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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다각] 들개의 만찬 上 | 인스티즈

 

 

 

 

 

 

 

  차들이 줄을 지어 달리는 도심 한복판, 높은 건물 옥상에 자리를 잡은 윤기가 저격총을 세웠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날씨였다. "형, 형. 완전 덥지 않아요?" 귀에 꽂은 인이어에서 연신 시끄럽게 울리는 목소리에 이내 인이어를 빼버리려다가 다급하게 들려오는 호석의 목소리에 잠자코 총을 숙여 초점을 맞췄다.

 

 

   "이럴 줄 알았어, 슈가 형, 방금 인이어 빼려고 했죠?"

   "아니, 전혀."

 

 

  호석의 말을 듣고 있기는 했던 건지, 연신 총에서 시선을 떼지 않던 윤기가 방아쇠에 하얀 손가락을 넣고 멀리 보이는 차에서 대기 하는 태형의 얼굴을 동그란 과녁 십자가에 맞췄다.

 

 

   "참나- ,빼려는 소리 다 들었거든요? 다 맞췄어요?"

   "누구, 뷔?"

   "아, 형! 무슨 말을 그렇게 살벌하게 해요? 무서워서 살겠나, 원."

 

 

  차에서 대기 하며 듣고 있던 태형이 오렌지 색 머리를 숨기려 모자를 눌러 쓰다 말고 놀라 말했다. 윤기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린 태형이 이내 높은 건물 위 총구를 자신을 향해 둔 윤기를 보고 기겁하며 치우라고 소리를 질렀고, 윤기는 정말 인이어를 빼버리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방아쇠에 넣은 손가락을 움직일까.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자, 이제 그만하고. 슈가 형 뒤에 3시 방향. 대교 지나고 있어요. 가운데 쯤 보이죠? 검은색 포르쉐랑 그 뒤에 검은 승용차."

   "포르쉐는 네가 맡아, 뷔."

 

 

  총구를 멀리서 보이는 다리 중간 쯤을 지나는 검은 포르쉐로 돌린 윤기의 시선이 다리를 빠져나와 도심을 들어서는 차를 따랐다. 2년 전 그 날 처럼 다리 주변에 푸른 바다가 햇빛에 반사 돼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목표물이 윤기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슈가 형, 준비해요. 셋, 둘, 하나."

 

 

  호석의 신호에 맞춰 검은 포르쉐를 따르는 승용차를 저격한 윤기의 소음기가 장착 된 총에서 날아간 총알이 소음 하나 없이 승용차 바퀴를 뚫었다. 끽- 소리를 내며 승용차가 벽에 들이 받았다. 연기를 내며 구석에 박힌 차에서 총을 장전하고 내리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앞의 포르쉐를 엄호하기 시작했다.

 

 

   "뷔, 그만 놀고. 스텐바이."

   "네,네. 갑니다."

 

 

  차에 시동을 건 태형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포르쉐에 엑셀을 밟았다. 갑자기 끼어 든 봉고차에 박은 포르쉐에서 뒷 목을 잡은 늙은 남성이 몸을 내렸다. 동시에 운전석에서 총을 챙겨 내린 남자가 늙은 남자를 보호했다. 모자를 더 눌러쓴 태형이 그들을 따라 내렸다. 이윽고 태형이 늙은 남자를 옆에서 보호하던 남자의 다리에 총을 쐈다. 윽,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남자에 태형은 눈가를 찡그렸다.

 

 

   "이름, 김태석. 나이 55세. 현 여당 국회의원. 오, 사진보다 더 늙어보이네."

   "조용히 하고, 비춰. 제이홉."

 

 

  네,네. 주변의 CCTV 노선을 모두 끊고 제 컴퓨터로 바꾼 호석이 키보드를 두드려 윤기가 쓰고 있는 특수 안경에 띄웠다. 화면에 골목으로 들어가는 그들의 모습과 그 뒤를 쫒는 태형이 나타났다. 김태형은 깝치지만 않으면, 완벽한데. 차마 크게 내뱉지 못한 말을 윤기에게만 속삭이던 호석이 반대편 CCTV를 태형 쪽으로 돌렸다.

