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10월은 유난히도 날씨가 짓궂었다. 날씨가 추워졌다가도 더워지고, 맑았다가도 비가 오는 그런 알다가도 모를 날씨였다.
“뭐해?”
“응? 그냥 옛날 생각나서. 수연아,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야! 언니라고 하라니까. 내가 너보다 몇 살이나 많은데”
처음 우리가 만난 건 3년 전,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던 10월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수능 때문에 잠을 줄이며 공부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일까, 튼튼 그 자체라고 자부하던 나는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이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조퇴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더 아파보이기 위해 열심히 볼과 이마를 비비며 교무실로 향하고 있는 내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뭐해요?”
깔끔한 검은색 정장차림, 검은 웨이브 머리와 대조되는 하얀 얼굴.
깜짝 놀라 그대로 정지. 빨갛게 변해버린 내 이마와 볼, 그대로 있어야할 지 내려와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는 내 두 손을 빤히 보던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띄웠다.
“꾀병?”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내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그저 뻐끔뻐끔 입을 움직일 뿐이었다.
“난 이번에 실습 나온 교생 정수연이라고 해요. 권유리 학생. 꾀병은 나쁜 거라구요. 이번만 비밀!”
손을 들어 한 번 내 머리를 살짝 콩- 쥐어 박고는 자신의 입술로 검지를 가져다 되며 쉿! 그리고는 그대로 미소띈 얼굴로 가버리는 그녀였다.
불에 덴 듯 그녀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화끈거렸다.
“정수연.....”
그 해 10월 그렇게 나의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네, 정말 짧아요. 저의 한계니까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