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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앙로즈 전체글ll조회 803l 1

할아버지!! 옛날이야기 해 주세요!!!”

그래블레어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랴요정이 나오는 이야기를 해줄까?”

...요정 이야기는 어제 했짜나여...”

으음...그럼 할아버지 어렸을 때 얘기 해줄까?”

!!좋아용!!”







1777그러니까 내가 7살쯤 되었을 때 말이지...


작은 시골 마을이 아침부터 시끄러웠어그 날은 데이아나 공작 일가가 마을의 별장으로 내려오시는 날이었지공작님의 외아들이 자주 아팠기 때문에 시골의 별장으로 온 가족이 내려온 거래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맞이하려는 준비로 분주했어.


한참이 지나고 저 멀리 공작 일가가 탄 마차가 보였어창문을 빼꼼 내다보는 창백한 피부의 어린 소년과 금발머리 소년의 눈이 마주쳤지마차에 탄 소년의 이름은 로빈 데이아나창백한 피부로 인해 칠흑같이 검은 머리와 마리아의 옷깃처럼 붉은 입술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소년을 보고 금발머리 소년은 생각했어아름답다...


로빈은 시골로 내려왔지만 거의 집안에만 있었어심심한 로빈은 하루 종일 하염없이 창밖을 내려다보았지하루는 로빈의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어마을에 올 때 봤던 금발머리 소년이 정원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었지로빈은 이끌리듯 그곳으로 다가갔어.


막상 내려왔지만 금발머리 소년에게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았는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단다정원에서 뛰어노는 한 마리의 노란 오리 같아...라고 생각하던 찰나금발머리 소년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더래.

"넌 이름이 뭐야?"

"...로빈"

"로빈생긴 것만큼이나 정말 예쁜 이름이구나나는 줄리안이야줄리안 퀸타르트나랑 같이 놀래?"

"정말그래도 돼?"

"그럼!"


"여기선 뭐하고 놀아?"

"혼자서 할 수 있는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하지만 친구가 있으면 두 배로 좋아내가 그린 그림 보여줄게 로빈!"

금발머리 소년이 집으로 뛰어 들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내려왔어어린아이의 그림치고 꽤 잘 그린 그림임을 어린 로빈도 알 수 있었지.

"우와줄랸 대단해진짜 잘 그렸어!"

"히히 로빈내가 너도 꼭 그려줄게!!"





그리고 12년이 지났어.


로빈 도련님!!”

아이 진짜 둘만 있을 땐 그냥 로빈이라고 부르랬잖아!”

알았어알았어요 나의 연인.”

사랑하는 연인이라면서 그런 것도 못해주고...어렸을 때처럼 그저 날 편하게 대할 수 없는 거야재수업써 줄랸.”


1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와 로빈은 막역한 친구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되었어어느 청량했던 여름 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 내 볼에 입맞추며 니가 좋아라고 속삭였어나는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지.

그런데 왜 호칭은 로빈 도련님이 되었냐고블레어지금은 신분제가 없어졌지만 그 당시 로빈은 귀족이었고 나는 평민이었기 때문이지어렸을 땐 인식하지 못했던 신분의 벽이었단다그래서 사람들 앞에서는 도련님이라고 부르게 되었지호칭이 변했다고 마음까지 변하지는 않았지만 로빈은 알면서도 꼭 저렇게 괜한 투정을 부리곤 했어귀여운 나의 연인.


나의 연인은 바로 그 신분의 벽을 없애기 위해서 싸웠단다데이아나 공작 가문의 외아들로서 아무것도 안 해도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로빈은 그러지 않았어.


그 때 당시 우리나라 왕실은 사치스러움이 극에 달해 있었단다베르사유 궁전의 분수대에서는 물 대신 와인이 흐른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지하지만 알베르토 왕자는 조금 달랐어.그는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백성들을 아낄 줄 아는 검소하고 총명한 왕자였단다한 가지 흠이라면 둘째라서 태자가 아니었다는 것이었을까...