 

 

  소음기가 달린 총에서 미약한 소리를 낸 총알이 남자의 허벅지를 맞췄다. 이내 으악, 하고 쓰러지는 남자를 지나쳐 태석의 머리 옆에 총구를 댔다. 으윽, 살,살려줘. 흐으...     잔뜩 굳은 남자는 신음 소리만 내뱉으며 태형이 이끄는대로 골목 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오, 뷔. 3 대 1이네?"

   "지금, 놀려요?"

   "뭐, 놀리는 건 아니고."

 

 

  어느새 태형이 들어 온 골목 반대편에서 태형을 조준하고 있는남자의 경호원이 귀에 꽂은 무전장치에 대고 말했다. [범인 포획 완료. 발포 명령 내려지면 발포한다, 오버.]

 

 

   "이거, 일 났네."

   "뷔, 알지? 일반인은 죽이면 안돼."

   "안다고요, 나도."

 

 

  상황을 지켜보던 윤기가 총알을 장전했다. 철컥- 소리에 태형이 그제서야 미소를 보였다. "형, 진작에 좀 도와주지. 홉이 형이 놀리잖아요." 장난스런 태형의 말에 피식- 웃은 윤기가 태형에게 총구를 겨눈 남자를 조준했다.

 

 

   "하나, 둘, 셋."

 

 

  윤기의 신호에 맞춰 입으로 "빵야" 소리를 낸 태형의 옆으로 태석이 쓰러졌다. 태형의 앞으로는 남자가 손을 붙잡고 으윽- 흐,흐악. 하고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남자에게 다가간 태형이 남자의 귀에 꽂힌 무전장치를 빼 제 귀에 가까이 댔다. [아아, 발포 완료. 임무 끝, 철수한다. 오바-]

 

 

   "진짜 철수 좀 하자, 태형아."

   "형, 우리도 앞으로 끝에 오바- 붙이면 안돼요? "

   "윤기 형한테 맞고 싶으면, 계속 해. "

   "뭐, 농담도 못하나- "

   "약 3분 뒤 경찰 도착. 오, 어마어마한 분들이 나오셨네. 형. 7팀이예요."

 

 

  7팀이라는 호석의 말에 눈에 띄게 표정이 굳어진 윤기가 총기를 분해해 검은 가방에 넣었다. "김태형, 철수 해." 높은 건물 옥상, 10시 방향에서 신호에 걸린 경찰차를 내려다 본 윤기가 특수 안경을 조작해 차 안의 사람을 확대했다. 윤기의 카메라에 비춰진 남자의 얼굴을 확인 한 호석이 말 없이 윤기의 안경 전원을 꺼버렸다.

 

 

   "김남준, ㅅ,발."

 

 

 

 

 

 

  *

 

 

 

 

 

  "곧 우리 팀에 신입 온대요, 그것도 두 명이나." 지민이 들 뜬 목소리로 말했다. 2년만 이라고 하는 지민의 목소리에서 울음기가 베어 나왔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막내 탈출이네, 박지민?" 석진이 지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 순간 울리는 투박한 전화벨 소리에 지민이 수화기를 들었다.

 

 

   "네, 7팀입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누군데?"

   "...팀장님, 들 개들이 오랜만에 밥 먹으러 나왔네요."

 

 

  핸드폰을 만지던 석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허리 춤에 달려있던 총을 꺼내 장전 된 공포탄을 쐈다. "가자, 김남준." 얼굴에 검은 책을 덮고 누워있던 남준에게 총을 던진 석진이 먼저 문을 나섰다. 귀찮다는 듯 여전히 누워있는 남준을 겨우 일으킨 지민이 남준을 끌고 나갔다.

 

 

 

  도착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자동차 보닛이 열려 연기를 뿜어대는 두대의 차와, 찌그러진 봉고차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먼저 와 현장을 정리하던 이 형사가 사건 현장으로 들어오는 석진에게 인사를 했다. "들 개 ㅅ,끼들 맞지?" 석진의 물음에 이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한 구급차에 실린 손을 붙잡고 신음하는 남자를 잡은 남준이 남자의 손을 확인했다. 윤기의 총솜씨였다. "확실해요, 그 ㅅ,끼들." 남준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구급차는 누가 불렀어요?"

