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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여름, 이별에 대하여

 

W.토마추

 

[뇽토리] 여름, 이별에 대하여 | 인스티즈

 

 

승현은 햇빛을 받으며 식은 베이글을 먹기 보다는 씹는다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질겅질겅 씹어대고 있었다. 지용은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환기를 시키고 방충망을 열었다. 햇빛을 보니 눈이 자연스레 찌푸려졌지만 항상 햇빛이 비치는 곳에 식탁을 두는 승현 덕에 비타민 D가 부족할 날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 도로 위 트레일러를 세워둔 둘은 아침인사도 없이 베이글을 커피 따위 필요없다는 듯 욱여 넣었다. 바로 옆 숲속에서는 생명들이 움트고 있는데 승현과 지용의 사이는 조금 멀어져 있었다. 우거진 나무 틈에서 용케 비쳐오는 햇빛을 찾아낸 승현을 보며 지용은 승현 모르게 슬며시 웃었다.

 

 

승현은 따뜻한 것이 좋았다. 모든 이에게 따뜻한 지용에게 끌린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용은 얼마 전부터 제게 질린 듯 싸늘해졌고 승현은 이별을 결심했다. 이번 여행도 지용에게 찡찡거리며 겨우 얻어낸 것이었다. 마지막 추억을 어둑어둑한 집에서 보내는 것은 승현이 허락할 수 없었고 지용이 아무리 싸늘해졌다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4년동안 함께한 연인과 데면데면하게 헤어지기는 싫었다. 나름의 이별 여행이었던 것이다. 승현도 지용과 헤어지는 것은 아쉽고 슬펐지만 서로 사랑함을 알고 있을 때 헤어지고 싶었다. 계속 이 만남을 이어간다면 자신이 지칠 것만 같았다. 지용이 아직도 저를 사랑함을 알고 있었지만 표현해주지 않는 지용에게 투정을 부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1주일로 잡았던 것이 2주일로 늘어났고 그러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늘리다 벌써 한달이 되었다. 둘 중 아무도 그것에 대해 꺼내지 않았다. 지용도 이 여행의 종착역이 어딘지는 알고 있는 것이었다.

 

[뇽토리] 여름, 이별에 대하여 | 인스티즈

 

 

초록색 물결이 두 남자 곁을 스쳤다. 나뭇잎끼리 부대끼며 나는 시원한 소리가 승현의 눈을 저절로 감기게 했다. 지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런 승현을 바라보았다. 따스함을 사랑하는 아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닮은 것인지 조금의 미소만 지어줘도 가슴 한켠이 불을 지핀 듯 뜨거워지게 하는 아이였다. 품고 있는 온기에 주변 사람들까지 따뜻하게 하는 아이를 지용은 사랑했다. 사랑했고 사랑을 주었고, 사랑을 고백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뜨거웠다. 승현을 볼때마다 행복해서 미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으며 절실히 사랑함을 알았다. 승현이 제 옆에 존재함이 눈물나게 행복했다. 지금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승현과 있는 시간들이 소중했고 즐거웠지만 뜨겁지는 않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은 길을 걸으며 조금씩 변한다. 지용은 4년동안 뜨거웠고 이제야 미지근해지는 법을 배운 것 뿐이었다. 하지만 승현은 여전히 따뜻함을 사랑했다. 감정이 옅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가 편해진 것인데, 승현은 그것이 사랑이 식었다 오해했다. 지용은 그런 승현을 놓아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초록색 숲속 길이 끝없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한심한 생각을 했다. 아니면, 차라리 길을 잃었으면 했다. 승현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별이라는 것이 암담했다. 무언가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었건만 승현은 이제 저를 볼 때마다 아픈 눈을 했다. 조금씩 조금씩 켜켜이 쌓인 추억들을 정리하는 듯한 승현의 얼굴에 지용은 밤마다 승현의 모습을 가슴에 새겨넣었다.

 

 

"여기서 세워줘"

 

"뭐?"

 

 

지용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승현을 바라보았다. 승현은 담담히 짐을 챙기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숲길의 중간이었다. 지용은 안절부절 못하며 차를 세웠다. 들짐승도 있을 것이고, 밤이면 굉장히 추울 것인데. 왜 하필이면 이때 내리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직 60년 남짓이라는 세월이 남았는데 넌 왜 지금 꼭 헤어져야겠다는 것이지. 눈물이 흘렀다. 예견했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 지용을 울렸다. 승현은 차에서 내려 차의 꽁무늬에 매달려 있는 트레일러를 손으로 한 번 쓸었다. 그 속에는 우리들의 추억이 가득할 것이었다. 지용은 결심한 듯 트레일러를 차에서 분리해냈다. 승현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다 다시 미소지었다. 지용은 그런 승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앞에 있는 길들은 다 일직선이겠지?"

