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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w.앵

 

 

 

 

 

 

 

 

 

 


1. 나의


나는 장난을 좋아했다.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동네에선 장난꾸러기로 유명했고 그런 나를 부모님은 곧 잘 혼내시곤 했다. 대체 너는 언제쯤에야 철이 들려고 하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 중 하나였다. 오늘은 같은반에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에 또 어떤 장난을 칠지 수업시간 내내 고민했다.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식의 장난은 너무 고전이니까 자기소개할 때 뒤에서 춤이라도 춰 볼까. 온 시선이 다 흐트러지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기 전 까지는.


"안녕. 이진기라고 해. 유학다녀와서 나이는 한살 더 많구-"
"밍기뉴!"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친 덕에 모든 이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 되었다. 앞에 서 있던 그도 나를 본다. 동그란 토끼눈을 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한다. 익숙한 하얀 얼굴이 곧 환하게 미소짓는다.


"종현아."


당신이 돌아왔다. 







2. 라임


말 한마디 없이 유학을 떠나버린 진기 형.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 속을 다 터놓고 말할 수 있던 유일한 상대의 부재는 내 사춘기를 조금 더 격하게 만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던 사람. 울고 있을 때 진심을 다해 위로하며 어깨를 빌려주던 사람. 누구보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


"아무 말 없이 떠나더니 아무 말 없이 돌아왔네."
"으응."


별 말 없이 웃어버리는 그를 따라 그냥 같이 웃었다. 그래, 결국 내 곁으로 돌아왔으니까 괜찮아. 어긋나있던 퍼즐 조각을 드디어 제대로 맞춘 느낌이었다. 진기 형. 슬쩍 부르니 그 눈이 나를 응시한다. 그래, 내가 이걸 기다리고 있었어. 내 눈에 비친 잔상이 아니라 네 눈에 비친 나를 말이야. 형의 눈동자에 내가 비치는게, 정말 좋단 말이야. 배시시 웃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쥔다. 아무 반항도 없이 내 손이 이끄는 방향 그대로 다가와 나를 맞이한다. 그래, 내가 이걸 그리워하고 있었다니까. 몇년을. 사무치게. 







3. 오렌지나무


형아만 내 기분을 이해해줘. 우리 엄마는 매일 화만 내는데.
어른들은 원래 다 그래.
내게 형이 있어서 다행이야.


꼭 쥔 손을 흔들며 몸을 부대낀다. 아직 어린 자그마한 몸들이 어설프게 맞물린다. 형이 좋아. 가슴에 떠안고 있기 벅차는 말을 뱉어내고 한참 후에야 답 없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여전히 알쏭달쏭한 웃음을 머금은 입술이 천천히 벌어진다. 나, 도. 왈칵, 눈물이 터졌다. 당황한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 가슴에 얼굴을 부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형도 나를 사랑해 줄 거지?


현아.
응.
내가 너의 밍기뉴가 되어줄게.


언제나 네 곁에 변함없이 있을거야. 네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네가 원할 떄 항상 그 자리에 있을거야. 제제, 나의 제제. 네가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나오는 모든 밤을 내가 함께 할 거야… 깍지를 낀 양손이 뜨거워졌다. 하얀 얼굴이 발그레 물들어가는 모습을 눈에 담다 그 사랑스러움에 간질거려 킥킥대고 웃었다. 


하지만 너도 장난은 조금 줄일 필요가 있어.


아이들은 모두가 장난을 치지만 남을 아프게 하는 건 안되는 거야. 부드러운 목소리에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형이 하는 모든 말이 맞는 말이야. 하하, 웃는 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더 웃어줘. 나를 향해 웃어. 형, 나를 보며 웃어 줘. 위태롭게 속삭이는 말이 그에게 닿았는지 눈가를 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 몸을 부수려는 듯 내리치는 아버지도 내 말을 듣고싶지 않아하는 어머니도 없는 세상에서 네 손만 잡고 살아가고 싶어. 진기 형. 나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내 의지 없이는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약속 지킬테니까 죽을 때 까지 내 곁에 있어야 해.
그래. 내가 죽을 때 까지.


쓸쓸한 얼굴. 열 한살의 표정이 이럴 수 있는거야?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같아 순간적으로 오한이 느껴졌다. 나는 장난밖에 모르는 철부지 어린 아이인데 형은 가끔 딱 한살 더 많으면서 너무 어른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서 자꾸만 어디론가 홀연히 떠날 것 같아.


