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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준면백현찬열세훈경수] 언데드 Undead / 프롤로그 | 인스티즈 


 


 


 


 


 


 

Undead 

w.5mm 


 


 


 


 


 


 


 

[김세동 박사의 실험이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이 실험을 반대하고 나선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김세동박사의 사퇴서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일부 시민들은 낮부터 서울시청 앞 거리에 나와 현재 밤 아홉시까지 김세동박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시위 현장에 나가있는 박세희 기자 만나보겠습니다. 박세희 기자.] 

[네.] 

[현재 상황이 어떠한가요.] 


 


 


 

그리고 나는 곧 라디오에서 울려퍼지는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얼른 목에 걸쳐둔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이어폰에선 재희가 추천해주었던 여자아이돌의 상큼한 타이틀곡이 막 시작하고 있었다. 버스는 덜컹거렸다. 이어폰을 꼽았음에도 드문드문 라디오 소리가 귀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나는 얼른 더 이어폰을 더 깊숙히 꽂으며 노래 볼륨을 두 칸 더 올렸다. 나는 이렇게 동요되는데, 버스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모두다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거나 꾸벅꾸벅 졸고 있을 뿐 나처럼 어수선히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버스에 탄 시민들 중 〈김세동 박사의 실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더 무서웠다. 나의 행동이 그들에게 이상하게 보일까봐. 내가 김세동 박사의 딸이라는 것을, 이 사람들이 알아버릴까봐. 


 


 

도망치듯 집에 쫓겨왔다. 우리가족이 살고있는 곳은 두세 사람이 겨우 들어갈만한 좁은 엘리베이터를 가진, 2000년도 전에 지어진 낡은 빌라였다. 아빠는 국가나 기업에서 금전적인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해 결국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집과 우리 집을 팔아 그 돈을 보탰다. 우리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집 두 채를 팔고도 돈이 없어 제3 금융권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빠가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다, 그 실험을 시작하고나서부터. 아빠는 조금 이상해져갔다. 같이 연구를 하는 동료들 빼고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니, 그 사람들에게 더욱 인정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니 불이 켜져있었다. 재희가 막 벗어놓은 운동화를 발로 정리해 대충 옆에 치워놓곤 '야, 너 오늘 야자 안 했어?'하고 목청을 높히니 닫힌 문 뒤로 흘러나오는 재희의 웃음소리를 묻으며 거실에서 익숙한듯 이제는 조금 낯선듯한 목소리가 대신 대답했다. 


 


 

"머리 아파서 일찍 왔대." 


 


 


 

아빠였다. 왠일이지? 현관에서 거실을 가로막고 있던 불투명하고 끈적한 필름이 붙어있던 유리벽을 지나 거실을 보니 스키나 보드를 담을 법한 길다란 가방을 거실에 놔두고 땀을 흘리는 아빠와, 연구소 삼촌이 보였다. 내가 '그게 뭐야?'하면서 거실 안으로 한 발을 디디려니 아빠가 손으로 제지하곤 '재희랑 방에 들어가있어. 문 닫고.'했다. 나는 그 누에고치같은 이상한 검은 가방을 다시 한 번 훑어보다 재희가 있는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이 곳에 이사를 하고나서부터 원래 쓰던 내 방의 반절밖에 안 되는 방을 재희와 나 둘이 같이 쓰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재희가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인듯 침대에 누워 내게 눈인사를 하곤 벽을 보고 돌아누으며 '아아, 응 언니 와서.'했다. 재희는 나와 일곱살 터울이 나는 나와 나이차이가 좀 나는 동생이었다. 재희는 18살. 나는 25살. 나야 대학생때 좁디 좁은 방을 세명이서 나눠쓰며 기숙사생활을 하던 것에 익숙해져 있어 괜찮았지만, 재희는 여러모로 아빠의 상황이나, 이 집이나, 줄어든 용돈이나 하는 것에 굉장히 불만족해 했다. 물론 내가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벌이를 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 또한 재희처럼 연구에 미친 아빠를 상종도 하지 않으려고 했겠지. 