   "익명의 신고자로부터 전화가 왔답니다, 번호가 있긴 한데. 전화 해볼까요?"

   "됐어요, 어차피 연락 안 될 테니까."

 

 

  남준이 이 형사의 수첩에 적힌 번호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마, 제이홉이 신고 한 걸 꺼에요. 다시 전화 해봐야 없는 번호로 나올걸요?" 지민이 이 형사에게 설명했다.  "돌아가죠, 있어봐야 아무것도 나올 것 없으니까. 워낙에 철저해야지. 개ㅅ,끼들 주제에. " 남준이 현장에서 사건정리를 돕던 지민의 뒷덜미를 잡아 먼저 차에 올랐다. 뒤이어 차에 탄 석진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2년만에 저녁식사네."

   "그러게요."

 

 

 

 

 

  *

 

 

 

 

 

  아지트로 돌아오자 마자 어깨를 짓누르던 검은 가방을 내려놓은 윤기가 냉장고로 가 물을 꺼내 마셨다. "윤기 형, 컵에 따라 마시라니까요!" 뒤에서 들리는 호석의 잔소리를 무시하고 뒤이어 들어오는 태형에게 물병을 던졌다. 겨우 물병을 잡은 태형이 물을 꼴깍꼴깍 마시며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호석에게 다가갔다.

 

 

   "의뢰도 끝났는데, 아직도 뭐해요. 호석이 형? "

   "끝나긴, 하나 더 남았어."

   "우리 방금 끝내고 왔어. 현장 안 간다고 좀 막 나간다, 정호석?"

 

 

  윤기가 쇼파에 앉아 총기를 해체해 풀어 놓고 하나하나 닦으며 호석을 째렸다. 호석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간만에 진지한 표정으로 윤기를 응시했다. "형, 2년만에 첫 식사예요. 내가 이걸 받은 이유가 뭐겠어. " 윤기가 총을 조립시키고 방아쇠를 당겨 앞에 걸린 사람 모형의 머리를 뚫었다.

 

 

   "정국이를 빼올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예요.이 것 만큼 우리가 나라에 가까이 들어갈수 있는 방법도 없어."

   "...정국이는, 살아있는거지?"

   "아직은 모르지만, 심증으로는요. 김남준 쪽에서도 우리가 움직이자마자 눈치를 챈 모양이에요. 이제... "

   "....."

   "누가 먼저 전정국을 빼오느냐, 그게 들 개들의 최후의 만찬이 될 지, 최후의 무덤이 될 지. 결정하는거죠."

 

 

 

 

 

  *

 

 

 

 

 

 

  또 잠을 자지 않은 건지 눈동자가 붉게 충혈 된 모양새의 호석이 앞에 놓인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 6대를 번갈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잠은 자가면서 일 하지. 다 살자고 하는 짓 인데." 낮게 잠긴 윤기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호석이 웃어보였다.

 

   "그러게요, 아직 준비도 안됐는데 성미만 급한 우리 의뢰인께서 새벽부터 연락을 주시는 바람에-"

   "설명해 봐."

   "음, 일주일전에 연락이 왔어요, 꽤나 높으신 분 같은데 직접 안 드러내는 걸 보면 들키면 안되는 지위겠죠, 뭐, 대통령이라거나, 흠...대통령 같은?"

   "....."

   "김태석의 사살의뢰, 김태석은 현재 여당 국회의원이예요, 얼마 전에 비리 사건으로 도마에 오르기 전 까진 꽤 청렴한 인간이었는데, 뭐가 잘 못 됐는지, 대통령 앞에서 말실수라도 하셨을까, 한순간에 추락했죠. 우리가 현장에 나갔을 때도 검찰에 출두하고 온 다음이구요."

   "....."

   "의뢰를 받고 바로 김태석의 데이터를 뒤졌어요, 아니나 다를까 뭐가 딱 나오더라고."

