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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e in Hogwarts
w.앵



에피소드2. 우리들의 퀴디치 스타!
(2)냉전? 그게 뭐야 먹는거야?


 


 

 

 

기범은 기숙사 앞에서 저를 찾는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기숙사 밖으로 나갔다. 대체 누굴까 궁금해 한 것이 무색하게도, 그 앞에서 기범을 기다리던 사람은 태민이었다. 말 한마디 없이 방글방글 웃으며 자신의 손목을 잡아 이끄는 태민에 당황하면서도 뿌리치지는 않은 기범이 태민의 속도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했다. 태민은 몸집은 작은 편이었지만 참 날랬다. 요정이라 그런가봉가. 그에 비해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헥헥대는 저주받은 체력의 기범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태민의 행동에 긴장으로 뻣뻣해진 다리를 힘겹게 이끌어야 했다.

 

 

 "대체 뭐야!"


 

참다못한 기범이 빽 소리를 지르자 태민이 쉿 하고 제 검지를 입가에 댔다. 태민은 그 이후로 천천히 걸어가며 계속 주변을 살피더니 빈 벽에 손을 대고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기범은 분명 아무것도 없던 벽 위에 문이 생겨나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했다. 이게 무슨… 커다랗게 뜨여진 기범의 눈을 보고 킥킥 웃은 태민이 문을 열고 그를 이끌었다. 얼른 문 안으로 들어가자 벽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텅 빈 모습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문 안의 공간에서 톡 튀어나온 것은 진기였다. 기범은 놀란 듯 눈을 깜빡이몀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범한 기숙사 휴게실 같은 분위기였으나 따로 장식된 휘장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있던 곳은 분명 평범한 복도였을 뿐, 기숙사가 위치한 곳이 아니었다.

 

 

"필요의 방이야."
"응?"
"여기, 필요의 방이라고. 네가 필요로 하는 공간을 재현해 줘."

 

 

 우리는 작전을 짜기에 좋은 곳을 필요로 했고, 이 방이 우리에게 휴게실을 만들어줬지. 덧붙인 진기의 말에 기범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일단 앉아영. 태민이 기범의 손을 이끌며 말했고, 기범은 순순히 그 말에 따라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상황 파악을 한 후 다시 방 안을 보자 진기의 옆에 또 다른 인물이 앉아 있음을 알아챘다. 물론, 그는 종현이었다. 종현은 다리 한쪽을 덜덜 떨며 기범을 응시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긴장한 것 같이 굳은 얼굴이었다.

 

 

"일단, 우리는 기범이 너의 연애를 아주아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
 

 

재밌으니까. 잠깐 감동한 듯 빛났던 기범의 눈동자가 덧붙인 말에 파삭 식었다. 진기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너의 그 잘난 애인의 콧대를 뭉개줄거야!"

 

 

걘 말이지, 주변에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사람이 너어무 많아서 문제야. 물론 거기에는 외모가 크게 한 몫을 했겠지만 -이 대목에서 기범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함을 내비쳤다- 사실, 이 퀴디치 승리의 주역이라는 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진기는 그렇게 말하며 종현의 등을 두드렸다. 종현은 심호흡을 하고 진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무언가 둘 사이에 이미 정해진 게 있는 듯 했다.

 

 

"이번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은 나야."

 

 

선발전에서 내가 스니치를 잡았고, 이 뱃지를 받았지. 종현은 자랑스럽게 빛나는 대표팀 뱃지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번 슬리데린과의 시합에서 최민호보다 먼저 스니치를 잡을거야. 종현은 굳은 결심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이리저리 휘두르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완전 눌러주고 싶었다고, 걔. 재수없어. 짜증나. 종현은 처음 호그와트에 왔던 날, 진기가 잘생겼다며 넋을 잃고 민호를 쳐다봤던 것을 아직까지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진기는 그런 사소한 사실따위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냥 종현이가 꽤 기범이를 위하는구나,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도 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구."

