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六 화
十七 화
十六.
“폐하, 그렇지 않아도 연이은 전쟁 탓에 민심이 흉흉한데 하루빨리 원자를 보셔야 합니다.”
“예, 폐하. 국혼을 올린 지가 몇 해짼데 아직 후사가 없다니요.”
“후사를 얻는 것이 황실의 안정을 꾀하는 일입니다. 폐하.”
골이 지끈지끈 울렸다. 태사 쪽에서 먼저 상소를 올려 후사에 대한 얘기의 물꼬를 트면, 다른 대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씩 보태었다. 죄다 민심의 안정과 황실의 평안을 위해 서둘러 합방을 진행하라는 말이었다. 결국 ‘합방’ 그 하나를 가르키는 대신들의 발언은 죄다… 저치의 뜻이 틀림없었다. 용상에 앉은 정국의 눈동자가 맨 앞에서 고요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대승상을 향했다. 후사에 대해 본인은 직접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태사부터 말단 신료까지 그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이가 없을 터. 대승상은 늘 그렇듯 조용하게 황제의 숨통을 옥죄었다.
“짐이 분명… 합방을 하기엔 몸이 좋지 않다 그리 말하였는데.”
“폐하의 옥체가 미령하시니 더더욱 후사가 중요한 법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폐하. 서두르셔야 하옵니다!”
조정의 신하들은 전장의 적군보다 더욱 물어뜯기 힘든 고집을 가지고 있었다. 정국은 대전회의를 할 때마다 답답하고 피곤했다. 만일 그가 매번 반복되는 전쟁에서조차 힘을 쓰지 못했다면 아예 이 용상을 지키고 있지도 못했겠지. 그 정도로 조정과 정계는 철저히 황제가 아닌 대승상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그의 여식까지 내명부의 주인인 황후자리에 떡하니 앉아있으니 이 황실이 저 집안의 손아귀에 놓여 있대도 허언이 아니었다. 정국은 답지 않게 조급함을 느꼈다. 합방보다 서둘러, 대승상을 견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만. 짐은 도통 신료들이 합방에 이리 목을 매는 연유를 모르겠군.”
“폐하, 이는….”
“내가 황족을 모두 멸문시키길 했나. 아니면 이 황궁에 황후 말고 여인이 씨가 말랐나. 과한 걱정일세.”
다시 한 번 열리려는 병부시랑의 입을 황제의 싸늘한 눈동자가 막았다. 여기서 황후가 정녕 회임이라도 한다면, 저치들은 외척이 아닌 척신이 되어 더한 힘을 얻을 것이었다. 정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자신과 황후 사이에서 원자가 탄생하는 것은 대승상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진배없었으니까.
“관상감에서 올린 합방일자가 사흘 뒤옵니다.”
“알고 있다.”
대전회의에서 돌아온 정국은 뼈마디가 불거진 차가운 손으로 제 얼굴을 천천히 쓸었다. 열기 가득한 한숨이 뱉어졌다. 국혼 이후 제대로 합방을 치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이번마저 피하기는 어려울 성 싶었다. 황제에겐 제대로 된 후궁도, 여인도 핑계를 댈 명분이 단 하나도 없었다.
“…드실 것이옵니까?”
내시백이 황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여쭈었다. 정국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국은 황후전에 다신 그렇게 들고 싶지 않았다. 잔뜩 기대에 찬 황후의 얼굴도, 그 면전에다 대고 비수를 내리꽂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했다. 그렇다고 합방일을 피한다면 대신들의 반발을 감당할 도리가 없다. 황후가 회임해선 절대 안 될 일이었지만, 황후의 얼굴을 보고도 참아낼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방패막이 필요했다.
“내시백.”
“예, 폐하."
“지밀 항아들을 데리고 와라.”
“지밀 중에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전부 다, 내 앞에 데려와.”
지밀은 이 대명전에서 황제의 수발을 직접 드는 항아와 상궁들이었다. 평소엔 그녀들의 얼굴을 채 외우지도 못하는 황제가 갑자기 그들을 집결시키라 하자, 잔뜩 당황한 내시백이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곤 황급히 달려가 장 상궁에게 명을 전하고, 각 관처에 그리고 대명전 밖에 흩어져 있던 지밀아이들을 모아 서둘러 정국의 앞에 데려왔다. 정국은 천자였음에도 아랫사람에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수발 들리는 성정은 아니었기에, 지밀궁녀들조차도 그와 독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협탁 앞에 앉은 정국이 제 앞에서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허리를 숙이고 있는 나인들을 천천히 훑었다.
이쪽은 태사의 조카, 여기는 중서시랑이 첩에게서 본 여식, 그리고 그 옆은 병부시랑의 이종사촌누이…. 나인들이라고 해봤자 지밀은 역시 전부 대신들의 혈연이었다. 내시백이 가지고 온 명부를 읽어 내리던 정국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밀은 황제를 누구보다 곁에서 모시는 자리이니, 제 여식이 황제의 눈에 띄지는 않을까 기대한 귀족들은 제 친척이나 여식을 무조건 지밀로 입궁시켰다. 무수리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정녕 정계와 관련 없는 인사는 없는 것인가.
그때, 명부에 적힌 짧막한 이름이 그의 시선을 잡아챘다. 백 야(白夜). 다른 나인들과 다르게 아비나 친척이 조정의 신료도 아니었고, 혈혈단신 가진 것이라곤 하나 없는 항아였다. 그래서 눈에 띄었다. 명부를 살피던 정국이 눈동자를 들어 나인들 사이에서 백야를 찾았다.
“백야.”
“…예?”
맨 뒤에서 황제가 입 밖으로 뱉은 자신의 이름에 돌라 바짝 고개를 드는 아이. 숫기 없고, 겁에 질린 하얀 얼굴이 황제를 똑바로 주시했다. 완벽한 적임자였다. 정국이 빙긋 웃었다. 황제의 웃음을 본 백야는 눈동자를 크게 키우며 무엄하게도 그에게 박힌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너만 남고 모두 물러가라.”
꼿꼿하게 굳어서 그 자리에 가만 서있는 백야를 두고 모든 지밀나인들이 대명전을 나갔다.
“이리 가까이 와라.”
숨 막히게 고요한 처소 안을 정국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백야가 잠시 멍하게 그를 바라보다, 이내 명의 뜻을 알아채곤 치맛단을 살짝 잡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앞에 섰다. 그의 투박하고 큰 손이 백야의 턱을 치켜들었다. 눈을 마주하고, 황제가 무어라 명을 내리면 죽으라는 것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백야는 황제의 눈동자에 사로잡혔다.
“앞으로 너를 자주 부를 것이야.”
“어찌 소녀를….”
“짐이 앞으로 너를, 황궁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아낄 것이다.”
백야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황제가 지금 저 같은 한낱 항아의 앞에서 사랑에 눈 먼 사내의 얼굴을 하고, 달큰한 음성을 불어넣고 있었다. 턱을 받친 손이 올라와 검지손가락으로 백야의 입술을 살살 쓸었다. 왜인지 뱃속에서부터 울컥 뜨거운 게 차오르는 것 같았다. 언제 보았다고, 자신을 대체 왜, 의문이 차오를 만도 한데 백야에겐 이성이 앞서지 않았다. 그정도로 황제는 매혹적이었고, 백야는 순진했다.
“…폐하.”
정국은 원래 감정 앞에서 단순해지는 이들을 참으로 잘 다뤘다. 그 누구보다 감정에 충실한 한사람, 황후를 대할 때를 제외하곤 어떤 이도 황제의 앞에 무릎 꿇고 입술을 내어주게 만들 수 있었다. 가장 여유롭고 태연자약한, 그래서 아주 못된 황제에게 황후는 다시없을 난제와도 같았다. 그 서러운 얼굴을 떠올린 정국이 천천히 표정을 구겼다. 그리곤 백야의 입술을 뭉근히 쓸던 엄지손가락을 그녀의 입안에 가져갔다. 백야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 맺히고 뺨이 달아올랐다. 백야가 작은 손을 들어 제 턱을 쥔 정국의 큰 손을 포개 쥐었다. 그리고 발간 혀를 내어 입안에 들어온 황제의 손가락을 느릿하게 훑었다. 황후를 떠올리며 굳어진 얼굴을 한 정국이 생경한 감각에 정신을 차리고 백야를 봤다. 여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황제의 입가에 잔뜩 흥미로운 미소가 들어찼다.
순진하고 본능적인 백야는 정말이지, 황제가 생각하는 미끼에 최고의 적임자였다.
그 날 이후로 황제는 사흘들이 백야를 처소로 불렀다. 합방 날 역시 정국은 황후전에 행차하지 않고 백야를 대명전에 불렀다. 황후가 아침부터 목욕재계를 하고 온 밤이 새도록 그를 기다렸지만 정국은 가지 않았다. 합방 일에 황후가 독수공방을 하고, 백야라는 항아가 황제의 애첩이 되었다는 소문이 궁녀들 사이에 만연하게 퍼졌다. 황궁은 비밀이 없는 곳. 나인들이 떠드는 이야기는 금세 신료들과 황족들의 귀에도 들어갔고, 황궁에 있는 모두가 황제의 총애를 담뿍 받는다는 백야의 존재를 알았다.
“들었어? 글쎄 백씨 항아, 그 계집이 매일 밤 폐하의 품에 안긴다는 거 말이야!”
“황궁에 줄 하나 제대로 없는 게 대체 어떻게 폐하의 마음을 얻은 거지?”
“이제 백야가 황후마마보다 먼저 용종을 회임하는 건 시간문제겠네. 팔자 폈어, 아주.”
세답방 나인들이 빨래를 걷으며 중얼거렸다. 모두 황제가 백야에게 빠져 매일 밤 그녀를 침소로 부른다고 알고 있었다. 허나, 이건 사실과는 좀 달랐다. 정국이 백야를 대명전에 부르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항상 제 곁을 허락하는 건 아니었다. 어떨 때는 정무를 보는 데 필요한 먹 가는 걸 백야에게 시킬 때도 있었고, 또 어떨 때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있게만 할 때도 있었다. 백야는 저를 곁에 두고 더 이상 뭔가를 요구하지 않는 황제가 조금 이상하다 느꼈지만, 그가 자신이 이리도 많이 찾아준단 사실이 설렜다. 그녀는 황제를 본 첫날,정국이 보여준 그 칠흑 같은 눈동자를 기억했다. 분명 황제에게 자신은 여인이었다. 백야는 그걸 철썩 같이 믿었다. 그녀는 아직 황궁에 있기엔 너무 순진하고, 어렸기 때문이었다.
