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에서는 달걀을 세울 수 있다고 해요.
적도?
네, 에콰도르 말이예요.
... 궁금해?
조금요
그럼 적도로 가자
더운 여름이라도 상관없으니
네가 사랑하는 적도로 가자
w. 진저라무네
1111로 되어있는 간단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간 집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사람의 온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 안은 싸늘했고 공허했다. 문득 드는 불안함에 빠르게 방 문을 전부 열어보았지만 정작 지민이는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그 편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치지는 않았을테니. 스스로 자해하지는 않았을테니. 빠르게 발걸음을 돌려 밖을 나가려는 찰나 안방에 딸린 욕실의 문이 어렴풋이 열려있는게 보여 발걸음을 옮겼다. 김이 미세하게 새어나오는 문을 여니 연분홍빛에 가까운 물에 몸을 담근 지민이가 보였다. 양말이 젖는 것도 개의치 않고 욕실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얼마 되지 않아 채 감지 못한 눈을 바르르 떨며 뜨는 지민이가 시야에 가득 찼다.
" 전 겁쟁이예요 "
" 지민아 지민아..정신차려 선생님이, "
" 한번만 더 그으면 정말 끝일텐데 "
" 금방 사람들 올거야 차타고 가자 자지말고 지민아 "
" 선생님, 저 만지지 마세요 "
소년의 정신은 나약하고 또 나약했다. 청년과 소년은 달랐다. 앞자리 수가 2로 바뀐것과 바뀌지 않은 것은 컸다. 소년은 떨리던 눈을 감았다. 청년은 자신이 떨어뜨린 휴대폰이 물에 젖어가는 것도 모르고 소년의 서늘한 몸을 끌어안았다. 샤워를 한 것도 아닌데 온통 젖은 청년은 점점 빨갛게 변하는 물에서 소년을 꺼내 등에 업었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소년의 말이 머릿속을 울릴정도로 세게 때려대었다.
더러우니까요.
소년은, 청년이 되지 못한채 머무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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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이예요.
독방에서 보고 가져오게 되었는데 연재 텀은 들쑥날쑥할 것 같네요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