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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됴꾸물 전체글ll조회 1519l






"저번주 쯤에...사람을 죽였습니다."

 

 

 

망설임없는 건너편의 목소리에 경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한적한 이 시골마을에 있는 작은 성당에 오는 사람이라곤 마을에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여서 매번 고해성사를 했을때도 누구가 땅을 샀느니, 자식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했느니 ,하는 푸념이 다였다. 그래서 이런 고해성사는 처음 겪어보는 경수는 깜짝놀랄수 밖에 없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경수의 반응과는 달리 건너편의 남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추적을 받고있어서, 지금 이 시점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남자는 무엇을 바라고서 이 작은 시골마을까지 숨어들어와 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있는 걸까. 죄책감에 의한 공포 때문에 떨고 있는 걸까? 후회 하고 있는걸까? 경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지만,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에 목 언저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멈춰야 했다. 이 남자는 정말로, 일부로 자신에게 찾아와 고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끔 목 언저리가 불에 타는 것처럼 화끈거린다. 경수는 목언저리를 어루만졌다. 하얀 목에, 짙은 갈색의 베인상쳐가 남겨져 있다.

 

 

 

경수는 입을 가만히 다물며 맞은편 남자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아까의 말을 마지막으로 가만히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으면서 무거운 침묵이 생겼다.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마져 들리지 않는 숨막히는 침묵이었다. 경수가 무슨말을 꺼내려고 입술을 달싹거렸을때,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이 고요한 공간에서 파장을 일으키며 침묵을 깨트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였다. 소리의 원인은 맞은편 남자의 손가락 끝에서 생겨났다. 나무판자를 손가락으로 긁는 소리. 맞은 편의 남자는 경수와 자신의 사이를 막고있는 판자를 없애고 싶은 마음에서였는지 약하게 나무판자를 몇번 긁어보인다. 아마도 경수는 유난히도 큰 눈을 둥그렇게 뜨며 이 곳을 바라보고 있겠지. 문득 그 모습이 보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하며 남자는 나무 판자에 이마를 맞댄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돌리고 싶네요."

 

 

 

 

처음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떨렸다. 그 미세한 변화에 경수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자꾸만 목언저리가 화끈거려와서, 꼭 화상을 당할 것만 같았다. 경수는 이내 목가를 손으로 감싸쥐어야 했다. 드르륵- 다시 나무판자를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의 손끝이 얇은 판 너머의 경수를 향하고 있다. 손을 뻗어 그에게 닿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며 남자는 눈을 감는다. 드르륵, 나무판자를 긁던 남자의 손가락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결로 인해서 상처가 나 피가 났다. 피 냄새가 남자의 코 끝을 찌른다.

 

 

 

'김종인'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경수의 목소리가 윙윙, 남자의 머리 속을 헤집어놓으며 현기증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본 경수의 모습은 하얀천으로 칭칭, 감겨져 있었다. 생기없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서, 아무런 미동도 없이 인형처럼 앉아있던 그의 모습. 링겔액은 한방울씩 떨어지며 경수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지만, 경수는 껍데기만 남은 듯한 느낌을 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원망해? 종인은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그 한마디가 튀어나오지 않았다. 종인은 두려웠다. '응'이라는 그 대답 한마디가 두려웠다. 

 

 

하얀 병원복을 입은 경수는 목 만큼이나 하얀 붕대를 목에 칭칭 감고 있었다. 종인의 시선이 그 붕대에 머문다. 붕대가 피로 물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피부가 터지며, 살점과 피가 흘러나온다. 칼을 쥔 누군가는 종인을 발견하자 마자 재빨리 도망친다. 종인은 뒤쫓을 생각도 못한채 주저앉아버렸다. 자신이 추하게 울고 있는지도 모른채 종인은 그저 덜덜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하는 것 밖엔 하지 못했다.

 

 

 

진작에 경수의 말을 들어야했다. 좀 꺼림칙 한데, 라고 말하는 경수를 그 사람과 둘만 두게 하는게 아니었다. 그런 경수에게 떼쓰지마,라고 말 하는게 아니었다. 그날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가는게 아니었다. 종인은 후회했지만, 절대적인 시간을 역행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눈 앞의 경수는 온 몸 이곳저곳에 구타의 흔적과 강간의 흔적이 새겨져있었고, 목 옆이 깊게 찔려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찔린 목으로 자꾸만 숨이 새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자 경수가 짧은 경련을 일으킨다. 종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경수가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었을 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듯이.

 

 

 

 

 

 '죄 지어가꼬 숨어들어온거라 카더만, 성실하고 착하니께 하느님이 용서해주실끼다.'

 

 

몇 년이 걸려서 찾아낸 그 사람은 숨어지내던 마을에서 좋은 평판을 들으며 살고 있었다. 마을 주민에게 물어물어 사는 집까지 알아냈을때, 주민 중 누군가 한명이 그렇게 설명하며 칭찬하기 바빴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은 느낌을 억지로 목안으로 삼키며, 종인은 아무말 없이 그 사람이 산다는 허름한 시골 집으로 향했다. 마을 주민들의 일손을 도우며 웃고 있는 그 사람이 보인다. 정말로 구원이라도 받은 것마냥, 얼굴엔 구김살 하나 없어보였다. 

