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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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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에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회에 섞여들어 살아가는 부류와, 인간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진짜배기 구울의 부류. 후자의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거의 그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능력과 지능 덕에 구울은 이미 인간 사회에서 꽤나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몰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위에서는 모든 구울이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은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살아갈 뿐. 같은 반의 꽤 친한 짝꿍이 사실 밤에는 지나가는 인간을 잡아먹는 구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다. 







서울구울
Seoul Ghoul
W.앵






01.



진기야. 너를 좋아해.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여자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진기도 전혀 예상치 못한 종류의 것이라 잠깐 자신이 꿈을 꾸고있나 싶어 볼을 살짝 꼬집어 보았다. 분명 아주 예쁜 얼굴이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접점이 없던 아이라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또 자신의 생각에 빠져 답 없이 고개만 갸우뚱하던 진기에 그녀는 작게 웃었다. 역시, 귀엽구나. 그녀는 쥐고있던 우산을 천천히 놓았다. 바닥으로 추락한 우산이, 텅텅 거리며 몇번 튀었다가 구석으로 처박힌다. 쏟아지는 빗물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적시기 시작했다. 진기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해 얼른 자신의 우산을 기울였다. 


비 맞잖아…
세심하기도 하네.


아니, 눈 앞에서 갑자기 그렇게 우산을 떨어뜨리고 비를 맞고 있는데 가만히 두면 그게 이상한거 아닐까. 진기는 그렇게 말하려 입을 열었다가 곧 도로 닫고 말았다. 천천히 제게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진기의 뺨을 쓸어내린다. 묘하게 웃는 얼굴에 진기는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저기, 너 나 알아?
응. 계속 지켜봐왔어. 너를.
나는 널 잘 모르는…


진기는 고개를 뒤로 빼며 어물어물 거절의 의사를 비추려 했지만, 순식간에 잡힌 머리채에 그의 입술 사이에선 으악, 하는 비명소리만이 나왔다. 거칠게 쥐어진 머리가 뜯어질 듯 아파오고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날카롭고 강한 손톱이 뱃가죽을 뚫고 들어온다. 진기는 고통에 신음하며 발길질로 그녀를 떨쳐놓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아니었어. 사람이, 아니었어. 진기는 왕왕 울리는 머리를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빗길을 미친듯이 내달렸다.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는 그녀의 철벅이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 있었다. 


너를 계속 먹고 싶었어… 


어느새 바로 뒤까지 따라와 귓가에 속삭인다. 진기는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나. 천천히 피가 흐르고 있는 자신의 배 언저리를 쓸어내리는 그녀에, 진기는 힘을 풀어버렸다. 도망갈 수 없었다. 척척하게 내린 빗물에 피가 섞여 흐른다. 그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곧 목덜미에 박혔다. 이제 끝이구나. 진기는 눈을 콱 감았다. 그리고 들려온 끔찍하리만치 커다란 타격음과 극심한 고통에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뒷통수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며 그는 정신을 잃었다. 









진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온통 하얀색의 천장이었다. 약품 냄새, 그리고 묵직한 고통. 진기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안도감에 길게 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뻑뻑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니 여러 침대들과 누워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조금 뿌옇게 보인는게 아무래도 시력에 문제가 생긴 듯 했다. 진기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려 배에 힘을 주었다가 치밀어 오르는 고통에 다시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맞아, 배를 뚫렸었지. 진기는 잠깐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가 소름이 돋아 작게 몸을 떨었다. 정말이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살아 남았다니. 진기는 마지막으로 보였던 장면에 고개를 저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가 도망친 곳이 인근의 공사장인 데다가, 딱 그때에 철근을 나르고 있었고, 위태롭게 공중에서 이동하던 철근이 그대로 여자와 진기에게로 떨어졌다. 정통으로 맞은 여자는 당연하게도 그 자리에서 머리가 터져 죽어버렸고 그 곁에 있던 진기는 어깨 부근을 세게 얻어 맞았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어깨가 얼얼해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에 부친다.


"어머, 환자분 언제 깨어나셨어요?"


