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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o Noir 

 

w.P 

 

 

뭐 했다구 벌써 7개나 나와 있는지 모르겠네요 허허.. 담엔 조각 하나 올라올 듯한 그런 예감이.. 예감일 뿐입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늘 감사드려요. 사랑해요. 하트. 

 

사실 이 글이 소믈리에 경수의 이야기인데, 날이 갈수록 어째... 글이...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어서 기쁩니다. 하하. 

 

 

 

 

 

 

 

 

 

 

찬열의 개인전은 꽤나 큰 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경수는 감탄하며 건물을 훑었다. 경수는 보내주지 않겠다는, 혹은 이대로 가 버리면 앞으로 와인에는 손도 못 대게 하겠다는 종인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일을 빼 먹는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가게에서는 종인이 노발대발하며 바에 올려진 코르크를 치우고 있을 것이었다. 물론 느긋하고 늘 취해 있는 것 같은 종인의 성격상 분노한다는 것은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경수조차도 그의 화 내는 모습은 딱 한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잠깐 고용했던 아르바이트가 와인 셀러를 정리하다 실수로 와인을 한 병 깨었을 때 그가 아마도 그 아르바이트생의 뺨을 쳤던 것으로 기억했다. 경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난 3층에 있을 거예요.] 찬열 씨 PM 13:24 

 

찬열이 문자를 보내 준 것을 힐끗 본 경수가 계단을 올랐다. 엘리베이터 근처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혼잡한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계단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취지는 좋았지만 경수는 이내 쉽게 지쳤다. 고작 세 층을 올라오는 일에 이리도 힘들어 하다니. 경수가 한숨을 쉬었다. 늙으면 얼마나 늙었다고…. 작게 푸념하곤 이리저리 찬열을 찾았다. 분명히 키가 커서 잘 보일 것이다. 경수가 이리저리 사람 속을 헤메었다. 찬열이 보이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3층은 연회 홀이어서 사람들이 너무나 많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 있지…." 

 

경수가 작게 신음했다. 진짜 안 보인다. 그렇게 한참이나 사람 속을 뒤졌을까, 경수의 팔목이 누군가에 의해 잡혔다. 경수는 흠칫거리며 잡힌 손을 빼 내려 했으나 손목은 더욱 강하게 그를 옥죄여 왔다. 경수가 부러 힘을 빼고 손을 축 늘어뜨리자 기다렸다는 듯 그를 잡은 손이 그를 강하게 잡아 당겨 끌었다. 경수는 힘없이 끌려 나갔다. 잡힌 손에 끌려 인파를 뚫고 나온 곳엔 찬열이 제 손을 잡고 있었다. 경수가 반가움에 찬열 씨, 하고 부르짖었다. 찬열이 식은 땀을 닦아 내며 웃었다. 안 올 줄 알았더니, 용케도 잘 왔네요. 

 

"사람이 너무 많았죠?" 

"아니, 뭐…."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2층에서 보자고 할 걸 그랬어요." 

 

잡힌 손을 놓아주며 찬열이 머쓱한 듯 목 뒤를 긁적였다. 세게 잡힌 손목이 아려왔다. 경수는 손목을 쥐고 주물거렸다. 그를 훑은 찬열이 경수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2층으로 내려가실까요? 경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찬열이 후후 웃으며 분명히 좋아하게 될 거예요, 라며 경수의 허리에 손을 감아 이끌었다. 경수는 의식하는 듯 마는 듯, 허리에 얹힌 찬열의 손 위에 제 손을 포개었다. 손바닥으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타고 올랐다. 

 

 

 

 

여기에 사진을 전시를 해 뒀어요. 2층으로 내려오자 찬열의 등신대가 서 있었다. 경수가 웃으며 등신대를 툭 건들자 찬열이 덩달아 아야, 하며 아픈 척을 했다. 여기예요. 찬열이 빠르게 걸어가자 경수가 풉 웃으며 찬열의 뒤를 따랐다. 너른 복도가 이어졌다. 이 건물 되게 크네요. 경수의 입이 벌어진 채로 말을 쏟아 내었다. 찬열이 경수의 머리를 헤집으며 웃었다.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요, 뭘. 경수가 제 머리 위에 얹혀졌던 찬열의 손을 잡아 내리곤 손을 잡았다. 찬열은 이내 잡고 있던 손을 살짝 틀어 깍지를 꼈다. 알게 모르게 둘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경수씨가 좋아할 만한 게 있어요." 

 

찬열이 자신있게 안내한 곳은 하늘빛으로 가득했다.경수가 감탄했다. 이게 다 뭐예요. 경수의 말에 찬열이 흐붓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뭐긴 뭐예요, 다 경수 씨 거지. 경수가 눈을 맞춰 오며 환하게 웃자 찬열이 경수의 천진한 얼굴을 느릿하게 훑다가 이내 자리를 피해 주겠다며, 구경 잘 하고 오시라고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경수가 해맑게 웃으며 찬열의 뒤에 대고 감사하다 말했다. 찬열이 뒤를 슬쩍 돌아 그를 보곤 다시 시선을 앞으로 고정하며 복도를 돌아 제 등신대가 서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와 시계를 보았다. 오후 여섯 시 삼십 이 분. 찬열이 픽 웃으며 팔짱을 끼고는 벽에 기대었다.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전시실 내부를 쭉 훑었다. 지극히 내 관점에서, 내가 단언컨대, 찬열은 사진을 정말 잘 찍는 사람이다. 애초에 그는 형식에 구속당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생각한다. 찬열이 자신을 위해 찍었다고 말 했던 사진들.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느린 걸음을 옮기며 찬찬히 인화된 사진을 살피던 경수의 발걸음이 어딘가에서 멈추었다.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것은 두 장의 사진이 이어진 하나의 액자였다. 