갑자기 알베르토 왕자 이야기는 왜 꺼내냐고블레어그건 말이지그 또한 나의 연인을 사랑했기 때문이란다...


로빈이 알베르토 왕자님을 처음 봤을 때 아역시 소문대로 총명하신 분이구나 생각했어그런데 왕자님이 지나치게 많은 호의를 베풀더래처음엔 멋모르고 다 받았는데 생각할수록 과분했다고 느꼈는지 살짝 왕자님을 멀리하던 참이었어순진했던 나의 연인은 그게 관심의 표현인지 몰랐던 거야.


하루는 성대한 무도회가 있었어물론 베르사유 궁전에서 무도회란 거의 일상이었지만 그날은 특히 전하의 생신이라 모든 귀족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했고그래서 로빈도 갔었어하지만 제아무리 아름다운 거울의 방이라도 로빈의 흥미를 돋우지는 못했어

로빈역시 무도회는 관심이 없구나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안녕하십니까왕자님그림이 아름다워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었느냐?”

제가 관심이 있다기보다는..그림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생각나서 보고 있었습니다.”

호오그래그런 사람이라면 궁에 한 번 초대해 보고 싶구나.”

그것이..요즘은 다른 일을 하느라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느 가문이 자식 하나 후원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냐?”

귀족 집안의 자제가 아니옵니다.”

그럼 진작 그리 말하지 그랬느냐네가 아끼는 사람이냐?”

아낀다기보단..제게 많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소중하다라...애인이라도 된단 말인가아니신분차 때문에 애인까지는 못 되려나.”

어찌 그런 말을 하십니까그는 누구보다도 저를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의 신분은 제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존경하던 왕자님과 오늘의 왕자님은 너무도 다르군요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안녕히 계십시오.”

..로빈..?”


그 날 밤무도회의 분위기는 한창 무르익고 있었지만 누군가는 그곳을 빠져나오고 있었어

로빈내 그대에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구나늘 말로는 백성들을 생각한다며 질투에 눈이 멀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어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됐던 것을..아아나는 아직 왕자의 자질을 갖추려면 멀었구나내 속은 얼마나 위선적이었단 말인가..! 오히려 로빈그 아이가 진정으로 백성들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일 지도 모르겠구나.”

왕자님밤공기가 찹니다어서 들어가시죠.”

조용타일러조용히 해 보거라이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 것이냐?”


알베르토 왕자님이 소리에 이끌리듯 들어간 곳은 마을의 작은 성당이었단다작지만 아름다운 성당 안에는 촛불만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그 옆으로 감미로운 선율의 주인의 모습이 보였어그 모습은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웠지.


아름다운 연주이십니다신부님.”

과찬이십니다.”

신부님은 살며시 눈을 뜨며 미소를 머금은 채로 대답했어사슴같은 눈이 인상적이라고 알베르토 왕자님은 자기도 모르게 생각했지.

신부님께서는 어인 일로 잠들지 못하시고 연주에 심취해 계십니까?”

신부라는 사람이 별 일이랄 것이 있을까요...그보다 귀한 집 도련님이신 듯 보이는데그런 분께서 이 시간에 이런 곳까지 흘러들어오게 하는 이유가 더 클 것 같은데요.”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해두죠.”


두 사람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이 틀 무렵이나 되어 헤어졌어그런데 알베르토 왕자님이 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신부님은 한참이고 그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거야큰일이다나는 이제 그대 생각에 눈물지을 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했지자신은 성직자인데 누군가를 사랑해버리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야게다가 상대는 이미 다른 사람 생각에 잠 못 이루고 있다 하였고물론 그 장본인이 나의 연인이라는 것까지는 신부님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두 사람의 닿지 못할 사랑의 열병이 계속된 채로 1789년 7월 12일이 되었어날짜까지 정확히 기억나는구나.