“폐하께서 백씨 항아를 곁에 두신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예, 그런 천박한 소문이 황실의 기강을 흩트리고 있습니다 폐하!”
정국이 합방을 거부하는 핑계로 색다른 수를 쓰자마자, 대신들은 예상대로 곧장 들고 일어났다. 이번엔 단순히 합방이 파토난 것만이 아닌 황후의 자리와 후사 자체를 위협할 만한 애첩의 등장이었다. 그들에게 위기가 아닐 리 없었다. 득달같은 반응에 정국이 낮게 웃었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오.”
“폐하! 어찌 그런 천한 나인 따위를…”
“천한 나인이라….”
정국이 바람 빠진 웃음을 내뱉었다.
“소문으로 들어 익히 알 텐데. 백야는 짐이 익애하는 여인이오.”
“허나….”
“그대들이 민심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후사를 봐야한다, 내게 그리 말하지 않았나?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이지?”
정국의 태연한 질문에 태사가 뒷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정말이지 그 나인에게서 원자가 태어나기라도 한다면… 재앙이 틀림없었다. 태사가 대승상의 눈치를 살폈다. 그들에게 있어 백야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복병. 딱 그 짝이었다. 황제는 백야가 불러 온 결과에 아주 만족했다. 자가당착에 걸린 대신들은 더 이상 후사를 핑계로 합방을 강요하지 못했고, 대전회의에서도 황제에게 대놓고 황후전을 들먹일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불안해진 모양인지 서둘러 백야를 치우려 애를 썼다. 혹여 백야가 품계라도 얻을까 쉬지 않고 상소를 올렸고, 유생들을 동원해 백야를 대놓고 폄하하기도 했다. 여식을 황후전에 올려놓았음에도 대승상의 수는 점차 졸렬하고, 야비해졌다. 정국은 점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합방만 피하고자 했던 원래 계획과는 반대로 백야를 곁에 두고 찾는 기간이 길어졌다.
“황상, 백야를 향한 총애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모양입니다?”
“태후마마.”
백야를 총애한 지 넉 달이 더 지났다. 이제는 태후전 문후를 와도 백야의 이름이 들렸다. 황제는 점차 그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 이름이 황후의 귀에도 똑같이 들어갈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태후가 찻잔에서 입술을 떼고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물론 항아를 총애하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더 이상 대승상을 자극해선 좋을 게 없습니다.”
“…….”
“황후는 또 무슨 죄입니까, 황상.”
정국이 입술이 굳었다. 합방이 무산된 후 황후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보려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컸다. 백야의 존재가 거슬리는 게 비단 대승상 만은 아니겠지. 황후가 얼마나, 얼마나 속을 썩고 온 궁인들에게 무시 받을지 훤했다. 답지 않게 초조했다.
“또 품계를 내리기에도 쉽지 않을 터인데, 백야를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그 아이를 내보내세요.”
합방을 무사히 피했고, 관상감에서 새로 올릴 길일도 보름이나 남았으니 이제 그만 백야를 이용하는 짓도 멈춰야 했다.
“태후마마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정계와 하등 상관없는 백야에게도 더 이상은 못할 짓이었다. 정국은 백야를 황궁에서 내보내고, 그녀가 밖에서도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주려했다. 오늘은 대전회의가 있는 날이었으니 대신들이 또 한 차례 들고 일어나기 전에. 황룡포를 입고 면류관을 쓰고, 어전에 나갈 준비를 한 정국이 대명전으로 백야를 불렀다. 계단을 올라 대명전 위에 있는 정국의 아래에 백야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정국은 그녀에게 이제 그만 황궁에서 나가도 좋다고, 그리 말했고 백야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치켜떴다. 정국은 무정해지기로 했다. 확실하게 끊어내는 편이 좋을 테니까. 단호한 음성이 백야를 불렀다.
“백야.”
백야의 큰 눈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폐하… 소녀는 이 황궁을 떠날 수 없습니다. 어찌… 이곳에 폐하께서 계신데….”
정국은 이성을 감정에 숨길 수 있는 영악하고 무정한 지배자였다. 허나 백야는 정국이 제게 보인 연정을 철썩 같이 믿었다. 순진한 아이의 입술이 울음기에 덜덜 떨렸다. 백야의 비통한 말에 정국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후환을 생각 못했던 건 아니지만 정치의 부산물인 감정놀음은 언제나 귀찮았다.
“소녀를 버리지 마세요, 폐하….”
백야가 고개를 들었다. 복사꽃 같은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국은 그런 백야를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몸을 돌렸다. 황제는 일말의 미련도, 아쉬움도 없었다. 백야에게도 오히려 이 황궁보다 황제가 모든 것을 준비 해놓은 황궁 밖이 훨씬 나을 것이었다. 그는 늘 그렇듯 이성적이었다.
“떠나라. 더는 내 눈 앞에 띄지 마.”
“폐하…!”
무정한 황제에 백야는 울부짖었다. 그때 정국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관계의 종식을 통보하는 것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아주 꺼름칙한 감정이었다. 무정한 목소리로 감정을 잘라내는 자신과, 울부짖는 여인. 정국의 태연하던 얼굴이 일순간 굳었다.
“폐하께선 다 잊으신 거군요….”
“말하지 말라.”
“저는 아직 그러지 못했는데, 폐하께선…!!“
정국이 백야를 향해 돌아섰다. 고요하던 황제의 얼굴에 일순간 금이 갔다.
“소녀와 함께 한 시간을, 모두 잊으신 건가요?…”
백야의 울음기 가득한 그 목소리가, 원망과 애정 어린 그 말이 일전에 황후의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첫 합방 날 변해버린 자신의 태도에, 대승상의 여식을 향한 마음을 어떻게든 끊어내겠다는 집념으로 내뱉은 그 비수 같은 말에 울던 황후. 황후는 정국의 뱃속을 뜨겁게 달구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물기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전하께선 소녀와 함께 한 시간을, 모두 잊으신 건가요?…’
황제즉위식도, 국혼도 모두 끝이 나고 자신은 이제 유일무이한 황제가 되었는데, 황후의 눈에 자신은 여전히 ‘태자전하’였다. 겁내지도, 우러러보지도 않고 그저 연모했다. 정국은 대승상의 손에 휘둘리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자신의 부친을 기억했다. 그는 대승상 때문에 나약해졌고 대승상 때문에 죽었다. 자신역시 대승상의 손아귀에 숨이 졸려 죽지 않으려면 반드시 냉철해져야 했다. 이성을 되찾아야 했다. 대승상의 여식 따위를 사랑해선 안 됐다. 허나, 황후는 그를 자꾸만 사내로, 필부로 만들었다. 절망적이었다. 무정하고 영악하고 또 잔혹한 그런 황제는 결국 이성을 놓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폐,폐하….”
“너는 어찌 나를 한낱 필부로 만드느냐?”
황후에게 하지 못한 말을 입 밖으로 그르렁 대며, 백야에게 입 맞췄다. 앳되었던 황후처럼 서투른 백야의 손짓과 입술에, 황제는 마음껏 앓는 소리를 냈다. 완벽하고 허점 하나 없는 황제를 무력하게 만드는 건 대승상도, 백야도, 그 누구도 아닌 황후. 때문에 백야를 향한 이 입맞춤도 상당히 충동적이었고, 백야를 끝내 내보내지 못한 것도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정말이지… 감정은 천자에게 쥐약이야. 정국이 백야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절망했다.
백야를 내보내는 데 실패한 황제는 이제 그녀를 마음껏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김 없이 신료들을 선동해 상소를 올리는 대승상의 저급한 짓거리가 천자의 화를 돋우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태형의 등장으로 인한 치기어린 질투심까지 백야에게 품계를 내리는 데 일조했다. 감정적인 처사였지만 또 한편으로 정국은 백야의 행실을 모두 다 꿰고 있었다. 그녀가 황후에게 불려갔을 때도, 황후가 백야를 몰아붙이기 전, 백야가 황후를 은근슬쩍 폄하하는 걸 정국도 들었다. 게다가 근래 들어 태부와의 왕래도 잦아지고 있었다. 태부라면 조정에서 눈에 띄게 대승상에게 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세력. 순백이던 백야역시 정계에 발을 들이고 있는 거라면, 후환이 생기기 전에 그 뿌리부터 잘라내야 했다.
허나 백야에게 독을 먹인 것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황제의 욕심이었다. 대승상이 몰래 키우던 사병이 발각되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저쪽에서 먼저 반격을 해올 것이다. 그것이 반역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황후는 정말 폐위되고 말 것이었다. 황제는 욕심이 많은 사람.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황후를 온전히 갖고자 했다. 그래서 대승상의 세력을 잘라내고, 황후에게 독살을 꾀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이 일을 핑계로 황후를 폐위하고 참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독을 마신 백야는 정국에게 철저히 이용대상이었다. 그녀가 독을 마시는 것쯤은 문제도 아니었으니, 황제는 백야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다. 그는 원래 이렇게 이기적이고, 비정한 작자니까. 그게 황제다.
황후에게 참형이 내려졌다는 사실에 온 황궁이 발칵 뒤집혔다. 어떤 이들은 황제의 총애도 받지 못하는 주제에 오만하게 황후전을 지키고 있던 황후가 사라지자 내심 통쾌해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절대적이던 대승상의 권력이 땅에 떨어짐으로써 벌어질 피 터지는 정계 싸움을 걱정했다. 조정은 말 그대로 겉으로만 고요한 쑥대밭이 되었다. 대승상의 뒤에 빌붙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며 득세하던 기득권 세력은 한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절대 권력자의 파멸은 언제나 끝없는 분쟁을 이어오는 법이다.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대승상의 분열된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대신들은 벌써부터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그 누구도 공공한 지위에 안심할 수가 없는 이 때, 홀로 웃는 자가 한명 있었으니. 애초부터 대승상에게 반기를 들었던, 태부(太傅)였다. 태부는 가벼운 걸음으로 대청전 계단을 올랐다. 멍청한 백야 하나 독을 마셨을 뿐인데 대승상이 이리도 무력하게 무너지다니. 그야말로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푼 격이었다. 이건 천운이었다.
