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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4 

 

 

밤새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던 탓에 늦잠을 자버렸다. 허겁지겁 슬기에게 대리출석을 부탁한 뒤, 옷을 챙겨입고 학교를 향해 달렸다. 아, 통학생은 역시 불편해. 좀 돈들여서 학교 주변에서 집을 구할걸!!! 왜 우리집은 경수네처럼 학교에서 가깝지가 않지?!  

 

 

 

 

 

"흐어억..."  

 

 

 

 

 

 

 

강의실 문 앞에서 지금이 들어갈 타이밍인가? 하며 재고 있었을까. 슬기에게 지금이야! 교수님 졸고 있어! 라고 문자가 왔다. 할렐루야, 조심히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 자리에 착석하자 교수님이 문 닫히는 소리에 잠이 깨신건지 두어번 헛기침을 하시더니 수업을 이어가셨다.  

 

 

 

 

"하여간, 빨리 좀 오지 기지배야 . 들킬 뻔했잖아. " 

 

"아, 어제 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냐고…! " 

 

 

 

 

울상을 짓자 슬기가 어리둥절하게 돌아본다. 

 

 

 

 

 

"왜? 뭔일 있었어?" 

 

"…그냥. 좀, 그랬어. 아 어쨌든 나 머리터져 죽을 거 같아. " 

 

"…변백현?" 

 

"…" 

 

"…진짜야?!" 

 

"거기, 조용히 좀 합시다. " 

 

 

 

 

 

 

눈치도 빠른 슬기가 변백현? 이라고 바로 묻는 바람에 놀라서 동그랗게 쳐다보자 슬기가 진짜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맞춰놓고도 신기한가보다. 그러다 교수님에게 조용히 좀 하라는 핀잔을 얻어먹었지만. 슬기는 교수님이 다시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조용히 노트에 필기를 하는 척하며 내게 할말을 적었다.  

 

 

 

 

 

[변백현이 왜, 고백이라도 했어?] 

 

[아니 우정테스트라던데, 뭔가. 그냥 니가 말한거 느꼈어. 김칫국 마신건 아닌거같애]  

 

[미친, 확실하네. 그래서 잠을 못잤다고?] 

 

[응, 그것도 그렇고.어제 경수도 술먹고 지은일 부르지않나, 좀 이상했어서. ] 

 

 

 

 

 

 

"…도경수?" 

 

 

슬기가 내가 경수 얘기를 적자마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슬기가 다시 공책에 무언갈 적어내려갔다. 

 

 

 

 

[걔 술 안마시잖아] 

 

[응 ] 

 

[근데 왜? 어제 뭔 날이었어?] 

 

[아니. 그니까 이상하단거지. 아무튼 나 어제 죽는줄 알았다니깐]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교수님의 목소리가 강의실을 울리자, 학생들이 다들 빠져나갔다.수업이 끝나자마자 슬기가 노트를 덮으며 ' 도경수가 꽐라됐다는건 도통 왜 안믿기지 나는? ' 하며 물었다.  

 

 

 

 

 

"진짜라니깐, 안그래도 수업 끝나고 찾아가려 그랬거든. 백현이도 같이 갈까?" 

 

"같이 가게? 너네 안 어색해? " 

 

"어제 이후로 안만났는데,모르지…" 

 

"너 혼자 가. 아 ,될 수 있음 도경수한테 좀 물어보던지." 

 

 

 

 

 

 

 

 

복숭아 

 

 

 

 

 

 

 

짤랑짤랑, 비닐봉지 안에든 술깨는 약 두 병이 맞닿아 상쾌한 소리를 냈다. 입에는 복숭아 주스를 하나물고. 백현이 생각에 잠시 미뤄두었던 경수 걱정도 스물스물 올라 왔다. 그런 느낌을 잊으려 경수에게 백현이 얘기나 좀 해봐야지. 생각하며 걷던 중,경수네 집 문 앞에 도착했다. 원래 셋이 서로 문을 잘 따고 들어가지만, 어제 일 때문인지 쉽게 문따기가 어려워 초인종을 조심히 눌렀다. 벨이 울리다가 끝나도록 문이 열리지가 않았다. 자나?  

 

 

 

 

 

 

"…안에 들어가서 국만 끓여주고 오지 뭐." 

