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 순정 초식동물 _ 13 루한X시우민 w.밤사자 * * * 시끌시끌. 준면을 제외한 7명의 남고생들이 모인 곳에 수학여행 갈 때나 타볼 관광버스가 하나 멈춰섰다. 에이 설마, 하며 저들끼리 노닥거리던 7명은 관광버스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시간 맞춰 잘 왔네? 하며 따사로운 햇빛에 빛나는 얼굴을 보인 사람은 정말 우러러보고 싶게 만드는 준면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인물이 저들의 친구인 것을 인식하자 7명의 떠들썩한 인원은 일동 정지상태로 입을 떡 벌린 모습이 시베리아 벌판에 던져진 것 같았다. 뭐해, 어서 타.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버스 안 쪽으로 들어가는 준면을 따라 백현이 소리쳤다. "헐, 개 부자다!" 그 길로 빠르게 탑승한 백현이 준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고맙단 표시를 건내왔다. 백현의 뒤로 줄줄이 사탕처럼 들어온 경수, 세훈, 종인, 민석, 루한, 찬열도 놀러가는데 관광버스를 빌리냐며 대화의 장을 펼쳤다. 제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에 씩 웃던 준면이 뒷 편에 있는 2인 석에 앉았다. 창가 쪽에 앉아 에어컨의 각도를 조정하는데 옆자리에 놓인 자신의 가방이 앞 자리로 옮겨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곤 앞 좌석에 눈까지만 보일 정도로 빼꼼 내민 세훈이 준면을 내려다봤다. "김준면, 같이 앉을래?" "…자리도 많은데 왜, 그냥 거기 앉아. 창가잖아" "나 창가 안 좋아해" "그럼 그 옆자리 앉으면 되지" 세훈의 머리통이 사라졌다. 다시 쑥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로 허릴 숙여 일어선 세훈이 준면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나 잠을 못 잤거든. 너 어깨 좀 빌려야 돼서" "너 어제 일찍 자러 간다며. 아, 야동 봤지?" "뭔 야동" 어제 저녁 찬열의 야동드립이 생각난 준면은 눈을 가늘게 뜨곤 세훈을 노려봤다. 그러니 단톡방을 나가선 잠을 못 잔 거 아닌가. 세훈은 준면의 표정을 보곤 갸웃했다. 무슨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딱히 깊게 생각하지 않고 준면의 어깨를 툭툭치며 제 머릴 갖다댄다. 갑작스런 무게에 준면이 뭐냐며 타박하지만 이미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로 자는 '척'을 하는 세훈에게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잠이나 자라. 속으로 한숨을 쉰 준면이 창틀에 팔꿈치를 대곤 턱을 바쳤다. 준비하느라 잠을 잘 못 잤는데 나도 한 숨 자볼까, 하던 차에 눈을 감은 채 들린 세훈의 목소리가 준면의 이마를 찌부리게 했다. "잠이 안 온다. …어깨가 좁아서 그런가…." "…좁아서 미안 하네요." "내꺼 빌려줄까?" 세훈의 다부진 어깨를 본 준면이 창 밖의 풍경으로 급히 눈을 돌렸다. 뭘 먹고 이렇게 넓어? "됐어. 나중에" 킥킥대며 웃음을 참는 세훈의 목소리가 준면의 귓가에 닿았다. 아직까지 세훈의 머리가 제 어깨에 걸쳐져 있음에도 잠 들 생각을 않는 것인지 입은 재잘재잘 떠든다. 눈은 감은 채로. 관광버스의 명당자리인 맨 뒷자리는 찬열, 백현, 경수가 차지했다. 두 귀에 이어폰을 꽂아 넣은 종인이 시끄럽다며 소리 칠 정도로 셋은 언성을 높여가며 대화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휴가지에 도착 할 때까지 떠들어 댈 것이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꽤 떨어져 앉은 민석과 루한은 머릴 맞댄 채 꿀같은 단잠에 빠져 들었다. 중간 중간 깨서 서로의 옆 얼굴을 관찰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한 곳은 도로를 따라 잘 어울려있는 숲 근처의 시원해 보이는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펜션 앞이었다. 