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엑소 온앤오프 김남길
purple moon 전체글ll조회 3180l 1

"엄마!"


전화를 받자마자 집으로 날아왔다.

태워줄까? 하는 선배를 붙들고 빨리요! 하고 외쳤으니.



"생각보다 빨리 왔네?"

"엄마 어떻게 왔어?"

"어떻게 오기는, 기차 타고 왔지."

"아니 아니, 역에서 여기까지."

"아~ 차 타고 왔지."

"차?"



택시 타고 왔다는 건가? 저 많은 짐을 들고?



"김서방이 데리러 왔던데?"

"오빠?"



오늘 하루 종일 촬영 있다고 그랬는데?



"오빠가 역에 데리러 갔었다고?"

"응. 점심시간에 잠깐 나온 거라고, 너한테 말하지 말랬는데. 혼난다고."



미쳤나 보다.

촬영 중간에 나와서 서울역 가서 우리 엄마 모시고 우리 집 왔다가 다시 촬영장 갔다고?



"김서방 괴롭히지 마. 왜 김서방한테 뭐라 그래?"

"엄마는 아까부터 왜 자꾸 김서방이래?"

"김서방을 김서방이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불러? 본인도 좋아하던데."



방해될까 봐 일부러 연락 안 했더니 고새...

촬영 중인 사람한테 전화할 수도 없고 진짜.



"너는 뭐 먹고 사니? 냉장고 너무 비었더라. 반찬 넣어놨으니까 밥 좀 챙겨 먹고 다녀. 김서방도 데려와서 같이 먹이고."

"아 왜 자꾸 김서방이래!"

"뭐 어때서. 시끄러, 빨리 들어가서 씻고 나와. 밥 먹게."


내 집인데, 쫓겨났다. 화장실로.

두고 보자 김석진...










"ㅇㅇ아, 아직도 고민이 많이 돼?"

"어?"



오래간만에 먹는 엄마 밥이 맛있어서, 막 먹고 있었는데.



"결혼."

"....."

"아직도 싫어?"



아, 엄마가 이 얘기 할 줄 몰랐는데.



"엄마, 그게..."

"알아. 네가 왜 싫어하는지. 온 주위에 자기가 남자라고 으스대고 너 여자라고 무시하는 것들만 있었으니까."

"근데 왜 그래. 예전에 내가 결혼 안 할 거라 그랬더니 그러라며."

"그때는 네 주위에 좋은 사람이 없었잖아."

"......"

"근데 지금은 김서방 있잖아."

"엄마,"

"네가 더 잘 알 거 아냐.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네가 젤 가까이 붙어있었는데 젤 잘 알겠지."



안다. 너무 잘 안다.

누구보다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며 아껴주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ㅇㅇ아."

"....."

"김서방은 괜찮아."

"....."

"네 얘기 할 때만 눈이 빛나더라. 네 이름만 말해도 얼굴에 생기가 돌아, 김서방이."

"....."

"너 나한테도 엄청 귀한 딸이야. 뭐든 혼자 하고, 걱정 안 시키고. 제 혼자 공부하고 장학금 타고 하더니 의사 되고."

"....."

"나도 너 뭣 같은 새끼들한테 못 보내. 안 보내지."

"....."

"나는 내 새끼가 엄청 사랑받고 살았으면 좋겠어. 너 믿어주고 내 딸을 최고로 여겨주는 사람 만나서 기대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사랑만 받고 인정받으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

"그게 김 서방인 것 같아."

"....."

"그러니까 그만 혼자 낑낑거리고, 김서방한테 가."


내가 그 사람에게, 가도 되는 걸까.








"자고 가라니까. 이렇게 왔다가 그냥 간다고?"

"네 아빠 삐져.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그리고 김서방이 데리러 오기로 했어."

"뭐?"



말하기가 무섭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



"어머, 김서방 왔나 보다."



현관으로 향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어이없이 쳐다봤다.

저렇게 좋나?



"어머니, 저 왔어요."

"아유, 고생 많았어. 이제 끝난 거야?"

"네. 지금 바로 움직이시면 돼요?"

"아냐, 시간 조금 있어. 잠깐 앉았다 가도 괜찮아."



참나. 내 집 현관에서 둘이 뭐 하는 건지?