파리의 시민들은 가난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어그런 사람들에게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루소의 사상은 너무도 희망적으로 들렸지그래서 우리는혁명을 준비했고 그 날은 드디어 작전을 개시하는 날이었어.


깊은 밤알베르토 왕자님의 방으로 향하는 그림자가 있었어.

왕자님.”

아니 로빈이 시간에 무슨 일로 나를 보러 예까지 왔느냐?”

지금 이곳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벗어나다니도망이라도 가란 말인가?”

조만간 궁으로 혁명군이 몰려올 지도 모릅니다지금 그들은 바스티유 감옥을 점령하고 있어요그들이 이쪽으로 온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왕자님께서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왕자님만은 무사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왕자님께서도 이미 아실 것입니다저 역시 혁명 세력의 하나라는 것을허나 저는 저의 신념을 위해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특히 그것이 저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왕자님이라면 더욱... 물론 이러한 핑계로 감히 폐하의 권력에 도전한 죄가 용서될 수는 없겠지요하지만 왕자님께서 무사하신 후에 제가 살아 있다면 그 때..달게 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벌이라니당치 않다나 역시 자네의 신념에 공감하는 사람이네그 땐 내 질투에 잠시 눈이 멀어 못할 말을 해서 미안하네이 나라가 겉으로는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듯 보여도 그 속은 썩어 문드러져버린 지금어쩌면 내가 감히 하지 못한 일을 자네들이 하고 있는 것인데 오히려 내 고마워해야하지 않겠는가그보다도 네 나를 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 또한 고맙구나.”

저는...그동안 왕자님께서 주신 마음을 보답하기 위해서...”

“...한번만이라도말뿐이라도 그저 나를 위한다고 해 줄 수는 없는 것이구나..”

왕자님은 한없이 슬퍼 보이는 눈으로 미소 지으셨어.

아닙니다왕자님왕자님께서 무사하시길 바라는 제 마음은 진심입니다...!”

그냥 해본 소리다너의 말대로 시간이 얼마 없을 텐데 어서 가도록 하지.”

죄송합니다...왕자님의 마음 짐작은 했습니다... 허나 그 소중한 마음 받을 수 없는 모진 저를 용서하세요...아니 용서하지 마세요..”

끝내 로빈의 눈에서도 눈물이 맺히었단다나의 연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구나...


제가 오래 자리를 비우면 저들이 의아해 할 것입니다그래서 송구하지만 제가 친형처럼 믿고 따르는 신부님께 왕자님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신부님왕자님을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로빈이 소개한 신부님은 다름 아닌 다니엘 신부님이었어구면인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그저 눈만 크게 뜨고 있었지.


밤이 깊었기에 신부님은 자신의 침대를 왕자님께 내어주고 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왕자님은 마음이 복잡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지그래서 자신 대신 신부님을 침대에 눕히려고 안아들었는데 문득정말 뜬금없게도 잠든 얼굴이 예뻐 보였더래왕자님에게 로빈이라는 이름은 그 빛을 바래는 순간이었지당장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들기나 하냐고 자신을 자책도 해 보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리 이성적이지가 못하단다.


아침이 되었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묘하게 어색한 기류가 흘렀어왜 그런 거 있잖니블레어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오버하면서 잘해주려다가 어색한 미소만 흘리고뒤에 가서 혼자 그렇게밖에 못 해야 했나며 자책하는 거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려 다니엘 신부님이 찻잔을 내오는데 알베르토 왕자님이 제가 도와드릴게요하다가 찻잔을 깬 거야그래서 왕자님이 안절부절못하는데 신부님이 괘..괜찮아요 이러시니 왕자님은 나 때문에 화난거구나 혹시 아끼던 찻잔인가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시고 정작 다니엘 신부님은 왜 거기서 바보같이 말을 더듬고 그랬지...이러며 자책하시는 거야하루 종일 그런 식이시니 그들 사이는 어색해져만 간 거지.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어그날은 블레어 너도 알다시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날이야.

