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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장막

03.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한 채


: 장막(帳幕)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보이지 아니하게 가리는 사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데에서 볕 또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둘러치는 막


WARNING

: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도, 예상되는 전개도 모두 잊을 것

: 지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모두 '꿈(sweet dream, 혹은 nightmare)',

그리고 꿈에 관한 특별한 능력(Dream ability)를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보라색 기울어진 글은 석진의 일기장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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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시점)

2020. 01.10.


'딸-깍'


여주는 느린 손짓으로 마우스를 눌러

'다이어리' 폴더의 두 번째 파일 '2019.09.20.'을 닫았다.


그리고는

잠시동안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석진이 미래를 바꾸어내기 전

3개월 남짓의 기간 동안에

자신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어떤 악몽들이 자신을 괴롭혔기에

자신의 꿈의 장막이

그런 비참한 일을 만들어낸걸까.


여주는 결국 이 모든 일들이 자신의 탓인것만 같아

자꾸만 죄책감이 목끝으로 넘어왔다.

짙고 긴 한숨도 그 죄책감을 줄여주지는 못했다.


매일같이 암울한 부름을 받던 악몽들이

결국 다른 이를 집어삼키고야 말았다.

자신이 잘 알지도 못했던 형제를 갈라놓았다.


여주는 이상하게 일어나지 않게 된 일에

너무나도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석진이 바꾸지 않았어도,

바꾼 후에도

여주의 가슴은 묵직하게 내려앉았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석진은 대체 어떻게

여주의 악몽을 멈춰낸걸까?

어떻게 여주의 꿈의 장막을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은 것일까?


여주는 노트북을 닫고,

석진이 제게 남긴 책을 잡아 들었다.


책갈피를 끼워두었던 곳을 조심스레 펼쳐

며칠 전 조금이나마 읽어두었던 부분을

마저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

(석진의 시점)

2019.09.21.

'그녀의 이름은 '김여주'. 정국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그녀가 그 곳을 맴돈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그 꿈의 장막의 주인일까?

그녀가 맞다면, 어떻게 그 장막에 가려진 어둠을 걷어낼 수 있을까?'


석진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자마자 들고 온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오직 방금 자신이 빌려온 책만을 손에 든 채

거실의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쳤다.


막상 책을 펴 조금씩 읽어내려가니

이상하게도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은 내용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석진은 무언가 불현듯 떠오른 표정으로

자신의 시선을 소파 맞은편 책장으로 돌렸다.


차근차근 한 칸 한 칸 훑어 내려가던 그의 시선이

책장 가장 오른쪽 칸 아래쯤 멈추었다.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이 책이

이미 그 곳에도 꽂혀있었다.


허,

석진은 어이없는 듯 짧은 숨을 공기 중으로 던졌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었던 책이었다니.

석진은 잠시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같은 색, 같은 크기의 그 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것보다는 약간 낡아

하얀 양장본의 표면이 조금은 때가 타 있었다.

조심스레 표지를 펼쳐보려는 그의 손길에

무언가가 툭 떨어졌다.  


책갈피였다.


아마도 읽다가 포기했던 책인듯 싶은 기억이 석진의 머리를 스쳤다.

'사람 일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책갈피를 주워들고

다시 어느 부분쯤에 끼워두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내 책갈피를 책장 한 칸에 내려두었다.


마저 표지만 열어둔 책을 보았다.

'김석진'

'2011.03.24'


아마 자신이 이 책을 갖게 된 그 날이었던듯 했다.

석진은 이내 소파 위에 놓인 같은 책과 이 책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고는 고민 하다가 자신이 갖고 있던 책을 집어들고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소파 위의 것은 잠시 밀어두고

자신이 갖고 있던 책을 읽어나갔다.


두 세번째 챕터까지는 제법 신경써서 읽은 흔적이 보였다.

개략적인 '꿈'에 대한 설명이나,

드림 어빌리티에 관한 기초적인 것들이 적혀있었다.


자신이 아는 내용은 거침없이 넘겨보던 석진은

책 속 새로운 장을 맞이하면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제 2장. 꿈의 장막: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이제서야 무언가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들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는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


(여전히 석진의 시점)


약 30분 간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읽어내려 갔지만 

7,80 페이지를 넘게 넘긴 후에도 여전히 꿈에 장막에 관한 사례와 그 개념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석진은 괜시리 마음이 조급해졌다.

책의 줄글을 따라 읽어내려가다가도,

왠지 불안한 마음에 허공을 몇 번 번갈아보더니


결심한 듯 책을 덮고,

다시금 불편한 잠에 들기 위해 소파에 드러누웠다.