자연스럽게 집으로 들어오는 그를 삐딱하게 바라봤다.


"자기 안녕?"


자기 같은 소리 하네.



"저녁 먹었나, 김서방?"

"촬영장에서 간단하게 먹었어요. 이따 ㅇㅇ이랑 야식 먹으려고요."

"그래그래, 좋은 생각이네."



아니, 제 의견은요?

둘이 죽이 잘 맞아도 너무 잘 맞는다.



"이따 나 데려다주고, 둘이서 먹을 거 사서 들어와."

"오, 그래야겠어요. 좋은 생각이에요, 어머님."

"쟤한테 사 달라 그래. 쟤 돈 벌어서 쓰지도 않아."

"제가 먹자고 했으니 제가 사야죠."

"어유, 저 가시나가 뭐가 좋다고... 가세, 김서방."


"아, 엄마!"


환장하겠다, 정말.










"오늘 어머니 밥 많이 먹었어?"


아직 다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째려봤다.



"왜 째려봐. 나 이쁜 짓 했는데."

"하루 종일 촬영 있다 그랬잖아요. 어떻게 빠져나왔어요?"

"점심시간에 잠깐 다녀왔지."

"촬영 늦었으면 어떡하려고..."

"안 늦었어. 완전 잘 맞춰 들어갔어. 어머님 편하게 움직이셨으니 다행이지."

"그래도..."


"칭찬해 주면 안 돼? 나 혼내지 말고 이뻐해 줘. 너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건데..."


아 진짜, 저렇게 애교 부리면 내가 어떻게 이기겠나.

웃음이 터져버렸다. 졌다.



"알았어요. 그래도 앞으로 무리하지 말아요."

"알았어. 그럼 우리 야식 뭐 먹을까?"

"음... 뭐 먹고 싶은데요?"

"맥주랑 간단하게 안주?"

"좋죠. 마트 들렀다 가요."


나는 안다. 그가 내게 져주고 있다는 것을.

진짜로 내가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오늘 엄마 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어?"

"나 몰랐는데."


집으로 돌아와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자리를 잡았다.

맥주를 마시다 문득 생각이 났다.


딸인 나도 몰랐는데, 그가 어떻게 알고 엄마를 모시러 갔던 걸까.



"아, 어머님이 먼저 연락 오셨었어."

"엄마 가요?"

"집에 안 가본 지 너무 오래되셨다고, 이번에 올라갈 건데 비밀번호 좀 알려달라 하셔서. 너한테 물으면 왜 오냐고 자기가 내려간다고 난리 칠 거라고, 나한테 좀 알려달라시더라고."

"아..."



엄마는 부끄럽게 진짜...



"그래서 내가 여쭤봤지. 기차 타고 오시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셔서, 집까지 어떻게 움직이시냐고. 버스나 지하철 타신다길래, 내가 기차 시간 여쭤보고 맞춰서 갔던 거고."



딸인 나보다 그가 낫다.

반성해야겠다.



"아, 맞다."


맥주를 들이켰다.



"아까 나 이뻐해 준다며."


맥주 뿜을 뻔 했다.

그를 쳐다보니,


"나 이뻐해준다고 그랬잖아. 이쁜 짓 했다고."

"아..."



진짜 행동으로 예뻐해 달라는 뜻이었나 보다.

귀엽다. 웃음이 났다.



"뭐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건 예뻐하는 사람 마음이지."

"....."

"네가 나 이쁜 만큼 표현해 주는 거지."

"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일단 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맥주캔을 들고 마시려던 그의 얼굴을 잡고 돌려 깊게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입술을 파고들자 자연스럽게 날 받아주는 그.


맥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손이 내 허리를 감싼다.

고개를 꺾어 더욱 깊게 입을 파고들었다.


한참 붙어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그의 얼굴을 마주 보자 붉어진 입술과 진해진 그의 눈이 보인다.



".... 고마워요, 진짜."


촉촉이 젖은 빨간 입술에 쪽.



"바빴을 텐데 나 대신 데리러 가준 것도, 우리 엄마 잘 챙겨준 것도."

"...."

"진짜 진짜 고마워요."


한 번 더 쪽.



"오늘 정말 고맙고, 정말 이뻤어요, 오빠가."

".... 네가 더 이뻐."