 

 

  호석이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사진 하나를 모니터에 띄워냈다. 사진을 본 윤기의 표정이 굳어갔다. "정국이랑 관련 된 일이야?" 사진의 띄워진 검은색 하드디스크는 2년 전 의뢰를 받아 강력반 7팀의 잠입한 정국이 훔쳐 나왔어야 할 목표였다. 정국은 디스크를 훔쳐 내는데는 성공했다. 정국이 훔쳐낸 디스크를 받은 호석은 복제품을 만들었다. 어느 것 하나 다를 것 없는 복제품을 국가로 돌려다 놓은 후로 정국은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어느덧 지금, 2년이 지난 후 정국의 행방에 미세한 꼬리털이 잡혔다.

 

 

  호석이 2년 전 검은색 디스크를 꺼내 컴퓨터에 넣었다. 검게 물든 모니터에 새끼 손톱 만한 밑줄이 깜빡였다.

 

 

   "잠겨있는 암호만 5개에요. 3개는 풀었는데, 나머지 2개는 하다하다 중국 짱깨,ㅅ,끼들 소수민족 말까지 가져다 풀어도 안 풀려."

   "디스크가 김태석이랑 무슨 상관인데?"

   "제가 복사한 디스크 복사본이 김태석한테 들어갔다가, 7팀으로 넘어간 모양이에요. 사본이라지만 사실 이 디스크랑 똑같거든요. 잠겨진 암호도. 근데 그게 김석진 손에 있다나봐요. 애꿎은 김태석은 그냥 국가 기밀이 이렇게 생겼다는 걸 알아버려서 억울하게 죽어버린거죠, 우리가 한 짓이긴 하지만."

   "남은 암호는 아직 멀었어?"

   "이게 제 마음대로 되야죠, 7팀이 4번째 암호를 알아낸 것 같아. 정확히는 김남준이. 그걸 알아야 돼요."

   "알아오면?"

   "이 디스크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거래를 할거예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정국."

 

 

  뚫린 창으로 서서히 동이 터왔다. 한번 고개를 내민 태양은 다시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듯 빠른 속도로 하늘 중간에 자리 잡았다. 새어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찌뿌린 호석이 의자에 기대 창문을 등졌다. "들어가야되요, 7팀으로." 호석의 말에 잔뜩 인상을 찌뿌린 윤기가 짜증을 냈다. "싫어. 안 해, 못 해. 내가 왜?" 호석을 밀어붙인 윤기가 자칫 하면 쏴버릴 거라는 표정으로 호석을 몰았다.

 

 

   "사실 원래 태형이만 보내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불안해요. 형도 또 다시 반복 되는 건 싫잖아?"

   "정호석, 너 언젠가 내가 저 멀대같이 크기만 한 컴퓨터 다 부시고 맨 몸으로 밖에 쫒아낼거야."

   "맨 몸이라니... 전 그런 취향 아니에요, 형."

 

 

  능글거리는 호석을 보고 능구렁이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 윤기는 다시 쇼파에 몸을 뉘었다. 차마 호석에게 남준이 저를 안다고 말 할 수 없었다. 이틀밤을 꼬박 세고 이제야 기지개를 펴고 의자에 기대 눈을 감는 호석을 더 이상 몰아 붙일 수는 없어 윤기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네가 슈가구나?' 2년 전 총을 들고 마주한 남준은 단번에 저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 때의 소름이 다시 한번 몸을 덮는 것 같았다. 윤기는 눈을 감았다.

 

 

 

 

 

 

  *

 

 

 

 

 

 

 

  해가 떠오르고 나서야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띄운 태형은 윤기와 똑같은 반응을 내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나 더러 강력반 7팀에 들어가라고? 그 것도 윤기 형이랑?"

   "어쭈, 싫은가 보다?"

 

 

  호석에게 따지는 태형을 가만히 지켜보던 윤기가 태형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아니, 형 그게 아니라! 어떻게 들어가냐구요, 7팀에!" 태형은 답답 하다는 듯 제 오렌지색 머리를 잔뜩 헝크렸다.