-


(정국의 시점)


2020.01.10.


정국은 석진의 죽음 이후 장례식을 치르느라 돌보지 못했던 주위 사람들과,

자신이 취업한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로 인해 

곧장 도서관으로 향해 책 한 권을 빌려오려던 계획을 미뤄두기만 했었다.


5일 간의 짧은 연수가 끝나고,

바쁜 시간들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오늘 정국은 그 책을 찾으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정국이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 책을 누군가 빌려갔을 수도 있다는 점.

정신없는 통에 너무도 쉽게 이어진 실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주를 발견하진 않을까,

약간은 더 기웃거리다가

용기를 내 근무하는 사서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김여주.. 사서님은 오늘 근무 안하시나요?"


오늘은 비번이라는 사서의 말에 멋쩍은 웃음으로 뒤돌아서기 전에

정국은 한 번 더 용기를 내 물었다.


'혹시.. 그럼 내일은 나오시나요?'


고개를 끄덕이는 사서의 몸짓에 가벼운 목례로 답하며

정국은 자료실을 빠져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정국은 괜히 혼자 되뇌였다.

'생각해보니 여주 씨 연락처도 없으니.. 그래서 혹시나 하고 물어본거지, 뭐'


괜히 자신이 조금 전 사서에게 던진 질문에 이유를 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던건지

자꾸만 정국은 다른 이유를 끄집어내 견적을 내 듯이 비교했다.


여러 가지 변명 아닌 변명들이 정국의 머리 속을 드나 들다가

짧은 외침 한 마디가 툭 끼어들었다.


'같이 이야기도 좀 나눌 겸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제법 마음에 드는 핑계였다는 생각과 동시에

정국은 고개를 황급히 내저으며 그 핑계를 머리 속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아직 무언가 시작하기엔,

석진을 향한 죄책감이 너무나도 심했다.


정국은 석진에게 자신이 갖추는 예의라고 생각하며

자꾸만 웃지 않으려,

좋은 감정들을 멀리 하려 했다.


물론 뜻대로 되지는 않아 죄책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자신이 은연중에 생각하는 그런 이유에서는 아닐거라며

여주를 보러 내일도 도서관으로 와야겠다고

자신도 모르게 다짐하는 정국이었다.


-


(석진의 시점)


2019.09.21.


(석진의 꿈 속)


'이제 바꿔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석진은 이번엔 다른 시도를 하였다.


그 동안의 꿈에서는

정국의 주위에서 무언가 바꾸기 위해 계속 시도했지만,

이미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함을 깨달은지 오래였고,

호석을 만나고 온 뒤에는 그 이유까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정국이나 도서관이 아니었다.


석진은 여주에게 접근해 무언가 바꾸어야 했다.

적어도 그녀의 직장과 이름은 알아내었으니

석진은 도서관으로 가장 먼저 향했다.


석진이 자료실로 향했을 때,

그녀는 아까 그가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듯 보았던 모습 그대로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옂다만, 조금 달랐던 점은 아까 자신이 실제로 보았던 그 모습보다

그녀는 더 창백하고 질려있었고,

심지어 눈빛은 힘이 죽어 다소 예민해보였다.


아마 그녀를 지독히도 괴롭힌 꿈 때문이었으리라.

짐작이 가는 석진이었다.


석진은 들어서기 전 잠시 고민했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하나,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지.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미래이기에

그녀에게 무턱대고 다가가는 것도

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많은 것들을 부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와의 앞날을 잘 풀어가고 싶었다.


석진은 가볍게 숨을 고르고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자료실로 들어섰다.


-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자꾸만 나를 불안하게만 했다.'


석진은 앞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급하게 돌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이상하게 모든 사고회로가 정지하는 기분이었다.

머리가 하얘진 석진은 어떤 말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은 자료실 옆에 있는 열람실로 들어가 자리 하나를 찾아 앉았다.


자리에 앉아 손깍지를 끼고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자꾸만 맞부딪혔다.

톡톡톡...

가벼운 그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석진이 불안할 때 나오는 이 습관은

한동안 이어졌다.


-


(여전히 석진의 꿈 속)


'그녀와의 첫 대화 역시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이상하게 석진은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도서관 안에서 첫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리였다고 느낀 걸까.

결국 석진은 현관으로 내려와 그녀가 퇴근할 시간까지

할 말을 가다듬어 보았다.


얼마간이 더 지나고,

여주가 퇴근하려는 듯 현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석진은 수없이 생각했음에도 여전히 약간 당황한 모습으로 그녀를 불렀다.