"맞아영. 이제부턴 제가 설명해드릴게영."


 

 태민이 조그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팔랑팔랑 앞으로 걸어가 모두의 시선이 닿는곳에 멈춰 선 태민은 기범의 눈을 마주하고 또박또박 큰 소리로 기숙사에서부터 열심히 짠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퀴디치에서 진 민호형은 다른 아이들에게 더 이상 추앙받지 않을거에영. 적어도 남학생들 한테는. 그러니까 그 상황을 이용해서 그 형이 기범이형 말고는 갈 곳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해줘야해영. 눈을 반짝이며 말을 쏟아내던 태민이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괜히 뜸을 들였다. 

 

 

"그리고,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기범이형이 갈 곳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해줘야해영."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하죠. 기범은 뒷통수를 한대 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기범은 항상 민호에게 끌려다니기만 했고 민호가 바라는대로 움직였으며 민호와 민호가 허락한 단 두명의 친구 말고는 대화조차 제대로 나누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기범의 모든 사소한 일상에까지 민호의 입김은 셌다. 기범은 문득 깨달은 사실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울상을 지었다. 대체 어떻게? 나는 그저 민호에게 심심풀이 땅콩3 정도인 걸… 태민은 기범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개를 저었다. 연애박사 이태민! 벨라의 피를 걸고 단언컨대, 당신은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에영! 심심풀이로 삼으려다 알고보니 무지하게 단단해서 오히려 손을 다치게 하는 호두 정도면 모를까. 태민의 말을 듣다 나는 호두도 심심풀이로 깰 수 있는데, 하고 중얼거린 진기는 싸늘한 주변의 반응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여튼, 이럴때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바로 질투작전이에영."
 "질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질투에는 질투!"

 

 

그 형, 솔직히 무지하게 잘났잖아영. 그래서 애들이 자꾸 따라붙는데 또 그 형이 거절하지도 않고. 결국엔 형이 화가 난거고. 태민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기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벨라는 역시 다르구나. 속으로 감탄하지만 사실 그것은 민호 빼고 모두가 알아챈 사실이었다.

 

 

"여기서 우리의 제물이 될 분은 바로바로, 김종현씨 입니당!"


 

종현이 떨리는 손으로 기범의 손을 쥐었다. 힉, 놀라 종현을 바라보는 기범의 시선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다. 별다른 접전이 없던 둘은 이씨형제의 작전에 말려들어 그렇게 난데없는 따수운 연기를 하게 생겼다. 기범은 슬쩍 제 손을 빼며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하고 물었다. 태민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영, 이것보다 더 해야해영, 했다. 폭 한숨을 쉰 기범이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게 다 민호를 사로잡기 위해서야.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긴장으로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너, 분명히 말해두지만, 난 이미… 임자가 있어."


 

점점 개미소리만큼 작아지는 목소리에 간신히 그 말을 알아들은 기범이 의문을 품고 종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냥 고개 끄덕여. 덧붙인 말에 따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진기는 방실방실 웃으면서 박수나 치고 앉아있다. 종현의 사랑은 아무래도 조금 험난할 듯 하다.

 

 

"결론은 그거야."

"응?" 

"스니치를 잡은 내가 당당히 너에게 가서, 마치 우리가 무지 친했던 것 처럼 할거야. 그러니까 너도 거기에 맞추면 돼."
 "…알았어."

 

 

기범의 대답에 아이들이 각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어, 일단은 이렇게 하고 또 뭔가 일이 있으면 그때 다시 얘기해보자. 진기의 말을 끝으로 함께 필요의 방을 나선다. 기범은 벌써 연기에 취한 듯 제 곁에 서서 단단히 제 등을 받치고 있는 종현을 슬쩍 보다 얼른 시선을 돌렸다. 처음으로 그리핀도르 녀석들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Key."