파리의 시민들은 베르사유 궁에 파죽지세로 몰려가 그들의 인권을 부르짖었고 붙잡힌 왕족들은 튈르리 궁으로 강제로 이주 당했어그런데 알베르토 왕자님이 없는 것을 발견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왕자님을 찾아 나섰지그들은 꽤나 끈질겼어아니면 우리가 너무 안일했던 걸까...


...왕자님 어떻게 알았는지 사람들이 오고 있어요어서 숨으세요!”


밤늦게 무슨 일들이십니까?”

왕자가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순순히 왕자를 내놓으시죠신부님.”

왕자님이라니 무슨 말이신지?”

거짓말 마!! 왕자와 데이아나 공작의 아들이 얼마 전에 이곳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는 말을 듣고 왔어멍청한 귀족놈... 죽음의 공포에 질리니 묻지도 않은 말까지 술술 하더군.”

왕자님이 어디 계시는지 저는 정말 모릅니다그리고 데이아나 공작님의 아드님 로빈이라면 그대들과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내 알고 있소.”

귀족의 피가 흐르는 자식이 우리를 이해나 하겠어그에게 혁명은 기껏해야 철없는 도련님의 장난거리겠지.”

그 순간 성당 뒤편에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렸어아마 로빈을 욕하는 소리를 들은 왕자님이 움찔했던 것 같아.

게 누구냐!?”

성당이 낡아서 쥐가 사나 봅니다.”

쥐인지 무엇인지는 확인을 해 보면 알 수 있지.”

뭐하시는 겁.....안돼!!”

그들이 총을 꺼내자 그들이 무슨 말을 하던 낯빛조차 변하시지 않던 신부님이 이성을 잃고 그 앞으로 달려들었어하는 소리가 들렸고 신부님이 힘없이 쓰러졌어.

그러자 정작 총을 쏜 사람들이 당황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어그 사람들의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말은 저렇게 했어도 사실 가난에게 선한 본성을 짓밟혔을 뿐 그들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라곤 없는 농민들이었거든.


총소리를 듣자마자 왕자님은 발각되든 말든 신부님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해 달려 나왔지만 이미 아무도 없고 신부님만이 쓰러져 있었어붉은 꽃잎이 사제복을 끊임없이 물들이고 있었지.

...으윽..”

신부님!! 대체 왜 당신의 목숨까지 내던져가며 나를 구한 겁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말해버리죠!! 내가 왕잔데설마 죽이기야 했겠어요그런데 지금 신부님은 꼴이 이게 뭐예요...”

알베르토 왕자님...로빈의 부탁도 부탁이지만...쿨럭..나 당신을 연모했기에...처음에 왕자님이신지도 몰랐을 때..당신이 나의 오르간 연주를 듣던 날...아마 그때부터였을 거야...로빈이 당신을 부탁한 날..난 감사하다고 하나님께 기도했어요..당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어서...”

신부님!!! 다니엘!! 정신 차려요!!”

난 신부고 당신은 이 나라 왕자님이신데...아니 왕자이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인데..게다가 당신은 남자인데...그런 당신을 내가 감히 사랑해버렸으니 나 성직자로서의 자격 진짜 없다그렇지요..?”

다니엘!!!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요!! 빨리 지혈을 해야 해요!!!”

지금 도망가면 안전하실 수 있을 거예요...어서 가세요..나는 상관 말고 멀리멀리 가세요...부디 무사하시길 바랄게요...”

다니엘!!!!”

사랑해요...”

다니엘!!! 눈을 떠봐요...!!! 다니엘!!!! 사랑한다며그럼 나한테도 당신을 사랑할 기회는 주고 가야지다니엘!!!”



다니엘 신부님이 돌아가셨어.....나 때문이야!!”

그렇지 않아 로빈그게 왜 너 때문이겠니..”

내가 왕자님을 그곳으로 데려가지만 않았어도...흐흑..결국 우리는 평화로운 방법을 사용할 순 없는 걸까..?”