“재인마마.”
태부가 들어서자 대청정 문을 지키고 있던 상궁은 고하지 않고도 바로 문을 열어 주었다. 방금 전 황제가 떠나 고요한 대청전. 그 넓고 단아한 전 안에는 침상 위 얼이 나간 표정으로 기대어 있는 백야가 있었다.
“백재인 마마, 깨어나셨습니까?”
백야는 독을 마시고 방금 깨어났지만, 태부는 걱정 하나 없이 환하게 웃는 낯으로 그리 말했다. 하필 온 대소신료과 황친이 다 모인 연회 당일 거사가 벌어졌다. 백야는 독이 담긴 술을 마시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쓰러졌으며, 보란 듯이 황후가 건넨 잔에서 독이 나왔다. 비정한 황제는 정실이던 황후에겐 참형을 명했다. 깔끔하고 완벽했다. 헌데 어째서, 침상에 기댄 백야의 얼굴은 이리도 넋이 나가있단 말인가.
“마마, 이제 고지가 코앞입니다.”
“하…, 하하…. 폐하께선, 폐하께선 참으로 무서운 분입니다. 우리 모두가 폐하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것이에요.”
백야의 창백하게 질린 입술에서 실없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갔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중얼이던 백야가 어느새 흔들리는 눈동자를 들어 태부를 바라봤다. 태부의 웃음 가득하던 얼굴에는 어느새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폐하께선 황후에게 참형을 내렸습니다!”
”황상이 날 가지고 놀았어…, 내게, 그래도 내게, 일말의 정이라도 주신 줄 알았는데….“
“마마!”
“황제가! 황제가 내게 독을 먹였습니다. 황후를 참형해 처하라는 건 다 거짓이에요!”
그 맑은 눈에 눈물이 기어코 걸렸다. 정국이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게 자명해진 지금, 백야는 인내할 수도 체념할 수도 없었다. 마치 죽일 듯이 제 목을 조르며 네게 독을 먹인 건 자신이라고, 한 자 한자 뇌까리던 정국의 눈동자를 기억해낸 백야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마께서 독을 삼키고 쓰러지는 것을 모두가 보았고, 황후가 독을 탔다는 명백한 심증도 물증도 있는데 대체 무엇이 황제의 짓이란 말입니까!”
애초에 황제는 황후를 눈엣가시쯤으로 보았을 테다. 아비인 대승상이 그리도 정치판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그 여식인 황후는 황제의 자리를 가장 위협하는 적대적이고 불운한 존재일 뿐이겠지. 설령 황제가 황후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독을 탄 것이라 해도, 백야와 태부의 입장에선 전혀 손해가 아니었다. 오히려 황제가 먼저 손을 써서 황후를 치워주니 고마울 노릇이었다.
“태부는 날 잘못 보았습니다.”
“예?”
“나, 난 폐하의 총애를 받는 후궁이 아니에요….”
대체 이 무슨 믿기지 않는 소리란 말인가. 세간에 황제의 애첩으로 유명한 백재인이, 총애를 받지 못한다니. 황제의 총애가 아니라면 한낱 항아일 뿐이었던 백야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단 말인가? 태부, 자신이 보잘 것 없는 백야와 손을 잡은 이유가 대관절 무엇인데. 태부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 무슨….”
“폐하는 황후를 연모합니다.”
백야의 입에서 제법 담담한 말이 튀어나왔다. 태연하던 태부의 안면에 한순간에 어마어마한 파동이 일었다. 정치에서, 부모자식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황궁에서, 연모만큼 사람의 이성을 흐리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었던가? 헌데, 그 완벽한 황제가, 결점하나 없이 황후를 찍어 누르려 노력하던 황제가, 황후를 연모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폐하의 이 모든 짓이 결국 황후 한 사람을 갖기 위한 것이었어….”
“마마!”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뒤엉켰다. 사랑? 대체 무슨 근거로? 여태껏 황후를 수일 독수공방하게 만든 것도, 보란 듯이 백야에게 후궁 작위를 준 것, 결정적으로 오늘 내린 참형까지 도저히 황제의 마음이 황후를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헌데 어째서 백야는 저리 침통한 얼굴을 하고서 사랑이란 단어를 꺼낸단 말인가.
“허면, 허면 참형은 무엇입니까?”
운명은 황제가 손아귀에 단단히 틀어쥐고 있다. 그 손안에 잡힌 지금, 태부는 아주 다급하게 물었다.
“참형… 웃기는 소리군요. 황제는 우리 상상보다 훨씬 치밀하고, 명석한 사람이지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답니다….”
마치, 황제에게 여러 번 당한 것처럼, 백야는 제법 노련하게 말했다. 태부는 아까처럼 웃을 수 없었다. 연모, 참형, 그리고 황제. 뒤엉킨 유리조각이 시리도록 머릿속을 그득 찔렀다.
/ 황후열전
대명전으로 향하는 정국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 태연하게 제 애첩의 목을 죄던 비정한 황제, 정실인 황후를 한 번에 잘라낸 잔혹한 황제. 그가 입은 황룡포는 오늘따라 더욱 고귀하고 절대적이게 보였다. 하나 뿐인 황좌에 앉은 정국은 모두의 예상보다 더 이해타산 적이고 일말의 정도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해서 뒤를 따르는 상궁내관들은 더더욱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조심히 고개를 조아렸다. 왜인지 똑같은 정국이지만 잘못 보였다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쳤기 때문이었다. 허나 바로 뒤에 선 내시백은 잠시 정국의 눈치를 살피는가 하더니, 이내 조용히 말을 꺼냈다.
“헌데, 폐하. 이 일이 처리된 이후엔 황후마마를 어디에 두실 것인지….”
내시백은 황제가 절대 천자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는 태생부터 타고난 정복가이자 지배자이니까. 허나 이번일이 끝나면 황후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이 될 터였다. 대내외적으로 황궁 모든 이에게 황후는 죽은 사람일 테니 그 누구의 눈에도 띄어선 아니 될 것인데….
“황후는 냉궁에 둘 것이다.”
“냉궁이요?”
냉궁이라면 잘못을 저지른 내명부 여인들이나 중죄를 지은 여인들이 머리를 깎고 감업사로 나가는 대신에 가는 궁이었다. 말그대로 유폐와도 다름없는 감옥 같은 곳이 냉궁. 헌데 황후였던 여인을 그곳으로 보낸다니. 내시백은 정국에게 표정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숙이며 인상을 썼다.
정국도 내시백의 생각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허나 이것이 사병을 빼앗길 위기에 쳐한 대승상이 먼저 반란이라도 일으키기 전에, 황후를 지키고 제 옆에 두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황후에겐 가혹했지만, 정국에겐 이게 최선이었다.
“그래. 신분을 위장한 항아나 무수리로 냉궁에 보낼 것이다. 냉궁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는 금남의 구역이니 정계세력이 물갈이 되는 동안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야.”
“…….”
“아 참, 내가 말한 의복은 구해 놓았는가?”
“예! 장 상궁에게 말해 놓았고, 그 고질병에 걸린 아이도 병부에 있사옵니다.”
그리곤 황제의 명을 이미 다 수행해 놓았음에 뿌듯해하며 정황을 고했다.
“헌데, 폐하 정말 그 아이를 황후마마 대신에….”
“화궁전. 화궁전으로 하지. 그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는다면 형체도 못 알아볼 테니.”
“…….”
“이미 짐이 황후에게 참형을 내린 것만으로도 온 조정이 발칵 뒤집혔을 터, 제 살 길 찾는 데 급급할 것이니 어느 누가 죽은 황후에게 관심을 가지겠는가. 참형을 하던, 그 전에 먼저 자결을 하던 그들의 눈에서 황후가 사라지면 그만이지”
온 대소신료와 황실의 모든 이들과 백성들까지 전부를 속이는 일이다. 허나 정국은 일말의 망설임도 고민도 없었다. 이처럼 빠른 판단도 천자이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내시백은 괜시리 자꾸만 불안해졌다. 이 일이 진정 잘 마무리 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폐위와 참형이라는 불명예를 견디지 못한 황후는 화궁전에서 뛰어내려 자결한다. 짐이 참형을 명한 시각이 술시이니. 그 전에 모든 것을 끝내는 게 좋겠군.”
내시백이 황제의 명을 찬찬히 머릿속에 써 내리고 있을 때 황제의 일행은 어느새 대명전 마당에 다다랐다. 정국은 상궁들이 열어주는 문을 따라 자연스럽게 대명전에 들어섰다. 옆에서 정국이 지시한 사항을 어떻게 처리할지 이런저런 계획을 읊어주며 시끄럽게 구는 내시백에 미간을 슬쩍 좁히다가도, 이내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마 곧, 황제 자신이 바란 것들이 이뤄질 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이리라. 허나 그리 웃던 정국의 얼굴은 이미 대명전 안에서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태후를 발견하면서 의아한 듯 변했다.
“태후마마.”
“아, 황상 오시었소?”
쉬지 않고 입을 놀리던 내시백도 태후의 존재를 발견하곤 급히 읍을 했다. 태후는 역시 환히 웃으며 내시백의 인사를 받았다.
“이 곳엔 어찌 오셨습니까?”
잠시 고수하던 의아하단 기색을 거둔 정국이 걸어가 태후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눈치껏 대명전을 나서는 내시백을 확인한 태후는, 그제야 눈길을 돌려 정국을 바라봤다. 소녀처럼 얼굴에 담뿍 안긴 웃음이 평소처럼 의미심장하고 묘한 것이라 정국은 눈썹을 잠시 꿈틀했다.
“백재인은 좀 어떠하더이까?”
“아… 백야는 무사히 깨어났습니다. 지금 보고 오는 길입니다.”
