 내 둘도 없는 친구! "
"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언니! "
이번에도 어김없이 너는 새로사귄 여자친구를 내게 소개시켜줬다, 것도 맨첨으로. 너는 알까?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우리가 친구가 된 그 순간부터 좋아했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까. 찬열아
" 찬열이가 잘해줘요? "
" 네? 네! 엄청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
" 야, 넌 당연한걸 묻냐? "
" 뭐! 혹시나 쟤가 속상하게 굴면 말해요, 내가 혼내줄게 "
나를 째려보는 박찬열의 시선을 무시한 채, 가방을 챙기며 일어났다.
" 뭐야, 가게? "
" 응. 나는 이만 갈테니까, 둘이 데이트 잘하셔! "
" 갑자기 왜? 밥먹고 가 "
" 됐어, 지현씨 저 갈게요. 나중에 또 봐요. "
끝까지 나를 붙잡는 박찬열을 뒤로 한채 카페에서 나왔다. 멍청한놈, 내가 거기서 밥을 어떻게 먹어
지금도 토할거 같은데. 나도 참, 니가 뭐라고. 이런 기분까지 느끼면서 이러고 있냐
* * * * *
지금이 몇년째더라…, 아마 8년짼가. 중1때 만났으니까, 올해로 8년째 짝사랑 중이네. 7년동안 나는 남자 한명 안사귀고
다가 오는 남자 막으면서 박찬열만 바라봤는데, 박찬열은 7년동안 쉬지 않고 연애를 해왔다. 내 마음도 모르고.
" 니가 뭐가 좋다고, 나는 이러고 있냐 "
괜히 짜증나는 마음에 박찬열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코를 찡긋 거렸다. 하긴, 니가 무슨 죄겠어. 너를 좋아하는건 난데
내 마음대로 그런건데, 너는 아무 잘못도 없지
" 뭐야, 왜 이렇게 울상이야? "
" 아, 깜짝이야! "
" 와, 오랜만에 본다. 너 놀란거? "
" 죽을래? 진짜 놀랬잖아! "
박찬열 사진을 보고 신세한탄을 하고 있으면, 갑자기 내 뒤에서 나를 껴안으며 놀래키는 박찬열 덕분에 나는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그런 나를 보고 박찬열은 신나게 웃어보인다.
" 그나저나, 이 오빠가 그렇게 좋냐? "
" 뭐, 뭐라는거야? "
" 오빠 보고싶어서 사진 보고 있던거 아니였어? "
" 니가 하도 안와서, 사진보면서 니 욕 좀 했는데? "
" 와, 너무해. 나빴어 "
입술을 삐죽 내밀며 너무하다고 하는 박찬열을 보고 한 번 웃어주었다. 그래, 내가 널 어떻게 안좋아하겠니
" 그래서 지현이랑 놀러 가기로 했어 "
" 그래? 재밌겠다 "
" 방학하면 바로 갈거야, 몇일 오빠 못본다고 서운해 하지마라? "
" 그럴 일 없거든? "
" 여행 갔다와서, 바로 놀아줄게 "
" 됐네요, 나 신경쓰지 말고 재밌게 놀다와 "
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결국은 박찬열의 여자친구 얘기로 넘어와버린 이 상황이 참 싫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여행을 간다며 자랑하는 박찬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쪼금 밉다.
" 야, 근데 너 언제까지 솔로 할 생각? "
" 닥쳐라 "
" 모솔씨, 언제까지 그 타이틀을 가져 갈 생각이시죠? "
" 여기서 전쟁한번 해? "
" 이거 맛있다. 너도 먹어봐 "
참나, 내가 누구 때문에 모솔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저 얄미운 입 한 대만 치고 싶다.
* * * * *
" 아 "
" 어? 언니! 안녕하세요! "
" 왔냐? 앉아, 앉아 "
친구들과 오랜만에 술을 먹기로 해서 나온 술집엔 박찬열의 여자친구도 함께 있었다. 이 상황이 불편해진 내가 주위를 둘러봤을 땐
다들 나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고,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있는 저 두명이 있었다.
" 어떻게 된일이야? "
" 아, 박찬열이 갑자기. 소개 시켜준다고 "
" 아 "
" 괜찮아? "
" 이런게 한두번이냐, 괜찮아. 대신 오늘 내 입좀 막아줘 "
옆에 앉은 수정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면 나보다 더 난감한 표정을 하고 설명해준다. 하긴, 여기서 내가 박찬열 좋아하는거
박찬열이랑 박찬열 여자친구 빼고 모르는 사람 없지. 그래서 다들 하나같이 내 눈치를 보고 있는걸지도.