한 눈에도 경치 좋은 곳에 지어놨다 칭찬을 늘어놓을만큼 멋진 외관의 펜션이었다. 제일 먼저 달려나간 백현이 탄성을 지르며 입성했다. 두리번 거리며 신발을 벗는 와중에 민석은 뒤따라 들어오는 루한을 기다렸다. 무의식 중에 루한이 신발을 다 벗자 자신의 신발과 함께 신발장에 올렸다. 루한이 안 그래도 된다며 손사레를 쳤다. 요 근래 루한은 민석의 호의에 넋이 나갈 정도였다. 버스를 타고 올 때만 해도 자리에 먼저 앉으며 루한을 잡아 끌기까지 했으며, 먼저 잠을 청하고자 루한에게 기대어왔다. 주체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들이 닥치자 좋은 의미에 쇼크를 받은 루한은 민석의 행동이 귀여워 참을 수가 없을 정도 였다. 민석이 쇼파에 털썩 앉자 덩달아 앉은 루한이 싱글벙글 웃으며 가방에서 티를 꺼냈다. "민석, 빨리 입자" "지, 지금?" "응. 지금." 루한이 입자며 꺼낸 것은 하얀 색 바탕에 팝 일러스트의 노란 오리가 그려진 티셔츠였다. 이미 유명한 브랜드의 티셔츠이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색의 티셔츠를, 또 한 무리 중 두 사람이 입은 광경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 우연하게 입은 것이라 둘러 댈 수도 있고, 또 자기들끼리만의 커플티로 입을 수 있으니 안성맞춤이었다. 하나 둘 계곡에 가자며 노랠 부르는 탓에 각자 옷을 훌러덩 벗어 재끼자 루한이 정신을 차리며 민석에게 가방을 안겨주곤 아무 방에 밀어넣곤 문을 닫아버린다. 갈아 입고 나와- 작은 소리로 소근소근 문가에서 말한 루한도 바로 앞에서 상의를 벗어 던졌다. 우리 민석이와의 커플티! 비록 단순한 티셔츠이지만 같은 티를 샀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흡족해하며 팔을 끼워넣으려 할 때 민석이 들어간 방의 문이 살며시 열렸다. 그리곤 고개만 내밀어 루한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문을 쾅 닫아버렸다. 루한의 맨 살을 보자 놀래서 닫아버렸지만 이내 다시 조금씩 열린다. 얼굴은 내밀지 않은 채 손만 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손 끝에 걸린 티셔츠만을 펄럭였다. 루한이 갸웃하며 문고리를 잡았다. 문 밖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루한의 얼굴을 막아선 민석이 소리쳤다. "우리 옷 사이즈 바꼈어!" 민석의 손길에 감겨진 눈이 금방 자유를 되찾자 다시금 흰 티셔츠가 머릴 덮어와 시야를 가려버렸다. 한 사이즈 정도가 차이나는 옷은 민석에게 조금 컸기에 금방 알아차리곤 문을 열었던 것이다. 루한은 어깨까지 끼워넣은 옷을 빼가는 손길에 팔을 주욱 늘어트리곤 머리에 덮힌 티셔츠를 걷어 내었다. 하지만 새빨게진 얼굴을 한 민석이 꽥 소릴 지르며 제 가슴팍을 밀어냈다. 뒷걸음질로 거실까지 밀려나온 루한은 잠깐 어안이 벙벙했지만 아주 짧은 찰나에 마른 몸을 봐버린 터라 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곤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아냈다. 민석의 왜소한 체구가 한 눈에 박혀왔고, 제 가슴팍을 밀어내며 한껏 당황한 얼굴이 잊혀지지 않았다. 실실거리며 티셔츠에 얼굴을 넣은 루한이 큭큭대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공기가 가득 든 비치볼이 머리에 맞거나 말거나 옷도 다 입지 않은 채로 웃어대는 루한을 보며 준면이 혀를 찼다. 저렇게도 좋을까. - 그늘 밑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세훈이 온 몸에 선크림을 발랐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루한이 세훈에 손에 들린 선크림을 빼앗아들었다. 갑자기 뺏긴 선크림에 어정쩡하게 굽혀있는 손가락들을 보다가 황당함을 담은 눈으로 루한을 쏘아본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루한이 물에 들어가기 전 준비운동을 하는 민석을 끌고 와 돗자리에 앉혔다. 