"사랑해요. 진짜 사랑해요."




그가 내 허리를 당기며 다시금 입을 맞춰온다.

그가 들어오는 대로 받아들였다.


내 아랫입술을 한번 물고 떨어지는 그.



"내가 더 사랑해."

"....."

"너는 상상도 못 할걸.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 입에 짧게 입 맞춘 그가 내 팔을 들어 자기 목에 두르게 하더니, 나를 안아들었다.

갑자기 붕 뜬 몸에 놀라 그의 목을 껴안았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네? 예뻐해 달라면서요!"

"예뻐해 달랬지 유혹하란 소리는 안 했잖아. 네가 먼저 한 거야."

"그런 게 어딨어요?"

"이미 늦었어."



침대에 등이 닿고 방문이 닫기는 것을 보며 느꼈다.

아, 오늘도 일찍 자긴 글렀구나.











꽤 고급 져 보이는 레스토랑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점심 식사 치고는 비쌀 것 같은데... 그래. 받은게 있으니 이정도 쯤이야.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큼지막한 뒤태.

다가가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일찍 오셨네요?"


"아, 오셨어요?"



매번 너무 많이 신경 써주는 게 고마워서, 밥을 한번 산다, 산다 하던걸 오늘에서야 사게 되었다.



"형 없이 단둘이 보는 게 처음이죠? 그때 이후로."

"네, 그렇네요. 엄청 오래 걸렸어요."

"형이 맨날 선생님 옆에 붙어있어서 그래요. 제가 선생님 따로 만나는 꼴을 못 봐요. 저한테 선생님한테 연락도 하지 말래요. 어찌나 도끼눈을 뜨고 협박하는지, 어우..."



웃음이 난다.

세상 차갑고 딱딱하고 냉정한 대표일 줄 알았던 그는


"어이쿠야."

"어머, 괜찮아요?"

"아, 아까워라. 괜찮아요, 익숙해요. 놀라셨죠?"



생각보다 매우 헐렁하고,




"안되면 대표님이 직접 뛰어요, 촬영."

"제가요?"

"네. 대표님 정도면 대신 촬영 나가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정말요?"

"대표님 키도 크시고 어깨도 넓고, 비율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셨는데."


"으핫, 그런 칭찬 처음 들어봐요. 부끄러워라..."



생각보다 매우 말랑말랑한 사람이었다. 물론 다정하기도 하고.

김석진 주위 사람들은 전부 다정함, 그 자체였다. 김석진이 워낙 다정해서 그런 사람들만 주위에 모이나?



"아, 칭찬 들으니까 기분 되게 좋네요."

"진심이에요. 진짠데..."

"형 앞에서 절대 그런 얘기 하시면 안 돼요. 저 죽일지도 몰라요, 진짜."

"안 하죠, 무슨 일이 생기려고. 오빠 없으니까 얘기해드리는 거예요.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질투하는 김석진이 보고 싶긴 하지만, 이건 진짜 애교로 끝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요즘 형이랑 어떠세요?"

"저희요? 오빠가 뭐라 해요?"

"아뇨 아뇨, 형은 절대 얘기 안 해요."

"아..."

"제가 선생님께 관심을 두는 것조차 싫어해요. 말만 꺼내도 잘려요. 네가 왜? 이렇게."



혹시 내가 모르는 그의 문제가 있는가 싶어서, 깜짝 놀랐다.

화들짝 놀란 나를 대표님이 진정시킨다.



"다른 게 아니고, 요즘 느낌이... 형이 고민이 좀 많아 보여서요."

"오빠가요?"

"나쁜 쪽이 아니고, 음..."

"...."

"형이 결혼하자고 했었어요?"



싱긋 웃으면서 말하는데 깜짝 놀랐다.

아니 이 회사는 소속 배우도 그렇고 대표도 그렇고 다들 신기 있으신가?



".. 어떻게 아셨어요?"

"그럴 것 같았어요."

"....."

"요즘 뭔가 고민에 빠졌더라고요. 안절부절못하기도 하고."

"...."

"어떻게 더 표현해야 할까, 그런 고민?"



아, 나 모르게 꽤 많은 고민을 한 모양이다.



"... 많이 힘들어했어요?"

"아뇨. 김석진이 선생님 때문에 힘들 리가 있나요. 좋아 죽으면 몰라도."

