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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당신의 조각들 | 인스티즈


Julian Quintart x You 

당신의 조각들 



삶은 늘 엉망이었다.

무엇이 엉망이냐고 물으면 그것조차 대답을 할 수 없을만큼 엉망이었다. 잔뜩 어지럽혀진 방에서 무엇 하나를 찾는 것이 어려운 지저분한 방. 불규칙하게 돌아가던 생활. 그 덕분에 나날이 나빠지던 건강. 직장은 그만두기 직전이었다. 그런 내가 너를 만났다.


' 내 이름은 줄리안이에요. '

' 어.... '

' 왜요. 놀랐나요? 아니면 이름이 멋져서? '


당신이 하는 말이 신기해서, 라는 말보다 후자가 나을 것 같아 이름이 멋지다고 대답했다. 내 이름이 좀 그래요. 유쾌하게 말하는 밝은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그랬다. 별 다를 것이 없었고, 내가 당신을 무척이나 신기해했다는 것이 좀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당신은, 그랬다. 신기했다. 새로웠고, 색달랐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는 것이 조금 더 구체적인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렇게, 당신을 추억한다. 나의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과거에 멈추어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되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와 같이 앞으로의 시간을 보내줄 당신이 없는 이 상황에서의 제일 즐거운 일. 나는 가만히 앉아 조용히 당신과 나눈 대화를 재생한다. 녹음되어있는 내용이나마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의 기억은 늘 즐겁고 행복한 것 뿐이라, 그가 없어도 나는 제법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라디오를 듣는 것 처럼 나눈 대화를 재생했다. 그의 목소리가 퍼진다는 것만으로도 집은 지낼만한 곳이었으며, 그를 듣기 위해 나는 제대로 살게 되었다. 그만큼아름다운 우리의 기억은, 찬란했던 조각들은. 우리는. 그 때는-.


" 녹음파일 3번. 재생 "


녹음파일 재생하겠습니다. 딱딱한 목소리로 뱉어지는 안내 메세지를 들으며 거실의 소파에 길게 누웠다. 황량하고 차가운 온도의 집은 쓸쓸하기만 했다. 당신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매일 그렇게 생각하지만 안될 말이다. 내 모습이 우스워 나는 버석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잠시 무언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더니 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 또 아침 안 먹었지? 아침이 건강에 좋다니까. 먹으래도 왜 안 먹는거야- 시간 맞춰 알려도 주는데. '

' 그래도 귀찮아. '

' 내가 다 챙겨줘도 듣질 않아요! 보람이 없어 보람이. '

' 그래도 물은 마시라고 하면 먹잖아. '


사려깊은 목소리가 거실을 휘감았다. 그는 그랬다. 내가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하고, 그 열 마디중의 아홉마디가 내 이야기 였다. 이 법칙은 빗나가는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에게 내 이야기를 많이 해줄 것을 그랬다.


' 너는 정말, 내 말을-. '

' 들을게. 고마워. '

' 다음부터는 잘 좀 들으라구. 다 너 생각해서 하는 거야. '


고마워, 다음에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지금 나는 혼자 거실에 누워있지 않았을까. 팔로 부러 눈을 꾸욱 눌렀다. 그와 내가 웃는 목소리가 집안 전체에 왕왕 울렸다. 눈가가 뜨거워져 목이 꽉 막힌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정지. 흘러나오던 음악이 뚝 멈췄다. 아무도 없는 집, 그가 없는 이 집. 앞으로도 혼자일, My home sweet home.

보고싶었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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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이거 대박이다. 와........진짜 와 쩔어요 말이 안나와요 진짜 와 제가 어휘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대박이라는 수식어밖에 안나오는 걸까요. 녹음파일 재생. 이 부분에서 너무 좋아서 소름돋음....작가님 천재신듯
8년 전
베르디:)
엌 천재라니 너무 부끄럽네요 ㅠㅠ 당신의 흔적들이 이어지는 글이니까 괜찮으시다면 그것도 한번 보셔요:)
8년 전
독자2
되게 아련하게 기분이 씁쓸하네요 조금 밖에 안읽었는데도 감정이입이 돼서 슬펐어요ㅠㅠ 이어지는 글이라니 당장 보러 가야겠네요
8년 전
베르디:)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입해서 읽으셨다니 제가 다 흐뭇...!
8년 전
독자3
글되게잘쓰셔요ㅎㅎ
8년 전
베르디:)
감사합니다 :)
8년 전
독자4
아아 세상에
이 글을 이제서야 보다니...
내 답글 엄청 기다렸을텐데 정말 미안해요... :(
그리고 짧은 조각을 보고 이렇게 예쁜 글 써줘서 정말 고마워요
문체가 너무 내 취향이야...ㅠㅠ
Her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데 글 읽으니까 영화 생각도 많이 나네요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것 같아서! :)
두 글 모두 스크랩 해서 두고두고 읽을게요
무슨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에요...ㅠㅠㅠㅠ
정말 고마워요 고맙다고 한없이 말해도 모자를거야
진짜 고마워요!!!!

8년 전
베르디:)
아마 저 두 글이 끝이 아닐거에요 ㅠㅠ 다만 제가 느무 게을러서 못 쓰고 있는 것 뿐인 ㅠ퓨ㅠㅠㅠㅠ 다음에 언젠가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고마워요!
8년 전
독자5
꼭 다시 만나요. 기다릴게요 :)
8년 전
베르디:)
다음에 꼭 만나요 :)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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