약간의 떨림이 있는 정국의 말에 태후는 그래요? 라고 말하며 제 앞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다. 맑은 국화차. 그 위에 놓인 노란 꽃잎이 물결에 살짝 흔들렸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음하며 태후는 다시금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어릴 적부터 무능과 도태에 빠져있던 선황을 보고 자라 그러한가, 황상이 아주 치밀하고 계획적인 사람이란 것. 이 어미도 압니다.”
“…….”
“허나, 눈치 하나만큼은 자부할 수 있었던 이 어미마저 감쪽같이 속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차분하게 앉아 태후의 말을 기다리던 정국의 그 담담한 얼굴에, 일순간의 동요가 스쳤다. 그건 아주 티가 나고 명백한 것이라, 상대의 말에 휘둘리고 있음을 덧없이 드러내 주었다.
“세상이 알고 있듯, 이 어미도 황상이 백야를 사랑해 마지않는 줄 알았답니다. 물론 황후를 일부러 멀리하시는 것도 알았지만. 감정이 있어도 일말의 정(情)이라 생각했지요.”
“…….”
“허나 이런 수를 쓰면서까지 황후를 곁에 두려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
“사병을 들킨 대승상이 먼저 반란이라도 일으킬까 걱정되니, 일단 그 세력을 치긴 쳐야 할 텐데…, 그렇다고 황후를 잃긴 싫고… 그래서이지요?”
“태후마마.”
태후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정국의 울대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태후의 어투가 결국 이게 다 황상, 네 욕심때문이구나 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황상은 황상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황후의 처지를 아주 잘 이용하셨습니다. 그렇죠. 황후가 백야를 독살하려 했다는 것 아주 그럴 듯 합니다. 자 그래서 황후전 나인을 매수해 황후가 백야에게 건네는 잔에 독을 타셨습니까? 독살 누명을 씌워 참형을 내리셨고요?”
“…….”
“황후는 핑계고 결국 황후 뒤에 있는 대승상과 문하시중을 유배보내기 위함이셨겠지요. 황후 대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에게, 저 의복을 입히고 황후가 참형 전에 스스로 자결했다 그리 공포하려 하셨을 테고요.”
대명전 가장자리에 고아하게 걸려있는 의복을 보던 태후가 안타깝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혼란스럽게 태후의 독백을 듣던 정국은 입안 여린 살을 세게 깨물었다. 어느새 입 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감돌았다.
“황후를 살려, 황상의 여인으로만 살게 하고 싶으셨습니까?”
태후가 그 안타까운 얼굴을 풀지 않고, 온전히 정국을 마주보며 물었다. 잠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태후는 선황의 무력과 무능을 정국과 함께 보고 살았다. 태자시절 정국은 태후에게, 적어도 자신은 무능한 황제가 되진 않겠다고 그렇게 아뢰었었다. 해서, 황후 때문에 비겁한 수를 쓰는 자신의 모습을, 태후에게 마음껏 드러내기란 그 어느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태후마마, 소자는….”
약간, 목이 메는 것도 같았다.
“황후를 연모합니다.”
타인의 앞에서 처음으로, 제 마음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속여 오셨군요. 연모, 연모라.”
이 황궁에서 논하기에는 너무도 깨끗하고 덧없는 마음이라, 오랫동안 황궁에서 살아온 태후는 마치 그 단어를 처음 접한 듯 여러 번 소리 내서 되뇌었다. 어느새 태연하고 무정하던 천자의 모습은 어디가고, 타는 감정을 숨기지 못해 잔뜩 피곤해 보이는 정국이, 가만히 숨을 씹었다.
“그리 단정짓기엔, 황상은 황후에게 너무도 많은 상처를 주셨습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생각해 보세요. 황후가 누구 때문에 그리도 많이 울었는지.”
마치 황후의 심정을 대변하듯, 가차 없는 눈길로 정국의 치부를 하나 둘 씩 벗기는 태후. 정국의 붉게 상기된 얼굴에 애수가 스며들었다. 그 눈동자가 한 없이 흔들렸다.
“그녀의 아비와 오라비를 모두 그녀의 곁에서 치우고, 독살이라는 누명까지 씌우셨습니다. 그 고통은 이제 누가 다 감당한답니까?”
마음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심장고동이 쿵쿵 움직이는 통에, 정국은 답지 않게 정신이 어질했다.
“여태껏 황상이 황후에게 상처 준 그 모든 것,을 이번 기회에 다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은 우매한 착각입니다.”
“…….”
“황후는 황상의 생각보다 더더욱, 여리고 순진한 여인이니까요.”
대승상 때문이었다. 그녀를 곁에 둘 수 없었던 건, 다 그 아비가 대승상이었기 때문이었어. 스스로 수만 번 되뇌었다. 황후를 이리 매정하게 대하는 것은 대승상이 황제의 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곁에 두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둘 수 없었던 것 뿐이라고. 허니 앞으로 여태까지 진 마음의 빚을 갚으며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 돼.
정국은 그렇게 몇 번이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 애썼다. 허나, 하늘은 황제의 소원을 기어코 들어주지 않으려는 모양이었다.
“폐하! 지금 대명전 앞에서 황후전 최고상궁 도미가….”
문이 벌컥 열리고 당황한 내시백이 뛰쳐 들어와 급히 아뢰었다. 허나 그의 말을 듣고 진의를 파악하기도 전에, 악에 받친 고함소리가 황궁 모두더러 들으라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황제폐하! 백재인의 독살하려 찻잔에 독을 바른 것은 황후전 최고상궁, 이 도미의 짓이옵니다! 그 애첩 때문에 소인의 웃전이 홀대받자 참을 수 없어 저지른 일입니다. 황후마마께선 이 일에 대해 한 점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아…….
기어코 황후를 구할 기회 따윈, 황제에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애를 쓰고 안간힘을 다 해 봐도, 황제는 절대 황후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이었다.
“폐하! 허니, 황후마마가 아닌 소인을 벌하시지요!”
정국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목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황제와 연모, 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국을 바라보던 태후가 슬프게 웃었다.
“황상….”
“…….”
“그건 연모가 아니라,”
“…….”
“기만이란다.”
그리고 끝내, 정국이 무너져 내렸다.
十七.
“오라버니! 이 문 여세요, 어서!”
황후가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며 문을 쾅쾅 두드렸다. 허나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황후가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서있는 윤기는 비킬 생각이 없었다. 황후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 때문에 곧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기어코, 끝까지 매달리는 자신을 내팽겨 치고 도미가 황제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직도 제게 일어난 모든 것이 꿈만 같은데, 도미를 잃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덧없는 불안감이 황후를 저 나락 끝으로 빠뜨렸다. 아무 죄도 없는 도미가 대체 왜, 왜 죽어야 해.
“오라버니! 제발….”
“도미의 희생을 이리도 허무하게 버리실 것입니까? 사셔야 합니다. 마마가 사는 것이 도미를 위하는 일이에요.”
문 너머 누이의 갈라지는 외침에 홀로 쓴 마음을 삼킨 윤기가 황후만큼 애타게 말했다. 이 모함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것조차 자신이 해줄 수 없음이 애달팠지만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것은 황후의 목숨이었다.
“도미가 죽으면 나도 살 수 없습니다! 오라버니!”
“소소!”
허나 계속되는 황후의 외침에, 윤기는 기어코 역정을 냈다. 참으로 매정하지 않은가. 황후가 곧 세상인 자신 앞에서, 멋대로 살 수 없다는 말 따윌 내뱉다니. 가슴이 아팠다.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윤기인데, 어렸을 적 전장에서 피가 낭자한 살육을 목격한 이후 그는 온갖 통(痛)을 달고 살았다. 그 지긋지긋한 삶에 황후는 유일한 가족이자, 정인이자, 구원이었다. 그녀가 없는 세상은 윤기에겐 전장보다 더없이 아득하기만 했다. 이건 황후를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다. 윤기는 이를 악 물었다.
“도미가 무사히 처형될 때까지 여기 가만히 있거라.”
“하아…….”
“소소, 넌 결코 마음대로 죽을 수 없어.”
뼈에 시리게 차가운 윤기의 음성이 내려앉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오라비의 하대(下待)였다. 황후가 결국 작은 손으로 문을 애타게 두드리다 말고, 문을 타고 스르륵 주저앉았다. 이 모든 게 자신이 박복하기 때문일까? 어쩐지 정말 그런 것만 같아 끝없는 슬픔이 속을 타고 잠식했다. 허탈하고 또 너무 아파서 눈물조차 이젠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속으로 일 백만 세고 있어. 허면 모든 게 끝나있을 것이다.”
속으로 숫자를 세라. 사가에 있을 때, 윤기가 대승상을 따라 전장에 나가기만 하면 황후는 그의 옷깃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오라비와 떨어지기 싫다고 드센 고집을 피우며, 또 눈물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면서도 고래고래 소리치던 모습이 환영처럼 어른거렸다. 그때 마다, 윤기는 황후의 손을 꼭 잡고 잠 들 때마다 하나, 둘 씩 세다보면 ‘열’이 되는 날 다시 돌아올 것이라 약속하며 황후를 달래었다. 한참 커버린 지금에서야, 그 유치한 위로를 또다시 건네는 꼴이라니. 아니, 애초에 황후에게 그리도 모진 말만 하던 자신이 그럴 자격이라도 있는 걸까? 윤기가 힘겹게 숨을 씹었다.
“죽지 말고, 살아라. 소소.”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다신 그 누구도 황후를 함부로 모함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다. 이번엔 도미가 제 목숨을 던지고 황후를 구하였으니, 지금부터 자신이 황후를 온 힘 다하여 지킬 것이다. 그리하려면 황후의 곁에 있는 불순한 무리부터 처단함이 옳았다. 백야, 그리고 그 뒤의 세력들.
단단히 굳은 얼굴을 한 윤기는 황후를 그 곳에 남겨두고 곧장 제 사가로 향했다. 도미로 인하여 황궁이 다시 한 번 뒤집어 진 것을 보니, 황후는 무사할 것이다.
절대 권력의 대승상, 그의 사가는 도성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곳의 작은 주인, 문하시중. 윤기가 들어서자 황후 소식을 듣고 조마조마해하던 수복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그를 맞이했다. 워낙 까칠하고 예민한 것으로 유명한 윤기라 황후에 대해 아무리 궁금해도 입 한 번 꿈뻑할 수가 없어, 그들은 마른침만 계속해서 삼켰다. 작은 주인은 거침없이 사가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서재 아래에 딸린 밀실로.