"....."

"선생님 관련해서 고민할 때는, 고민하고 있는 얼굴도 혈색이 좋아요. 저번에 저한테 묻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더 믿음을 줄 수 있냐고."

"......"

"혹시 거절하신 거예요?"

"아녀 아뇨. 그럴 리가요."



미쳤다고 김석진을 거절하겠나, 내가.



"거절이 아니고.. 뭐랄까."

"...."

"망설여져서요."

"그래요?"

"좀 불안하기도 하고..."

"의외네요."



웃으며 차를 한입 마시는 대표님.



"형이라면 선생님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많이 무너졌어요."

"아, 그런가요."

"제가 해야 하나 망설이는 것만으로도 엄청 무너진 거예요."

"김석진이 완전히 실패하진 않았네요."



둘의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문득 궁금해졌다.




".... 괜찮으세요?"

"뭐가요?"

"결혼하게 되면..."

"아, 형이 결혼하면요?"

"네. 그래도 배우고, 어쨌든 소속사 대표시니까..."

"제가 안 괜찮을 이유가 뭐 있겠어요."



대표님이 웃으며 말하는 걸 빤히 쳐다봤다.



"사실 형이 저희 회사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고 있긴 하죠. 워낙 인기가 많아서."

"... 그죠."

"근데 그건 배우 김석진과 대표 김남준으로 봤을 때고,"

"...."

"그전에 저는 김석진 동생 김남준이잖아요."

"....."

"저는,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근데 그게 선생님이 형 곁에 계시면 이뤄지는 것 같더라고요."

"... 그래요?"

"선생님 만나고 난 뒤로 형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어요. 얼굴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아졌고, 성격도 그렇고."

"....."

"선생님이랑 전화할 때마다 얼마나 행복한 표정인지 선생님은 못 보셨죠?"

"...."

"그냥, 선생님은 존재 자체로 김석진의 행복인 거예요. 저는 그 행복을 무조건 응원하고 지지하고요."

"....."

"그러니까 그 불안함의 원인이 김석진이 배우라는 것 때문이라면, 고민하지 마세요."

"....."

"회사는 제가 감당할 일이에요. 다른 배우들 빡세게 돌리죠, 뭐."


"그러니까 망설이지 마세요. 형 옆에만 계셔도, 김석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예요."









아, 어쩌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만 가득할까.


"왜 다 죽어가는 얼굴이냐. 형님 불러줘?"

"미친. 네가 왜 불러, 그 사람을?"

"뭐 불러줘도 지랄이야... 왜 밥도 안 먹고 그러는데?"

"아 그런 게 있어... 밥 먹기 싫어."

"야 너 죽으면 내가 사망선고해야 하잖아. 난 하기 싫다. 굶어 죽을 생각하지 말고 밥 먹어."


투덜거리면서도 먹을 밥 던져주며 챙겨주는 전정국이나



"뭐 그리 고민이 많아."

"선배..."

"얼굴 왜 이렇게 상했어. 괜찮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뭐가 됐든 네 맘 가는 대로 해. 내가 말했잖아 넌 뭐든 잘 할 거라고."

"걱정하지 마. 넌 잘할 거야."


늘 다정히 챙겨주고 도와주는 호석 선배도,



"저희 형 잘 부탁드려요."

"...."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선생님이면 충분해요."

"...."

"사실 형은 선생님이 옆에만 있어도 충분할 거예요."

".. 진짜 그럴까요."

"선생님은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세요."

"....."

"형이 저번에 그랬어요. 자기에게 선생님은,"

"전부라고. 세상 그 자체."


나와 그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대표님도.



"김서방 데리고 집에 한번 내려와."

"....."

"저 봐. 너 보니까 아까 나랑 둘이 있을 때랑은 얼굴이 달라."

"...."

"김서방만큼 너 사랑해 줄 사람 없어, 딸. 나는 너만 행복하면 돼."

"....."

"김서방이면 내 딸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만 고민하고 둘이 같이 한번 내려와. 밥 맛있게 해줄게."


영원한 내 편인 엄마도.

그리고...



"오빠 끝났어요?"

"응. 어디야? 데리러 갈게."

"나 여기 오빠 집 근처 공원이오."