" 야, 야! 너 왜 자꾸 거기 있어! 이리오라고! "
" 술 취했어? 여기나, 거기나 똑같은데 왜 자꾸 오래? "
" 우리 지현이가 니가 편하데, 그러니까 여기로 와! "
" 저 미친새끼, 야! ㅈ.. "
" 됐어, 괜찮아. "
아까부터 자꾸 자신의 앞에서 술을 마시라고 해서 왜 저러나 싶었는데, 결국은 자기 여자친구 때문이였다. 그래, 니가 그럼 그렇지.
이 자리가 어색한 니 여자친구는 따로 만난적 있는 내가 편하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에 앉아주길 바랬겠지
내 마음도 모르고 나를 부르는 너나, 부른다고 해서 가는 나나. 뭐가 다르겠냐
" 지현씨, 그만 먹어요. 취한거 같은데 "
" 갠차나여, 갠차나! "
" 야, 박찬열. 너도 쫌! "
" 나 화장실, 화장실 조옴! "
불편한 자리 덕분에 몇 잔 마시다가 잔을 내려논 나에 비해, 꾸준히 쉴틈 없이 계속 마시던 박찬열과 지현씨는 결국 취하고 말았다.
아 머리아파, 이걸 정말 어떡해?
" 지현씨, 정신차려봐요. 괜찮아요? "
" 언니! "
" 에? "
" 우리 오빠 좋아하죠!? "
" …무슨, 소리하는거예요 "
박찬열이 화장실 간 사이에 지현씨라도 정신차리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현씨를 불렀는데, 괜히 불렀나보다.
지현씨의 말에 우리 테이블은 누가 휩쓸고 간듯한 정적이 감싸왔다.
" 다 티나는데 "
" ……………… "
" 오빠도 알고 있어요, 언니가 좋아하는거. "
" 아 "
" 미안한데여, 언니. 우리 오빠 만나는거 자제 좀 해주세여 "
지현씨의 말이 끝나고 옆에서 저년 미친거 아니야? 라는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오빠도 알고 있어요, 언니가 좋아하는거' 라는 지현씨의 목소리만 들릴뿐이다.
너도 알고 있다고 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걸, 대체 언제부터? 너는 지금까지 나를 친구로만 대해왔잖아.
그랬는데. 대체 너는….
" 미안 "
" ……… "
" 먼저 갈게 "
화장실을 갔다온 박찬열과 눈이 마주치면, 내게 미안 이라고 한 뒤, 먼저 간다며 지현씨를 챙겨 술 집을 나갔다.
그래, 너는 정말 알고 있었구나.
* * * * *
박찬열과 얘기가 필요했다.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그리고 너는 알고도 내게 그런건지, 확인이 필요했다.
" 왔네, 앉아"
사실, 우린 그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하지 않으면 박찬열이 하곤 했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아마 서로가 모든걸 안 상태여서 그런걸지도
"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
" 중3때 "
내 예상이 맞았다. 그래, 너는 그 때부터 알고 있었구나
" 그래서 그랬어? "
" …… "
" 그래서 그 때부터, 여자친구 나한테 소개시켜 준거야? "
" …… "
" 맞구나? "
내가 생각한 모든게 맞았다. 너는 내게 일부러 여자친구를 보여줬고, 일부러 남자친구를 만들지 않냐며 내게 물어왔던거였다.
모든걸 다 알고서, 너는 내게 그런 모진짓을 한거였다.
" 사람 비참하게 만든다, 너 "
" …… "
" 내가 좋아하는거 눈치 챘으면, 그냥 그 때 말하지 그랬어 "
" …… "
" 좋아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지 그랬어!!! "
눈물이 터졌다. 그럼, 나는 지금까지 왜 아파한건데…, 그냥 말해주지, 좋아하지 말라고. 나는 너 안좋아한다고.
그저 친구일 뿐이라고 말해주지.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이러고 있을일은 없었을거 아니야….
" 좋아하지 않는다고…, 너는 그저 내게 친구일뿐이라고 "
" …… "
" 그렇게 말해주지 그랬어 "
" …… "
" 그럼 내가, 너를 더 좋아하는 일도, 너 때문에 더 마음아파 할 이유도 없었을거 아니야 "
너는 내게,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깊은 못을 박았다.
" 4년동안 무슨마음으로 나 봤어? "
" …… "
" 친구? 내가 너를 친구로 안보는데, 그걸 너도 알고 있었는데…, 좋았니? "
" …… "
" 찬열아, 다시는 보지 말자. 우리 "
너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너를 지나쳤다.
그리고 그 이후로 우리는 만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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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죵?
그동안 과제에 시달려서 너무 바빴어요 (울음)
그래도 오늘 이렇게 찾아왔으니까 이뻐해주기?
힣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찬열이편 짝사랑의 깊이는 상,하 로 나눠져요!
그러니까 우리 곧 또 본다는 말!
그럼 우리 조만간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