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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미인 00; 우연히, 운명처럼 | 인스티즈






경국지색[傾國之色] ;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미인

00 : 우연히, 운명처럼







나는 정말 맹세코 19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천사같은 사람은 아니였지만 누군가에게 썅년은 되지 않은, 정말로, 아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였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학급문고 마지막 페이지에 실릴 내용은 만약 내가 죽는다면? 이라는, 누구나 한번 쯤은 생각하며 살아가는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였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세계일주 등 대부분의 아이들이 엇비슷한 대답들을 적어낼 때, 나는 삐뚤삐뚤한 글씨를 나름, 이쁘게 적어보겠다고 오른손에 힘을 주어 연필이 계속 부러질 정도로 또렷하게 이렇게 적었었다.





'나는 내가 죽는다면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떠날 것이다.'





물론 가는데에는 순서가 없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떠나게 될 지는 모르지만, 9살, 어린 소녀였던 나는 내가 오래동안 살아있을 것이라 믿었고, 내 노후는 영화 속 멋있는 노인들처럼 우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자라오며 저렇게 멋있게 죽을 수 있다는건, 아니 고통없이 죽는다는건 아주 힘든일이고 극 소수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적어도 난 내가 오래 살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가족들이 나와 최후를 함께 해주리라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






'빵-빠앙-'







고3, 수능이 끝나 의미없는 등교시간에, 친구와 오늘 수업시간에 뭐 볼까- 야한 영화를 볼까, 공포 영화를 볼까라는 의미없는 전화통화를 하다가, 신호위반 트럭에 치여 내 인생을 마치게 될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꺄아-!"





상황을 판단하기도 전에 큰 충격과 함께 이내 곧, 길바닥에 떨어졌을 때, 주위의 비명소리가 들렸을 때, 저기 멀리 떨어져 나간 핸드폰을 보았을 때- 아픔보다 어이없는 최후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주위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말소리와, 카메라 소리를 들으며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시야와 함께 감겨오는 눈꺼플에 하늘도, 땅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아, 나 이제 수능 끝났는데- 연애도 못했는데'


였다.











경국지색[傾國之色] ;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미인












나는 신을 믿는 사람이 아니였다. 그렇기에,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조차 없었다. 죽으면 그대로 끝-이라 생각했었고, 죽어버린 지금 내가 느낀 것은 지금 이 곳이 만약 사후세계라면 그 곳은 우리의 꿈같은 곳이라고, 분명 내가 존재하지만 어딘가 이질적이라고, 깨어날 수 있을것만 같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럭에 치여 정신을 잃고, 아니 사실 죽은건지 정신을 잃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사고를 당하고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온통 하얀 방이였다. 와, 진짜 천국은 하얗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앉아 이제 무엇을 해야하지, 생각하다 생각보다 침착한 내 모습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진짜, 어이가 없어서 슬프지도 않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공허하게 되돌아오듯 울리는 목소리에 점점 내가 죽었음이 와닿아서 무릎을 끓어안고는 고개를 파묻었다. 침묵이란 참으로 무섭게도 사람의 감정을 두배로 크게 끌어내었고, 죽음이란 이름앞에 스쳐지나가는 가족, 친구들의 모습이 생각날 때마다 울컥거리던 마음은 곧 감정에 이기지 못했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야 19살의 끝이였다. 12년을 고생하여 자유를 억압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달려온 19년이 몇달후면 20년으로, 새로운 인생으로 다가오는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내 인생은 끝나버렸다. 이리도 허망한 끝이 어디있을까- 불쌍한 내 자신과 불혹이 넘는 나이에도 늦둥이 딸 대학 등록금 마련하겠다고 발로 뛰시는 아빠, 유일한 자랑거리가 자식들이라며 항상 우리의 사소한 것이라도 자랑하고 다니시던 엄마, 우리집 보물이라며 나를 자랑하고 다니던 큰 오빠, 나에게 자랑스러운 오빠가 되고싶다며 변호사가 된 둘째 오빠, 돼지새끼라고 놀리면서도 항상 날 챙기던 막내오빠까지 생각나며 작게씩 터져나오던 서러움은 이내 크게 번져 터져나왔다.




"시발, 진짜- 왜 나한테, 나한테…"




나한테 이러는건데- 수채화처럼 번져오는 울음에 목이 막혀왔고, 남겨진 가족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독이 주는 슬픔은 두배였지만 혼자이기에 아무 눈치없이 울 수 있었다. 19년을 살면서 참고 넘겼던 사소한 것들까지 눈물이 되어 던져졌다. 그렇게 끝나지 않고 울음을 쏟던 나를 머춘건 고운 목소리의 차가운 한마디였다.





"아씨는 어째서, 죽은 것 이옵니까-"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땐,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아주 차가운 인상이지만 정말 헉-할 정도의 미인이였다. 잠시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과 화려한 한복, 사극에서 튀어나온 듯한 말투에 넋이 나가 그녀를 멍때리며 쳐다본게 그녀를 거슬리게 했는지 아주 살짝 미간을 찌푸렸고, 그에 정신이 차린 나 또한 간신히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저는…그 사고로…근데 누구…세요?"



당황하여 횡설수설하며 손짓을 섞어가며 대답하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여자는 내 질문에는 대답해 줄 생각이 없는 듯 붉게 칠한 입술을 다시 열었다. 