 


 

'어, 알았어~'하고 곧 전화를 끊은 재희에게 내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빠 언제 왔어?" 

"음… 한 두 시간쯤? 아빠가 먼저 왔고, 삼동삼촌이 다른 삼촌들이랑 같이 이상한 가방 들고 들어왔어. 다른 삼촌들 가고, 지금 삼동이 삼촌만 있을걸?" 

"저 가방에 든 거 뭔지 알아? 둘이 가방만 사이에 두고 고사지내는 것도 아니고 무릎꿇고 앉아있어." 

"몰라! 난 승훈이랑 통화하느라 인사만 했어." 

"너 머리 아프다는거 뻥이지." 

"아 진짜거든! 두통약도 먹었거든!" 

"그러는 기지배가 승훈이랑 통화할땐 그렇게 멀쩡하냐?" 

"승훈이랑 통화하면 히링~히링~" 


 


 


 

우리 자매는 사이가 꽤 좋았다. 재희가 아빠한텐 틱틱대고 사춘기소녀처럼 굴어도, 이제껏 재희와 나는 딱 한 번 재희가 내 맘대로 내가 개시도 안 한 새 니트 원피스를 입고나가 올을 튿어가지고 왔던 날 빼곤 단 한번도 싸우거나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침대에 벌렁 들어누워있는 재희의 꼼꼼히 화장한 얼굴을 바라보며 내가 헤어밴드로 잔머리를 싹 밀어올렸다. 


 


 


 

"화장 안 지워?" 

"응? 좀 있다가." 

"너 그러다 잔다." 

"졸려워. 근데 언니 먼저 씻어. 지금 내 자세 완전 딱 편해." 


 


 

재희가 이어폰을 꼽고 기지개를 켰다. 이어폰을 통해 아주 꽝꽝 시끄럽게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다 귀 버린다고 해도, 재희는 늘 저렇게 커다랗게 음악을 듣곤 했다. 


 


 


 

"그래, 나 먼저 씻는다. 그럼?" 


 


 


 


 

내 입모양을 알아들은 재희가 눈썹으로 대답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나 역시 핸드폰과 화장솜 몇개를 챙겨 방을 나왔다. 여전히 아빠는 아까와 같은 자세 그대로였다. 문 소리에 둘 다 아주 예민하게 휙 뒤를 돌아보아서, 나는 갑자기 주목받은 시선에 나도 모르게 두 손바닥을 펴보이며 '씻으려고.'했다. 아빠는 '빨리 씻고 들어가있어. 조용히 하고, 둘 다.'했다. 아니, 대체 왜 자꾸 들어가 있으라는거야. 입술을 삐죽이며 핸드폰과 화장솜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온 내가 꽉 찬 선반에 핸드폰을 둘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곤 조용히 다시 문을 열고 화장실 바깥 3단 옷장 위에 핸드폰을 내려놓곤 다시 문을 닫았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또 아빠가 예민하게 굴 것 같아서였다. 그 틈에 아빠와 삼촌의 속삭이는 듯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되네, 잠들어 있는 건지, 죽은 건지, 알 수 없잖나." 

"약을 맞고 벌써 26시간이 지났습니다. 선배님. 언제까지 이렇게..." 


 


 

약? 죽어? 문 틈으로 그 소리를 엿듣던 내가 픽 웃으며 아니, 아닐거야.하고 생각하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오일을 묻혀 화장을 지우며 나는 방금 들은 아빠와 삼촌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아냐. 김여주, 너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그 가방에 있는게 설마 사람일까. 설마, 설마 죽은 사람일까. 어쩐지 가슴 중앙이 꽉 막힌듯한 기분이들어 내가 오일이 묻지 않은 손바닥으로 툭툭 심장을 쳤다. 


 


 

꽤 꼼꼼히 세안을 하는 편인 내가 오랜시간을 들여 세안을 마치고 스킨로션을 꺼내려 상부장을 열었을 때였다. 


 


 


 

[아아아아아아악!!! 선배님!!! 선배님!!!] 