“문하시중 어른!”
“지금 어떻게 하고 있지?”
그의 등장에 밀실을 지키고 있던 하인이 예를 표했다. 단결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받은 윤기가 문을 열고 저벅저벅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가볍게 던져지는 질문에 그 뒤를 따르던 하인은 오목조목 여간 있었던 일을 아뢰기 시작했다.
“예, 하도 지칠 줄 모르고 발광을 하는 통에 매질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자기를 내보내 달라 온 힘을 다 하더군요. 해서 나으리 오실 때까지 붙잡아 두느라 고역이었습니다.”
역시, 생긴 것 마냥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모양이다. 정말 고역이었다는 목소리로 고하는 하인에, 윤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제법 넓은 공간의 서고, 그리고 복판에 있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황궁의 ‘병부’와도 비슷한 형태의 밀실이 나온다. 그 곳에는 지금 황후전의 유일한 별감 태형이 잡혀와 있다. 애초에 아주 태연자약한 별감이 대놓고 황후에게 사모한다 고백하였다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 별감 따위가 대체 언제 고귀한 황후를 보았다고 그리 말하는 것이지? 뿐만 아니라 직접 정보를 캐낸 결과, 태형의 출신은 그를 가만히 황후 옆에 붙여둘 수 있을만한 출신이 아니었다. 황후의 곁에 두기엔 너무 위험한 작자. 윤기는 그래서 태형을 납치했다. 물론 그 사이에 이런 큰 일이 닥칠 줄은 몰라, 한참을 방치해 두었다. 허나, 황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금 의문스런 별감의 존재는 가장먼저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할 일이었다.
“이것 풀어라, 어서!”
밀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거세게 들려오는 고함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마치 황후가 문을 열어 달라 소리치던 것처럼, 태형은 독종은 독종인 모양이었다. 밀실 안 옥에 갇힌 태형은 계단을 내려오는 윤기를 보자마자 제법 당황한 듯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 당황은 이내, 분노로 바뀌어 똑똑히 윤기를 노려보았다.
“문하시중이셨습니까?”
“그쪽에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일이 틀어지는 바람에 시각이 늦어졌군요.”
어이가 없어 하는 태형과 달리 윤기는 태연한 얼굴로 태연한 말을 하며 그 앞 의자에 천천히 착석했다. 허나 그의 말에서 ‘일이 틀어지다’라는 말에 반응한 태형은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황후마마께요?”
황후에게 혹여라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명백히 불안해하는 태형의 모습에 윤기가 자연히 짙은 눈썹 사이를 일그러뜨렸다. 설마설마 했는데, 사모한다는 그 허무맹랑한 고백이 진실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있었습니다. 아주 거지같은 일이.”
“대체 무엇입니까? 황후께선 무사하십니까?”
하여 윤기는 태형이 물 수 있는 미끼를 던져주었다. 그러자 정말 태형은 발끈하며 자신을 가둔 나무창살을 부여잡고 일어난다. 황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처럼, 결의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서. 윤기가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한 발짝 걸어가 태형과 시선을 마주했다.
“네 정체를 알고 있다.”
“…….”
윤기의 날카로운 안광이 번뜩였다. 윤기는 태형을 만난 그 날 사가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정보상을 고용해 태형의 뒤를 캤다. 동시와 서시를 비롯한 장시에도, 그 어떤 군병에도 태형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애를 먹었다. 그래서 태형이 황궁에 별감으로 들어오게 된 경로를 수색했다. 태형은 국경을 떠도는 망국의 방랑자들 중 쓸만한 사내를 황궁와 이어주는 옥 상단을 통해 별감이 되었다. 이것은 태형이 이 주나라가 아닌, 타국인이라는 것을 반증했다. 게다가 윤기와 대승상의 세력은 망국 중에서도 진나라의 유민들로 구성된 건황적을 몰래 지원하고 있었으니 그쪽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더 쉬웠다.
“패망한 진나라의 유민.”
“…….”
“허나 그냥 백성이라기엔 옥상단에서 널 가장 먼저 빼돌렸더군.”
윤기가 도포 속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칼집을 벗기지 않아 뭉툭한 손잡이 끝으로 태형의 턱을 치켜들었다.
“네가 누군지 말을 하면,”
“…….”
“나도 황후의 상황을 알려주지. 그러기 싫다면 뭐, 별 수 없이 이곳에 쭉 갇혀 있어야 하고.”
태형의 얼굴에 갈등하는 기색이 어렸다. 그의 꾹 다물린 입술이 차마 어떤 말도 뱉을 수 없어 한없이 일렁였다. 애초에 자신이 진나라 사람이었다는 것도 알줄 몰랐다는 듯 낭패가득한 얼굴이었다.
“황후가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 궁금하지 않은 모양이군.”
제게도 그러하듯 황후로 하는 협박은 너무도 잘 먹힌다. 금방이라도 미련 없이 돌아설 듯한 윤기의 행동에, 태형이 곧바로 입을 여니 말이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황후가 먼저였다.
“진왕제의 아들입니다.”
“네가….”
윤기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진나라와의 전쟁에는 윤기와 대승상의 사병도 참전했었다. 그때 속음성과 일도성을 함락하고, 진의 왕이 산다는 도락성에서 황제는 붉은투구를 쓰고 귀신같은 위력으로 이틀 만에 성을 함락했다. 정국은 제 손으로 진나라 왕제의 목을 거두고 끝까지 맞서 싸우던 태자의 숨도 함께 거두었다.
“제 아비인 진왕제와 태자전하는 전장에서 돌아가셨지만, 저와 제 누이는 일찍이 일도성이 함락되었을 때 국경을 넘었습니다.”
태형은 망국 진나라 왕족의 혈통이었다. 아직도 수십수백만이 넘는 진나라 유민들이 주나라 국경을 전전하고 있다. 비록 일전에 태부가 그들을 한 번 소탕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숫자였다. 대승상은 언제나 그들을 자신의 사병으로 편입할 기회만 보고 있었다. 헌데, 태형이 그들의 주군이었다니.
“허면, 허면 왜 황후에게 접근한 것이지?”
“처음에는 그저 치기어린 호기심이었습니다.”
“…….”
“독수공방만 하는 황후라기에 흥미가 갔고, 황제의 마음을 얻게 해주어 뭐라도 받아먹을 생각이었습니다.”
“무얼?”
“웃전의 입김을 빌려, 번살이 때 저를 변방에 보내달라 하려고요.”
태형은 아주 명석했다. 변방을 관리하는 별감으로 임명된다면, 주나라 황실의 눈치를 받지 않으면서도 국경 변방에 있는 진나라 유민들과 소통할 수 있었으니까. 남들은 모두 피하는 변방으로의 발령이, 태형에겐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혹여 나라의 복위를 꿈꾸기라도 하는 건가?”
“지금은,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어서 황후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말해주십시오.”
윤기가 마른 침을 삼켰다. 태형의 간절한 눈동자에 잠시 숨을 고르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황후열전
일이 틀어져도 제대로 틀어졌다. 이대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모든 게 제 계획대로 될 것이었는데. 황후를 대신해서 황후의 의복을 입힌 아이를 세워 그녀가 자결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사건을 종식하면 될 일이었는데. 최고상궁 도미가 대명전 앞에서 없는 제 죄를 자백했다. 정국뿐만 아니라 황궁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목숨을 걸고 황후의 결백을 주장했다. 도미가 죽으면, 이대로 정말 도미가 죽으면 자신이 황후에게 용서받지 못할 것이란 걸 황제는 알고 있다. 그래서 황후전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아주 조급하고, 불안했다.
“폐하, 대체 이게 무슨….”
“…….”
덩달아 급해진 내시백이 죽을상을 하며 말했다. 언제나 이곳을 지키던, 이곳만을 지키던 도미조차 없는 황후전은 싸늘하고 적막했다. 금족령을 내리느라 보낸 시위 둘만이 문 앞을 지키고 있고, 겹문을 열고 들어간 처소에는 안에서 문을 열지 못하도록 잠겨 있었다. 황후의 성격상 저리 도미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게 가만있지도 않을 터였으니, 누군가 황후를 빠져나오지 못하게 가둔 모양이었다. 문 건너에서 미약한 흐느낌이 들려왔다. 황후의 울음이었다. 문고리를 손에 쥔 정국이 눈을 꾹 감았다. 심장고동이 거세게 움직였다. 변명이라도 하러 온 것이었지만 황후를 볼 자신이 없었다. 정국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황후전 한복판에 주저앉아있는 황후가 보였다. 머리가 다 풀려 헝클어지고, 얼마나 눈물을 흘린 건지 엉망이 된 얼굴이었다. 그런 황후가 고개를 들어 정국을 올려다봤다. 곧 죽을 것 같이 허망한 눈동자였다.
“황후….”
“…….”
황후는 울음을 참기 위해 얼마나 이를 세게 문 것인지 턱이 옅게 떨렸다. 정국이 초조하게 입술을 물었다. 그가 천천히 황후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시야가 맞춰졌다. 어느새 황후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맺혔다.
“도, 도미가 지금쯤 그쪽에 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거예요.”
“…….”
“다 아시지요? 도미가 그런 게 아니라는 걸요. 그냥, 그냥 황제에게 거짓을 고한 죄로 옥에 가둬주세요. 더 이상 허튼소리 할 수 없게….”
황후의 목소리가 정처 없이 흔들렸다. 울음기가 섞이고 목이 갈라져 높낮이가 전혀 일정치 못한 말이었다. 허나 그 속에 어린 간절함이, 정국의 숨통을 죄었다. 황후가 고통스런 얼굴을 했다. 마치 제게 닥친 이 현실이 벅차 죽겠다는 듯이.
“황후.”
정국이 황후의 팔을 쥐며 눈을 맞췄다. 정국의 불안한 눈동자에 황후의 눈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황후가 몸을 지탱하고 있던 손을 들어 정국의 뺨에 가져다 대었다. 차갑고 창백한 손이 정국의 뺨을 뜨겁게 쓸었다.