 

 

   "오늘부터에요."

   "진짜, 호석이 형. 자기 일 아니라고 막 나가는 것 좀 봐."

 

 

  어제 윤기의 말을 따라 한 태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진짜, 진짜 아니라고!" 태형은 절대 못 하겠다는 듯 쇼파에 드러누웠다. "못 해요, 난. 내가 컴퓨터 만질 테니까 형이나 들어가." 생수병을 들고 입에 물을 가득 머금은 윤기가 쇼파에 드러누운 태형에게 생수병을 던졌다.

 

 

   "아! 형!"

   "3주."

   ".....?"

   "암호를 알아내던 못 알아내던 3주가 지나면 나올거야."

   "나한테도 딱, 3주 준다는 소리죠?"

   "알아들었으면 됐고. 김태형, 준비 해."

 

 

  흰 수건을 태형에게 던진 윤기가 먼저 욕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형! 우리 진짜 가요? 진짜? 악...!" 윤기를 졸졸 쫒으며 물음표를 던지던 태형이 윤기가 닫은 욕실 문에 부딪쳐 이마를 문질렀다. "아, 형!"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은 태형은 포기했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윤기와 태형은 서울 경찰청으로 차를 움직였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해탈한 표정으로 금세 염색한 윤기의 베이비브라운 색의 머리칼을 바라 본 태형이 조수석 위에 달린 제 검게 물든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오렌지색이 제일 잘 받는데..." 투정을 부린 태형이 윤기가 건내는 사원증과 초소형 인이어를 받았다.

 

 

   "와, 제가 사원증도 걸어보내요. 호석이 형 덕분에."

 

 

  잔뜩 비꼬는 목소리를 윤기의 인이어를 통해 들은 호석이 태형의 귀에 인이어가 연결되자 마자 욕을 뱉었다. "강력반 7팀은 3층 맨 끝에 연결 된 별관이에요." 1분 뒤 도착을 알리는 호석의 장치를 짜증스레 꺼버리고 부드럽게 차를 댄 윤기가 넥타이를 손 보고 차에서 내렸다. 한숨을 뱉으며 따라 내리는 태형이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검은 수트를 걸쳤다.

 

 

  윤기의 뒤에 붙어 윤기만 졸졸 따르던 태형이 예고도 없이 멈춘 윤기의 등에 부딪쳤다. "형." 태형의 말을 막은 윤기가 "네 눈으로 본 것, 최대한 티 내지마.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할 수 있지?" 하고 말했다. 네,네. 당연하죠. 부딪친 코를 문지르며 도끼눈으로 윤기를 쳐다보던 태형이 먼저 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김태형입니다."

   "...민윤기입니다."

 

 

   태형의 우렁찬 목소리에 지민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기가 태형을 따라 이름을 말하자 얼굴에 책을 덮고 누워있던 남준이 고개를 들었다. 윤기가 고개를 들자마자 남준과 눈이 마주쳤다. 실소를 터트린 남준이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헐, 진짜 신입? 와, 선배. 나 막내 탈출했어요! 난 박지민이에요, 잘 부탁해요."

   "어째, 변함 없을 것 같은데. 오늘부터 너희 팀장 김석진이다, 저기 저 놈은 김남준."

 

 

  윤기와 태형 뒤에서 들어온 석진이 말했다. 고개를 돌린 태형이 어색하게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며 웃었다. "신입들 오자마자, 미안한데. 일이 생겼다. 들어와." 서류를 잔뜩 든 석진이 불을 끄고 프로젝트빔을 꺼냈다. 지민이 자료를 한번 훑어보다가 크게 띄워진 화면을 석진의 눈짓에 맞춰 움직였다.

 

 

   "신입도 왔는데 미안하지만 너희 소개 하기 전에, 이 놈들 소개 먼저 들어야겠다."

   "뭐야, 신입들 왔다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거에요?"

 

 

  지민이 툴툴대며 폴더를 뒤져 사진을 하나 꺼냈다. 검은 머리를 한 윤기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이름, 슈가. 본명은 미상이야. 들 개 놈들 중에 본명을 제대로 드러낸 놈은 전정국 빼고 없으니까."