가지 마.
어딜?
어디든. 내 옆이 아닌 곳은 가지 마.


그리고 약속하자며 내민 내 새끼 손가락에 형이 뭐라고 말했었더라. 분명히 기억나는 건, 내밀어진 손가락은 계속해서 싸늘했다는 것. 







4. 너의


진기 형은 온통 하얀색이었다. 흰 옷을 입고 있던 모습이 눈에 익숙한 걸 보니 아주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방도 하얀색이었다. 하얀 가구와 하얀 벽. 그게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고 형은 말했다. 사실,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형은 머리카락도 옅은 갈색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외국인이냐고 물은 내 말에 깔깔대며 아니라고 했다. 외국인이 아니라 외계인이야. 툭 던진 말에 나는 어쩌면 그게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의 손에는 항상 줄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교신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어린 나는 생각했었다. 







5. 제제


자신이 밍기뉴가 되어주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형은 나를 제제라고 불렀다. 나도 그를 가끔 밍기뉴나 슈르르까 정도로 불렀기 때문에 어른들은 우리를 참 귀엽다고 했었다. 제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 그렇게 물어오면 나는 아주 사소한 일 까지 다 쏟아내곤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학교에 잘 나가지 않던 형은 내가 해주는 얘기를 들으며 항상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 뭐가 부러워? 살아있음이 부러워. 나는 이해하지 못했던 대답이다.


제제. 나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커다란 가방을 끌어안고 그렇게 말하던 형은 그 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가방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눈물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지 전혀 알 수 없었다. 







6. 차라리 항상 푸르른 소나무가 되었으면


전학 온 형은 내 바로 뒷 자리에 앉았다. 창가를 피해 복도 쪽 구석으로 배치를 받았다. 새하얀 얼굴이 말갛게 웃는다. 형이 돌아와서 기뻐. 형이 돌아와서 기뻐? 응. 곁에 있어주어서 기뻐. 그런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그는 체육 시간에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왜 교실에 남아있냐는 내 물음에 체육복이 없어서, 하며 어물어물 답을 넘기는 폼이 어색했지만 나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커튼을 쳐 달라는 부탁에 말 없이 그의 말대로 했다. 빛이 차단된 교실은 어두웠으나 형은 거기에 또 후드 모자를 뒤집어 썼다. 


"어둡지 않아?"
"어두워."
"그런데 왜 커튼을 쳐?"


말갛게 웃는 얼굴이 나를 향한다. 마치 주문을 거는 듯 형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냥 문을 닫고 교실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혼자 남아있으면 외로울텐데. 내가 형을 잃고 죽을만큼 외로웠던 것 처럼. 문득 복도 창문 사이로 돌아본 형은 자신이 태양인 것 처럼 그 어두운 교실 안에서 홀로 빛나고 있었다. 아아, 당신은 빛이 필요없는 사람이었구나. 제 스스로 빛나는 사람…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다가, 깜빡, 그 빛이 흐려짐과 동시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형이, 나를 보지 않는다. 내가 형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고 있는 눈치였는데.







7. 아기새


네 가슴 안에는 아기새가 있어?
아기새?
노래하는 새 말이야.


아이들은 입을 열지 않고도 노래할 수 있잖아. 그게 네 가슴에 살고있는 아기새가 부르는 거야. 이어진 형의 말에 나는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나도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이렇게 하면… 입을 꼭 다물고 노래를 부른다. 형이 웃는다. 들려? 응 들려. 


나중에 이 새를 날려 보내면, 너는 어른이 되는 거야.
어른은 새를 키우면 안돼?
아니. 새는 어른의 가슴 속을 답답해 해. 노래할 수 없거든.
어째서? 어째서 노래할 수 없어?
그건 그때가 되면 스스로 알 수 있을 거야…


"현아."


턱을 괴고있던 손이 삐끗하며 확 자세가 비틀렸다. 형이 그런 내 모습을 고스란히 보았는지 소리없이 웃는다. 뭐야아, 왜? 고개를 돌려 대답하니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너무 멍때리길래.


"형, 형 가슴에… 아직 있어?"
"뭐가?"