 


 


 


 

괴로움이 짙게 묻은 그 처절한 비명소리에 놀란 내가 들고있던 스킨병을 놓쳐버렸다. 내 손을 벗어난 스킨병이 바로 밑에 있던 변기에 깡!하는 소릴 내며 부딪히곤 변기물에 빠졌다. 하지만 난 삼동삼촌의 저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그것을 돌아볼겨를 없이 황급히 화장실 문을 열었다. 보이는 것은 거실의 유리문을 닫아 걸어잠구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뭐, 뭐해? 뭐야 아빠!! 방금 삼동삼촌...!!!" 


 


 

그리고 잔뜩 피범벅이 된 무언가가 그 불투명한 거실문에 쾅 부딪혔다. 나는 소리를 지르다 말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젠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아빠가 막고있는 거실유리문에 덕지덕지 붙은 것은 분명 살점이었다. 살점. 사람의 살점. 


 

아빠는 나를 보지도 않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 짧은 거리를 아빠는 뛰었다. 얼마나 급박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안방으로 들어간 아빠는 거실과 연결되어 있는 베란다로 이어지는 창문 또한 단단히 걸어잠궜다. 아빠는 덜덜 떨고있었지만, 문들을 단단히 걸어잠구는 그 모습은 여러번 시뮬레이션을 해본 사람처럼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서랍을 뒤져 이것저것 챙긴 아빠가 드디어 아직도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서있는 내 앞에 섰다. 그리고 황급히 손목시계를 풀러 내 손에 쥐어주곤 달그락 거리는 검지만한 약병 두개를 내 다른 손에 쥐어주었다. 아빠의 얼굴에 흥건하게 튄 피에 나는 정신이 이상해져버리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미쳐버린게 아닐까. 그래서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10시가 되면, 곧장 종로구에 있는 생명과학연구소로... 아니, 아니다. 너네 고모한테 가. 파주. 파주 고모한테." 

"아빠, 아빠 이게 뭐야. 저거 뭐야...! 설명을 해달란 말이야...!" 

"삼동이가 감염됐어." 

"그러니까 대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벽에 한 번 더 흥건하게 피가 묻었다. 유리벽에 피를 묻힌 주인공은 불투명한 유리벽에 머리를 박고 꼭 그 더러운 필름 사이를 뚫고 바깥을 바라보려는 듯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짓누를수록, 피가 더 흥건하게 묻어졌다. 나는 기절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나의 시선에 아빠가 가만히 뒤돌아 그 것을 바라보다 '삼동이야.'했다. 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짓누르며 '뭐?'했다. 


 


 


 

"좀비." 

"어?" 

"쉽게 말하면 좀비화된 거야. 실험이 뭔가 잘못되었어. 아빠가 삼동이한테 약을 놔서, 오전 10시면 삼동인 수면 중일거야. 아까 아빠가 가져온 가방 속의 실험체처럼." 

"아빠. 아빠 대체 무슨일을…" 

"사람 많은 곳은 피해. 그리고 좀비가 달려들면 무조건 뛰어. 뛸 수 없는 상황이 되면...그래도 뛰어. 그리고 이 약은..." 


 


 

아빠가 다시 한 번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약병을 꼭 감싸듯 쥐며 말했다. 나는 약병을 내려다보다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 


 


 


 


 

"혹시라도 물리면, 물리면 먹어." 

"물려...? 좀비한테? 아빠 어디가게. 나 싫어. 나 여기 싫어!! 같이 가!!" 

"거긴 너희는 못 가." 

"아빠!!!" 


 


 


 

내 고함에 삼동삼촌이 쾅하고 유리벽에 몸을 부딪혀왔다. 아빠는 화장실 밖으로 나오려는 나를 다시 화장실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안쪽에서 잠금버튼을 누른채 문을 닫았다. 바깥쪽에서 무언가 드르륵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화장실 문 앞에 쾅 부딪혔다. 놀란 내가 문을 열려고 하니 쉽게열리지 않았다. 좁은 문 틈으로 아빠가 이미 화장실 문 앞으로 끌어다놓은 3단 옷장 위에 좌식 책상을 올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절대 나오면 안 돼. 아직 각성하지 않아서 그렇지, 약이 듣기 전에 저걸 부시고 나올 수 있으니까." 