"왜 혼자 갔어, 같이 가지.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오빠."

"왜."

"사랑해요."

"뭐야, 갑자기 설레게. 내가 더 사랑해. 빨리 갈게. 보고 싶다."

"조심히 와요."

"응."


누구보다 날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해 주는 내 그늘이자 버팀목도.










벤치에 앉아 그를 기다리며 하늘을 봤다.

어둡다.


해가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공원에는 띄엄띄엄 놓여있는 가로등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고,

추워진 날씨와 빨리지는 해 탓에 사람의 거의 없었다.



"ㅇㅇ아!"



아, 저기 멀리서 내 사람이 뛰어온다.


급하게 왔는지 얼굴이 빨갛다.

내 앞에 다가온 그가 허리를 숙여 날 내려다본다.



"왜 혼자 나와있었어."

"뛰어왔어요? 얼굴 빨개요."



손을 들어 그의 뺨에 가져다 대니 큰 손이 내 손 등을 잡아 내린다.



"괜찮아. 너 손 차가워. 안 추워?"

"괜찮은데..."



주머니에서 캔커피를 꺼내 양손에 쥐여준다.

캔커피가 따뜻하다. 이거 때문에 뛰어왔나보다.



"핫팩 사려고 했는데, 그것보다는 이게 나을 것 같아서."

"... 고마워요."

"안 추워? 집에 들어갈까? 괜찮아?"

"괜찮아요. 좀 걸을까요?"



캔커피 하나를 그에게 넘겨주고, 그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목도리라도 두르지. 아, 내가 차에 놔두고 와서..."

"괜찮아요. 오빠 손 따뜻한데. 캔커피도 따뜻하고."

"오늘 이렇게 이쁘게 입고 어디 갔다 왔어."

"나 오늘 이뻐요?"

"응. 완전. 오늘 만난 사람 누군지 질투 날 정도로."



오늘 대표님 만나서 하루 종일 오빠 얘기만 했는데.

그러고 보니 내 하루의 대부분은 김석진으로 채워져있었다.



"발 안 아파?"

"아프다 하면 업어줄 거예요?"

"업어줄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앞에 쭈그려 앉으려는 그를 잡아 일으키며 웃었다.



"무슨 말을 못 하겠네. 괜찮아요. 발 안 아파요."

"왜, 나 진짜 업어줄 수 있는데."

"나 원피스 입어서 안돼요. 이따 진짜 아프면 업어달라고 할게요."

"그래. 오늘 진짜 누구 만났어? 이렇게 이쁘게 하고. 힐 안 신고 치마 안 입어도 예쁜데."

"대표님이요."

"김남준?"



그의 표정이 살포시 찌푸려진다.

캔커피를 주머니에 넣고 그의 미간을 살살 쓸었다.



"그냥. 너무 많이 도와주시고 챙겨주셔서. 밥 산다고 말만 했었는데, 오늘에야 시간이 맞아서요."

"걔 안 사줘도 돼."

"제가 고마워서요. 오빠도 항상 잘 챙겨주시고, 저도 잘 챙겨주셔서."

"김남준 만나는데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갔어. 나한테만 이쁘면 되는데."

"에이. 내가 후줄근하게 하고 가면 오빠가 뭐가 되겠어요. 꾸미고 가야지."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뻐. 불편하잖아, 구두."

"그건 오빠 눈에만 이쁜 거고."

"진짠데..."

"커피 마셔요, 커피!"



조금 식은 캔커피를 꺼내자 이미 딴 캔커피를 내 손에 쥐여주고 그가 가져간다.


한 손에는 캔커피, 다른 한 손에는 그의 손을 잡고.

천천히 공원을 걸었다.



"오빠."

"응?"



커피를 마시던 그가 나를 돌아본다.

그를 쳐다보지 않고 앞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나 믿어요?"

"응. 믿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오는 대답.



"...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잘할 거야."

"....."

"근데, 너무 힘들면,"

"....."

"못해도 돼."

"....."

"네가 힘든 건 내가 할게. 못하겠으면 내가 해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아, 나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김석진인데.


확신이 생겼다. 이제는 내 차례다.

내가 그에게 확신을 줄 차례. 그의 믿음에 대답할 차례.



"오빠."

"응."



