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열일 중이었는데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때 쯤 차장님께 메신저가 왔길래 문서를 살짝 닫고 메세지를 확인 함
[끝나고 뭐 해요 17 : 48]
[오늘은 딱히 17 : 51]
[저녁 같이 17 : 53]
대답하려 차장님 자리 쪽으로 고개를 돌려 긍정의 눈짓을 하는데 차장님께서 표 두장을 들어 보이심. 저게 뭐에요? 하고 입모양으로 물었는데 못 보신 건지 답을 안하시고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리심
[저게 뭐에요 17 : 57]
다시 한 번 물었는데도 대답이 없으셔서 업무에 방해 될까 궁금한 걸 꾹 참고 다시 일에 집중하다가 퇴근시간이 됨. 대리님들도 가시고 차장님 일어나실 때 나도 후다닥 일어나서 따라 나감. 아까 그건 뭐냐고 물었는데 차장님이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심
"그, 종이 조각"
"티켓"
"무슨 티켓이요?"
차장님 입에서 나온 건 내가 그토록 원하던 바로 그 뮤지컬, 그 배우 공연회차 티켓이었음. 그 뮤지컬로 말할 것 같으면 워낙 티켓경쟁이 쟁쟁한데다가 그 배우 공연은 A석 까지도 몇 분 만에 예매가 종료되곤 했음. 나도 한 번 업무시간에 티켓팅 하러 들어갔다가 차장님이 들어오시는 게 보여서 들키면 혼나겠지 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허겁지겁 창을 닫았었음. 뭐 했어도 성공했을 거란 보장은 없었지만
공연장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설레서 무슨 맛인지 얼마나 먹었는지 생각도 안났음. 그렇게 빨리 먹으면 체한다고 한 소리 들음. 그래도 기분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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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시 공연 시작인데 넉넉하게 도착해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조금 앉아있었음. 멀리서 익숙한 얼굴은 분명히 이과장님인데 옆에 여자분이 계심. 여자친구 있으셨나? 다시 생각하는데 여자분과 이과장님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심
"오빠, 오랜만!"
"누구랑 오나 했더니 우리 쪼맹이랑 왔구나"
차장님과 여자 분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시는데 오빠...? 쪼맹이...? 이해가 하나도 안됐음. 이과장님께 여자친구냐고 물으니 동생이라고 하심. 정말 하~나도 안닮아서 몰랐는데 열살 터울 늦둥이라고 함. 나랑 동갑이었음. 차장님이 이과장님 여동생분께 허허, 하며 푸근하게 웃고 말도 많이 하시는데 평소에 여직원들과 대화 할 때 대답위주의 말투, 행동과는 정말 달라서 놀랐음
"옆에는 누구...?"
"만나는 사람. 너랑 동갑"
"안녕하세요! 이승연이에요"
"아, 네 반가워요"
워낙 낯을 가리고 말이 없는 성격이지만 붙임성이 너무 좋고 웃는 게 너무 귀여워서 쉽게 마음이 풀어졌음. 말투가 이과장님과 많이 닮음. 서글서글 잔망잔망?
그렇게 짧게 대화를 나누고 공연장으로 들어감. R석 중에서도 좋은 자리라서 정말 혼이 쏙 빠지게 집중해서 공연을 봄.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화장실에 들렀다 나와서 차장님을 찾는데 누가 차장님을 부름. 서대리였음. 지금 가? 그냥 숨어있어? 하다가 느린 걸음으로 그 쪽으로 다가갔음
"차장님!"
"네, 안녕해요"
"공연 보러 오셨어요?"
"네"
"진짜 너무 멋있어요. 아, 남자친구랑 보러 온 건 아니고 그냥 친구ㄹ..."
"근데"
"네?"
"딱히 관심없어서"
"네??"
"여자친구가 기다려서, 내일 봅시다"
몇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보는데 사이다 열 병 마신 듯한 통쾌함이었음. 차장님은 서대리님을 그렇게 쳐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벽에 기대서 휴대폰을 만지고 계셨음.
살금 살금 옆에 가서 섰는데
"왜 그렇게 신이 났나 그리 웃긴 내용은 아니었는데"
"아니 뭐 그냥~"
"또 보고 싶은거 있으면 그냥 말 해요. 표 구하기에 소질이 있는 편이라"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근데 이과장님은"
"왜, 이정재 보고싶어?"
"아니 그냥 인사나 드릴까 하고"
"내일도 볼 건데 뭐, 오늘은 나만 봐도 될 것 같은데"
조금 걸어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 탔는데 눈이 침침한 게 자꾸만 하품이 나왔음
"졸리면 눈 좀 붙여요, 도착해서 깨울게"
"아니에요 ! 괜찮아요"
했지만 몇 분 못 가 잠이듦. 살짝 잠에서 깼는데 머리 위에서 묵직한 느낌이 들어 보니 차장님이 한 손을 내 머리에 올린 채 운전을 하고 계셨음.
한 손으로 운전하면 위험한데,, 하니 차장님이 움찔, 하시곤 황급히 손을 넥타이로 가져가 만지작거리심. 내가 너무 낭만이 없는 건가, 말 하고 보니 나도 살짝 웃김
우리집에 도착하니 꽤 늦은 시간이었음. 차장님과 함께 내려서 인사를 드림
"진짜 재밌었어요!"
주인공이 어떻다, 노래가 어떻다, 평소와는 다르게 신이나서 쪼잘대는 내 말에 그냥 살짝 웃으시며 끄덕끄덕 하심. 아까 손 때라고 한 게(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걸려서 차장님 한 손을 내 머리에 갖다 댔더니 피식하시곤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하심.
내일 봐요, 하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차장님이 다시 내 얼굴에 손을 올리고 입을 맞추심. 짧고 부드러운 키스였음. 너무 기습적이어서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차장님이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심
"그냥 오늘 좀 예쁘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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