"아빠. 아빠 살려줘." 

"……" 


 


 

시야에 보이던 틈마저 알 수 없는 가구로 매꿔져버렸다. 그 가구 뒤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래야 살아." 


 


 


 

그리고 곧 현관문이 안쪽에서 열리는 소리와 아빠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나는 문 앞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떨리는 숨을 진정하고,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벌떡 일어섰다. 


 


 


 


 

"김재희!!!!!" 


 


 


 


 

재희가 아직 방 안에 있었다. 분명 아빠는 나를 가둬놓기만 하고 바로 집을 나갔으니 재희는 아직 방 안에 그대로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잠시 조용하던 삼동삼촌이 거실 벽을 또 부서질 것처럼 두드려댔다. 나는 바로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를 지르면 안 되겠다. 그러고보니 계속 아빠가 조용히 하라고 경고하던 것이 떠올랐다. 전화를 해야겠다. 내 핸드폰. 내 핸드폰이 어디있지...! 아...! 


 

나는 놓을 곳이 없어 지금 이 화장실 문 앞을 틀어막고 있던 옷장 위에 핸드폰을 놓고 들어왔던 것이 생각나버렸다. 5mm도 채 열리지 않는 문 틈으로 내가 핸드폰을 찾을 수 있을리 없었다. 나는 아랫입술을 물어뜯었다. 김재희. 김재희. 제발 정신차리고 거실로 좀 나와. 어? 거실로 좀 나와봐. 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아빠가 준 손목의 시곗바늘이 새벽 두시를 넘어갈때까지 재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빠가 준 두 병의 약을 여전히 손에 꼭 쥐고, 울다 기도하다 입을 틀어막다 그렇게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정신이 들었다. 문득 정신이 든 것이 아니라 화장실 바깥 어딘가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는 내 핸드폰 알람 때문에. 나는 급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그 좁은 문 틈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는데도 바깥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게 아빠가 말한 그 '수면상태'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아직 시간은 일곱시. 재희는. 재희는? 아빠는 열시에 나오라 했지만, 바깥은 조용했고 나는 재희의 생사를 확인해야했다. 문을 힘주어 미니 맨 위에 올라가 있던 것 같은 가구 몇개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이 들렸다. 그 소리에 움찔 가만히 문고리를 잡고 서서 바깥의 소리에 집중했다. 고요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고요함이 더 무서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한번 더 힘 주어 문을 밀었다. 예전에 살던 집과 다르게 화장실 문이 바깥으로 열리게 되어있어 이상하다 했는데, 혹시 이것도 아빠가 노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남은 가구들은 안전하게 쌓여 있었는 듯,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고 드르르륵 문이 어렵게 열렸다. 거실 문은 그대로 잠겨있었다. 아침의 햇빛에 유리문에 덕지덕지 붙은 살점과 피가 더 적나라하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헛구역질이 나올 정신도 아니었다. 나는 문을 열어두고 뒤돌아 혹시라도 문을 열다 깨질까 바닥에 내려놓았던 아빠가 준 약을 챙겨 뒤돌았다. 하지만 나는 화장실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아...아...." 


 


 


 

화장실과 붙어있는 안방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볼 살과 입술 윗 살이 뜯어져 나가고 없어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분명 삼동삼촌이었다. 거실문이 아니라, 아빠가 지난밤 걸어잠군 약한 베란다 창문을 뜯고 나온 것 같았다. 나는 뒷걸음질치며 얼른 약병을 주머니에 넣었다. 삼동삼촌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어쩐지, 지난밤과 다리 차분해보여서 내가 '삼촌...?'하고 입을 떼었을때, 드드득 소릴 내며 고개를 꺾던 삼촌이 화장실 문 틈으로 돌진했다. 


 


 

"아아아아악!!!" 