간호사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말을 걸어와 진기는 방금이요, 하고 대답했다. 몇번 더 말을 주고 받다가 그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겠다는 소리까지 듣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잠 들기 전, 뱃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지만 아무래도 수술의 후유증인가 보다 싶어 그냥 넘겨버렸다. 천천히, 암 세포가 전이되듯 그의 온 몸이 무언가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진기를 괴롭히던 고통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윗몸일으키기도 잘 해낼 수 있게 나은 배의 상처도 그렇고, 멍자국조차 남지 않은 어깨도 그렇고, 진기는 가뿐해진 몸에 헤헤 웃으며 자리에서 통통 튀며 퇴원의 기쁨을 표출했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버선발로 달려온 종현의 품에 폭 안긴 진기는 이제 자유를 되찾았으니 둘이 그동안 밀린 데이트나 계속 하자는 식의 말을 쏟아내었다. 자신이 다쳤다는 소리를 듣고 병원에서 땅을 치고 오열을 했다는 소리에 종현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오늘부터 넌 내가 독점할거야."
"응응!"


일단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병원밥 맛없다고 맨날 투정부렸잖아. 종현의 말에 진기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 치킨 먹을래, 진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 부터 고개를 끄덕이던 종현은 그럴 줄 알았어, 했다. 꼭 마주잡은 손이 더울 법도 했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손을 놓지 않았다.

종현이 진기의 취향에 맞춰 알아서 척척 주문을 해내자 진기는 잘했다며 종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손가락에 감기는 머리카락 느낌이 좋아 진기는 순간적으로 종현의 머리카락을 확 움켜 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생각에 놀라 얼른 손을 떼어냈다. 왜 그래, 종현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음을 던졌고, 진기는 그냥 고개를 저어버렸다. 왠지 모르게 싸한 느낌이 든다. 


"아직 아픈거야?"
"아니야. 그냥 갑자기… 기분이 좀, 이상해져서."


진기는 더듬더듬 말하다 테이블 위로 올라온 먹음직스러운 치킨으로 시선을 돌리며 아무일 없던 듯 웃었다. 얼른 대충 키친타올을 말아다가 치킨을 감싼 진기는 오랜만에 먹는 외부 음식에 들떠 기름이 잘잘 흐르는 다릿살을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바삭한 튀김옷에 부드러운 속살이, 분명 맛이 있어야 하는데, 진기는 문득 거부감을 느꼈다. 너무 오래 밍밍한 병원밥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 맞은 편에 있는 종현을 의식해 애써 밝은 표정으로 맛있다, 하고 말한 진기는 기계적으로 턱을 움직였다. 끔찍할 만큼 맛없었던 병원밥에 비하면 그래도 음식답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가 부족했다. 굳이 말하면, 피냄새라던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진기는 갑자기 칼로 베는 것 같이 다가온 날카로운 통증에 헉 숨을 들이켰다.


"야, 너 역시 아직 아픈가보다. 병원 다시 가자."


계속 이상한 진기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던 종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기의 팔을 끌었다. 진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종현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진기는 고통이 심해질 수록 반대로 가벼워지는 자신의 몸에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혹시, 그녀에게 당했던 상처가 평범한 상처가 아니었던 걸까. 제 손을 꽉 잡은 종현의 손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혐오스러웠다. 혐오스러움과 동시에 끔찍하게도 좋았다. 이 따뜻함을 더 오래 느끼고 싶어. 내가, 내가 이 따뜻함을 소유하고 싶어. 진기는 바싹 마른 입술을 햝아올리며 본능적으로 병원에 가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현아. 나 이제 괜찮아."
"그래도 병원은 가. 잘못되면 어떡해."
"아니야. 그냥 갑자기 기름진걸 먹어서 속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뿐이야."


진기의 말에 종현이 반신반의하는 듯 하더니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중에 또 아프면 꼭 병원 가 봐. 걱정이 담긴 목소리에 진기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굳이 참으려 하지 않았음에도. 


"나 집에서 쉬어야겠다."