 

 

 

 

 

 

하얀 비닐봉지 안에 술 깨는 약 두병과 다른 봉지 안에 콩나물과 두부등을 살펴보다 도어락을 익숙하게 열었다. 0..1..1..2,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말 자는지 집안이 쥐죽은 듯 했다. 신발을 벗고 한 발짝 더 떼자마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그대로였다. 지은이를 잃었던 그날과 그대로 였다. 책이고 앨범이고 전부 서랍장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봉지를 현관에다 떨어트린 채 급하게 경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옆에 낙심한 듯 앉아 있는 모습에 미끄러지듯 달려가 경수의 팔을 붙잡았다. 이골이 난다는 듯 ,경수는 내가 팔을 잡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너 왜그래, 또 왜그래? 경수야! 도경수," 

 

"…" 

 

"왜 그러는데, 대체 왜 이러는데. 1년이나 잘 있었잖아. 또 왜그러는데?!" 

 

"…" 

 

"경수야, 도경수? 뭔 말 좀 해봐, 아니라고 좀…!" 

 

" 이거 놔!" 

 

 

 

 

정말 하나도 빠짐 없이 똑같이 돌아왔다. 시간이 꼭 되돌아간것만 같았다 . 아니,그때는 백현이라도 있었을까. 지금은 백현이한테도 친구로써 편하게 기댈 수 있을까. 내가 백현이 맘을 알아버린 이상? 

 

[EXO/도경수/변백현] 복숭아4 | 인스티즈

"…너 잘못 아니니깐 나가라고, 너 상관 없으니깐 나가라고!" 

 

 

 

 

 

상관없어,나가. 몇년을 함께해온 내게 정말 차디차게 벽을 세우는 말이었다.나를 순식간에 저의 범주에서 배척하는 말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던걸까.나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배척 당했단 사실이? 

 

 

 

 

"…니 말대로 내 잘못 아니지. " 

 

"…" 

 

"…나 이번엔 너 안 달래 줄거야." 

 

"…" 

 

"이번엔 니가 나와. 니가 혼자 나와. 난 기다리기만 할거야." 

 

 

[EXO/도경수/변백현] 복숭아4 | 인스티즈

"……" 

 

 

" 백현이도, 나도. 너 꺼내 줄거야. 바깥에서 기다리기만 할꺼야." 

 

"…" 

 

"문은 니가 열고 나와 . 이번엔 너 혼자 빠져나와" 

 

 

 

 

 

억울했다.그 어두운 곳에서 괜찮다며 몇개월을 달래서 꺼내준 내 노력을 뭣도 아닌 성가심으로 여긴 경수가 억울했다. 그래서 제 스스로 나오라 했다. 더 이상 꺼내줄 마음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미음 한구석은 기다릴거라며 경수를 잡은 끈을 놓지 않았다 

 

 

 

 

현관으로 나가다가 발에 채인 장바구니들을 보았다. 차마 도로 가져갈 수는 없어 식탁 위에 올려두고 나니 바닥에 떨어진 복숭아 주스가 보였다. 놀라서 떨어트리고 달린 모양인지 병이 다 찌그러졌다. 손으로 주워담아 나왔다. 주스가 손에서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경수네 현관에서 나오자마자 있는 쓰레기통에 빨대가 꽂힌 주스 컵을 던져 넣었다. 손은 아직도 끈적끈적 했다 .  

 

 

 

 

그제서야 눈에 맺힌 액체를 보았다. 시큰하던 마음이 눈물을 보자마자 팡 터졌는지 억울한 눈물소리가 터졌다. 대체 왜 내가 이렇게 억울하게 울어야만 하지. 백현이가 날 좋아한 것도, 경수가 날 밀어내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내 잘못은 없었다. 하지만 고통받는 건 나였다. 그게 억울했다. 그게 서러웠다. 

 

 

 

눈물을 닦으며 바닥만 바라보며 걷고 있었을 까, 흐릿해젔다 맑아지길 반복하던 시야에 내 것이 아닌 빨간 운동화가 들어왔다. 고개를 들자 보이는 건 놀란 얼굴의 백현이였다. 만만치 않게 적잖이 놀란 내가 눈만 깜박이며 백현일 바라보자 숨막히는 정적이 이어졌다. 침묵 후에 백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왜 울어 임마" 

 

"…" 

 

"누가 울렸어 . 뭐 땜에 울어" 

 

 

 

평소처럼 담담한 백현이가, 제 마음 꾹 누르고 다시 친구하기로 한 백현이가.너무 고마웠다. 제 마음 꼭꼭 누르고 있는 백현이가 내 짐을 덜어준거 같아 이기적이게도 고마웠다. 줄줄 흐르던 눈물이 백현이를 만나자 소리내어 펑펑 쏟아졌다. 백현이가 날 달래주려 품에 안아 내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괜찮아, 울어도 돼. 풀릴 때까지 울어, 다 녹을 때까지 여기서 울어" 

 

 

 

복숭아 

 

 

"…" 

 

퉁퉁, 바람잘 날 없이 또 퉁퉁 부은 눈으로 우리집에 앉았다. 백현이가 내 앞에 복숭아 주스 한잔, 녹차 한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EXO/도경수/변백현] 복숭아4 | 인스티즈

"눈 부은거 봐, 완전 붕어네" 

 

그렇게 놀리면서도 내 눈가를 살살 쓰다듬는 백현이의 손이었다.  