 


 

놀란 내가 벽에 바싹 붙었다. 다행히 덩치가 좀 큰 삼동삼촌이 들어오기에 내가 열어놓은 문 틈이 좁았지만, 이 상태로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오줌을 쌀 것 같았다. 뒷걸음질 치다 나는 결국 벽에 기대 털썩 주저앉았다. 제발. 제발 살려줘. 살려줘. 하지만 나의 바람과 무색하게 삼동삼촌에 의해 옷장 위의 가구들이 와르르 무너지며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삼동삼촌이 달려들었다. 혈관과 근육이 보이는 그 징그러운 얼굴로 삼촌이 이를 보이며 내게 달려들었고, '하지마!!! 하지마!!'하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순간 뭐라도 손에 쥐어야겠다는 생각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샤워기를 든 내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삼동삼촌의 입에 재갈을 물리듯 그 샤워기를 물리고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으득하는 소리와 함께 삼촌의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들렸지만 영화 속의 좀비들이 그러하듯 삼촌은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계속 턱 뼈를 덜그럭거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물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어. 제발. 제발. 어떻게 하지? 그 생각에 내가 주변에 무기가 될 것이 없나 둘러보았지만 지금 삼촌 입에 물려있는 샤워기만이 이 욕실에서, 내 손에 닿는 거리에서 유일하게 무기로 쓸 수 있는 도구였다. 절망했다. 손에 힘이 빠져왔다. 삼촌이 나를 물게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어헝헝... 제발 .. 제발 하지마.. 삼촌 하지마..." 


 


 


 

삼동삼촌은 아빠의 연구원 후배 중, 가장 젊고 가장 착해서 나와 재희가 유일하게 잘 따르는 사람이었다. 나는 울면서 삼동삼촌의 피가 묻은 손과 나의 땀에 자꾸만 미끄러지는 샤워기를 고쳐잡았다. 힘이 없었다. 삼촌의 기세로 보니 앙하고 나를 물어주고 말아버릴 기세가 아니었다. 분명 내 뼈와 살을 분리도 시키지 않고 다 씹어삼킬 기세였다. 아빠의 약을 먹을 기회도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결국 미끌-하며 오른 손이 샤워기를 놓쳐버렸다. 


 


 


 

"아아아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비명과 함께 들린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삼동삼촌이 내 옆으로 쓰러졌다. 


 


 


 

"재희야...!!!" 


 


 


 

재희는 내 말에 대답 없이 들고있던 후라이팬으로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려는 삼동삼촌의 머리를 계속 가격했다. 후라이팬의 둥근 부분이 반대편으로 둥그러질때까지, 삼동삼촌이 더이상 꿈틀하는 기색이 없을 때까지. 나는 얼른 일어나 재희의 손을 끌고 뒤로 물러났다. 기분이 이상했다. 삼동삼촌이 분명 손가락하나 꿈틀하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을 보며 안심해버린 나 자신이 무서워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제 입고있던 교복 그대로 숨을 거칠게 내쉬던 재희가 깡 소릴 내며 바닥에 피가 흥건히 묻은 후라이팬을 집어던졌다. 나는 울면서 재희를 끌어안았다. 나보다 머리 하나정도 작은 재희가 나에게 끌어안겨 여전히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뭐야. 저거 뭐야." 

"...삼...삼동삼촌이야..." 

"뭐?" 


 


 

재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삼동삼촌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설명하려하던 중, 〈언데드> 갑작스레 머리를 스친 그 단어에 내가 얼른 재희를 데리고 화장실 바깥으로 나왔다.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정신없이 다시 그 앞에 널브러져 있던 가구들을 얼기설기 문 앞에 쌓아올렸다. 재희는 뭣도 모르고 나를 따라 그 위에 가구들을 쌓아올리곤 여전히 울면서 헥헥거리고 있는 나를 붙잡았다. 


 


 

"뭐야, 삼동 삼촌이 왜 저래?!!" 

"너, 너 그냥 방에 있었어? 어? 아빠가 너한텐 안 갔지?" 


 


 


 

급하게 묻는 내 목소리에 재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내 핸드폰을 꺼내 내 앞에 내밀었다. 