로빈...힘들면 여기서 그만둬도 괜찮아뒤는 내가 책임질게.”

무슨 소리야.....난 그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아!!”

나약한건 어쩌면 바로 나야 로빈..!! 우리는 막말로 귀족들이 가진 것을 무력으로 빼앗고 있는 중이야그런데 그 중에 너의 것도 있었음을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약해져버리고 말아.”

이제 와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난 이 일에 가담하고부터 우리 집에서 경제적 도움 같은 거 받은 적 없어왜 내 것을 빼앗는 거라 생각하는 거야?”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런 어려움은 모르고 귀하게 자랐을 너잖아...그래 사실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로빈난 다른 거 아무것도 필요 없고 그냥 니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야... 니가 나보다 높은 귀족이든나와 신분이 같아지든넌 그저 나의 로빈 데이아나인걸..”

“...너를 만났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있는 거야넌 10년 전 병약한 꼬마가 처음으로 간절히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해준 사람이야그런 너에게 우리 둘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선물해주고 싶었어그러니 그전까지 나 절대 안 다치고 꼭 네 옆에 있을게.”

...이다지도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을 난 좀더 확고히 말렸어야만 했어.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귀족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태세를 갖추어 싸움이 한층 격렬해졌어시민들은 기껏해야 바스티유 감옥에서 훔친 무기 아니면 농기구밖에 없었기에 날이 갈수록 밀리기 시작했지

유난히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어느 날나의 연인은 직접 혁명의 삼색기를 들고 가장 앞으로 뛰어나갔단다그러자 데이아나 공작님의 아들을 발견한 그쪽은 멈칫했지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여 전세가 역전되긴 했지만 나는 나의 연인이 걱정되어 로빈에게로 달려갔어순간다리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와 나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나의 연인의 목소리가 점차 희미하게 들려왔어.


으음...”

깨어났구나줄리안.”

뭐야...기욤나 왜 여기 있어..? 로빈은?”

“.....줄리안...”

로빈한테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로빈 어디 있어?”

줄리안 아직 일어나면 안 돼 상처가 덜 아물...”

말해!!! 로빈 어딨어!!! 어딨냔 말이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한동안 다시 깨어나지 못했어.


다시 내가 내 모습을 기억하기 시작했을 때나는 완전히 미치광이가 되어있었어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웅크려 있다가 별안간 꽤애애액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실성한 광대처럼 한참을 깔깔거리고 웃기도 하다가 엉엉 울기도 했어.


로빈이 없는 이상 내게 혁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나는 시골의 본가로 내려갔어아니정확히는 끌려갔지나의 광기는 점점 나의 육체와 정신을 갉아먹었어.


하루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손을 벌벌 떨며 내 방의 물건을 전부 뒤집어엎었어그러다 문득, 7살 금발머리 소년이 가장 예쁜 소년에게 보여준 그림을 발견했지그 그림을 끌어안고 로빈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며칠을 밤을 꼬박 새워 울었어더 이상 눈물도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그건 광기에 의한 울부짖음이 아니었어그리움그래 그건 그리움이었어.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죽을 땐 죽더라도 나의 연인의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가자고그렇게 하루이틀 살아가다 보니 어느 새 지금에까지 이르게 되었구나...








우와....너무 슬퍼요..할아버지연인과는 결국 만나지 못했나요?”

만나지 못했지아니사실은 머리로는 이미 나의 연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했을지도 몰라하지만 차마 그걸 마음으로 인정할 용기가 아직까지 나지 않았지...”

그렇구나...그런데 왕자님은 어떻게 되었어요?”

글쎄...? 이탈리아로 떠나서 평생 신분을 감추고 산다는 소문밖에 나도 듣지 못했단다.”

불쌍해요...왕자님도할아버지도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평생 그리워하잖아요.”

..정말 그럴까정말로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말하자면 기다림 그 자체가 일상이 되어버린 거야블레어도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렴풋이 이해하게 될 거란다.”