이번엔 걸음을 멈추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

가로등 아래 서있는 그의 눈이 언제나처럼 다정하다.



"우리 결혼할까요?"


그의 눈이 커진다.



"오빠면 괜찮을 것 같아요."

"...."

"고민을 왜 했나 싶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

"오빠면 다 좋은데. 왜 고민해서 오빠를 힘들게 했을까."

"... 안 힘들었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고마워요, 기다려줘서."

"....."

"믿어줘서 고맙고 나 사랑해줘서 고맙고. 미안해요, 맘고생 시켜서."

"....."

"내가 더 잘할게요."

"...."

"그러니까,"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줬다.



"나랑 같이 살래요?"


그와 나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우리와 함께 일렁였다.











뭐야... 투표 왜 위로갔죠... 수정이 안되네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헐...완결이라니ㅠㅠㅜㅜ 선댓하고 볼게여
4년 전
독자3
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아 달달함의 끝이군요,,,,외전은 무조건 결혼생활!!!!신혼생활!!!!!!!!!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2
헐 완결이에여??!?!?!??!?!?김석진 어디가아아아아ㅏㅏㅏㅏ퓨ㅠㅠㅠㅠㅠㅠㅠ 우리작가님 글만 기다렷는데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4
완결이라니ㅠㅠㅠㅠㅠ ㅊ충격받는 마음 글보고 녹아서 갑니다...
4년 전
독자5
완결이라니 ㅠㅠㅠㅠ 믿을 수 없어요 작가님 ㅠㅠ 투표도 중복투표는 안되나요 둘다 보고싶은데요 ㅠㅠㅠ
4년 전
독자6
작가님....?!?!?!ㅠㅠㅠㅠㅠ말도 안돼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결이라뇨ㅠㅠㅠㅠㅠㅠ아아악 외전 130613편 더 내주셔야해요ㅠㅠㅠㅠ작가님 글만 기다리며 살았는데ㅠㅠㅠ 헝헝ㅠㅠ 오늘도 행복하게 잘 읽고갑니다...💜 외전...기다립니다 외전..
4년 전
독자7
완결이어서 가슴이 쿵했네요ㅠㅠ 작가님 글에 매일 행복했고 힐링했습니다! 감사드려요ㅠㅠ 외전 기다릴게요💜
4년 전
비회원21.238
악 완결이라니ㅠㅠㅠㅠㅠㅠ 작가님ㅠㅠㅠㅠ 이제 스윗석진 없이 하루를 보내야 되나요ㅠㅠㅠㅠㅠㅠ 저는ㅠㅠㅠㅠ 외전ㅠㅠㅠㅠ 기다릴게요ㅠㅠㅠㅠㅠㅠ 여주랑 석진이 결혼해서 잘 사는 것까지 보고 싶어요ㅠㅠㅠㅠㅠㅠ 완결도 이렇게 예쁜 글이네요ㅠㅠㅠㅠ 너무너무 잘 읽었어요ㅠㅠㅠ❤️❤️
4년 전
독자8
하 완결마져...달달함이 폭발했어요..진짜 지금 온몸에서 단내가 풀풀...미쳤다..너무좋아요ㅠㅠㅠ진짜 이런 사람만나고싶다...
4년 전
독자9
헐 완결이라니ㅠㅠㅜㅜ 진짜 마지막까지 글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어여 ㅜㅜ 정말 달달하고 두근두근 한 글을 이제 떠나보내야한다니 아쉽지만 가슴 한 켠에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10
정말로 작가님...ㅠㅠㅠ 완결이라는게 너무 아쉬워요 ㅠㅠ
마지막까지 행복한 글은 이 글이 처음이에요 엉엉
외전도 너무 보고싶습니다!! 만수무강 하세요 작가님💛

4년 전
독자11
아 드디어 완결이네여 ㅠㅠ 진짜 첨부터 끝까지 다이렉트한 김석진때문에 정말 불안할 새 없이 행복한 글이욨던것 같아요 작가님 너무너무 감사해요 이런 멋지고 재밌는 글을 써주셔서! 이대로 완결도 정말 좋지만 결혼한 외전도 골직히 보고싶네요 ㅎㅎㅎ 작가님 그동안 좋은 글 쓰시느라 고생하셨어요!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 05.05 0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8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6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4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19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7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18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0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8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