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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탕 전체글ll조회 1188l 2

 

 

 

 

 

MIKA - Billy Brown






  하루종일 노트북만 잡고 있으려니 안압이 높아져 눈알이 튀어나올 듯 지끈거렸다. 쓰고 있던 검은 뿔테 안경을 벗었다. 흠집이 곳곳에 나있는 낡은 안경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기지개를 켰다. 으아, 소리를 내며 뻐근한 목을 천천히 돌렸다. 마구 흩뿌려져 있는 A4용지 위로는 까만 글씨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는 낯설 법도 한데 직업 상 징그럽기만 한 모국어 위로 여러 색의 펜으로 쓱슥 그어진 한국어를 보는 순간 머리가 핑 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흘 동안 쉬지 않고 번역만 했기에 꼴도 말이 아니었다. 까슬하게 올라온 수염과 커피, 빵 따위만 섭취해왔기에 잔뜩 텁텁한 입 그리고 체향이 짙게 묻은 후줄근한 티셔츠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우선 씻기를 택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밖으로 나온터라 여름 햇볕이 너무나 따가웠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인상을 마구 찌푸린 게, 나만 불쾌한 것이 아닌가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습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도시, 서울. 이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한 건 아마 이 땅에 발을 디딜 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독일 중에서도 시골에서 살았던 나로서는 회색빛의 도시는 자궁 속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듯 새로운 세계로만 느껴졌다. 짙은 아스팔트 바닥과 쾰른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일까 아직까지도 발바닥에 느껴지는 딱딱한 바닥은 익숙해 지지 않았다. 유리창으로 빼곡한 고층 건물로 들어서자 싸한 에어컨 바람이 내 몸을 휘어감았다. 방금까지 뙤약볕을 쬐던 나와는 달리 안내 데스크에 앉아있는 여자들은 되려 추운지 힐끔 바라본 하체에는 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흥, 괜히 얄미워 노려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엘리베이터 위에 올랐다. 눈을 질끈 감고 12층에 다다를 때까지 숨을 내쉬었다. 한국은 승강기도 빠르구나. 요즘 같은 세상에 메일이 아니라 직접 완성본을 달라는 출판사는 여기가 유일하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이 일은 한지 5년이 넘어 여러 출판사와 일을 해보았는데 적어도 내 경험에서는 이곳이 유일했다.


 

 

 


 


"번역본은 어디에 제출하면 되죠?"

"아, 따라오세요."

 

 

 


 



  쫄래쫄래 여직원의 뒤를 따라갔다. 통통한 체구의 여직원은 깡총, 단정하게 묶은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키가 작은 그녀의 정수리를 쫓아가니 안내해 준 곳은 칸막이 책상들이 즐비한 이 곳에서 조금 동떨어진 방이었다. 빙그레 귀엽성 있게 웃는 그녀는 뭐랄까 사랑 받은 토끼를 꼭 닮았다. 똑똑, 노크를 하는 소리가 타닥거리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지지 않고 울려퍼졌다. 팀장님, 번역가분 오셨어요. '번역가'라, 사회에서 나는 그렇게 불리는구나. 하고 멍청한 생각을 하는 순간 천천히 문이 열리고 여느 것과는 달리 기분 좋은 방향제 냄새가 훅 풍겨왔다.

 

 

 


 



"앉으세요."

 

 

 


 


  사람 좋게 웃는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태리인이다. 짙은 이목구비와 두툼한 입술, 잘게 구부러진 곱슬머리는 이 동아시아의 작은 땅에서는 보기 드문 얼굴이었다. 정갈한 정장은 센스 있는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마냥 시커먼 색이 아닌 살짝 푸른 빛이 도는 정장은 키가 훤칠한 그와 아주 잘 어울렸다. 자리에 앉아 방을 둘러보았다. 저녁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방이다. 유리판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완성본을 담은 서류봉투를 올려놓았다. 모서리가 살짝 구겨진 게 신경이 쓰여 몰래 끝을 잡아 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강박증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밖에서 만나려고 했는데, 사람 많은 거 싫어하신다고 하시길래 회사로 부른 거예요. 아무래도 자택으로 가는 건 좀 그러니까."

"아, 네. 고맙습니다. "


 

 

 


 


  그보다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었을텐데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입을 꾹 다물고 가식적인 미소를 보였다. 프리랜서라는 게 이래서 좋다. 작업해봤자 손에 꼽을만큼 보니까. 그리고 아까 나를 안내해주었던 토끼를 닮은 여사원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 내 앞에 한 잔, 그 앞에 한 잔.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커피 향이 내 취향에 맞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빨리 떠나고 싶어서인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작업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아무래도 소설 자체가 문체나, 전개 방식이나 되게 복잡하고 심오해서 더 까다로웠을 거예요."