 

방을 나오자마자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기범이 휘청한다. 얼른 기울어진 기범의 몸을 추스려 준 종현이 대신 고개를 돌린다. 마치 자신을 불태울 것 같은 뜨거운 시선을 마주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종현을 노려보던 민호가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와 기범의 어깨를 잡아챈다. 아야, 작게 뱉은 소리에 급히 손에서 힘을 뺀 그는 씩씩대며 기범의 손목을 휘어잡고 등을 돌렸다. 반항도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 기범이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살핀다. 조금 당황한 듯 하지만 파이팅, 하고 손을 흔드는 그들에게 살짝 웃어준 기범은 어느새 제 웃는 얼굴을 보고있던 민호와 눈이 마주쳤다. 

 

 

"왜 쟤네랑 같이있었어. 아니, 무슨 얘기했어. 왜 저 새끼가 너를-"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거야?"
"그걸 몰라서 물어?"


처음보는 화난 민호의 모습에 잔뜩 쫄아버린 기범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대자, 민호의 언성이 더욱 높아진다. 왜, 말 못할 일이라도 있었나보지? 격앙된 어조에 기범이 우선 뜯어질 듯 아픈 손목을 민호의 손아귀에서 빼냈다. 빨갛게 자국이 남은 손목에 서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 진짜 나빠."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기범에게 밀쳐지며, 민호는 속에서 일어난 불꽃을 잠재우기 위해 숨을 몰아쉬었다. 이러다가 나 너 치겠어. 본래 불같은 성격을 지닌 민호는 여태까지 참아왔던 것이 터지려는 것을 느꼈다. 꽉 쥔 주먹탓에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든다. 저를 밀치고 한발 물러선 기범이 결국 등을 돌려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민호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뭐야, 너. 나를 좋아한다며. 그럼 내 옆에 있어야 하는거 아냐? 서툴러서 미안하다더니 아직도 철이 덜 든 민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괜히 아무 죄 없는 지나가던 1학년에게 화풀이를 했다. 

 

엉엉 울며 기숙사 휴게실로 들어간 기범을 위로하는 것은 결국 이안의 몫이었다. 민호가 원래 눈치도 없고 자기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한테 까지 그 성격을 부릴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이안은 속으로 민호를 욕하며 그저 작은 기범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대체 이렇게 조그만 아이를 보고 어떻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도 의문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조금만 힘을 주면 톡 부러질 것 같은 손목을 아주 퉁퉁 붓도록 거칠게 다뤘다는 사실이었다. 동양인 치고도 체구가 작은 기범은 풋볼팀 대표같은 커다란 덩치를 지닌 이안에게 있어선 유리인형 같았다. 톡 치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아프겠다. 폼프리 부인에게 가볼래?"
"됐어. 이런 걸로 무슨…"


 

 이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이던 기범은 그 이후로 몇 분 정도 뒤척이다 잠에 들었다. 이안은 천천히 기범의 가벼운 몸을 들어올려 기숙사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런 건 네가 할 일이잖아, 민호. 어느새 기숙사로 돌아와 아무렇게나 엎어져 있던 민호는 이안의 말에 손을 휘휘 흔들고 말았다. 귀찮게 하지 말라고? 네가 원인 제공을 하지 않으면 될 걸. 방을 나가는 이안에게 무슨 소리냐고 붙잡아 물으려다, 깊게 잠에 든 기범의 숨소리에 그냥 관두었다. 남 속 뒤집어 놓고 잠도 잘 잔다, 너. 그렇게 중얼대며 이불을 덮어주는 민호의 손길이 한없이 다정하다.

 

 

 

 

 

시간은 참으로 빨랐다. 퀴디치 경기에서 간발의 차이로 래번클로를 이긴 그리핀도르, 그리고 후플푸프를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버린 슬리데린은 마지막 결승 시합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이 첫 출전인지라 완전히 굳어버린 종현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진기는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우리 종현이는 잘할거야, 꼭 최민호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려! 끄덕끄덕. 아구 착하다. 후하후하 심호흡을 하는 종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종현은 걱정스레 바깥의 날씨를 살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잠잠해지기를 바란 그를 비웃듯이 더욱 거세졌고, 거기에 바람도 미친것 같이 불어 매섭기 짝이 없었다.