지쳐보이는 진기의 모습에 종현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긍정의 답을 뱉었다. 데려다줄게. 조금 빠른듯한 진기와 걸음을 맞추며 종현은 진기가 집에 들어갈 때 까지 돌아가지 않았다. 문 안으로 사라지는 진기의 등을 끝까지 눈에 담던 종현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다 나으면 데려가려고 알아본 곳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아직 좋지 않은 것 같은 진기의 상태에 마음이 아팠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겠지. 그래, 그러면 되겠지. 

종현이 제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숨을 죽이고 서있던 진기는 종현이 저 멀리 눈에 띄지 않을만큼 멀어지자 탁 풀린 숨을 몰아쉬었다. 덜덜 떨려오기 시작한 손을 애써 진정시키던 진기는 계속 울렁대는 속에 아랫배를 부여잡고 주저 앉아버렸다. 흐릿하게 보이는 사물이 까맣게 점멸했다가, 다시 돌아왔다가를 반복해 어지럽기까지 했다. 진기는 기다시피 집 안으로 깊게 들어가 제 방 문을 열었다. 이상하게 비어있는 집에 의문을 갖기도 전에, 진기는 제 방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누군가의 인영에 기겁을 하며 물러서야 했다.


"이제 왔어? 늦었네."
"누, 누구…"


빨간 혀를 날름거리며 장난스럽게 진기의 배를 콕콕 찔러 본 남자는 얇은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엄청난 힘으로 진기를 일으켜 세웠다. 격통에 빽 소리를 지르는 진기에 깔깔 웃은 남자는 진기의 땀에 절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쯧하고 혀를 찼다. 


"아가 하얗게 질렸네?"


에비, 이러면 못써. 우리는 항상 아름다워야 해. 남자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진기가 인상을 찌푸린다. 남자는 진기의 찌그러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꼭 눌렀다. 화를 내서도 안되고, 남에게 휘둘려서도 안돼. 이어진 말이 점점 크게 울린다. 너는 이제부터 네 행색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웬만하면 옷도 좀 느낌있게 올블랙으로 입어 봐. 노래하는 듯한 어조가 계속된다. 진기는 신경질 적으로 제 팔을 잡고있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굳어있던 입을 열었다.


"당신은 뭔데 남의 집에서 이상한 말만 늘어놓고 있죠?"
"화났어? 이래서 인간 출신은 불편하다니까."


목에 두른 빨간 스카프를 풀어낸 남자는 보란듯이 진기를 향해 흰 목덜미를 드러냈다. 아무생각없이 그의 목을 들여다보게 된 진기는 눈에 보인 광경에 입을 틀어막았다. 구멍이 뻥 뚫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로 어설프게 이어진 모양새가 자신이 만일 온전한 시력을 지니고 있었더라면 구역질을 했을만큼 끔찍했다. 마치 뜯겨진 목과 몸을 억지로 연결시켜 놓은 모양새였다. 남자는 진기의 반응에 소리내어 웃더니 다시 스카프를 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진기의 배를 쓰다듬는다. 까끌까끌해. 조용히 읊조린 그가 진기의 티셔츠를 걷어 올렸다. 드러난 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검게 물들어 있어 진기는 경악하고 말았다.


"오, 진행중이야."
"대체 이게 무슨…"
"진짜 구울의 증표지. 아가는 이제 곧 영생을 누리게 될거야."


행복하지? 소름끼치게 웃어보인 남자는 뒤로 물러서서 진기의 침대에 걸터 앉았다. 나 이거 폭신해서 좋아. 빨간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그는 휙 뒤로 드러누웠다. 


"민호도 이런 침대를 썼음 좋겠는데."
"나는 인간이에요."


혼잣말을 뚫고 들어온 진기의 말에 그는 야살스러운 눈을 깜빡이며 짐짓 모르는 척을 하다 힉힉대며 웃었다. 병신. 대놓고 들린 욕설에 진기가 불쾌한 표정을 한다. 남자는 손을 들어 진기의 배를 가리켰다. 인간의 몸은 썩지 않아. 그런데 네 몸을 봐, 썩고 있잖아. 고운 손가락 끝에 달린 날카로운 손톱이 위협적으로 빛난다. 진기는 마른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구울도,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들었어요. 나는 여태까지와 그대로 살거야."