 

"아니. 굴곡도 있을거고, 아마 다른 사람을 태워야할지도 몰라. 가끔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태워서 힘들 때도 있을거야.

커브가 너무 심해서 울렁거릴 때도 있을거고, 가끔은 낭떠러지같은 곳도 있을테니 조심해야 해."

 

"그럼 뒤를 돌아봐도 네가 보이지 않을텐데. 난 어떡해야 되는거야?"

 

"여기를 자꾸 돌아볼 생각만 하면 어떡하자는거야. 이곳은 이제 너에게 과거일 뿐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는 어떡하지?"

 

"그때만 가끔 '우리'를 추억하는거지."

 

 

지용은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승현을 두고 길을 걷기는 싫었다. 어느새 승현은 트레일러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지용이 다시 승현을 붙잡았다. 너를 추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나만 달라고 매달렸다. 승현은 제가 그런 것 하나 준비하지 않았겠냐며 미소지었다. 차에 있을테니 어서 가라고, 힘들 때는 가끔 쉬어가라며 입을 맞추었다.

 

"더 뜨겁게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

 

지용의 말에 승현이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었다. 아니야, 충분했어. 지용이 그제야 미소지었다. 승현은 지용의 눈가에 마지막으로 입술을 스치고는 트레일러로 들어갔다. 지용은 연신 뒤를 돌아보았지만 트레일러만 그곳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승현은 나오지 않았다. 조수석에는 승현이 놓아둔 것으로 보이는 편지가 온기를 품은 채 지용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지용은 손도 대지 않았다. 지금은 가슴에 새긴 승현의 모습만으로 버틸 수 있었다. 정말 버틸 수 없어 힘들어질때 쯤, 꺼내보아야겠다며 지용은 미소지었다. 백미러로 보이는 트레일러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고 어쩔 수 없는 눈물이 지용에게서 흘러나왔다.

 

안녕. 내 추억 속 아름다울, 네가 사랑하던 햇빛만큼 반짝일 사랑아.

 

[뇽토리] 여름, 이별에 대하여 | 인스티즈

 

 

 

*

 

 

 

저도 다 식은 베이글을 씹으면서 쓴 글이에요. 질기긴 하지만 사실 전 식은 베이글을 굉장히 좋아합니다:D 트레일러는 지용과 승현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공간이에요. 서로 사랑하며 항상 뒤에 끌고다니는 것이죠. 구석을 뒤지면 낡아서 구깃한 추억도 있을 수 있고, 식탁 위에는 어제 만들어 놓은 따끈따끈한 추억이 올라가 있을 지도 몰라요. 지용과 승현의 나이를 대충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정도로 잡아놓았는데, 이제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시기죠. 30대 후반이 되면 회사에서도 자리를 잡고 안정되는 시기구요. 숲길은 조금 울퉁불퉁해서 힘든 시기를 표현했어요. 조금만 더 있으면 포장된 아스팔트 길이 나올텐데, 왜 승현은 지금 이 숲길에서 헤어져 이곳에 남으려고 하는지 지용은 이해하지 못해요. 하지만 승현은 끝을 아름답게 장식하고싶은 것 뿐이죠. 지용은 인생길이 일직선이기를 바라요. 그래야 더 오래오래 트레일러, 즉 승현이 담긴 추억을 더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으레 그렇듯 인생길은 굴곡이 참 많죠. 바쁜 일과에 치이다보면 언젠가 문득 생각날 때는 있겠지만 과거에 연연하지 않게 될거에요. 가끔 감성 풍부한 날에는 승현이 쓴 편지를 읽으며 미소지을 때도 오겠죠. 지금 당장은 매 시간 생각나겠지만 나중에는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 할 수 있을까요? 승현이 사랑하는 따스함이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짧지만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면서도 행복했던 글이에요.

[뇽토리] 여름, 이별에 대하여 | 인스티즈

 

 

오랜만이니까 끄적인 글 선물주는거야 고맙지?

 

자 텍파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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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포...하던가...(수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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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이정말 뭐에요 고맙게ㅠㅠㅜㅠㅠ
슬픈데 따뜻해ㅠㅠㅜㅠ... 작가님..사랑합니다..

8년 전
독자2
헐 작가님 설렌다............♥
읽으면서 뭔가 뭉클해여....

8년 전
독자3
이별하는글인데 글에서 따뜻함이느껴져요....♡
8년 전
독자4
헐 글 분위기 좋아요ㅜㅠ다운받아가야지..♥
8년 전
독자5
난 왜 이걸읽으면서도 우는것인가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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