 

 

"우리 귀여운 종현이 이기고 돌아오면 소원 들어줄게!"

 

 

시끄러운 바람 소리를 뚫고 들려온 진기의 외침에 반짝, 종현의 눈이 빛났다. 

 

 

"뭐든지?"

"응, 뭐든지! 내가 할 수 있는거라면."


 

종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 보호장비의 상태를 살피고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 진기를 끌어안았다. 폭 맞춤사이즈 마냥 품에 들어오는 진기의 등을 쓸어내린다. 진기는 그런 종현의 품 속에서 가만히 숨을 죽였다. 조그만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오는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휘이이- 휘슬소리가 크게 울린다. 종현은 재빨리 진기에게서 떨어져 숨을 가다듬었다. 나, 나갈게. 입모양으로 말하는 종현에게 고개를 끄덕인 진기는 얼른 달려 관중석으로 향했다. 태민이가 명당을 맡아놨어야 하는데… 쏟아지는 빗물을 막으며 태민을 찾아 헐레벌떡 달리던 진기는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그를 발견하고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꽤나 중앙 자리라 보기에 편할 듯 해서 만족한 진기는 태민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핀도르 파이팅! 김종현 파이팅!"

 

 

바람이 어찌나 강했던지 경기장으로 걸어나가는 선수들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또한 천둥소리는 군중들의 환호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다. 빗물이 종현의 온 얼굴을 적시고 흘러내렸다. 이런 날씨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스니치를 볼 수 있을까? 슬리데린 대표팀이 초록색 망토를 입고 경기장 맞은편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곧 각 팀의 주장 선수들이 앞으로 걸어나가 서로 악수를 했다. 종현은 입 모양으로 보아 후치 부인이 빗자루에 올라타세요, 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진창 속에서 철벅 하며 오른발을 끌어당겨 님부스 2000 위로 휙 올렸다. 후치부인이 입술에 호각을 갖다대고 날카롭고 희미한 소리를 내자 대기중이던 선수 모두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종현은 빨리 올라가긴 했지만 바람 때문에 빗자루가 자꾸만 흔들렸다. 그는 빗자루를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게 잡고 고개를 돌려 빗속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채 5분도 되지 않아 종현은 살 속까지 푹 젖고 온몸이 얼어붙었으며 작은 스니치는 말할 것도 없고 팀 동료들의 얼굴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는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전혀 모른 채 빨간색과 초록색의 흐릿한 형체들 사이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바람 소리 때문에 경기 해설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망토와 낡은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진기는 태민이 마법으로 투명하게 만든 커다란 모포를 뒤집어 쓰고 간신히 종현을 눈으로 쫓았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롭게 날아다니는 종현이 안쓰러웠지만 그는 종현을 믿었기에 조용히 양 손을 마주잡고 그를 지켜보았다. 쏴아아 쏟아지는 빗줄기가 한층 더 거세지기 시작한다. 관중속에서 드디어 욕설이 튀어나온다.

 

종현은 블러저의 공격으로 빗자루에서 두 번이나 떨어질 뻔 했다. 자꾸 흘러내리는 빗물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어 그것들이 날아오는 것을 알아챌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빗자루를 똑바로 잡고 있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하늘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종현은 자기 팀인지 상대 팀인지도 모르는 어떤 선수와 부딪힐 뻔했다. 이제는 모두가 흠뻑 젖어 있었고 빗줄기는 굵어져서 누가 누군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번개가 처음으로 번쩍 했을 때 후치 부인의 호각 소리가 들렸다. 종현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자신에게 지상으로 내려가라고 신호하는 주장의 윤곽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선수들이 모두 철벅거리며 질퍽질퍽한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내가 타임아웃을 요청했어! 주장이 크게 소리쳤다. 그리핀도르의 선수들은 경기장 가장자리의 커다란 우산 밑으로 모여들었다. 종현은 얼른 빗물 범벅이 된 얼굴을 닦아냈다.