(석진의 대사는 짙게 표시됩니다.)


"저기요,"


여주가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약간은 예민한 얼굴로 용건을 찾는 표정이었다.  


"혹시 김여주 씨 맞으신가요?"


석진은 이미 꿈에서 수십 번은 더 본 얼굴이었음에도

애써 태연한 척 하며 질문을 던졌다.


"....맞는데요?"


다소 불친절한 대답이 돌아왔다.

석진은 여지없이 당황하여 할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입술만 더듬거렸다.


그러자, 여주는 한껏 표정을 찡그리며 큰 한숨을 쉬었고,

이내 석진을 약간은 째려보더니

돌아서 걸음을 서둘렀다.


"꾸,꿈의 장막."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석진이 겨우 꺼낸 한 마디였다.


그의 말을 똑똑히 들었고,

그 말이 그녀에게 심상찮게 다가왔는지

여주는 곧장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뭔지 아시죠?"


이내 석진은 차분히 자신의 호흡을 되찾았다.


그에 반해,

심히 뒤틀리는 그녀의 얼굴과

오갈데를 찾지 못하는 그녀의 눈은

도서관을 올려보았다가,

석진을 다시 바라보았다가

계속해서 그렇게 반복하였다.


잠시간 둘 사이에 시끄러운 신경전이 오가는 듯 했다.

실제로는 고요했던 그 곳의 소요를 깨트린 건 여주였다.


"...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거죠?"


됐다. 석진은 속으로 외쳤다.

앞으로의 전개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석진은 그녀와 끼워갈 첫 단추를 잡아든 기분이었다.


석진은 일단 여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비록 지금은 소속되어 있지 않아 쓸모 없어졌지만) 자신을 소개했고,

근처 카페에 가서 얘기 나누길 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회계사라고 적힌 명함과 그의 모습을 번갈아 살피던 여주는

이내 알았다며 석진과 함께 근처 카페로 향했다.


-


'그녀는 여간 날카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힘겨운 꿈들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꿰뚫어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


근처 조용한 카페를 찾은 둘은

주문한 음료를 받아들고 구석 자리로 향했다.


여주 역시 석진에게 형식상 명함을 건네며 자리에 앉았지만,

여전히 조금은 경계하는 눈빛의 여주와

그런 그녀 앞에 마주앉은 석진.


여전한 긴장감에 침을 한 번 삼킨 석진은

생전 처음 보는 사이와도 다름없는 여주에게

어색한 안부인사 등을 건네지만

돌아오는 건 여주의 차가운 단답이었다.


왜 그녀 앞에서만 이렇게 말주변이 어디론가 도망을 가는지.

석진은 자책아닌 자책을 하며 힘겹게 본론으로 향한다.


"여주씨에게는 도서관이 어떤 공간인가요?"


여주는 석진의 질문에 잠시 의중을 살피는 듯

석진의 얼굴을 훑었다.


그러더니, 무언가 마음을 바꾼 듯

자세를 고쳐잡고 석진에게 답하기 시작한다.


"제 인생의 많은 것들이 담긴 장소죠. "

석진에게 여전히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말하는 여주였다.

자신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석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듯

눈도 깜빡이지 않았고,


비로소 페이스를 되찾은 듯한 석진이

사소한 신경전을 위해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여주는 시선을 잠시 자신 앞에 놓인 음료수에게로 거두었고,

그 음료수를 집어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어갔다.



"비록 물리적으로는 제 것이 아닌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어찌 제 인생의 흔적들이 담겨 있나 할 수 있겠지만, "


석진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 여주였다.


"뭐. 간접경험이라고 흔히들 하죠.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들,

그런걸 찾아낼 수 있는 장소잖아요. "


석진은 흠칫했다.

많은 뜻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간접경험'은 아마 꿈을 말하는 것이었으리라.


여주는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인물이

무언가 짐작하고 자신에게 다가온건지에 대해

단 한 문장으로 판별해내려 했다.

여간 보통내기는 아님을 석진은 짐작했다.


석진은 그녀의 의중을 알아채고는

가시지 않는 충격과 함께 힘겹게 대답했다.


"그..렇죠."


순간 가리지 못한 석진의 표정을 빠르게 캐치한 여주는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어갔다.


" 살아오면서 겪는 경험들. "


석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끔찍하고 힘든 것들을 내려두고 지금의 삶이라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장소랄까요?"


날카롭게 그녀의 질문이 석진에게로 들이쳤다.

석진은 갑자기 몰아치는 소낙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당황했다.