...나도 지금 사랑하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걸요블레어는 아빠랑 평생 같이 살면서 할아버지같이 멋있는 사랑을 할 거예요.”

그래멋진 블레어는 아빠 잘 지켜줄 수 있을 거야!”

당연하져!!”


옆집 일리야 씨가 어느새 잠이 든 블레어를 데리고 갔다오랜만에 네 이름을 입 밖으로 내어본다.


로빈.


오랜 시간이 지났어.

하지만 너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는구나.

그런 너를 원망하지는 않아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니너무나도 자랑스러운 나의 연인인데.

있지나 이제 너를 마음 놓고 로빈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어.

이곳은 이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되었거든네가 그토록 바라던 모습인데 한번쯤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

나 너에게 보여주려고 그림도 그렸는데내가 그랬지? 너 그려준다고!

너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며 그렸어.

물론 나에게 넌 매 순간 아름다웠지만 특히 네가 혁명군을 이끌며 앞으로 나아갈 때그땐 마치 여신 같았어자유의 여신 마리안느그녀가 사람이라면 저런 모습이었겠구나싶었지.

7살 금발머리 소년이 한 약속을 이제야 지키게 되었네늦어서 미안!

하늘에서 보여줄게거기서 딱 기다려로빈나 늙었다고 못 알아보면 안 된다?

Mon amour, je t’aime...












에필로그 1.


유난히 잊히지 않는 기억이 있다

내가 7살 때였다가족들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을 갔었다하지만 7살 어린이는 박물관에 큰 관심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금세 지루해진 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런데...이상한 일이었다한 그림이 나의 발걸음을 잡아 세웠다.


[줄로/알독] la Liberte(자유의 여신) | 인스티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왜였을까왜 그 그림 앞에서는 숨조차 턱 막혀버린 것일까눈물은 또 왜 나는 것이었을까대체 이 그림이 무엇이기에.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을 보시고 우리 로빈감수성이 정말 풍부하구나하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하지만 감수성의 여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대체 왜였을까.


아직까지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당신을 보기 전까지.


프랑스도 아닌 대한민국 서울에서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면접을 보러간 날당신을 처음 보았다그 순간나는 7살 그때의 로빈처럼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하지만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안녕하세요벨기에에서 온 줄리안 퀸타르트입니다."

'줄리안 퀸타르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결코 우연이라 이르지 않을 것이다.






에필로그 2.


비정상회담 녹화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났다제임스와 그새 정이 들었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호주로 떠났고그 빈자리에 오늘 새로운 비정상이 들어오게 되었다독일 사람이라던데어떤 사람이려나.


녹화가 시작되고 그대가 처음 피아노를 치며 등장한 순간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감미로운 연주에 이어 모두가 그대의 연주에 맞추어 신나게 무조건을 부를 때조차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볼 밖에.


아벨라이번에는 내가 먼저 당신에게 매료되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게욥.








안 읽어도 되는거

..일단 작중 블레어는 줄리안 친손자가 아니라 기냥 옆집 사는 꼬마고...사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아닌 1830년 7월 혁명이 배경이야! 하지만 그냥 끌어다 썼어여...또 혁명 당시 베르사유 궁에 쳐들어가는 것은 혁명 발생으로부터 3개월쯤 지난 후지만 여기서는 귀찮아서 빠른 진행을 위해 한 번에 쳐들어갔다고 했어! 남의 나라 역사를 아주 마음대로 뒤엎었구나ㅋㅋㅋㅋ.... 연애곶아 알베 왕자님이 이태리에서 환생해서 마성의 알 차장이 되었군욥!! 내 곶아손도 환생하면 금손이 될까...??8ㅅ8 읽어주신 정들!! 사..사...사탕먹을래요???


++ㄱㅊ방에있는건 그대로 있고 내가 내 글 모아보려고 끌어온거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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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8.149
와 진짜 금손정님...♥
8년 전
라비앙로즈
금손이라니....고마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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