“도미를 살려주세요, 황상.”
“…….”
“네? 제발요.”
황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울음에 억지로 억양을 넣어 되 물으며 계속해서 도미의 생사를 확인받고 싶어했다. 정국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제 뺨에 얹힌 황후의 손을 포개 쥐었다. 이미 황실 모든 이가 도미의 자백을, 그 악에 받친 고함을 들었다. 돌이킬 수 없었다. 정국의 계획은 뭉개졌고 실패했다. 이제 그 상처는 모두 황후에게 돌아왔다.
“이것만 무사히 넘어가면 다시, 다시 원래대로…”
“도미가…, 도미가 없는데 무엇이 원래대로 란 말씀입니까?…”
도미를 놓아버리는 정국의 말에 황후의 간절함이 나락에 쳐박혔다. 황후는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못해 흘려보내며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도미가 없으면… 신첩은 살 수 없어요. 그럴 수 없어요….”
황후가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그걸 보는 정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게 모두 자신의 탓이다, 그 생각이 들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심장을 짓눌렀다. 아픔은 지독한 형벌이었다. 황후가 우는 게, 그 울음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정국을 베었다.
“나 때문이다. 이럴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만들려던 게 아니었는데….”
정국의 목소리도 떨렸다. 황후를 죽을 만큼 힘들 게 만들었지만, 이기적인 마음은 그녀가 자신을 미워하는 건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정국은 변명했다.
“실수야. 최고상궁이 그런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난, 난 널 지키려고….”
숨이 막힐 정도로 울음을 뱉느라 엎드렸던 상체를 서서히 들며 황후가 정국을 봤다. 슬픔도 의지도 모든 게 나간 눈동자가 정국을 담았다. 정국이 무력하게 밭은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신첩이, 신첩이 도미를 따라 갈 것입니다.”
눈물이란 눈물도 다 빠져나와 감정 하나 남아있지 않은 듯한 황후가 허망하게 말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굴었다. 그게 정국을 두렵게 했다. 황후가 주먹을 꽉 쥐었다. 황후를 멍하게 바라보던 정국이 이상함을 감지하곤 번뜩 놀라 황후에게 달려들었다. 도미를 따르겠다는 그 말을 정말 실천이라도 하듯, 입속으로 제 혀를 깨물고 있었다. 놀란 정국이 서둘러 황후의 턱을 잡아챘다. 뺨을 누르고 억지로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황후가 거세게 저항했다.
“윽! 읍!”
“황후!!”
고개를 도리질 치는 황후의 뒷통수를 잡고, 다른 손으론 뺨을 움켜쥔 정국이 서둘러 입안에 검지 손가락을 넘어 황후가 혀를 깨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황후가 저항하며 팔로 정국을 떼어내려 했다. 허나 정국이 뒷통수를 잡고 있던 손으로 황후의 손을 막았다. 다시금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악을 쓰면서, 황후가 제 입에 물려진 황제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고통이 느껴져 정국의 눈썹이 찡그려졌지만 그는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손을 넣고 있었다. 황후는 제 마음대로 죽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도미를 혼자 보낼 수 없었다.
“죽어선 안 돼.”
“…윽.”
“내 곁에서 멀어질 생각 따윈 마라. 제발.”
그는 떨고 있었다. 서릿발 같은 음성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빨에 깨물리고 긁힌 정국의 손가락과 황후의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눈물도 멈추질 않아서 황후의 얼굴은 정말 엉망이 되었다. 당장이라도 이 모진 목숨을 끊고 싶었다. 호흡이 가빴다. 차라리 정말 죽어버렸으면. 요동치던 황후의 시야에 문 너머 그림자가 보였다.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황후가 바닥을 짚었다. 너무 오래 주저앉아있어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황후가 혀 깨물고 죽겠다는 결심은 접은 것 같아 정국도 손을 거뒀다. 허나 이번에 황후는 문으로 돌진했다. 놀란 황제가 그녀를 잡고자 했지만 그의 손에 남은 건 허공에 불과했다. 황후가 문을 벌컥 열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시위들의 뒷모습을 향해 직진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칼을 빼들었다. 그녀를 따라 달려 나온 정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후! 뭐하는 짓이냐!”
“…….”
황후가 그 검을 제 목에 가져다댔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힘을 줬다. 덕분에 여린 살갗을 베고 들어간 검이 새빨간 혈흔을 토해냈다. 공허한 눈동자가 처량하기만 했다. 주변에서 놀라 웅성거리고, 검을 손에 쥔 황후의 곁에 함부로 다가가지 못해 난리법석인 것이 소리로만 느껴졌다. 그녀가 더 깊이 검을 가누기 전에 정국은 망설임 없이 돌진했다.
“폐하!”
옆에서 놀란 내시백의 외침이 들렸지만, 정국은 맨손으로 칼날을 힘껏 쥐고 황후가 더 깊게 제 목을 베지 못하고 제 쪽으로 당겼다. 천자의 손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황후의 눈동자가 팽창되었다. 그녀가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 황후는 너무도 힘없이 그 검을 정국에게 빼앗겼다. 정국은 곧장 검을 바닥에 버리듯 던졌다. 챙-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귓전을 강타했다. 정국의 손이 자상이 깊어서인지 떨려왔다. 허나 그는 바로 그 상처투성이인 손을 들어 황후의 고개를 치켜들었다. 새하얀 목에 일자로 난 상처에 피가 고였다. 다행이 깊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아… 하아…”
황후가 몸을 들썩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정국이 그런 황후를 안아들었다.
“폐하! 손은…”
“가만있어라.”
천자의 손이 걱정된 내시백이 따라붙었지만 정국은 한 번에 그를 저지했다. 그리곤 황후를 데리고 다시금 그녀의 처소 안으로 돌아갔다. 문을 닫고, 한중간으로 걸어갈 때까지 황후는 넋이 나간사람처럼 허공을 응시하며 불규칙한 숨을 가쁘게 내뱉었다. 정국이 바닥에 황후를 내리면서 그녀를 더 깊이 끌어안았다. 그의 손은 이미 피로 한가득 물들었지만 정국은 내색하나 하지 않고 다른 손으로 황후의 머리를 쓸었다. 황후가 힘없이 고개를 젖혀 드러난 목의 상처 위로 정국이 천천히 입맞췄다. 뜨겁게 상처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정국이 지친 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죽을 것입니다….”
“…….”
“이번엔 그러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도미를 따라 갈 것이에요….”
황후가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황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깊은 숨을 내쉬던 정국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정국의 입술이 갸날프게 들썩였다.
“죽지 않으면, 안 돼?….”
정국답지 않은 애석한 목소리였다.
“살아. 살아라. 황후.”
“저 때문에 도미가 죽습니다. 저 때문에….”
“그대 탓이 아니다.”
정국은 황후를 살리는 게 먼저였다. 미움 받는 것도, 사랑이 끝나는 것도 무서웠지만 가장 두려운 건 그녀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스로 죄를 고백했다.
“내가 한 짓이다. 짐이 그대에게 누명을 씌웠고, 결국 나 때문에… 도미는 나 때문에 죽는 것이다.”
정국의 말에 죽은 듯 허공을 보던 황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황후의 눈동자가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지금 하는 말이, 그러니까….
“그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한 짓이다. 널 옆에 두려고, 그러려고…. 누명을 씌웠다.”
그러니까, 그 큰 익화궁에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사지로 내몬 것도 황제였고, 그걸 이유로 제게 참형을 내린 것도 황제였다. 그리고 도미가 죽는 것도, 자신이 삶의 의미를 잃은 것도 모두… 다.
“…….”
생기 없던 황후의 눈동자에 감정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건 증오였고, 원망이었고, 분노와 상처였다. 그런 눈을 하고서 황후가 찬찬히 정국을 바라봤다.
“왜, 왜…. 대체 내게 왜!!”
“…….”
“난 당신을 사랑했을 뿐이었어. 날 경멸스러운 눈으로 봐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았어도, 아무것도 바라는 거 없이 그저….”
그게 아니야. 황후를 연모했다. 사랑해서, 죽을 만큼 사랑해서, 그래서 그랬어.
정국이 젖은 얼굴로 황후의 뺨에 입술을 찍어 내렸다. 허나 황후가 그의 어깨에 악력을 주고 밀어냈다. 정국은 너무도 쉽게 황후를 품에서 놓았다. 한보 물러선 황후가 지독한 눈으로 정국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눈에서 한없는 눈물방울들이 흘러내렸다. 나는 마냥 당신이 좋았고, 그래서 아팠고, 당신을 기다린 것밖에 없는데. 왜, 어째서 나를 사지로 내몰고, 짓밟고, 상처 주고. 나는 당신이 뱉는 비수에 매일을 갈갈이 찢겼다. 내게 하나밖에 없는 가족을 죽이고 끝내 날 혼자로 만들었어. 슬픔은 분노로 변질되어 황후를 갉아먹었다. 증오에 찬, 경멸스러워하는 눈동자로 황후는 정국을 봤다. 정국은 그런 황후를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혔다.
“저도 제 사람을 잃었으니, 황상께서도 황상의 사람을 잃어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
“난, 난 죽지 않아.”
“…….”
“황상을 죽이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죽지 않을 것입니다.”
악에 받쳐 이를 꾹 물고서 소리쳤다. 황후의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황제는 더없는 나락 끝으로 무너져 내렸다.
황궁에 어둔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어젯밤은 근 10년 중에 황궁이 가장 시끄러웠던 날이 자명했다. 황제의 후궁을 독살하려 독을 보낸 것은 황후전의 최고상궁 도미. 스스로 제 죄를 자백하였다. 뼈에 사릴 정도로 오랜 시간 황궁에 있었고, 황후를 모셨던 도미. 그녀는 술시를 알리는 종이 치던 밤 밧줄에 목을 매고 처형당하였다. 죄인의 시신이라 하여 제대로 된 무덤조차 만들어지지 못한 그녀의 시신은, 황궁 밖 차가운 땅에 볼품없이 묻혔다.
“…도미가, 죽었니?”