 


 


 

"자다가, 언니 알람에 깨서 일어났어." 

"그냥, 그냥 잤어? 침대에서?" 

"응. 근데 나와보니까 집이 이 모양이잖아...다 피에..." 


 


 

제일 많이 울면서 당황할 줄 알았던 재희는 의외로 차분했다. 그 모습에 내가 숨을 고르게 뱉으려 노력하며 재희의 뺨과 목에 튄 삼동삼촌의 피들을 닦아냈다. 그리고 내 얼굴 또한 황급히 식탁 밑에 널부러진 수건으로 닦아냈다. 분명 내 피는 아닌 피들이 수건에 흥건하게 묻어나왔다. 나는 그것을 얼른 던져버렸다. 그리곤 '언니.'하며 내 손목을 잡는 재희를 향해 돌아섰다. 


 


 


 

"아빠의 실험이 실패했대. 어제 아빠가 가방에 가져온건, 실험체였고, 정확한건 나도 모르는데 아마 삼동삼촌이 물...맞다." 

"어?" 


 


 

"실험체." 


 


 


 

내가 얼른 뒤돌아 거실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피였지만, 분명 실험체가 들어있어 볼록하게 솟아있던 그 가방은 푹 꺼진채 거실 쇼파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재희의 손을 꽉 잡고 주변을 둘러보며 황급히 주방으로 향했다. 날카로운 것과 다른 후라이팬과 냄비등을 마구 꺼내는 나를 보고 재희가 '왜, 뭐야.' 하며 그제야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보았다. 


 


 


 

"실험체가 아직 집안에 있을수도 있어." 

"뭐?" 

"삼동삼촌을 문 게, 아마 그 실험체일거야." 


 


 

말을 마치며 내가 양 손에 칼과 냄비를 들곤 재희에게 '여기 있어. 너는.'하며 거실로 다가갔다. 양쪽을 예민하게 살피며 천천히 끈적이는 살점과 피를 최대한 피해 밟으며 베란다로 가니, 이제는 삼동삼촌이 그런것인지, 실험체가 그런것인지 알 수 없는 안방 유리문을 뚫을고 노력한 흔적들만 가득할 뿐 베란다에도, 거실에도, 안방에도 물론 우리가 있던 주방과 재희가 자고 있던 우리 방에도 실험체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문제라면 더 문제였다. 


 

왜냐하면,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재희가 있는 주방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부산스럽게 우리 방 문을 열어 재희의 책가방을 열어 그 안에 있던 모든 책과 파우치등을 탈탈 이불 위에 털어버렸다. 그리고 칼집에 넣은 칼과, 핸드폰 충전기, 여분의 배터리, 현금과 카드만 챙겨넣은 작은 카드지갑, 재희와 내가 입을만한 겉옷, 서랍에 있던 붕대나 약따위들을 마구 집어넣었다. 그리고 제일 위에 다시 과도를 올려놓고 가방을 잠가 어깨에 맸다. 나를 따라들어온 재희가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내가 그런 재희의 손을 잡고 다시 주방에 가 꺼내놓았던 큰 칼과 밀대를 양 손에 쥐어주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주방기구들을 보며 재희가 흔들리는 눈으로 말했다. 


 


 

"언니. 나 지금 진짜 상식적으로..." 

"상식적인 일이 아니야." 


 


 


 

내가 나를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는 재희의 손목을 꽉 잡았다. 


 


 


 


 

"좀비야. 아빠가 좀비를 만들었어. 재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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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3.248, 141
재미있어요.. 숨도 못쉬고 끝까지 읽었...ㅠㅠㅠ 잘 읽었습니다! 실험체가 어떻게 됐는지 왜 아빠가 좀비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여 와와 근데 작가님 필력.. ㅎㄷㄷ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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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추석 맞이 엑소 짤에 빙의하자 (여러분 안녕!)5 그겨울에경수 09.28 13:57
엑소 진짜 별거 아닌데 동방 소시 팬들 엑소팬들 기분 좋으라고44 09.28 12:35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1 호롤ㄹ롤로 09.28 03:07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SpringBaby 09.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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