살면서 늘 앞서 있던 그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난감함이었다.


자신이 꾸어낸 꿈인데도,

그 모든 것을 바꿀 권한이 자신에게 있었음에도

석진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오직 모든 것이 여주에 의해 결정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 때, 여주는 슬쩍 벽으로 자신의 몸을 기대었다.

그러더니, 한참을 자신이 기댄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여주는 여전히 그 그림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석진에게 질문했다.


"'그 끔찍하고 힘든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아시지 않나요?"


만만찮은 인물임을 석진은 확신했다.

석진은 머리 속에서 굴리던 모든 변수들을 집어던지고

그저 가만히 여주를 응시했다.


다분히 공격성을 띄는 그녀의 눈빛이

어느새 그림에게서 거두어져

자신을 향해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헤비 드림에 치여온 그녀의 삶이 비쳐지는 눈빛이었다.


그러고는 석진은 무방비의 상태로

다시금 여주의 입이 열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것도 어쩌면 그 쪽의 꿈이겠네요?

드림 컨트롤러라는 작자들이란."


경멸의 눈빛이었다.

이미 석진의 꿈은 여주에게 지배당한 채였다.


-

(2019.09.21. 꿈에서 깬 석진의 시점)



'그녀와의 얼마 안되는 첫 대화에서도 이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지나온 꿈의 흔적들이 나에게로 전해져,

처음으로 끔찍한 꿈이라고 느껴본 순간이었다.

아주 조금 그녀의 삶이 이해가는 순간이었다.'  


여주의 그 차디찬 눈빛이 제게 다가옴과 함께

석진은 꿈에서 깨었다.


마치 정국의 운명을 알게 된 그 날처럼,

어쩌면 그 날보다도 더 소름 끼치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그녀의 어두움은 훨씬 많이 고여 있었음을 느꼈다.


만만찮은 상대임을 깨달은 석진은

그녀의 뾰족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비집고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머리를 쥐어짜내야 했다.


처음으로 다시 잠들기가 두려운 밤이었다.

여주의 그 눈빛이

아직도 자신의 앞에 있는 듯 선연했기 때문에.


-


석진은 약간이나마 생각의 정리를 마치고,

다시 잠에 들기 위해 누웠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지유에게 연락이 왔음을 확인했지만,

애써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제 석진에게는 모든 것이 사치였다.

주위 모든 것에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운명임을

천천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석진이었다.


감기지 않는 눈을 애써 꾹 누르고

다시금 잠에 드는 석진이었다.


-

(석진의 꿈 속)


석진은 정확히 그 차가운 눈빛이 자신에게로 향한 시점으로 돌아왔다.


석진은 머리를 약간은 식힌 후여서인지

차분하게 여주의 말을 받아쳤다.


"눈치가 빠르시네요.

여긴 제 꿈 맞습니다.

아무래도 여주씨가 어느 정도 아시는 듯 하니

이야기가 한결 수월해지겠네요."


여주는 눈빛을 거두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그러려나요."


석진은 흐름을 다시금 뺏기지 않기 위해 말을 이어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주 씨의 꿈의 장막. 그대로 두어서는 안돼요.

예상하셨다시피, 전 무언가를 바꾸려고 여주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러려면, 여주 씨의 꿈의 장막. 그 곳에 대해 알아가야 합니다.

또, 제가 여주 씨를 도울 일이 있다면..."


여주의 입가가 꿈틀거리며 뒤틀렸다.

아무래도 석진이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뱉은 모양이었다.


"돕는다구요?"


기가 차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여주가 말을 이었다.


"내 선택도 아닌 일들을 억지로 보고 들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중요한 장소에요.

순전히 운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가 하필 더 극악의 경험들을 하고 있는거 뿐이겠죠."


담담하던 그녀의 말투에서 애써 눌러오던 고생에 익숙해진 그 모습이 처연하게 올라왔다.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긴요하게 쓰이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석진 씨께서는 그 공간이 마치 구원이라도 필요한 어둠에 갇힌 장소인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여주는 숨돌릴 틈도 없이 말을 이었다.

"꿈을 맘대로 조종하고, 그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석진 씨 같은 사람들과 다르게,

우린 그저 그 꿈에 포함되어 마냥 지켜보고, "


여주는 잠깐 이를 바득 갈았다.


"끔찍한 일들을 도망칠 수도 없이 온 몸으로 부딪힙니다.

그럼에도,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야만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른채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해요.

이런 저한테 이 도서관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제가 반드시 만들어야 했던 꿈의 장막이 되었을 뿐이에요.