"다시, 살고 싶으십니까?"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의 한마디는 망치로 머리를 내리친 듯 날 멍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살 수 있어? 아니, 그것보다 저 여자는 뭐야. 악마인가? 영혼을 팔라는건가? 하지만 다시 살고싶은걸… 이런저런 생각에 말이 없는 나를 보며 여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내게 물었고, 어차피 한 번 죽은거 잘못되도 뭐가 손해겠냐는 마음으로 그녀의 손을 덥썩 잡았다.



"살 수 있어요? 저 살고싶어요. 저 진짜 살아야해요. 이제야 꽃필 인생이였거든요…저 진짜로…"



횡설수설하고 물기가 묻어나오는 내 말을 가만히 듣고있던 여자는 내 손을 붙잡아 내리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저와의 약속을 하나 지켜주시와요. 그렇다면 아씨는 살 수 있사옵니다."

"약속…이,요? 무슨…"

"쇤네, 사모하던 도련님이 한 분 계셨사옵니다. 하지만, 쳐다보는 것도, 마음을 내비치는 것도 할 수 없었던 분이였지요. 그러던 그 분의 혼인소식에 절망하여 쇤네는 자결하였고, 지금 이 곳에 있게되었사옵니다. 허나, 죽거나니 쇤네의 작은 마음 한번 전하지 못한 것이 한이되어 떠나지도 못한체 이곳을 멤돌고 있었습니다. 부디 쇤네를 대신하여 그 분께 쇤네의 마음을 전해주시와요."




단호하게 말을 하던 여자는, 남자의 이야게 바로 얼굴 한가득 슬픔, 절망, 후회, 그리움의 감정들이 묻어나왔다. 여인의 딱한 사정과, 그다지 어렵지 않은 부탁은 다시 받게될 내 인생에 비해선 가벼운 무게였기에 나는 다시 여자의 손을 꼭 잡아주곤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살짝 웃어주었는데 정말 아름답고 애달퍼서 목이 막혀왔다. 가만히 나와 눈을 마추던 여자는 곧 저고리 속에서 나비 모양 장식이 달린 은색 팔찌를 하나 꺼내 내 손목에 걸어주었다. 팔찌의 모양이 너무 예뻐 넋을 놓고 바라보았고, 그런 나를 쳐다보던 여자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절대로, 이 팔찌를 빼서는 안되옵니다. 이 팔찌가 아씨를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만월이 뜨는 밤 선녀호수에 들어가 간절히 아씨의 세상을 떠올리고 돌아가길 바란다면 다시 아씨의 생활이 돌아올 것 입니다. 그리고…혹여 제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아씨가 위험해지신다면 바로, 바로 돌아가세요."



그저 말 한마디 전하는 것에 저리 신신당부를 하는 여자에게 괜한 걱정한다는 웃음을 지어보인 후, 가만히 팔찌를 매만졌다. 와- 진짜 이쁘네, 이거 다시 돌아가도 안없어지나? 진짜 은인가? 팔아도 되겠지? 하며 쓸데없는 생각을 이어갈 때 여인의 손이 눈을 가려버렸고 당황해 손을 잡아 내리기전에 정말, 거짓말 처럼 순식간에 그렇게 잠들어 버렸고, 아주 기분 나쁜 꿈을 꿨다.













경국지색[傾國之色] ;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미인







'저를 가지고 싶다 하셨습니까.'

'…'

'그렇다면 나라를, 제게 주시겠습니까?'

'…'

'그러면 소녀, 기꺼이 온전히 황제의 것이 되어드겠사옵니다.'

'…경국, 지색'

'…'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미인,'


'그것이 너였구나'






여인은 분명히 나였다. 분명 내가 말하고 있지만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대화와 맞은편에 서서 가만히 가시돋힌 내 말을 받아내던 남자가 입을 열고 내 볼을 만지려 손을 뻗을 때 소름끼치는 기분에 벌떡- 눈이 떠진거같았다. 그리고




"ㅇ,월이언니!!!"

"밖에 아무도 없습니까?! 월이 언니가 깨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보인것은 눈물을 대롱대롱 달고는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는 앳된 소녀와 그런 소녀의 소리침에 벌컥 문이 열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빠르게 나에게 다가와 내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확인하는 아주 키가 크고, 눈이 큰 남자였다. 남자의 큰 눈동자가 안도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어갈 때 옆에 있던 소녀는 내게 안기며 눈물을 쏟았고 나는 영문도 모른체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아직 안겨있는 소녀와 믿기지 않는다는듯 날 쳐다보는 남자에 적응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빠른 발소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방앞에 몰려왔다.




"월이가 깨어났어!"

"월아!!"

"월아 정말 괜찮은 것이냐?"




그러니까,





무엇인가 많이 잘못된 것 같다.



















더보기

벌써 세번째 리메이크네요. 프롤로그에서 나아간 적이 없는..이번에야 말로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사실 주인공에 더 이입하기 쉽게 정말로 수능 끝난 시점에 가져오려 했지만..빨리 쓰고싶은 마음에 먼저 쓰게 되었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ㅠ0ㅠ 부족한 점이 많아, 오타도 어색한 부분도 많을텐데 주저마시고 알려주세요..1화는 빠른 시일내에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1화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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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ㅠㅠㅠㅠㅠㅠ신알신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청 기대되네여 완전 내 취햐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212.28
새로운내용이네욥! 새로운내용도 너뮤 재미있을것 같아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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