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가? 평소에도 관계가 끝나면 군더더기 없이 제 방으로 돌아가 버리는 명수지만 오늘은 좀 너무한다 싶었다. 콘서트 준비로 눈을 붙일 시간도 없이 피곤한 와중에도 저를, 아니 제 몸을 원하는 명수를 받느라 몸은 이미 최악의 상태였다. 찝찝한 몸을 씻겨준다거나 다음날 아침을 함께 맞이하는 것까지는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다. 단지, 오늘처럼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지칠 때만큼은 잠시라도 옆에 녀석이 있어주기를 바랐다. - 내 방. - 오늘만 여기서 자. 왜? 무심한 대꾸에도 가슴이 터질 것마냥 세차게 뛴다. 왜 대답이 없어? 뭐 때문에 그러냐니까.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고 침대 등받이에 기댄 내 눈을 마주보며 대답을 종용하는 깊은 눈을 바라보다가 무작정 달려들어 키스하고 말았다. 다음날 김명수는 남우현이 드디어 발정이 났네, 여친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카톡으로 줄기차게 놀려댔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김명수와 내가 이런 오묘한 관계가 된 것은 일년도 채 되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무리 사교성이 좋을지라도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나란 놈이었고, 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벽을 치고 마음을 열지 않는 명수 녀석이 그런 나와 친해지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본인 입으로는 오픈 마인드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냥 쉬운 남자인 장동우와 눈치도 빠르고 막내답게 귀여운 맛이 있는 이성종을 제외한 멤버 모두가 그랬었다. 심지어 이성열도, 기복이 심한 둘의 성격 탓에 동갑임에도 친해지는 데까지 6개월이 걸렸다. 물론 지금이야 멤버 모두가 스스럼없는 사이임은 틀림없지만. 여튼 요점은 김명수가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놈이라는 거다. 그런데 인피니트라는 이름으로 데뷔하고 나서 우여곡절 끝에 내꺼하자 활동으로 1위를 했던 때부턴가, 김명수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한 계기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전부터 서서히 자라고 있던 감정이 그때 폭발한 것 같기도.. 내가 미쳤지. 사춘기를 맞은 것처럼 한참을 방황하다가 녀석을 향한 감정을 자각하고 난 뒤에 든 생각은 나 자신을 향한 질책이었다. - 쯧, 김명수 저 놈은 연애 감정이 메마른 놈이야. 누가 될진 몰라도 저런 놈이랑 사귀는 여잔 맘고생 좀 할 거다. 틈만 나면 노인네처럼 잔소리를 퍼붓던 성규형의 일침과 그런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손에 쥔 신상 카메라에만 집중하던 김명수가 떠올랐다. * 가끔은 이런 원망이 들기도 한다. 김명수가 여친만 있었어도 포기가 쉬웠을 거라고. 그런데 야속한 김명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성친구라고 불릴 만한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 의심할 여지도 없는 게, 나처럼 아이돌 사조직에 드는 것도 귀찮다고 거절할 녀석일 뿐더러 맨날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멤버들, 회사 사람들, 친한 틴탑이나 유키스 멤버가 다였다. 실은 나 자신도 김명수 탓이 아니라는 걸 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도 결국 문제는 나일테지.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수많은 사람의 눈들이 지켜보는 연예계에서 아이돌이 같은 그룹의 멤버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틈만 나면 비수가 되어 나를 괴롭혔다. 가족처럼 믿고 의지하는 멤버들에게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고, 기범이나 동운이처럼 친한 친구들에게 털어 놓기에도 너무나 무거운 고민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전보다 배는 더 집요하게 연습에 매달리기도 했고 생각에도 없던 작곡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접으려고 수백번 다짐해도 김명수 얼굴만 봐도 쿵쾅대는 심장 때문에 몇 번이나 좌절하기를 여러 번. 운도 지지리도 없지. 부러 떨어져 있으려고 해도 그럴 때마다 화보 촬영 파트너가 된다거나 라디오 스케줄이 함께 잡히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속상한 주인 맘은 모르고 눈치없이 벌렁대는 심장이 야속했지만 나로서는 누군가 눈치채지 않도록 그 심장을 다잡는 것밖에는 방도가 없었다. 누가 알기라도 하면, 그대로 이 사회에서 아웃-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 - 아무도 없어? 새벽 두시. 숙소는 쥐죽은 것처럼 조용했고 정리를 하지 않아 개판인 신발장도 평소보다 비어있었다. 성규 형은 솔로 앨범 준비중이라 녹음실에서 나오질 않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일주일 휴가를 받아 본가에 간다고 했다. 나야 뭐,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잠만 좀 아껴도 가족들 얼굴 보러 집에 다녀올 수 있을 만한 가까운 거리이기도 했고 숙소에 남아 곡작업을 한다는 핑계로 숙소에 남아있었다. 이틀동안 숙소에서 주구장창 떠오르지도 않는 멜로디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술이나 마시자는 기범이 연락을 받고 나가 실컷 마시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아무도 없는 걸 알면서도 굳이 말을 뱉은 건 내가 저지를 행동에 대한 죄의식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신중히 확인했다면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겠지.. @@ 똥손이라 표현력에 한계가.. 내 사랑 명우♥ 댓글 반응 보고 연재 여부 결정하도록 할게요ㅎㅎ 댓글 하나씩 달아주고 가시는 분은 사랑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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