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그 여자애한테 사탕을 건네준 지 벌써 2시간이 지났다 .
교수님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 전공책은 이미 가방에 집어넣은 지 오래였다 .
그러고보니 쟤 참 귀엽게 생겼다 . 나보다 키도 훨씬 작고 어깨도 좁다 . 원래 내 이상형은 키 170에 긴머리의 청순한 글래머 누나였는데 , 이상하게 요즘따라 귀여운 여자에 관심이 간다 . 그러고보니 난 아직 쟤 번호도 모른다 .
병신 호구새끼, 번호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
*
" 오늘 끝나고 다 술 마시러 가는거지 ? "
개좆같다 . 오늘은 집에가서 일찍 잠이나 자려고했는데 ,
저 도움안되는 동기새끼는 술 마시러가자고 보챈다 .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 사실 내가 과대라서 , 안 나갈수도 없는 상황이다 . 그나저나 ㅇㅇ이도 가겠지 , 가야되는데.
" 누군진 모르겠는데 차를 개 좆같이 대놨네. "
빡친다 . 가뜩이나 움직이기 싫은데 술집앞에 차들이 중구난방으로 주차가 되어있다 . 저러다 사고라도나면 어쩌려고 저렇게 해놓는지 모르겠다 .
*
" 그래서 윤기는 , 여자친구 없어 ? "
" 딱보면 모르냐 ? 이새끼성격에 여자친구가 있는게 이상하지 않냐 ? "
" 그래도 쟤 좋다는 여자애들 많아 . 군주님이시잖아 . "
시발 개 좆같다 . 아주 날 가지고 대화의 장을 펼치고 있다 . 대화내용도 참 거지같다 . 대학교 3학년씩이나 된 새끼들이 대화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 . 내가 이런새끼들이랑 같은자리에 있다는게 수치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지민이는 어딨지 .
" 너 이거 말하기만 해봐 ~ "
웃기다 . 160도 안돼 보이는 여자애가 지딴에는 협박이랍시고 주먹을 쥐고 위협하는데 , 그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 그러고보니 쟤 성이 뭐였더라 ...
" 야 , 저 여자애 이름 뭐였지 ? "
" 누구 . "
" 저기 .. 단발머리 여자애 . "
" 아 , 저기 단발이 한둘이냐 . "
" 아니 .. 저기 분홍니트 입고있는 애... "
" 아 , ㅇㅇㅇ ? "
아 , 기억났다 . 쟤 이름이 ㅇㅇㅇ이었지 . ㅇㅇ이 , ㅇㅇ... 이름도 참 자기처럼 귀엽다 . 하는짓도 귀엽다 .
지금은 또 병뚜껑을 눈에 붙이고 호구짓을 하고있다 .
저것도 귀엽다 . 아 어떡하지 , 진짜로 좋아하나보다 .
" ... 아 꼭 해야해 ? "
"남자새끼가 한 입으로 두말하기있냐 ? "
" 아 그냥 빨리 대답해 병신아 . "
진심으로 개같았다 . 방금 전 시작한 진실게임에서 하필 내가 걸렸다 . 질문도 참 병신같다 .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냐고 묻는다 . 무슨 수학여행 온 것도 아니고 , 질문도 꼭 지들 같은것 만 한다 .
" ... 있어 . "
" ...? "
" ...? "
" ...? "
뭘까 이 병신들은 ,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냐고 물어보길래 있다고 대답한 것 뿐인데 ,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할까.
내가 ㅇㅇㅇ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 도 아닌데 .
" 누군데 ? "
" 민군주님의 마음을 훔쳐간 여자가 누구야 ? "
" 지랄 , 빨리 다음 차례로 넘어가 . "
*
시발 , 개 좆같다 . 분명히 2차도 가지않고 일찍 집에 왔는데 , 기분이 존나 개 좆같다 . 시발 , 이게 다 ㅇㅇㅇ 때문이다 .
*
" 그럼 , 이제 민윤기가 ㅇㅇㅇ한테 질문해 . "
" ... "
" ... "
" ... 좋아하는 남자애 있냐 ? "
나는 누가봐도 존나 멋있었다 .
무심한 척 , 마치 그냥 할 질문이 이것밖에 없었다 , 나는 그냥 친구들의 성화에 떠밀려 이런 질문을 한 ㄱ...
" 응 , 있어 . "
" ... "
" ... "
" ... "
*
아무리생각해도 ㅇㅇㅇ이 좋아하는 남자애는 내가 아닌 게 분명했다 . 말 섞어본 적이 별로 없을 뿐더러 , 아침에 내가 사탕을 건네주었을 때도 표정이 썩어들어갔는데 , 걔가 날 좋아할 리 없었다 . 시발 , 개 좆같다 .
또 시작도 못해보고 짝사랑을 접어야 하는 건가 , 도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
*
" 밥 먹어 얘들아 . "
" 도대체 형은 무슨 자신감으로 요리하는거에요 ? "
" 그냥 주는대로 쳐먹어요 . 저형까지 요리에 손 놓으면 우리 진짜 삼시세끼 라면으로 때울지도 몰라요 . "
" 차라리 라면을 먹을래 , 이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야 . "
" 왜요 , 계란말이 맛있기만 한데 . "
" 그거 주먹밥이야 . "
" ... "
" 우와 , 이거 김치찌개에요 ? 진짜 맛있다 . 형은 앞으로 김치찌개만 만들어요 . "
" 그거 콩나물국이야 . "
" ... "
쾅 !
" 아 시발 깜짝아 !! "
" 오바떨지마 병신아 . "
" 다들 좀 닥쳐주실래요 , 저 지금 피시방 갈 거 거든요 . "
" 누구 물어본 사람. "
"도대체 형은 언제 철 들래요 , 좋아하는 여자도 없죠 ? 그럼 그렇지 . "
" 도대체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거랑 철든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건데 "
" 윤기형은 태형이형이랑 화해 한거에요 ? "
" ... "
" ... "
" 제가 또 분위기를 초쳤네요 . 전 이만 . "
쾅 !
" 아 시발 깜짝아 !! "
" 오바떨지마 병신아 . "
" 너넨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하면 믿을거냐 . "
" ...! "
" 형 , 지랄하지마세요 . 그걸 누가 믿어요 . "
" 형 술 덜깼죠 ? "
" ... "
" ... "
*
... 나도 좋아하는 여자애 생겼는데 .
쓰레기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여러분
8ㅅ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