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코X박경] 카페에서
w.호끠
오랜만에 온 「Mrs.Cold」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내가 변해있었다.
새삼스럽게 시간은 허벌나게 빠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제나 내가 항상 앉던 그 자리에 앉기 위해.
한동안 너무 안 온 탓일까, 창가 쪽이긴 한데 어디인지 한참을 헤매던 나는 그 자리를 찾았지만 그 곳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씨부럴. 나이 쳐먹고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저 새끼는 왜 저기에 앉고 지랄. 염색한 갈색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나는 그 사람 옆에 앉았다.
어떤 놈이 내 자리에 앉았는가 보자는 심보로 대놓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데 아, 이게 첫눈에 반하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내 지정석에 앉은 사람에 대한 미움은 스르륵 녹으며, 오히려 사랑과 관심이 차올랐다. 우지호 21년 게이 인생, 드디어 제 짝을 찾는가!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주문을 하고 왔다. 물론, 내가 아닌 그 사람에게 주라는 말도 덧붙이고.
주문하신 아메리카노입니다.
…에?
옆에서 보니까 놀라는 표정도 딸기맛 스무디마냥 상큼하기 그지없다. 아, 아빠미소 짓고 싶은데 참느라 광대 승천할 지경이다.
알바생은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듯이 다시 뒤돌아 제 갈 길 가버렸고, 옆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입술도 삐죽이면… 아 내가 무슨 생각을.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그 사람의 어깨를 툭툭 쳤다. 움찔, 하고 놀란 사람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나는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며 말한다.
제가 주문했어요.
왜요?
남자가 경계하듯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 이 와중에도 저 남자를 존나 덮치고 싶다. 관심 있어서요. 라고 돌직구로 던져 말하자 남자가 당황한듯 어버버─거린다.
나는 그가 말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으로 보이길 바라며─을 지으며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저 남잔데요?
당황하더니 하는 말은 겨우 저거? 나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음을 참았다. 네, 근데 관심은 생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라고 말하자 아, 그런가? 하고 쉽게 수긍해버린다.
아, 존나 귀엽다. 근데 남자가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뭔가를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어디 가세요?
아, 네. 약속 장소가 여긴 줄 알고 왔는데 여기가 아니라고 해서요.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그 사람을 붙잡아야 할까 1초 동안이나 고민한 나는 결국 나가려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그 사람에게 내밀었다. 멍하니 내 휴대폰을 바라보던 남자는 왜요? 라고 물었다.
번호 찍어요. 거부는 거부할거니까 얼른.
뭐라고 하려던 그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번호를 하나하나 눌러주고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자기 휴대폰에도 내 번호가 찍힌 걸 확인하고는 나를 쳐다봤다.
됐죠? 아, 제 이름은 박경이에요.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그는 카페를 나갔고. 나는 멍하니 그가 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가 앉아 있었던 나의 지정석에 앉았다.
뜨겁던 아메리카노가 다 식어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존나 써,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