남자가 순식간에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 손으로 진기의 목을 그러쥐었다. 모욕적이야! 크게 소리치자 집 안이 전부 울린다. 남자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진기는 닥쳐오는 공포감에 하얗게 질려 두 눈을 감아버렸다. 쿨럭, 남자가 힘을 주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몇번씩 모욕적이야, 모욕적이라고, 하며 소리치던 남자는 진기가 거의 까무러칠 때 쯤에야 손에서 힘을 풀었다. 아래로 축 늘어져버린 진기의 어깨를 발로 툭툭 친 그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그르릉 거린다. 그는 자세를 낮춰 진기의 눈을 마주했다. 뿌연 시야에 제대로 보인 얼굴은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꽤나 예뻐서, 진기는 헛웃음을 뱉었다. 지금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인간 흉내나 내는 놈들은 구울이라고 할 수도 없어."


아가, 너는 우리들 중에서도 꽤나 높은 분이 기생한 몸이거든. 그러니까 천하게 행동하지 마. 남자가 뱉은 기생이라는 말에 진기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생?"
"으음, 네 뱃속엔 그녀의 잔해가 남아있어."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우리 구울들은 그 개체수가 굉장히 적어. 그래서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면 근처의 인간에게 자신의 일부를 주입하고 그 인간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도록 만들지. 너도 그렇게 된 거야. 그녀가 그날 자신이 죽을것임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계속 주시하던 너를 공격한거지. 기생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그녀의 일부가 네 몸 안에서 점점 커져가는거야. 그럴수록 너는 더 강한 구울이 될 거고. 남자의 말이 길어질수록 진기는 제 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벌어진 모든 일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진기는 숨을 몰아쉬며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예쁘게 웃으며 진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이름은 기범이야. 김기범."


앞으로 계속 만날텐데, 잘 부탁해. 고개를 까닥이며 말하는 남자, 기범의 머리칼이 그의 움직임에 따라 흐트러진다. 아, 그리고 온전한 구울이 되려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게 좋아. 그 이후에 데리러 올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기범은 공중으로 녹아 사라졌다.  진기는 복잡함을 넘어서 엉망이 된 머릿속에 멍하니 주저앉아 기범이 사라진 허공만을 응시했다. 이젠 몸이 떨리지도 않는다. 여전히 얼얼한 복부가 혹시 꿈은 아닐까 하던 그의 희망조차 산산조각을 냈다. 

종현아, 현아, 나 이제 어떡해?









"얘기 잘 하고왔어?"
"피곤해. 걔 너무 멍청한 것 같아."


기범은 투덜대며 민호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기범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웃은 민호는 위태로운 자세를 추스리며 기범을 지탱한 팔에 힘을 주었다. 원래 처음엔 다 그래. 민호의 말에 기범이 깔깔 웃는다. 맞아, 너도 완전 바보같았어. 커다란 눈만 도록도록 굴리면서 멍해가지곤- 기범이 신나서 본격적으로 저를 놀리기 전에 민호가 기범을 번쩍 들어올려 소파 위에 앉혔다. 좀 세게 부딪혔는지 끙끙대던 기범이 아프잖아, 하고 빽 소리를 지른다. 민호는 기범이 또 무슨 말을 하려 입을 열자마자 제 입술을 부딪혔다. 투닥투닥 어깨를 내리치는 손을 끌어 내리고 깍지를 낀다. 슬쩍 눈을 떠보니 흰 얼굴이 붉게 물드는 모습이 보여 민호는 키득대며 웃었다. 귀엽기는.


"너랑 처음 키스했을때 생각 나."


너 그날 처음으로 인간 잡아먹고 엉엉 울면서 들어왔잖아. 진짜로 사람을 죽였다고. 입가가 피 범벅이 되어가지곤. 내가 그거 달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툴툴대는 말투가 사랑스러워 민호는 기범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별로 안힘들지 않았어? 네가 입 맞추자 마자 잠잠해졌을텐데."
"바보야, 네 입에 다 말라붙은 피땜에 기분 엄청 나빴거든."


아. 미안. 싱거운 사과에 기범이 민호의 등을 퍽 소리 나게 때렸다. 너 진짜 짜증나. 짜증나아. 