"맞아요. 애 좀 먹었죠."

 

 

 


 



  덕분에 워낙 얇아 티도 잘 안 나지만 팅팅 불어터진 입술에 침만 닿아도 쓰라렸다. 그리고 나서 쭉 형식적인, 아무 의미 없는 대화가 오갔다. 째깍째깍, 시침이 열심히 제 일을 하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 듯 했다. 이 남자는 한가한가, 왜이렇게 사람을 안 놔줘? 따분한 대화의 연장에 테이블을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며 건성건성 대답을 했으나 남자는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삼십 분가량이 지난 후에야 저 혼자 마무리를 지었는지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좀 많았네요."

"아니예요. 제가 좀 피곤해서 대답이 시원찮았죠. 그럼 전 가봐도 될까요?"


 

 

 


 


  말했다시피 좀 피곤해서. 말끝을 흐리자 알겠다며 웃는다. 어떻게 왔냐 묻기에 지하철 타고 왔다니까 직접 태워다 주겠단다. 사실은 걸어왔지만 의도한 거짓말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쯤되면 정색해도 되지않나 싶다가 그렇게 단호하지 못한 내 성격을 탓하며 손사레를 치며 괜찮다고 일러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일을 내고 말았다. 무릎 끝으로 테이블을 쳐서 간당간당하던 커피가 남자의 양복 바지로 쏟아졌다. 다행히도 에어컨 바람을 잔뜩 쐬어서 뜨겁진 않지만 다리선을 따라 쭉 흐르는 커피는 바지에 모조리 흡수되었다. 당황해서 휴지를 찾다가 허겁지겁 닦아내는데 눈물이 돌뻔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죄송해요! 어쩌죠? 아,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세탁비 보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서툴게 낯선 남자의 다리를 휴지로 마구 닦다가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올리니 남자가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 불안한 느낌.


 

 

 


 


"정말 죄송하시면 세탁비 대신 밥 한 끼할까요?"

 

 

 


 



  젠장, 역시 이태리놈이었다. 멍청하게 입만 벌리고 있자 웃으며 장난이라고 넘긴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엿이나 먹어 난봉꾼아!하고 가랑이를 발로 차고 당당하게 나오는 1번 보기가 있는데에도 나는 굳이 2번 보기를 택한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경련이 일 것 같았다. 또 입 바른 소리.


 

 

 


 


"물론이죠! 제가 살게요! "

 

 

 


 



  나 왜 살지. 그냥 혀 깨물고 죽을까하다 앞에 있는 이태리놈 얼굴 한 대 정도는 치고 죽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랬더니 알겠다고 당장 내일 만나잔다. 내일 약속이 있다는 말 한 마디를 하면 될텐데 그 말을 못해서는 알겠다고 얼떨결에 대답해버려서 졸지에 내일 한국 땅에서 이태리 남자랑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아아, 박복한 내 인생. 솔직히 커피 좀 쏟았다고 밥 한 끼가 무슨 말이냐.

 

 

 


 




"그럼 내일 뵐게요. 혼자 가시겠다니 배웅하진 않을게요. 검토 후에 저희 측에서 일주일 안으로 연락 갈 거예요. 조심히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바지는 정말 죄송합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

 

 

 


 



  토끼 여직원이 쪼르르 달려와 난봉꾼 대신 배웅을 해준다. 고마워요 토끼양. 터덜터덜 배춧닢같은 발소리라고 했던가. 딱 그 꼴로 역까지 걸어가 집에는 거의 기어오듯 걸었다. 나까보단 누그러진 볕에 신경질을 낼 힘도 없었다. 허물 벗 듯 스르르 옷을 벗고는 바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난봉꾼새끼.."

 

 

 


 



  평화롭던 내 인생에 골칫거리가 늘었다. 내 어깨를 짓누르던 잠이 그와 바톤터치를 한 듯 스르르 사라졌다. 아마 내가 잠이 들어서일까. 현실과 꿈 사이의 경계, 그 모호한 시간도, 공간도 아닌 그곳에서 나는 불현 듯 소리쳤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


 

 

 

 

 

 


+

으어엉 그취방에 계속 두려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글잡으로 옮!김!

사실 글잡보다 그취방이 좋아서... 흐엉 언제 다 옮기지.. .

간만에 온 글잡에 뜨는 옛날 글들 보고 이불킥 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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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미카 노래에 한 번 반하고 내용에 두 번 반하고 갑니다
8년 전
비회원169.235
헝..1편만 읽었는데도 금손이라는게 느껴진다 남은글도 봐야지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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