영문을 몰라 루한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민석은 갑작스레 직선으로 하얗게 줄이 그어진 제 팔을 보곤 흠칫 놀랐다. 하지만 곧, 루한의 양 손이 쓱싹거리며 팔을 문지르자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자외선이 무서워서 선크림 안 바르면 빨갛게 올라온대" "그, 그렇긴 하지…. 넌 발랐어?" "민석이부터 바르고" "에이, 내가 바를게" 돗자리에 쓰러져있는 선크림을 든 민석이 루한의 손을 걷어냈다. 양 손을 든 채 멀뚱멀뚱 눈만 깜박이고 있는 루한의 팔, 다리에 선크림을 짜준다. "너도, 빨리." "어? 아아, 응!" 제 팔을 문지르는 루한이 싱글벙글하며 민석에게 눈을 떼었다. 민석이 자신을 생각해준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민석, 갑자기 다정다정해" "그냥 다정도 아니고, 다정다정은 또 뭐야" "그만큼 다정하다는 거지!" "뭐래, 그럼 내가 전엔 차가웠다는 거야 뭐야…." 어쩐지 토라진 투로 고갤 숙이며 궁시렁 거리는 민석이 이내 픽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 이게 아닌데! 루한은 다급함에 민석의 어깰 잡았다. 그게 아니라 민석아…. 어떻게 말해야 기분이 상한 민석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아무리 한국어를 잘 한다지만 본래 중국인인 루한은 단어선택의 어려움을 느꼈다. 사실 민석은 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루한을 대할 때 모질게 대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을 한 까닭에 다정하다는 루한의 말에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어 괜히 틱틱 말을 내뱉게 되었다. 속은 그런 게 아니었고, 사실 자신도 알고 있었고, 또 미안한 것도 미안한 거지만 잘해주고싶은 마음이 들어 행한 행동들이었다. 매일 민낯으로 다니던 여성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힘을 주고 약속을 나갔다가, 주위사람들의 칭찬일색을 부정하는 심리와도 같았다. 민석에겐 뭐든 것이 아직 어색해서 그런 것이리라.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던 루한이 이내 민석의 볼을 콕콕 찔렀다. 민석이 고갤 들어 루한과 마주했다. 나무 그늘이든 어디서든지 잘생긴 얼굴이 눈 앞에 콕 박혀왔다. "전에도 다정했지만, 오늘은 더 다정해! 우리 민석이 짱!" "…뭐, 그만큼 너가 특별한… 존재니까…." "헐, 나 특별해?!" "아님 말고." "아니긴! 난 민석이에게 특별한 존재가 맞죠! 특별한 루한이 여기있어요!" 당장이라도 어이, 난 특별한 루한이라고! 하며 동네방네 떠들어 댈 것처럼 일어선 루한이 쾌활하게 웃었다. 그리곤 앉아있는 민석을 일으켜세워 빨리 놀러가자며 팔을 잡곤 물가로 끌고갔다. 돗자리 끝에서 모든 상황을 어이없이 지켜보던 세훈의 등 뒤로 둔탁한 물체의 맞부딪힘이 들려왔다. 세훈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갤 돌리자 급히 떨어진 카메라를 집은 준면이 허허,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민석, 변했다 변했어-" 그리곤 입고있던 상의로 카메라의 액정을 닦아내곤 전원버튼을 눌러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고장은 안 났군. 금전적 손실을 우려하여 안심하는 태도가 아닌, 당장 쓸 카메라가 고장이 안 나길 다행이라는 태도가 눈에 보였다. 이 녀석은 정말 부잔가? 하는 생각에 세훈이 준면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 반동으로 안전하지 못한 상태로 카메라를 잡고 있던 손이 힘없이 펼쳐졌다. 그와 함께 자갈밭으로 낙하한 카메라가 두동강이 났다. 정확힌 ON스위치에 맞춰 노출된 렌즈와 본체가 맥없이 떨어져나갔다. 세훈이 입을 합, 하고 다물었다. 그냥 김준면 손목시계가 뭔지나 보려고 한 건데. "…아, 이게 뭐야. 디카 이거밖에 안 가져왔단 말이야." 떨어진 렌즈와 본체를 들고선 울상을 지은 준면이 세훈을 타박하는 것도 잊은 채 켜지지 않는 카메라만을 만졌다. "미안…. 