"배고프지 않아?"


너 오면 주려고 남겨뒀는데. 민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방방 뛰며 일어난 기범이 항상 만찬거리를 보관하는 방의 문을 열었다. 벌벌 떨며 앉아있는 남자가 보인다. 꽤 건장한 체구에 미남형의 얼굴이라 기범은 기분이 좋아졌다. 괜찮지? 옆에서 묻는 민호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기범은 천천히 남자에게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었다. 갑작스레 새빨간 혀를 내밀어 목덜미를 햝아올리는 기범의 행동에 그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끔찍할만큼 부드러운 손길이 천천히 허리를 끌어안는다. 후우, 귓가에 닿은 숨결에 소름이 돋아 어설프게 어깨를 밀어내보지만 이상하리만치 끄덕도 하지 않는다. 허억, 갑작스레 머리채가 잡혀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이제야 무언가 낌새를 눈치채고 반항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기범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의 어깨죽지를 파고들어, 순식간에 온 몸을 찢어놓았기에. 뚝뚝 흐르는 핏물에 순수하게 기쁜 표정을 한 기범은 콧노래를 부르며 본격작인 식사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맛있다.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며 떨고있는 몸이 안쓰러워 고운 손으로 빠알간 장기를 쓸어준다. 편히 잠들렴. 네 육신은 내 일부가 되어 영생을 누릴테니 억울해 말고. 입가에 묻은 끈적이는 피를 날름거리며 기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보고있어? 너도 먹을래?" 
"아니."
"그럼 쳐다보지 좀 마. 먹을때 쳐다보면 신경쓰인단 말이야."
"그냥, 네 방식 좀 바꾸는게 어떨까 싶어서."


간단하게 뒤에서 뒷통수 먼저 냅다 후려갈기고 먹어치우면 그만인데 뭘 그렇게 복잡하게 하냐. 툴툴대는 민호의 어투에 기범은 깔깔대며 웃었다. 질투해? 넌지시 묻는 말에 민호는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건 내 앞에서만 해. 덧붙인 말도 그 답게 단도직입적이다. 기범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쪼그리고 앉아 넝마가 된 인간의 살가죽을 뜯어 입에 가져갔다가, 고새 식었는지 맛이 뚝 떨어져 짜증을 내며 집어 던져버렸다. 


"야, 더 맛있는 애 좀 데려와봐."












* * *

도쿄구울이라는 일본 만화를 아실려나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그 만화의 일러스트를 보고 한번에 꽂혀 약간의 설정을 빌려왔어요.
제가 그 만화를 직접 본것은 아닌지라 내용 자체는 다릅니다~
그냥 구울의 존재나, 도입부의 진기가 공격당하는 부분 정도만 비슷하다 볼 수 있겠네요ㅎㅎ

한동안은 다른 글 잠시 접어두고 요 아이에 매달릴 예정입니다.
다른 것들을 연중하는 것은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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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 짱짱재밌다b
10년 전
독자2
아진짜......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소재가 독특하네요!! 재밌어요ㅎㅎㅎ 이제 진기는어떻게되는건지~!
10년 전
독자4
우와 재밌어요ㄷㄷ대바기당
10년 전
독자5
레몬이에요! 소재 짱짱 좋다능....
10년 전
독자6
앵님ㅋㅋㅋㅋㅋ독방에서 왔는데...설마가 사람잡네요...역시 믿고보는 앵님 글ㅠㅠㅠ...호그와트만큼 좋아서 엄청 기대되네요ㅋㅋㅋ암호닉 태태로 신청이요 ☞☜
10년 전
독자7
제목보고 도쿄구울 이구나!! 두근두근 왔는데 도입부는 비슷해도 1편에서 바로 이야기가 달라지는군요. 다음편도 얼른봐야겠어요
10년 전
독자8
좀비(!)같은 물을 찾고있었는데 독방에서 그런 류가 있다고해서 달려와서 보게됐는데 너~무 재밌어요ㅠㅠ 필체도 마음에 들고! 다음편도 빨리 보러가야할 듯 해요.. 궁금궁금.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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