 

 

"이제 좀 털어놔라" 

 

"…뭘," 

 

"흐엉- 하면서 대성통곡한 이유지. 뭐겠어 임마" 

 

 

내 우는 흉내를 내는 백현이를 한 대 때릴까, 했지만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조금 흘겨보는 것으로 감했다. 목을 큼큼 가다듬고 백현이가 준 복숭아 주스를 마셨다.  

 

"…경수 있잖아" 

 

"…" 

 

"경수가 좀 이상해. 어제부터 너도 알다시피, " 

 

"…어" 

 

"아까 내가 찾아갔거든. 해장국이나 좀 끓여주게. 근데 현관 들어가자마자 집이 너무 어지러운거야. 사진이고 앨범이고 다 꺼내져있고. " 

 

 

그렇게 말하면서 경수가 사준 팔찌를 손에서 만지작거렸다 . 사준 이후로 한번도 빼지 않았는데.  

 

 

"그래서 내가 경수한테 또 왜그러냐고 물었는데, 니 잘못 아니니깐 신경쓰지 말라 그랬어. 막 소리지르더라?" 

 

 

담담한 체 말하려 했는데 자꾸 울컥했다. 목이 자꾸 메이고 코가 시큰해서 자꾸 훌쩍였더니 백현이가 울지말고. 라며 내게 말했다.  

 

 

"..다른건 없어?" 

 

"글쎄..잘 모르겠어" 

 

"…이지은 관련해서 무슨 일 없었고?" 

 

"응… 생일이든 뭐든 무슨 날이면 내가 다 기억했지, 기념일도 아니고." 

 

"…왜 그러냐 걔는 또, 물어볼 거 있었는데 도경수한테 물어볼 처지가 아니네" 

 

 

그러게. 경수 왜그럴까 백현아. 백현인 어지러운 듯 제 얼굴만한 뿔테안경을 벗으며 중얼거렸다.  

 

 

백현인 조금 더 있다가' 좀 있으면 시험인데 좀 정신차리고. 별일 아닐거야. 내가 도경수한테 가볼게. '하면서 우리집을 나섰다. 돌아서는 엷은 갈색의 뒤통수가 사라질 때까지 창문 밖으로 바라보다가 창문을 닫았다.  

 

소파에 드러누워 연락없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갤러리에 들어가자 셋이 찍은 사진들이 잔뜩이었다. 웃고 있는 백현이와 나, 무표정한 경수. 그렇게 해돋이를 보겠다며 서로의 집에서 밤을 새던 사진. 수영장에서 놀던 사진, 이때 슬라이드 타다가 내 귀걸이가 떨어져서 찾겠다며 셋이 난리쳤지. 그렇게 추억을 되새기며 한장 한장 넘기고 있었을까. 2013년 , 10월 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뜨며 환하게 웃고 있는 넷의 사진이 떴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20대를 즐기자며 벚꽃놀이를 간 신입생 네명의 사진이. 눈에 아른하게 들어왔다. 보고싶어 지은아. 지은아 . 웃고 있는 하얀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화면이 꺼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홀드를 눌러 다시 화면을 켜고,갤러리에서 나가고 있었을까, 가장 최근에 찍은 경수와 나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경수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자동적으로 핸드폰을 눌러 갤러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찍은 사진에서 경수의 표정만을 주목했다. 지은이가 사라진 뒤 쭉 무표정했덩 경수가. 최근에 찍은 사진부터 살짝씩 웃기 시작하다가, 나와 찍은 셀카에서 가장 환하게 웃어보였다.  

 

 

내 배경화면으로 설정되어 있는,넷의 가장 최근 사진에서 지은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핸드폰 액정을 매만지며 지은이에게 물었다. 

 

"네가 여기 있었으면…지은아, 경수가 왜 이러는지 알았을까?" 

 

 

 

+) 

 

너무 늦게와서 대성 통곡하며 3편 업데이트 하고 가는 로구 입니다ㅠㅠㅠㅠㅠㅠ저를매우치세여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2편이었나 1편에서였나 되/돼 맞춤법 실수도 있더군요..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하겠습니다 히익..ㅠㅠㅍ퓨ㅠㅠㅍ아무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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