   "쓸데없는 말 다 빼고, 슈가는 스나이퍼. 백발백중 아니, 아마 천발을 쏘면 천발을 다 명중 시킬만한 실력을 가졌어."

   "나이는 24살로 추정해요. 주로 목표물에 다가가기 보단 엄호하는 편에 속하구요."

 

 

 석진의 말 뒤로 남준과 지민이 차례로 말했다. 석진의 눈 짓에 지민이 다음 사진을 눌렀다. 바로 어제 있었던 김태석 사살의뢰 때 차에 타 모자로 얼굴을 꾹 눌러쓴 태형의 모습이었다. "이거 하나 찾겠다고, 그 시간대에 지나간 차 블랙박스를 얼마나 뒤졌나 몰라." 지민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얘는 뷔, 행동대장이야. 슈가의 엄호 아래 거의 목표물과 직접 접촉 해. 무술 실력도, 사격 실력도 전부 실력자로 추정하고 있어."

 

 

  "아주 별 짓을 다 하네. 그렇게 돌렸는데 어떻게 찾은거야." 인이어로 들려오는 호석의 욕짓거리에 태형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으로는 해커 제이홉. 제이홉은 사진이 없어, 절대 현장에 나오는 법이 없거든. 슈가와 뷔가 활동 할 수 있도록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를 통제해. 아까도 말 했다시피 저 사진 찾는데도 400대의 블랙박스를 뒤진 셈이니까 뭐, 말 다 했지."

   "마지막은, 더블제이. 본명은, 전정국."

 

 

  정국의 사진이 띄워지고 남준이 입을 뗐다. "2년 전 우리 7팀에 스파이로 숨어 들어왔던 놈이다. 국가 기밀 문서를 훔쳐냈어, 다시 되찾긴 했지만. 현재는 행방불명 상태." 정국이 얘기가 나오자 지민의 낯빛이 눈에 띄도록 어두워졌다. 석진이 눈 짓을 보내도 모니터에 띄워진 정국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느라 제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지민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위에서 다시 디스크를 찾고 있어. 암호 해독 결과도 보고하라고 하고."

   "보고하지마요, 팀장님. 아직 반납 하려면 멀었다고."

 

 

  고개를 끄덕인 석진이 남준에게 '다른 것'의 진행 상황을 물었다. 남준이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다시 책을 들어 얼굴을 덮은 남준이 2년만에 다시 만난 윤기의 얼굴을 떠올렸다. 머리 색이 바뀐 게 얼굴이 더 환해 보이는 윤기의 모습이 2년 전과 겹쳐 보였다. 석진은 바쁜 듯 다시 서류를 들고 나가버리고 다리를 꼬고 앉은 윤기가 지민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저기.... 안녕하세요! 박지민이라고 해요."

   "김태형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어색한 상황을 깨려고 밝게 웃으며 인사 한 지민에게 제 성격에 맞게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김태형, 도청기 붙여." 인이어를 통해 들리는 호석의 목소리에 제 손을 맞잡는 지민의 시계에 초소형 도청기를 붙였다. "윤기 형은 김남준한테 붙여줘요." 호석의 목소리에 윤기가 대번에 인상을 찌뿌렸다. 태형이 뭐 하냐는 듯 고개짓을 하자 한숨을 쉬고 남준이 앉아있는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선배, 저 밖에 구경 좀 시켜주세요."

   "구,구경이요? 아...."

 

 

  윤기가 남준의 맞은 편에 앉자 태형은 지민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문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조용히 적막만 흐르는 공간에 윤기는 간만에 땀을 쭉 빼는 느낌을 받았다. 이내 결심 한 듯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머리."

   ".....네?"

   "바꿨네."

 

 

  윤기가 입을 떼려는 순간 남준의 목소리가 책에 막혀 웅웅 거리며 울려퍼졌다. 지민과 태형의 대화를 듣느라 정신 없는 호석을 다행이라 여기며, 윤기가 귓 가를 만져 인이어의 전원을 껐다.