 

 

"점수는 어떻게 됐죠?"

"우리가 밀리고 있어."

"스니치를 잡으면 승산은 있는거죠?"

"물론이지."

 

 

자꾸만 눈에 빗물이 들어와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요. 종현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야 그렇다고 치지만, 스니치를 잡아야 하는 네가 앞을 볼 수 없다면 정말 큰일인데. 누군가의 말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터져나온다. 스니치를 잡지 못하면 경기는 끝날 수 없다는 건 상식이었고, 그들은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저쪽 수색꾼은 대체 어떻게 저렇게 잘 다니는거야?"

"민호요?"

"그래, 그 핸섬가이. 걔는 아까 스니치를 거의 잡을 뻔 했다고."

 

 

종현의 온몸에 쫘악 소름이 돋았다. 이 폭우속에서 스니치를 봤다는 것도 놀라운데 거의 잡을 뻔 했다고? 종현은 자신이 멍청하게 날아다닐때 민호가 무언가를 해낼 뻔 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자존심이 상했다. 얼굴만 번지르르 한 줄 알았더니… 젖은 머리를 털며 해결방안을 모색하던 종현에게, 문득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기범이었다. 태민에게 빌린 그리핀도르의 망토를 뒤집어 쓴 그는 종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

 

 

기범이 지팡이를 꺼내며 그렇게 말하자, 팀 선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기범은 지팡이로 종현의 미간을 가볍게 치며 이렇게 소리쳤다. 

 

 

"프리-임페르비우스!"

 

 

종현의 얼굴에서 빗물이 탱, 하고 튕겨나갔다. 기범은 자신이 개조한 주문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뻐 방방 뛰며 이제 네 얼굴은 방수야. 빗물에 눈을 감게되는 일은 없을거야, 하고 말했다. 그리핀도르의 주장은 꼭 그에게 입이라도 맞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고야! 기범이 군중 속으로 사라지자 그가 기범의 뒤에 대고 쉰 목소리로 외쳤다.

 

 

"좋아,우리 잘해보자!"

 

 

기범의 주문은 역시 효과가 있었다. 추위로 몸이 꽁꽁얼고 비에 푹 젖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이제 앞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그는 새로운 각오로 가득 차서 빗자루를 몰고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뚫고 날아다니며 스니치를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서 민호가 저를 경계하며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종현의 눈에 반짝이는 작은 무언가가 보였다. 자세를 고쳐잡고 속력을 낸다. 어느새 근처까지 날아온 민호를 곁눈질하며 스니치를 향해 팔을 뻗는다. 젠장, 민호의 욕짓거리가 들림과 동시에 종현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민호가 태클을 건 탓이었다. 민호와 부딪힌 왼쪽 몸이 온통 얼얼했다.

 

 

"너, 좀 살살해!"

"죽어도 너한텐 안 져!"'

 

 

제 외침과는 상관없는 말에 종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새 멀리 날아가버린 스니치는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고, 종현은 여전히 아픈 왼 팔을 주물렀다. 한참 높이 떠 있는 민호가 저를 째려보는 것이 어째 너무 잘 느껴진다.