내, 내가 물어낼게," "아냐, 오늘은 그냥 폰으로 찍지 뭐" 별 거 아니라는 듯 손사레를 치던 준면이 다시 펜션 쪽으로 걸어갔다. 멍하니 작아지는 준면을 보던 세훈이 급히 일어나 뒤를 따랐다. 워낙에 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쨍쨍한 햇빛덕에 발을 담근 민석이 시원함에 부르짖었다. 루한도 덩달아 민석에 곁에 섰다. "민석! 시원하지?" "응!" "더 시원하게 해줄까?" 멀찍이 골반 위까지 물에 찬 상태로 놀고있던 백현과 종인이 무리를 가리킨 루한이 민석의 팔을 잡아끌었다. "야, 이럼 선크림 바른 의미가 없잖아." "민석, 요즘은 땀이나 물에 잘 지워지지 않는 워터프루프잖아. 신경 쓸 거 없어!!" "아, 그게 아니고," 난 물살 쎈 거 무섭단 말이야… 뒷 말은 들리지도 않게 내뱉은 민석이 졸졸졸 루한의 뒤를 따라들어갔다. 이끼가 낀 바위와 자갈들에 발을 헛디딜 뻔 했지만 그 때마다 앞에서 버팀목이 돼주는 루한 덕에 넘어지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 차가운 계곡 물이 종아리를 넘고, 허벅지를 넘어 골반 위까지 출렁였다. "우와 짱 시원해!" 루한은 신난다는 듯 뒤를 돌아 민석을 보던 손을 휘저어 첨벙거리며 가장 가까운 경수에 등 뒤로 가 물을 뿌렸다.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비명을 지른 경수가 종인에게 동맹요청을 하며 2대 1의 물싸움을 벌였다. 조금 멀찍이서 루한을 도우려 한 발 내딪은 민석이 갑작스레 주저앉을 뻔 하다가 다시 일어섰다. 왼쪽 발목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긁히며 따가움을 동반한 아픔을 가져왔다. 멀뚱히 서서 계곡 물을 들여다보고 몸을 굽혀 손을 휘저으니 굵은 철사가 잡혔다. 물 속에 있었지만 꽤 오래되어 보이고 자갈들 사이에 꽉 끼어 있었다. 이런 위험한 게 여기 왜 있는 거야…. 아랫입술을 깨물곤 인상을 찡그린 민석이 철사를 빼내기 위해 주위에 있는 작은 돌부터 걸러냈다. 그리곤 힘주어 당기니 꽤 큰 바위가 옆으로 굴러가면서 굵은 철사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쾌감에 탄성을 지른 민석은 자신의 발목도 긁어버린 흉측한 철사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멀리 버리고 와야겠다 생각이 들어 물 밖으로 걸어나갔다. 하하호호 떠들며 민석을 새까맣게 잊었던 루한이 문득 아차하며 뒤를 돌았다. 그리곤 꽤 강하게 비치볼에 맞은 뒷통수를 살짝 문지르곤 멀리 점이 된 민석에게 가기위해 발을 옮겼다. 살짝 울상이 된 얼굴이었다. 자신이 민석과 놀아주지 않아 상처 받고 돌아간 것이다. 직감하곤 걸음을 빨리했다. 첨벙첨벙 물방울들이 루한의 머리까지 치솟을 정도로 발을 움직였다. 하얀 티셔츠가 반 이상 젖어 맨 살에 달라붙었다. 문득 자갈을 밟고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돈 민석이 루한의 발 밑을 보곤 눈이 커졌다. 저게 저기 또 있어?! "안 돼-!!" "응?" 들고있던 녹슨 철사도 바닥에 던져버린 채 루한을 향해 뜀박질하던 민석의 슬리퍼가 벗겨졌다. 그리곤 자갈밭을 맨 발로 달려 루한의 가슴팍과 등에 손을 위치 한 채 숨을 골랐다. "발 밑에 이거있잖아, 앞 좀 보고 다녀!" 아래로 시선을 떨군 민석이 루한의 바로 앞에 있는 구부러진 철사를 보며 짜증을 냈다. 민석에게 붙들린 채 감동을 먹은 루한이 민석을 안으려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민석을 확, 안으려 시도 한 것까진 좋았으나, 몸을 아래로 웅크린 민석으로 인해 자신의 어깨에 위치한 두 손을 보곤 눈을 꿈벅였다. "미친, 이건 또 뭐야!" 민석이 차마 보지 못 하고 유리조각을 밟아버렸다. 급하게 뛰어오다 벗겨진 슬리퍼로 인해 맨 발로 밟아버린 유리조각에 박힌 맨 발바닥에서 피가 왕창 흘러 자갈들을 적셨다. 새빨간 피를 본 루한이 꽥 비명을 질렀다.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음성으로 몸을 낮춰 피가 흐르는 민석의 맨 발을 손으로 꾹 눌렀다. "야아, 드럽게, 피 묻어," 당장에 루한의 손을 떼어내려던 민석은 제 손을 강하게 내쳐버리곤 질질 짜고있는 루한의 얼굴을 보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계곡물이 아닌 두 눈에서 흐른 듯해 보이는 눈물들이 뺨을 적시고 있었다. "뭘 우냐?" "어떡해, 피, 너무 많이 나와…." "괜찮아, 가서 지혈하면 되지." "아니야, 병원- 병원 가야 돼!" 