온통 어두운 것들로만 가득찬 그 공간이 하루 이틀의 일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그런 곳을 감히 그런 식으로..'


석진은 한참을 자신이 할 말을 가다듬어야 했다.

자신이 여주의 심기를 단단히 잘못 건드린 듯 하였다.

약간은 체념한 채로 말을 꺼내는 석진이었다.  


" 그럼, 그대로 내버려두실 겁니까?

저도 여간 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을 거라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


여주는 아무 말 없이 뚫어지게 석진을 쳐다보았다.

어디 한 번 계속해보라는 의미였다.


"...제 동생이 자꾸만 여주 씨의 꿈의 장막에서 죽어요."


석진은 현실에서조차 쉽게 꺼내지 못했던 그 말을 여주에게 진심을 담해 전했다.


석진의 말에 여주는 약간은 분노를 거둔 눈치였다.

이 틈을 타 석진은 다시금 말을 이었다.


" 비단, 지금은 제 동생이 여주 씨의 꿈의 장막이 일으킨 문제에 의해 죽게 되지만,

이번 한 번 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얼마나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고

그 공간을 그렇게 방치하려 합니까?"


"제가 그 쪽 드림워커들의 일에 대해, 그 고통에 대해 쉽게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잘 압니다.

물론 제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프고 힘든 꿈들이 현실에서 이어지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 역시도 제 동생을 살려보기 위해 벌써 몇 번이고 그 아이가 죽어가는 장면을 봐요.

근데, 앞으로도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저는 몇 백번, 몇 천번 더 그 장면을 봐야할 지도 몰라요.

지금도 여주 씨가 제 제안을 거절하신다고 하면, 저는 다시 또 이 시간까지 오기 위해

다시 깨어나고 잠에 들고, 계속 반복할겁니다.

제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

다시 또 제 동생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해도..

저는 상관 없습니다."


석진은 울분을 토하듯 여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반쯤은 포기한 상태였다.


여주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잠시 침묵을 유지하고는 말을 꺼냈다.


"...제가 그 쪽 드림 컨트롤러들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거에요."


석진은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들었다.


" 가까운 이들의 생과 사에 집착해 마구잡이로 질서를 흔들어놓잖아요.

당신이 동생을 살리면, 누군가는 또 죽어야 합니다.

다른 어떤 운명을 가졌던 이가

이기적인 한 드림 컨트롤러에 의해 갑자기 찾아온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단 의미라구요."


"석진씨의 동생을 살리면, 그로 인해 죽어갈 누군가와 같은 모습을 저는 또 꿈에서 마주치겠죠.

재수도 더럽게 없는 저 같은 사람이 바라보고만 있는 그 야속한 운명이

과연 저 사람 스스로의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누구의 것이었을까?

왜 나의 꿈에는 그런 사람들 뿐일까? "


여주는 쏟아낸 말을 잠시 멈추고 음료수를 들이켰다.

다소 거칠게 잔을 내려놓고 나서,


"이런 생각도 이제는..."

 

"지겹습니다."


이내 바삐 짐을 추스리고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카페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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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앞뒤 전개 이해를 위해 꼭 읽어주세요!)

안녕하세여.......

늦어버린 작가입니다....

현생 핑계 깔끔하게 접고!

호옥여나 기다려주신 분들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분명 이번주 내로 한 편 더 들고 온다고 했지만 지키지 못했네요..

오늘 3편은 본격적으로 석진의 꿈 속에서만 존재하는

평행 우주와도 같은 세계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석진이 여주와 모종의 거래를 하기 전까지는

여주는 내내 악몽에 시달리던 사람이기 때문에

다소 날카롭고 공격적이죠.

예민하고 피해 의식에 깃든 모습도 보이구요.

이 모든 여주의 모습은 이미 모든 일이 해결된

현실의 여주의 다소 나긋한 모습과는 상반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마 마치 스핀 오프처럼

아직 석진과 모든 일을 해결하지 못한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는 헤비드림 워커로서의 여주의 모습이 

계속 이어질 겁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어두운 여주의 모습은

석진의 꿈에서의 모습이라는 점!

석진이 많은 것을 바꿔 갈 수록 여주의 모습은

조금씩 변화하여

현재 여주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되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1편의 제목 '시작과 끝은 평행을 달리고' 와 같은 표현이 등장한거기도 합니다.

제목 역시 허투루 짓지 않으니 관심있게 봐주세요 ㅎㅎㅎ

이상 설명충 잠깐 등판했었습니다...

궁금하신 부분 언제든지  댓글 통해서 질문해주시면

빠르게 달려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제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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