황제는 그날 밤 황후전을 지킬 나인들을 보내었고, 여전히 처소 안에 갇힌 황후는 문 너머 나인에게 힘없이 물었다. 더 이상 울음이 섞이지도,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숨이 꺼진 사람처럼, 목숨만 연명하는 나약한 걸인처럼, 황후는 그렇게 황후전 바닥에 주저앉았다.
“최고상궁께서 교형에 쳐해 술시에 숨을 거두었다 하옵니다….”
제법 어린 듯한 나인의 목소리가 도미의 죽음을 너무도 잔인하게 알려주었다. 이제 완벽한 혼자가 되었다. 본래도 이 황궁에 자신의 편은 도미 하나 뿐이었지만, 그 하나마저 죽었으니 완벽한 혼자였다. 슬펐다. 목이 막히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허나 너무 많이 울어서 감정이라는 것을 잃은 것인지 눈물이 더 나오지도 않았다. 울지 않는 것은 마치 도미를 향한 배반 같아서 황후는 슬퍼서가 아니라, 울고 싶어서 눈물을 쥐어짰다. 기어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주 서러운 소리를 타고 그 울음이 퍼져나갔다. 울어서 힘든 것도 황후, 그 울음을 들어서 힘든 것도 황후였다.
“하아…….”
그 어두운 공간에 버려져, 이곳이 나락이구나 생각되었을 때, 황제의 증오스러운 얼굴이 떠올랐다. 황후는 결심했다. 가장 아프고 잔인하게 그를 사지로 내몰겠다고.
온 힘을 다 해 연모했다. 그는 유일한 황제이자, 정인이자, 은인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하찮은 연정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도 되어 있었는데, 상대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치게 억울했다. 왜, 황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백씨 때문에? 아니면 자신을 더러 살인자라 손가락질 하는 대신들 때문에? 아니다. 아니야. 이 치가 떨리는 분노와 억울함은 모든 것을 묵과한, 기어코 자신을 죽이려 한 정국 때문이다. 황후는 이제 슬퍼서, 울고 싶어서가 아니라 화가 나 울었다. 당신에겐 내 희생이, 이 숭고한 마음이 그토록 하찮았나? 해서 날 이렇게 버린 것이야? 매일매일, 버려지고 내쳐지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내심 자신은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참, 바보 같구나. 도미가 황제 때문에 죽었다. 그리고 그 황제는 가장먼저 황후의 목숨을 노렸다.
해서 더 이상 이 바보 같은 짓으로 연명할 생각을 거두었다. 황후는 안다. 이젠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황제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그는 사내가 아니라 비정하고 무서운 황제일 뿐이니까.
작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한참 눈물에 뒤덮여 있던 얼굴이라 제법 찬기운이 화악 닿았다. 정국이 제게 말하지 않았나. 나약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미련하게 굴지 말라고. 황제의 말이라면 곧 죽어도 반대로 하던 황후지만 이번만큼은 말 잘 듣는, 착한 황후가 되어보려 한다. 아이처럼 여리게 일그러졌던 황후의 얼굴이 미련 한 자락, 슬픔 한 자락 남기지 않고 단단히 굳어졌다. 이 세상에 자신의 편이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으니, 이젠 스스로를 지키는 수밖에. 날이 밝고, 영원히 잠겨 있을 듯했던 문이 활짝 열렸다. 두 명의 나인이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황후가 얼마나 무너진 모습을 하고 있을지 잔뜩 걱정하고 두려워 하는 듯 했다. 허나,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침상에 앉아 너무도 깨끗한 얼굴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황후였다.
“화, 황후마마.”
“너희가 새로 시중을 드는 나인들이니?”
“예, 예 그러하옵니다….”
언제나처럼 나긋하고 끝이 흩어지는 어여쁜 목소리에 어린 나인들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황후는 언제나 좀처럼 다가서기 쉽지 않은, 겉에서부터 고고함이 흘러나오는 사람이었다. 그게 제 가족과도 같던 수족이 죽었을 때도 해당되는 지는 정말 몰랐다. 황후는 참으로 독한 사람이야. 나인이 속으로 생각했다.
“내 의복을 가져오렴. 그리고 날 단장해다오.”
이 상황에 단장을 하라 명하였다. 잠시 명의 뜻을 파악하지 못해 답답하게 굴던 나인들은 이내 예, 하고 급히 답하며 의복과 화장품을 가지고 왔다. 황후는 익화궁에서 쫓겨날 때부터 보라색 스란천을 덧댄 의복을 여전히 입고 있었다. 나인들이 조심스레 다가오자 황후가 침상에서 일어났다. 화장이 다 지워졌으나 여전히 눈부시게 빛나는 그녀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인들이 손을 뻗어 황후가 겹겹이 입고 있던 의복을 벗겼다. 혹여 잘못하면 뺨이라도 얻어맞을까 잔뜩 긴장해서 조심조심. 의복을 벗고 속적삼만 걸친 황후의 여리디여린 몸은 이상하게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꼿꼿해보였다. 그 위에 눈이 시리게 붉은 의복을 걸친다. 황후가 늘상 입었던 것처럼 몸을 한가득 덮는 치렁치렁하고 아주 화려한 옷.
“어떠하니?”
“아,아름답습니다. 황후마마.”
황후의 다정한 물음에 나인이 본능적으로 대답했다. 황후가 두려워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붉은 적의(翟衣)를 입은 황후는 마치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있는 고귀한 사람인 것처럼 아름답고 유일했다. 나인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 듯 황후가 입가를 끌어올려 웃었다. 허나 생기없는 웃음이었다. 다음으로 나인들이 황후의 뒤로 가 그녀의 머리를 정성스레 빗었다. 황후는 머리를 손질당하는 동안 손을 아주 꽉 말아 쥐었다. 죽기 전, 제 머리를 빗어주던 도미가 다시금 떠올라서였다. 허나 지금와서 이런 미련은 사치일 뿐이다. 도미가 가여워서, 그녀의 복수라도 해주려면 나약함 따위는 보여선 안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봉잠을 꽂을까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다 하렴.”
이왕 후궁을 독살하려 했다 모함을 받은 김에 확실히 보여주려 했다. 그 작자들의 말처럼 자신은 독하고, 허영심 많고, 못된 사람이니까. 반을 땋아 올려 나비봉잠을 꼽고 갖가지 핀을 장식한다. 또 얼굴에는 분을 바르고, 새빨간 연지도 칠하니 황후는 평소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다 되었습니다.”
면경을 살피던 황후가 완벽하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긋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명전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황후가 향한 곳은… 황제, 정국이 있는 대명전이었다. 처음 황후전 밖으로 나가는 것인데, 그 처음 목적지가 황제라니. 나인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지만 차마 웃전의 말에 토를 달지 못하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황후전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내밀었는데 온갖 사람들의 시선이 황후를 향했다. 개중 몇몇은 속으로나마 황후더러 뻔뻔하다 손가락 할지도 모르지만, 그 누구도 대놓고 황후를 멸시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내비추지 못했다. 그만큼 황후의 겉모습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공공하고 고고했으니까. 대명전 앞에 다다르자 황후를 발견한 내시백이 마치 기겁을 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금방 표정을 관리를 하며 황후를 향해 인사를 올린다 해도 이미 보았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화, 황후마마 납시었습니까.”
“그래.”
그런 내시백을 향해 황후가 예쁘게 미소 짓는다. 내시백은 순간 백짓장처럼 하얘진 머리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황후는 괜찮을 걸까. 벌써 나오다니. 헌데 왜 바로 대명전을 찾아온 것이지? 화내시려고? 또 황제와 한 바탕 하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황제도 황후도 원래 속을 알 수 없기론 유명하니까.
“뭐하니? 폐하께 고하지 않고.”
잠시 멍하게 서서 잡념을 떠올리던 내시백이 황후의 재촉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눈을 제대로 뜨고 황후를 보자 어서 고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예? 예, 예.”
“…….”
“폐하! 황후마마 드셨사옵니다!”
그리고 그 황후의 등장에 놀란 것은 내시백뿐만이 아니었다. 대명전 안,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고 있던 정국은 봉변이라도 맞은 듯 벌떡 눈을 뜨고 상황을 살피려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내시백이 황후가 들었다고 했다. 안그래도 황후를, 어떻게 그 얼굴을 다시 보나 했는데… 황후가 이토록 빨리 저를 찾아올지는 몰랐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정국은 잔뜩 피곤하고 지친 듯, 찬 손으로 제 얼굴을 쓸었다.
“…들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갈라진, 잠식한 목소리였다. 허나 천자의 그 한마디에 대명전 문이 차례로 열렸다. 황후는 느긋하게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마침내 마지막 문. 문 너머로 황후의 그림자가 보인다. 정국이 느릿하게 목울대를 움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은 자신이 없었다. 황후를 마주할 자신이.
문이 열렸다. 새빨간 의복을 입은 황후가 정국을 마주한다. 잔뜩 상한, 지친기색이 역력한 정국을 환히 웃으며 보는 황후. 허나 이후 황후의 시선이 향한 것은 정국이 아니었다. 그의 곁에 서있는, 그를 보필하는 익위사 지민. 황후가 보는 것은 지민, 그였다. 이 일 이후로 역시나 황후를 처음 마주하는 지민은 그녀를 보자마자 잔뜩 동요하는 기색을 보였다. 걱정 어린 눈길이, 그녀가 괜찮은지 무척이나 궁금해 하는 눈길이 집요하게 황후를 향했다. 황후는 그런 지민을 향해 미소 지었다. 속이 텅 빈 웃음이었다.
“황후….”
“황상. 신첩이 어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황제에도, 황후는 나긋하게 말을 이으며 한발 한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지민의 앞에 섰다.
“황상도 신첩처럼, 황상의 사람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민이 영문을 몰라 제 앞에 황후를 내려다봤다. 그러면 황후는 황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익위사입니다.”
“…….”
“황상이 잃게 될 사람은.”
황후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민의 어깨를 잡고 한손으론 그의 뺨을 쓸며 고개를 들고 입맞췄다. 익위사의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실핏줄이 터져 제법 붉게 충혈된 정국의 눈동자가 그런 황후를 눈에 담으며, 정처 없이 흔들렸다. 진정 나락이었다.
Q&A
Q. 작가님 본인의 남주 픽은?
저는 정국이요!!!!