눈에 띌 정도로 턱의 근육이 뭉쳐 얼마나 울상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민석은 잠시 안절부절 못하는 루한을 토닥이듯 어깰 잡아왔다. 나 부축 좀 해줄래. 핸드폰을 가지곤 티격태격 나오던 세훈과 준면이 한 쪽 어깨를 부축받은 채로 걸어오는 둘을 보며 기겁하곤 달려갔다. 간단히 유리에 찔렸어, 하며 둘을 지나치려는 민석을 따라 들어온 준면이 구급상자를 찾아오겠다며 세훈에겐 얼음팩을 만들라 지시했다. 허둥지둥 사라진 둘을 보며 쇼파에 앉은 민석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루한을 올려다봤다. 표정이 왜그래? 씩 웃으며 말하는 민석과는 상반되는 루한의 표정은 온갖 슬픈 일을 죄다 겪은 듯한 얼굴이었다. 재빠른 루한의 압박지혈 덕분에 멈춘 피는 말라가고 있었지만 루한의 눈가에 흐르는 것은 마를 새가 없었다. "나 때문에 다치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발 밑을 보고 다니지 않아서, 민석이가…." "그런 게 어딨냐? 내가 유리조각따윌 못봐서 그래" "아니야, 나 때문에," "쉿!" 제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댄 민석이 루한의 말을 막았다. "계속 쫑알쫑알대면 미워" "……." "앉아봐" 조심조심 민석의 옆자리에 앉은 루한이 민석을 측은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얼음팩을 가져온 세훈이 민석을 향해 내밀곤 루한이 받아들었다. 괜찮아? 묻는 세훈의 표정에도 걱정이 담겨있어 괜히 민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해진 민석이 걱정하지 말라며 세훈을 안심시켰다. 곧 이어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준면이 구급상자를 펼쳤다. 소독약과 지혈제를 순서대로 처치하곤 거즈를 덧대 붕대를 감았다. 뭐든 섬세한 준면이기에 병원에서 받는 간단한 드레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신나게 놀러와서 다치기나 하냐? 파상풍 주사는 맞았지?" 타박하는 듯한 말투이지만 준면의 어법을 잘 알고있어 어색하게 웃곤 고갤 끄덕여 보였다. "다 나 때문이야" 또, 또! 민석이 도끼눈을 하곤 루한을 쏘아본다. 깨갱, 꼬리내린 듯한 강아지의 모습을 띈 루한이 느릿하게 민석의 어깨에 기대었다. 둘을 보던 준면이 픽 웃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세훈을 툭 발로 찼다. "에어컨이나 틀고 노닥거리고 있어. 사실 이게 금상첨화지, 안 그래?" 준면이 킥킥대며 세훈을 끌고 나갔다. 쾅- 요란한 소릴 대며 닫히는 문소리에 루한이 벌떡 일어서려다 민석의 턱에 제 정수리를 박고 머릴 부여잡았다. 민석 또한 갑작스런 충격에 신음을 흘리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민, 민석아! 내가, 미쳤나봐!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지, 난 죽어야 돼!"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머릴 박으려는 걸 제지시켰다. "아유, 쉿!" "……쉿," # 또 굉장히 빨리 돌아온 느낌적인 느낌........ 요즘 추천받고 왔다는 분들도 보이고... 저는 기뻐서 봉산탈춤이나 추렵니다. 그래도 제 머릿속에 꽁냥대는 것들을 다 풀어내지 못하는 망글이라 어떻게 보답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ㅠㅠ 곧 새 직장에 출근하는 백수는 밤낮이 바뀌어 이렇게 새벽이나 아침마다 찾아왔었는데, 곧 그러지 못 할 것 같아 걱정이네요 ㅜ.ㅠ 그래도 연중하지 않을거예요. 싸랑하는 독자님들 쏴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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