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경수와의 연락을 끝내고 먼지 쌓인 집안을 치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까 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던 콘돔도 버렸고. 집을 한바탕 치우고 나니 땀이 나길래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는 욕실에 들어서기 전 켜놓은 에어컨 덕분에 훅 끼치는 찬바람이 기분을 조금은 좋게 만들어 줬다. ‘Drrrrrr’ 현관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인터폰을 확인하니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온 도경수가 보인다. 아직 11시 30분 아닌데 일찍 왔네. 생각하며 문을 열어줬을 때는 씨익 웃으며 케이크가 든 상자를 살짝 흔들어 보이는 도경수가 있다. 케이크를 받아들고 거실바닥에 내려놓자 저도 따라와서 거실바닥에 맥주캔들을 세워 놓는다. 많이도 사왔네. “이렇게 둘이서 보는 건 처음이다. 그치?” “내가 계속 만나자고 해도 준면이 형이 중간에 잘라놔서 그렇지, 뭐.” 맞는 말이지, 그럼. 준면오빠가 중간에서 막아놓지만 않았어도 도경수와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불순한 의도로 뒤에서 만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오빠가 우리 집에 다른 여자를 들여놓지만 않았어도 여기까지는 안 왔을거야. “오늘 준면이 형 표정 하루종일 안 좋던데 무슨 일 있었냐.” “일은 무슨. 만나지도 못 하는데 일이 생기겠냐.” “거짓말 치지마. 지금 둘 다 표정이 뭐 씹은 표정이구만.” 내가? 눈웃음을 치며 맥주캔을 따 도경수의 앞에 놔줬다. 맥주 캔을 집어드는 힘줄이 툭툭 튀어나온 도경수의 그 손은 준면오빠의 손과는 많이 다르다. 준면오빠의 손은 내 손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참 예쁜 손인데. “너는 안 마셔?” “아, 내껀 니가 따줘.” 뻔뻔하게 내 맥주캔을 따달라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는 도경수는 별 말 없이 캔을 따서 내 앞에 내려놓는다. 그동안 내가 천천히 박스를 열어 꺼낸 생크림 케이크는 보기만 해도 달다. 이 상황에는 전혀 안 어울리게. “경수야.” “응.” “너 나랑 잘래?” 케이크 포장 박스 안에 들어있던 플라스틱 칼로 케이크를 자르던 도경수는 빠르게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한다. 참, 얘는 언제봐도 눈이 동글동글한게 귀엽게 생겼다. 준면오빠는 체구가 좀 작은 편이라서 귀여운 얼굴 상인데. 아, 왜 아까부터 준면이 오빠랑 비교하고 있지. “야, 뭔 소리야. 맥주 두 모금 마셨다고 취했냐, 지금.” “왜. 너도 처음에 나 좋아했잖아. 뭐,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맞다. 도경수가 처음에 나를 좋아했었다는 것은 나와 도경수, 준면오빠까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비록 도경수가 형인 준면오빠에게 나를 양보한다는 구실로 나를 포기한거지만. 우리 사이에도 풀어야 할 숙제들이 참 많았는데. 그치, 경수야. “야. 너 지금 준면이 형이랑 사귀잖아.” “그래서.” “.......” “싫어?” 싫은가 보네. 당황해서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는 도경수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맥주캔을 들어 들이켰다. 으, 쓰다. 여전히 굳어있는 도경수의 손을 잡아 들고 그의 검지 손가락에 케이크의 생크림을 묻혔다. 그리고는 내 입으로 쏙. 혀로 도경수의 손가락을 말아올리자 그 달콤한 덩어리가 내 혀에 감긴다. “달다. 너도 먹어, 경수야.” “...미친년. 끼 떠냐, 지금.” “왜? 예뻐?” 야살스럽게 웃는 나를 보는 도경수의 눈빛이 달라진다. 반쯤 넘어왔네, 경수. 너도 단순하구나. 원래 남자들은 술 기운에 빠지면 이렇게 쉽게 무너지나. 그래서... 준면오빠도 오세나한테 그렇게 넘어간건가. “후회 하지마.” “...응.” “니가 먼저 나 도발한거야.” 이렇게 책임전가를 해놓고 시작하는 도경수는, 그래 뭐. 섹시했다. 입고 있던 하얀색 맨투맨 티셔츠를 벗어던지며 나를 안아들어 거실소파로 옮긴 도경수는 내 위로 올라탔다. 아, 소파에 눕자 익숙한 향이 올라온다. 준면오빠와 내가 살을 부대끼고 영화를 봤던 그 냄새. 그 냄새를 느끼며 눈을 감고 도경수에게 몸을 맡겼다. ***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침대 위였다. 아마도, 도경수와의 정사 중에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준면오빠와의 관계 중에도 그러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 나 꽤 느껴야 정신 놓는데 도경수 꽤나 했나 보네. 비싯 웃으며 옆에서 화면을 깜빡이고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준면 오빠 부재중 12통, 도경수 카톡 1통. 준면오빠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카톡을 열었다. 혹시 몰라 경고하는데 나한테 선생질하려 들지 말아줘 그리고 댓글에 작가 '님' 자 안붙여도 돼 반말해도 돼 작가님 소리들을 자격 없는데 들으니까 민망민망...ㅋㅋㅋㅋㅋㅋ 그냥 막 들이밀으렴 비회원들도! 비회원들 댓글 달면 공개되기전에 내가 '두근두근' 달아놓는데... 알고있니?나 좋자고 쓰는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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