 

 

 

전등하나 키지 않은 방은 바깥의 달빛 만이 은은하게 밝혀주고 있을 뿐이다. 빠각, 내려칠때마다 삐져나오는 소리가 달라졌다. 한번 내려쳤을 땐 신고하겠다는 협박이, 두번 내려쳤을땐 아프다는 괴성이, 세번 내려쳤을땐 잘못했다는 속죄가, 네번 내려쳤을땐 살려달라는 애원이 그 사람 입에서 삐져나온다. 구역질을 참으며 종인은 삽자루를 더 움켜쥐어 그를 내려쳤다. 몇번이고 내리치자 피가 종인의 얼굴에 아무렇게나 튀었고, 너덜너덜해진 살덩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머리통이 깨져 뇌수가 흘러나와도, 목뼈가 부러져 튀어 나와도, 그저 이젠 고깃덩이가 되었을 뿐인데도 종인은 계속 그를 삽으로 내려쳤다. 용서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고, 도경수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렇게 편히 살 수 있는지 그것에 화가 더 치밀었다. 

 

 

경수는 그 사람 때문에 하루하루 지옥에서 살아야 했다. 다른 사람을 보면 덜덜 떨었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려 했으며, 시선하나 맞추지 못했다.  결국에는 도망치듯 시골로 내려가 숨어버렸다. 종인이 알던 경수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흰자가 많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지도 않았고, 귀엽게 웃던 모습도 사라졌으며,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어디서도, 예전의 도경수의 모습을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해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드르럭-, 나무판자를 긁던 행동을 멈추고서 종인은 고개를 들었다. 아무리 긁어도 자신의 손이 경수에게 닿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수는 드르럭 대는 소리가 멈추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말하지마, 제발 아무말도 하지마.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인이 한 말은 고작 4마디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는 경수를 괴롭혀왔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칼을 들고서 자신의 목을 그어버리는 것만 같은 느낌에 경수가 몸을 작게 바들바들 떨었다. 이 남자의 목소리 자체가, 경수에게는 고문과 다름 없었다. 애초에 종인을 원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인이 경수의 시선안에 머무르게 되면 그때의 기억이 검은파도처럼 밀려들어와 경수를 괴롭혀왔다. 쳐다보고 싶었지만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수는 애매모호한 그 관계를 잘라버렸었다. 잘려진 감정은 썩어문드러지며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의자끄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극고 종인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서 고해실을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이내 행동을 멈추고서 다시 뒤를 돌아 경수쪽으로 몸을 틀었다. 

 

 



 

".......나 원망하지."

 

 



 

종인의 말에 경수는 필사적으로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목을 틀어막고 있는 것처럼 목소리가 삐져나오지 못했다. 고해실 문이 열리고,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경수는 무언가에 홀리듯 그 발자국을 따라서 고해실을 빠져나갔다. 덜컥, 커다란 성당 문이 방금 닫겼다. 아직까지도 경수의 목에선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으....으...어...으....."

 

 



 

목 밑에서 긁어내는 듯한 소리만 낼 뿐 경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내뱉지 못하는 목을 바득바득 긁어보았지만, 피부가 벗겨져 피만 나올뿐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벌벌 떨리는 몸을 팔로 감싸안으며, 경수는 뒤쫓을 생각도 못한채 주저앉아버렸다.

 

 
















[exo/카디] - 마지막으로 너에게 | 인스티즈


다 쓰고 나니까 재범찡이 생각나는건 뭐지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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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신알신 울리자마자 왔어요ㅠㅠㅠ작가님 진짜 너무 아련하네요
10년 전
됴꾸물
♥사랑해요ㅠㅠ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둘다불쌍하다ㅠㅠㅠ
10년 전
됴꾸물
요새는 자꾸 불쌍한얘기가 끌리더라구요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
란새에요..자꾸 댓글 다는 게 작가님께 문제가 될까 무섭네요ㅠㅠ 니니진짜 짱좋음..작가님은 보시면 소재가 신선하신 것같아요! 분위기가 어두침침하면서도 슬픈게ㅜㅜㅜ엉엉
10년 전
됴꾸물
문제될꺼 없어여ㅠㅠㅠㅠ 그저 감동할뿐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소재가 신선하다니ㅠㅠㅠ 감사해요유ㅠㅠ
10년 전
독자4
숫자공일일이예요.. ㅠㅠ 아.. 이거 아.. 진짜 말이 안나오네ㅠㅠ.. 진심으로 이 밤에 감성터짐..ㅠㅠ 비도 오는데 글은 금같고..
10년 전
됴꾸물
거기도 비와요? ㅠㅠㅠㅠ 여기도... 천둥번개치고 난리남요 ㅠㅠㅠㅠ 아..모든 글 정주행이라니 ㅠㅠㅠ 감동이에여
10년 전
독자5
대박이네요 작가님글 읽어봣는데 너무좋아요 이런분위기 짱짱맨~~~ 와..
10년 전
독자6
쫑현이에요!아진ㅊ짜 작가님글 짱좋아여..전부터 계속 말하지만 아련아련한분위기가 진짜 짱짱인것같아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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