 

 

   "그 쪽은 하나도 안 바꼈네요."

   "그 쪽이 아니라 김남준."

   "그래요, 김남준...씨."

   "씨 보단 선배가 낫지않나- ,뭐 아는 사이라고 티 내고 싶으면 어쩔 수 없고."

 

 

  남준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윤기를 당황하게 하는 능글거리는 말투 뿐만 아니라 책을 내리며 마주해 오는 눈동자 하나까지 전부.

 

 

  

  

   '신입, 첫 임무는 이거다.'

 

 

   윤기는 커피 세 잔을 테이크아웃 해 양손에 들고 이른 아침 눈을 뜨며 한 생각을 떠올렸다. 아침에 윤기는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펴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하루를 정적으로 보낸 어제가 소름끼쳤다. 다행이도 남준이 어제 한 말로 보아 윤기에 대해 말 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윤기는 생각했다. 윤기가 드러누워 있는 태형을 발로 차 깨웠다. 그 옆에 엎드려 누운 호석이 얄미워 한 대 차주고 욕실로 들어갔다. 오늘도 그 적막 속을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윤기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차라리 그 정적이 더 나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김남준, 이 ㅈ,같은 ㅅ,끼.

 

 

   "커피, 드세요."

   "고마운데, 이건 저 쪽. 내 껀 이거."

 

 

  윤기가 이를 꽉 깨물며 남준의 책상에 아메리카노를 내려 놓았다. 힐끗 바라 본 남준이 윤기가 놓은 아메리카노를 밀어내고 윤기의 다른 손에 들린 카라멜마끼아또를 꺼냈다. 취향 독특하시네요, 참. 윤기를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말을 삼켰다. 남준은 윤기를 괴롭히는 것에 취미를 붙인 듯 했다. 벌써부터 도리질 쳐지는 남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신입, 신입.

 

 

 

   "신입."

 

 

 

  도끼눈을 한 윤기가 남준을 똑바로 쳐다봤다. "오, 화났어? 근데 그렇게 봐도 하나도 안 무서워." 남준의 능글 맞은 목소리가 윤기의 심기를 긁었다. 인이어로 듣고 있던 호석이 결국 참지 못하고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니. 윤기 형 .그게 내가 기,기침이! 그래, 기침이 나와서" 변명을 하는 호석이 땀을 삐질 흘리다가 윤기의 불똥이 튀기 전에 인이어를 종료시켰다. 윤기는 조용해진 귓 가에서 인이어를 뽑아 내고 가까이 다가 온 남준에게만 들릴 정도로 말했다.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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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 다음편있나요 작가님.....♡
8년 전
컨버스하이
최대한 빨리 돌아올께요!
8년 전
독자3
사랑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작냄새 킁킁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들이 다 섹시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짱...이에요... 신알신하고갈께요!!담편 꼭기다리겟습니다!
8년 전
독자4
나 왔쟝!!! 이것봐!! 그냥 올려도 대박일거라 했지??? 그래서 다음편은 언제 올거야?? 신알신 하구 가!!
8년 전
독자5
..작가님 잼탄이예여. 잼 처럼 발리겠다던 탄..ㅠㅠㅠㅠㅠㅠㅠㅠ일케 분량도 만족 퀄리티 만족 아.. 그냥 다 만족..ㅠㅠㅠㅠㅠ우선 신알신 좀 하고.. 다음편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지.. 정국이가 어디서 뭐 하는지도 궁금하고 랩슈가 어케 흘러갈지도.. 아ㅠㅠㅠㅠㅠ남주니 능글능글 참 좋네여. 이번편에도 잼처럼 발려버렸어..ㅠ.ㅠ 정말 재밌게 보고 갑니다! 아 그리고 정국이 예명을 시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헷. 다음화에서 뵈용~
8년 전
독자6
..신알신이 어디있는고징..(동공지진)
8년 전
비회원55.122
헐 헐헐 헐 걍 진짜 쩔어요 이런장르 진짜 핵취저ㅠㅠㅠㅠㅠㅠ다음화도 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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