 

종현은 다시 방향을 틀어 스니치가 사라진 곳으로 이동했다.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피는데, 관중석에서 진기가 수신호를 하는 것이 보였다. 종현은 그의 하는 양을 유심히 지켜보다 자꾸 위쪽을 가리키는 그의 의중을 알아채고 민호보다 더 높은 곳으로 빗자루를 몰았다. 그리고 종현은 다시 스니치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민호가 보지 못한 듯, 그는 여전히 열심히 아랫쪽을 살피고 있었다. 종현은 주어진 기회를 잡을 줄 아는 멋진 남자였다. 동동 떠서 저를 약올리는 스니치를 향해 최고 속력을 내 날아갔고,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에 관중들이 놀랄 틈도 없이 그는 스니치를 잡아챘다. 빗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결과를 알아채지 못한 관중들이 조용하자, 종현은 제 팔을 높게 치켜들었다. 마치 후플푸프를 누르고 슬리데린을 승리로 이끌었던 민호가 그랬듯이 그는 양 팔을 휘저으며 승리의 기쁨을 표했고, 그제야 그의 손에 들린 스니치를 발견한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 그리핀도르의 김종현 선수가 골든 스니치를 잡았습니다! 그리핀도르 160점, 슬리데린 130점으로 그리핀도르의 역전승입니다!"
 

 

종현은 스니치에 입을 맞추고 지상을 향해 천천히 내려갔다. 약속이 되어있는 대로 기범의 쪽으로 방향을 틀은 종현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도로 그리핀도르 관중석을 향해 날아갔다. 놀라 토끼눈이 된 진기의 손에 스니치를 쥐어 주면서, 종현은 웃었다. 

 

 

"약속 못지켜서 미안." 

 

 

내 첫 승리의 기념품인데, 형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건네고 싶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는 종현의 목을 진기가 끌어안았다. 여전히 내리는 빗속에 젖어가는 것도 모른채 진기는 한참을 종현을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멀리서 그런 둘을 바라보던 기범은 하하 웃어버렸다. 굳이 종현이 제게 오지 않더라도,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이미 곁에 들러붙어 분하고 열받은 자신을 달래달라 징징대는 민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민호는 참으로 눈치가 없었고, 가끔은 그게 좋은 영향을 끼칠때도 있었다는 거다. 저가 왜 기범에게 화났었는지도 기범이 왜 저한테 화났었는지도 눈치채지 못한 그는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했다.

 

 

"범아, 봤어? 나 완전 안멋있었지." 

"개 풀 뜯어먹는 소리 하네."

 

 

완전 …멋있었거든. 너밖에 안 보일 만큼. 기범은 아무런 주문의 도움도 없이 맨 몸으로 빗속을 헤매인 민호를 알고 있었다. 정말이지, 하여튼 최민호 성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진짜 멋있었어? 물으며 제 허리를 감아오는 손길에 기범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래, 하고 대답했다. 붉어진 귀 끝을 바라보던 민호는 콧노래를 부르며 기범과 발을 맞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 * *


다양한 사정으로 인해 다시 올려용ㅎㅎ..

전에 올렸던 건 잊어주세요.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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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호그와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호그와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렸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애들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전에올린것도읽고 이것도읽었어요ㅋㅋㅋㅋ
10년 전
독자4
귀여워...민호는 기범이한테 한없이 귀엽고 다정하고 눈치도 없네욬ㅋㅋㅋㅋㅋㅋ현유가 얼른 행쇼하길 바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5
재밌어요ㅠ 폭풍연재 해주세요
10년 전
독자6
리즌이에요ㅠㅠㅠㅠ으악ㅠㅠㅠ결국 현유도 밍키두!!!!꺅 행복하네여♥♥♥♥♥ㅠㅠㅠ눈치없지만 그걸로 득본 밍키라닠ㅋㅋㅋㅋㅋㅋ여전히 탬피트는 똑똑하네요! 아유 진로걱정없겠어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현유만본격적으로좀나가면되네여!밍키행쇼!현유행쇼! 탬행쇼!!!!!!!!진짜진짜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너무너무재밌어여!다음에피도기대할께요 너무너무 잘보고가요♥♥♥♥♥더운날 열심히써주셔서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7
하ㅠㅠ 좋ㄴㅐ요ㅠㅠ 구ㅣ엽고 이쁘고 ㅠㅠㅠ 이대로 끝인게 너무 아쉬워요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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