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었다.
12월 31일.
곧 있으면 새해라는 기대와 함께
거리는 시끄러웠고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이 곳은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듯 조용히 걷는 사람이 있었다.
동해는 이 거리와 어울리지 않았다.
조용했고 단정했다.
이 거리의 온갖 소음은 무시하며 그는 이 거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혁재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12월의 마지막
곧 있으면 그들은 서른이었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며
새해의 첫날을 맞으며
올해의 마지막을 지나며
그들의 핑계는 다양했으나 모두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오늘따라 혁재가 조용했다.
평소였으면 이 자리를 주도했을 사람이었다.
오늘 이 모임의 주체자도 혁재였다.
그런 혁재가 이상한지 다른 사람들은 혁재의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혁재가 눈길도 주지 않고 술잔만 비워내고있었다.
자신이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다는걸 눈치챈 혁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이 테이블의 모두는 혁재를 바라보고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이 시선들이 달갑지 않았다.
평소에 혁재는 시선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느 자리에서건 눈에 띄었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었다.
곧 30이라는 것에 센치해진건지 평소와는 다른 자신이 혁재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담배한대만 피고올게."
혁재는 술집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따라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혁재는 술집을 벗어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조용한 곳을 원했지만
새해를 몇분 남겨두지 않은 지금
조용한 곳이 있을리 없었다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이며
혁재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해는 여전히 거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빠져나가는 것이 쉽지않았다.
'이렇게 사람많은 날 밖에 나온 내 잘못이지..'
지긋지긋한 노래들도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혁재의 눈에 동해가 들어온 것은 그날이었다.
화려한 거리와는 대조된 단정한 동해가 혁재의 눈에 띄었다.
동해는 인상을 찌푸리며 혁재의 앞을 지나갔다.
'담배냄새가 싫은가..'
혁재는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걸어가는 동해의 뒤를 따라갔다.
왠지 동해를 따라가면 조용한 곳이 나올 것 같았다.
------------------------------------------------------------------------------------
연말에 쓴 글입니다.
원래는 블로그에 A와 B라는 제목으로 올라갔던 거였는데
은해를 생각하면서 쓴 글이었어요
혁재가 입대하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올립니다.
완전 조각수준이라 포인트를 달기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