고개를 갸웃하는 그가 순간적으로 낯설게 느껴졌다. 대답없이 그 얼굴만 응시하는 내 등을 콕콕 찌르며 형은 앞에 봐, 수업 들어야지, 했다. 먼저 말 걸었으면서… 툴툴대며 하는 말에 형이 또 웃는다. 마지못해 앞으로 돌린 시선 끝에 알아들을 수 없는 고전 시가 따위가 있어 확 눈을 감아버렸다. 속이 쓰리다. 뒷자리에서 사각사각하는 필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툭, 하소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도 이어 들렸다.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보니 형의 펜이 떨어져있다.


"형, 이거 떨어졌는…"


천천히, 갈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아, 당신이 무너지고 있다. 아래로 아래로 끝 없이… 쿵. 여자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당황한 선생님이 달려와 그의 상태를 살피고 안아 올린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멀어지는 것을, 나는 바라만 보았다.


형. 있잖아, 그때 나 왜 불렀어? 







8. 뿌리가 썩어서 그래 


한 달 정도 다니던 학교는 결국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냥 잠깐 평범한 일상을 보내보고 싶었다고, 그렇게 말했다. 이제 나의 밍기뉴가 되어줄 수 없다고도 했다. 처음 봤을때 처럼 형은 다시 하얀 옷을 입고 하얀 방에 들어갔다. 이제 그 곳이 형의 집이라 생각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9. 망가라치바


"왔어?"
"응. 잘 있었어?"
"내가 못 있을 게 뭐가 있다고."


웃으며 말하는 형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흰 손을 꼭 쥐고 더 마른 것 같은 얼굴을 쓰다듬었다. 왜 이렇게 말라 가. 안타까운 내 목소리에 배시시 웃어보인다. 형은 항상 웃었다. 가장 아픈 주제에.


"현아, 나랑 약속 하나만 할래?"
"무슨 약속?"


잠깐 정적이 흘렀다. 쿨럭, 형이 기침을 뱉어낸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다. 몇번 큼큼대며 제 목을 가다듬더니 천천히 다시 입을 연다. 현아. 부르는 목소리가 눈에 띄게 떨려서, 쥐고있던 손을 더 꽉 잡았다.


"내가 없어도 심한 장난 치지 말기."


이게 첫번째. 거친 숨과 함께 뱉어낸 말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형이 없어도? 형이 왜 없어. 어디 가? 따져묻는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안 가. 어디도 안 가. 그냥, 곁에 내가 없을 때 말하는 거야.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 안 쳐. 작은 목소리로 답하자 웃는다. 나 미국 갔을 때, 너 엄청 장난친거 다 알아. 그래도 이제는 그러면 안돼.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다 안다고? 내 사춘기를? 이를 악물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때문에 울지 말기."


…게 두번째. 잠깐 머뭇대는 목소리가 위태롭다. 형, 어디 아픈거 아니야? 묻는 말에 또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니야.


"빨리 약속해."


그가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울컥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었지만 속으로 삼키며 그의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건다. 구부러진 손가락 사이가 빈틈없이 맞물렸다. 이렇게, 꼭 맞는 느낌이 참 좋았다. 고개를 포갤 때에도, 깍지를 낄 때에도, 우리는 정말 일부로 그렇게 만들어진 것 처럼 딱 맞아서… 그게 참 좋았다… 


"또…"


깜빡, 무어라고 말하려던 그의 입술이 맥없이 닫히더니 그의 눈꺼풀도 이어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했다. 느린 움직임에 맞지 않는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현아."
"응."
"나 초콜릿 먹고싶다."