 

경수가 사진 하단에 있는, 제목이 음각으로 새겨진 조그만 동판을 진득하니 손으로 훑었다. 까끌하게 손에 감기는 음각 제목이 깊게 감각에 상흔을 그어 냈다. 경수는 가만히 팔짱을 끼며 사진을 바라보다가 제목을 읊었다. D의 하늘. 사람이 없는 전시실 안에 경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D? 경수가 무표정으로 제목을 응시하다 다시 사진을 보았다. 찬열이 며칠 전에 제게 보내 주었던 하늘 사진…. 그리고 옆에는, 우연의 일치일까. 까맣게 물든 밤 하늘 아래 밝게, 이질적으로 지나치게 빛나는 마천루…. 경수가 깊이 한숨을 쉬었다. 그 날이 오버랩되는 것 같았다. 웃기게도, 나는 이미 떼어 냈어야 할 유치한 생각을 아직도 내 친구에게 붙여 두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웃겨, 정말…." 

 

경수가 목이 마른 듯 혀를 살짝 내어 입술을 축였다. 잠깐 젖었다가 마르는 찰나에 붉게 빛나는 입술이 하얀 치아에 의해 아프게 짓씹혔다. 종인이 보았다면, 아마도 미간을 찌푸렸을 거다. 순식간에 입 안이 싸해지는 것을 느끼며 경수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잔기침이 쉴 새 없이 튀어 나왔다. 마음 안에 고여 썩어가며 흐르지 않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그에 대한 모든 감정을 토해내듯. 

 

"넌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종대야." 

 

겨우 울컥울컥 올라오는 기침을 참아낸 경수가 낮게 읊조리다 심한 기침으로 인해서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천천히 고개를 떨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갑자기 나한테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예전처럼 날 다시 쥐고 흔들어 보겠다는 속셈이었을까? 미처 닦아내지 못한 눈물이 얼굴을 가린 손바닥을 타고 빠르게 흘러 내렸다. 알아챌 틈도 없이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경수가 주저앉았다. 

 

언제쯤 나는 널…. 

 

 

 

 

찬열은 어렴풋이 알았다. 도경수 그에겐 필시 무슨 일이 있었다. 제 차를 타고 같이 귀가했던 바로 그 날에 차 안에서 피곤하다며 졸았던, 경수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극심하게 시달리고 있었다는 걸. 찬열이 느끼는 경수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한 때 자신이 괴로웠던 적이 있는 찬열은, 지금 제가 경수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단순한 동질감인지, 혹은 치졸한 연민일지 알 길이 없었다. 그는 지금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말이 더욱 정확했다. 신경질적으로 시계를 보자 시간은 벌써 일곱 시를 훌쩍 넘어 달리고 있었다. 이쯤이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찬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시실로 들어섰다. 긴 복도를 끼고 돈 곳의 끝에는 경수가 주저앉아 있었다. 

 

"경수 씨?" 

 

찬열이 놀라며 경수의 곁으로 다가갔다. 경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흘려대었다. 찬열이 같이 쭈그리고 앉아 경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경수 씨…. 찬열이 경수의 귀를 보았다. 새빨갛게 터질 듯 달아 있었다. 찬열은 가냘프게 떨리는 경수의 등을 끌어 안았다. 울지 마요…. 나 우는 거 잘 못 달랜단 말이야. 찬열이 경수의 귓가에 미지근한 숨결을 내뱉으며 속삭였다. 거짓말같이 경수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찬열이 손을 앞으로 뻗어 경수의 얼굴을 내린 손을 잡아 내리곤 그의 눈물 젖은 얼굴을 더듬거렸다. 

 

"울고 있는 건 안 볼게요." 

"……." 

"보이고 싶지 않은 거 알아요." 

"……." 

"나도 그랬으니까." 

 

찬열이 간헐적으로 눈물이 떨어지는 경수의 눈가에 손가락을 대고 가만히 닦아 주었다. 찬열의 손가락을 경수가 흘린 눈물이 주르륵 손의 선을 따라 타고 흘렀다. 찬열은 여전히 경수의 얼굴을 더듬더듬 매만지며 낮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묻지 않을게요. 그래도 난, 찬열이 머뭇거리다 경수의 귓가에 더 바싹 붙어 말했다. 

 

경수 씨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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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암호닉 떡덕후로 신청하고 신알신이요 ㅠㅠ 일편부터 꾸준히 댓글달았었어요! 흠 경수랑 종대랑 ㅜ ㅜ 무슨 연이이 있었나 보네요
10년 전
P
헉, 알림이 떠서 오니까 이렇게 반가운 댓글이 ^-T 감사해요. 꼭 독자님의 암호닉에 부응하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슴다. 사랑해요. 하트.
10년 전
독자2
롱이에요ㅠㅠㅠㅠ나도 경수야 니가 힘든거 보기싫다ㅜㅜㅠㅠㅠㅠㅠㅠㅠ피님 짱!
10년 전
P
롱이님, 근데 난 롱님이 편하니까 롱님이라구 할 겁니다. 롱님 늘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트. 감사해요, 정말루.
10년 전
독자3
으앙 뮤슨일일까요?!ㅠㅡㅠ왜그래 경수야ㅠㅠㅠ
10년 전
독자4
ㅠㅠㅠㅠ종대랑무슨일이있었나봐요ㅠㅜ
10년 전
독자5
텐더에요 종대와경수사이에 무슨일이?
10년 전
독자6
ㅜ ㅜㅠ ㅜ경수야 ㅜㅠㅜ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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