Q. 완결까지 총 몇 편 예상하시나요?
한 35-40편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나온 에피소드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생각해 놓은 시놉시스들이 정말 지금보다 휘몰아치는 내용들이라서,, 과거 얘기도 안 나온 게 많고, 전쟁에, 신분의 변동에 정말이지 스케일만 키워놓아서,, 짧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재텀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우는 중)
Q. 소장본(제본) 진행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우선 제본을 판매할 생각은 없습니다ㅠ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소장본을 제작해보고 싶긴 해서 한다면 아주 소량으로 몇 부해서 나눔할 것 같아요! 일단 이건 완결부터 낸 후에 공지드릴게요ㅜㅜ
Q. 지난 번에 남주 투표한 것이 결말에 영향을 주나요?
네 결말에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은 글을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인가요?
글 쓰는 일은 제 전공과 하나도 관련이 없습니다,, 그냥 취미로만 하고 있어요! 사실 전문적으로 글 쓴다고 하기엔 너무 미흡한 실력이라 제가 전공자면 진짜 큰일,, ^_ㅠ
Q. 도미는 왜 그렇게 황후에게 충성하는 건가요?
저번 편에서 좀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황후가 딱 처음 황궁에 들어왔을 때부터 모셔서 정도 들었고, 오랜 세월 황궁에서 일한 도미답게 천성이 충심 많고 헌신적인 사람이기도 하구요!!
Q. 황후의 성격은 어떤가요?
리뉴얼 전에는 속은 여리지만 오랜 독수공방과 황후전을 둘러 싼 소문 때문에 독기가 차있는, 약간 외강내유형의 인물이었습니다!
리뉴얼 후에는 악독하고 독기 어린 그런 설정은 좀 삭제해서, 황후가 감정적으로 약한 부분을 많이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황후는 어릴 적부터 사랑을 못 받고 자랐습니다ㅠㅠ 친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보시다시피 대승상은 권력에만 눈이 멀어 황후를 수단으로만 대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애정에 목이 말라있고, 사랑하는 법을 잘 몰라 황제에게도 무작정 마음을 내던지고 봅니다. 자신에게 상처만 주는 윤기에게 그렇게 헌신적인 것도 어릴 적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 준 오라비를 절대 놓을 수 없기 때문이죠ㅜㅜ(윤기와의 과거도 차차 나올 예정입니다) 이렇게 황후는 정 많고, 미련하고, 감정적으로 많이 어린? 그런 성격이에요! 물론 이후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천성은 그렇습니다.
Q. 익위사 지민은 황제와 어떻게 친분이 돈독해지게 되었나요?
사실 과거 에피소드도 다 구상해 두었지만, 익위사의 과거는 잘 다루지 않을 것 같아 큐앤에이에서 말씀드립니다! 우선 지민이는 장원으로 급제해서 병부에 들어오게 되었고ㅋㅋ 전장에 나갔다가 황제의 눈에 띄어서 익위사가 됩니다. 그리고 웃전에 아부할 줄 모르고 진솔한 성격 탓에 황제를 오래 모시며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고요ㅋㅋㅋ(지민이는 캐릭터 자체가 진탕에서 구르면서 몸으로 전쟁과 황궁을 익힌? 그런 인물입니다)
Q. 황후열전은 어디서 영감을 얻게 되셨나요? or 황후열전을 쓰시게 된 계기는?
사실 제 취향상 마냥 달달하고 순탄한 로맨스보단 엇갈리고, 상처 받고, 갈등 많은 그런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처음 황후열전을 쓰기 전에 떠올렸던 장면도, 1화에서 황후가 백야와 황제의 입맞춤을 보는 장면, 3화에서 태형이 갑작스레(?)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장면 이었습니다. 이렇게 뭔가 휘몰아치는? 얽히고 섥히는 그런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고 자세한 스토리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Q. 보통 글감을 떠올릴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위의 답변처럼 우선 장면단위로 쓰고 싶은 장면을 생각합니다! 보고 싶은 장면은 장르가 사극인 만큼 동양풍 뉴에이지 들으면서, 황궁을 상상하며 떠올리는 편이에요!
Q. 이후 전개내용을 구상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면서 내용을 결정하시나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쓰고 싶은 장면, 써먹고 싶은 설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 가운데 줄기가 되는 메인 스토리와의 개연성도 엄청 중시하는데(제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를 못 보는 병이 있어서,,) 모순적이게도 개연성 있게 글을 잘 못 씁니다ㅋㅋㅋㅋㅋ(어이 X)
Q. 지금까지 전개된 부분이 기승전결 중에서 어느부분 정도 되나요?
승 정도 됩니다!! 솔직히 진정한 피바람이 불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에,,
Q. 작가님은 언제부터 글을 쓰셨나요?
전엔 블로그에서 글을 썼었는데 정식 연재라기보단 그냥 혼자 소소하게 자기만족용으로 썼던 것 같아요! 한 고1때부터 썼습니다.
Q. 첫만남에서는 정국이가 황후에게 너그러웠나요? or 정국이는 황후에게 처음부터 차가웠던 건가요?
이건 과거 에피소드가 나오는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처음부터 황후에게 차가웠던 것은 아닙니다. 황후가 정국이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래서구요!
Q. 태형이는 뒷배가 있나요? 어떻게 황후에게도, 백야에게도 기가 안 죽고 할 말을 다 하는지 신기해요!
이번편에서 나왔던 것처럼 태형이도 진나라의 황족이었습니다ㅋㅋㅋㅋㅋ 태자는 아니었지만 황제의 아들인 황자였고, 태생이 황족이라 굽히고 들어가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황후를 대할 때나 황제, 백야, 윤기를 대할 때 모두 기가 잘 안 죽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편입니다ㅋㅋㅋㅋ
Q. 작가님은 취미가 무엇인가요?
저는 이렇게 글 쓰는 거랑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요!
Q. 작가님의 최애음식은?
전 진짜 탄수화물 중독이라서,, 떡볶이, 면류 정말 다 좋아합니다!
Q.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굿 윌 헌팅> 이요! (사실 영화를 많이 보진 않는 것 같아요ㅠㅠ)
Q. 글을 쓸 때 슬럼프 오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요?
저는 한 편 쓰기 시작할 때마다 늘 슬럼프가 옵니다,,,ㅠㅠ 근데 그냥 무시하고 쓰다보면 나아져요(?)ㅋㅋㅋㅋㅋ 되게 단기적으로 슬럼프가 자주 오는 편,,
Q.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저는 황제요!ㅠㅠ
Q. 익위사 분량이 앞으로 늘어날까요?
음ㅋㅋㅋㅋㅋ 익위사의 분량은 아마 지금보다 조금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마지막 장면 때문에,,
Q. 앞으로 암호닉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요번화에 또 암호닉 받을게요! 사실 암호닉 정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라서 언제 한 번 해야하는데 미루고 있습니다ㅠㅠ 일단 계속 신청해주세요!!
Q. 황후열전 한 편 쓰실 때 보통 얼마정도 걸리시나요?
여태까지는 계속 시놉시스나 스토리 정리하고, 이미 써놓은 글을 수정하는 방식이라 한 화 분량 당 한두시간 걸렸던 것 같아요! 아예 처음부터 쓰려면 한 편당 4시간 정도 걸립니다!ㅜㅜ
Q. 작가님은 큰 틀만 잡아놓고 글을 바로 쓰시는 건가요? 아니면 대사라던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정하고 쓰시는 건가요?
음 보통 큰 틀, 그러니까 스토리의 흐름이나 장면 같은 것만 미리 생각하고 써요! 대사는 쓰면서 스토리에 맞게 넣는 편인데,, 뭔가 꼭 써야겠다 하는 대사가 떠오르면 미리 쟁여두기도 합니다ㅋㅋ
Q. 작가님의 신분, 전공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 저는 대학생이 되었고,, 전공은 글이랑도, 사극이랑도 전혀 상관없는,, 그런 과에 다니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Q. 작가님의 최애는?
방탄 내에서 최애를 물으신 거라면,, 예 저는 민빠답입니다,,(절레절레)
Q. 오늘 뭐 드셨나요?
전 오늘 김치볶음밥 먹었어요!
Q. 앞으로의 연재계획은? (황후열전 및 타 작품들까지)
우선 황후열전을 우선으로 쓰려고 합니다ㅠㅠ 이걸 완결 내는 게 제 가장 큰 염원,,, 연재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못하겠지만 느리게라도 어떻게든 다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화만 내놓은 작품들은 사실상 다음편이 나올 확률이 적습니다. 진짜 안 쓴 지 오래 되어서 구상했던 시놉시스도 잘 기억이 안 나고,, 시간도 없기 때문에,,, 글은 주로 황후열전이 올라갈 거고, 가끔가다 단편이나 짧게 다른 글이 올라올 수도 있구요,,!
Q. BGM 이나 사진은 왜 안 넣는지? (중요)
저는 멀티가 전혀 안돼서 글 쓸 때나 읽을 때 가사 없는 음악조차 듣지 않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비지엠을 잘 넣지 않게 된 것 같아요ㅋㅋㅋ(파워당당) 애들 움짤이나 사극배경의 사진 같은 것도 삽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사진을 찾다보면 제가 글 쓰는 데 집중을 못하게 될까봐, 거기 너무 시간을 쏟을 바엔 좀 더 빨리 업데이트나 하자 약간 이런 생각으로 넣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이건 여러분들 의견을 진짜 여쭤보고 싶었어요ㅠㅠ 비지엠은 전에 연재할 때는 후반부에 좀 넣었어서, 다시 넣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브금 있는 게 더 몰입하기에 좋은가요?! 사진도 몇 개 삽입하는 게 나을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Q. 다음편 언제 나오는지?(중요)
이번에도 진짜 빨리옵니다,,, 진짜로요,,, (이렇게 말해야 일주일 안에 업데이트 할 것 같아서 또 떠벌리는 중)
혹시 누락된 질문이 있다면 계속 확인해보고 추가할게요!
암호닉 신청 받아요!!(정리는 언제 할지 모르겠지만,,ㅜㅜ)
그리고 이번편 앞부분은 정국이와 백야의 서사를 아우르는 과거이야기
입니다!
저는 정말 곧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