뜬금없는 말에 뭐, 하고 되묻자 나가서 사다 주라. 한다. 그의 상태가 걱정되어 머뭇대자 보채기까지 해서 그냥 지갑을 챙긴다. 정말 괜찮은 거지? 물음에 씩씩하게 괜찮아, 하고 답한다. 잠깐은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병실을 나왔다. 얼른 다녀와야지. 얼른. 금방 다녀와서 간호사를 불러 상태를 봐달라고 해야겠다. 금방 다녀와서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당신의 병실로 달려왔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화를 나누다가 당신의 심부름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잠들어버린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굳게 닫힌 눈꺼풀 위에 입을 맞췄다. 그런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평소와 정말 똑같은 날인데, 왜 나는 울고있는 거야? 허공에 질문을 던져본들 돌아오는 답은 없다. 계속 울리는 이 소리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싶지 않았다. 마구 달려오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 사람들. 우리의 공간을 깨부수고 들어와 당신을 내게서 떨어뜨린 사람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유감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폰으로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유감.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아쉽거나 한스러운 것. 뭐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까. 한참을 머리를 굴린 끝에 결론에 다다랐다. 이제 형을 볼 수 없어서 아쉽구나. 이제 형을 만질 수 없어서, 한스러운 거구나. 내가, 생각한,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라서, 그래서 내가 울고 있는 거란 말이지… 천천히 다가온 실감이라는 것이 머릿속을 까마득하게 잠식해온다.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이 바닥에 까만 점을 그린다. 형, 나는 기다려왔어. 계속. 언젠가 돌아올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금 힘들어도 버티면서 계속 기다렸어. 형의 얼굴을 그리고, 형의 목소리를 그리고, 형의 따뜻한 온기를 그렸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내 손을 잡고 나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나의 얼굴을 보며 웃고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아프지 않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그런데 왜? 왜 갑자기 모든 게 다 사라져 버렸어?

말도안되는 격통이 뒤따라왔다. 설 곳이 사라졌어. 내 등을 받쳐주던 나의 밍기뉴. 더이상 내 밍기뉴가 될 수 없다는 게 이런 의미였어? 터져나오는 눈물을 네가 닦아주어야 하잖아… 내가 아플 때, 형이 있어주어야 하는데… 어디로 갔어. 너. 나를 여기에 두고.

바들바들 떨리던 다리가 결국 완전히 풀려 바닥으로 우스꽝스럽게 무너져내렸다. 마치 당신이 그랬던 것 처럼. 내 등을 보며 교실 바닥으로 처박히면서 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형은 내가 형이 쓰러지기 전에 잡아 주기를 바랐던게 아닐까. 파리한 안색으로 내 이름을 부르던 때에, 내가 눈치를 채줬으면 했던 건 아닐까. 오늘도, 내게 확인하지도 못할 약속을 하며, 그렇게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가 알아채길 바랐던게 아닐까.

문득, 죽기 전까지 계속 곁에 있어주겠다던 형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졌던 말. 네 곁에 영원히 있을 순 없겠지만 내 마지막 만큼은 네 곁에서 장식할게.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흩날리던 갈색 머리칼 사이로 보이던 웃는 얼굴이 묘하게 슬퍼서 도리어 내가 엉엉 울어버렸었다. 내 눈물을 닦으며 울지 말라고 몇번이고 속삭이던 목소리. 목소리. 그 목소리. 내 귀를 간지럽히던 숨소리. 웃음소리. 울음소리. 울음…소리… 다시는 듣지 못 할.





아.

당신이 죽었다.




나의 밍기뉴. 너는 왜 밑동조차 남기지 않고 활활 타 버린거야. 내가 앉아 쉴 곳 조차 없게.








10. 철이 든다는 것


더이상 나의 아기새는 노래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가 답답함에 시름시름 죽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새를 날려보내지 못했다. 내 속에서 파삭 부서져버린 새가 날카롭게 내 가슴을 헤집어 놓은 듯 했다. 

나는 이제 장난을 치지 않는다. 재미난 일이 있어도 그 얘기를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또…"


나를 잊어버려. 그렇게 말하려던 입술이 제 멋대로 닫혀버렸다. 내가 존재했었단 사실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너만의 다른 나무를 찾아 거기에 기대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입이 도저히 떨어지질 않는다. 나도 아직 철이 덜 들었나보다. 아, 숨 쉬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끔찍한 복통에 이를 악물고 너를 향해 웃었다.


"…현아."
"응."
"나 초콜릿 먹고싶다."


졸라대는 내게 결국 두 손을 들고 나가는 네 뒷모습을 끝까지 눈에 담았다. 닫힌 문 새로 사라진 네가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빌었다. 나를 뒤로하고 계속 앞으로만 나아갔으면… 그랬으면 좋겠는데… 


현아. 있잖아. 계속 말하지 못했는데 말야. 사실 난 너를


아직 잇지 못한 말이 남았는데. 












* * *

사실 망가라치바가 죽인건 밍기뉴가 아닌 뽀르뚜가지만 뽀르뚜가는 아저씨자나여 그래서 징기 대입하기 시렀다눙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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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으어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엉어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아련하네요ㅠㅠㅠ잘봤습니다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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