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는 거에요?"
"응, 가는 거야."
"진짜 가는 거에요?"
"그래. 가는 거야."
"정말? 진짜?"
"하-, 징어야. 긴장되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는데"
너 지금 그것만 서른 다섯번 물어본 거 알아?
웃음기를 머금은 매니저 오빠 말에 너징은 운전석을 향해있던 상체를
푹 가라앉히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
"..안 믿겨져서 그렇죠."
"긴장 하지마."
".."
"연습도 많이 했잖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지만 생각처럼 안되는지 손에 들린 대본의 구석을 계속 만지작 거려
스테인플러가 찝혀있는 곳은 이미 다 너덜너덜해진지 오래고
형광펜과 볼펜으로 가득 찬 필기는 대사와 잘 구분이 안 갈 정도야.
멤버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경수랑 준면이가 연습 상대를 해주다 대사를 외워버릴 만큼
너징은 준비를 많이 했지만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고.
(물론 준면이랑 경수랑 연습할 때 박서준과의 애정 씬에서는 그만 두라는 둘을 말리느냐 혼 났지만.)
"오늘은 대본 리딩만 하고 일찍 끝날 거 같으니까 들어가서 쉬어."
일부로 뒤로 스케줄 안 잡았어.
매니저 오빠의 깊은 배려에 너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한번 대본을 확인 해.
*
"안녕하세요."
입구에서 부터 쭉 직원들과 스텝들에게 인사하며 리딩대기실에 도착한 너징이야.
"어, 징어씨 왔네."
"아, 감독님 안녕하세요."
"어우, 실물로 보니까 더 예쁘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독님께 이런 저런 조언과 응원을 듣고 있으면
"안녕하세요."
"어, 서준씨 왔어?"
"김감독님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 아, 인사해. 이쪽은 징어씨. 이쪽은 서준씨."
둘이 초면이지?
얼굴에 당황감을 가득 안고 덜덜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기며 고개숙이는 너징이야.
"네, 초면인데 저는 낯설지는 않네요."
어깨를 으쓱인 서준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여줘.
의아해 하며 본 서준의 핸드폰에는 익숙한 사람이 환하게 웃고 있더라고.
"어?!"
"사실 제가 엑소 엄청 팬이거든요, 특히 징어씨의."
"어, 어! 저도 저도!"
그 모습에 신이 나 자신의 핸드폰 배경도 서준이라는 것을 보기위해 꺼내 들다가
어제부로 배경화면이 서준이 아닌 백현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대로 집어 넣고
그와 반대로 입술을 삐죽 내밀어.
"..네? 저도?"
"..아. 저도 사실 배경이 서준씨였는데.."
어제 백현오빠가 자기 사진으로 바꿔 놨거든요.. 인증이 안되네요.
시무룩해진 너징 모습에 서준은 크게 웃다가 너징의 머리를 쓰다듬어.
"충분히 알겠으니까 걱정마요."
우리 서로 팬인 거 확실하니까 호흡이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 그죠?
시원스럽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서준이 (어느 그룹의 멤버들과는 다르게) 참 멋있다고 생각하는 너징이야.
그렇게 첫 대본 리딩이 시작됐어.
*
"다녀왔습니다."
"막내 왔어?"
"누나 왔어요?"
거실에서 보드게임을 하며 놀고 있던 백현이와 세훈이가 너징을 제일 먼저 반겨.
"응, 다른 애들은?"
"종인이는 연습, 이제 곧 올 거 같은데?"
"찬열이 형이랑 준면이 형은 편의점에 아이스크림 사러."
대략적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쇼파에 풀썩 앉아 몸을 축 늘어트리는 너징에
백현이가 다가와 살살 머리를 쓰다듬어줘.
"요즘 뭐하는데 이렇게 피곤해하지?"
우리 아가, 요즘 스케줄도 많이 없던데.
백현이의 말에 눈동자를 요리 조리 굴리다 고민한 너징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입을 열어.
"이따 멤버들 다 오면 말해줄게."
"뭐 할 이야기있어?"
심각한 거야?
"..나름?"
오빠들이 알면 난리날 거 같거든.
*
"드라마?"
"뭐야? 언제부터?"
"상대 누군데! 아 누군데에!!"
"아 좀! 말해줄테니까 기다려봐!"
역시 반응은 생각한 대로.
'나 웹드라마 하게 됐어-.' 라는 너징의 말이 끝나자 마자
두 눈을 크게 뜨고는 (준면, 경수 제외) 이것 저것 속사포로 물어보는 멤버들이야.
"상대는 박서준씨, 장르는 로맨틱코미디, 오늘 대본 리딩하고 왔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너징에 어이가 없는 지 허탈하게 웃다가
이내 말도 안된다며 징징 거리기 시작해.
"아 왜 하필 박서준씨인데!"
"그럼 너 애정씬도 있어?"
막 손잡고 안고 뽀뽀하고?
"응, 있어. 있더라."
머뭇거리는 너징을 대신에 흘리듯 대답하는 경수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어.
"와 미치겠네. 왜 빨리 말 안했어!"
"왜긴. 정말 몰라서 물어?"
못하게 했을 거잖아.
"당연하지!"
"거봐."
"그래도!"
빼애액 거리는 세훈이에 귀를 손으로 막으며 흘겨본 너징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아 몰라. 이왕 시작한 거니까 나 열심히 할 거야. 말리지마."
"그거야 그렇지만.."
"다들 그만 어린 애처럼 굴어."
징어 연기 하고 싶어 한 거 다들 모르는 거 아니잖아.
줄곧 침묵을 지키던 준면이가 입을 열자 모두 조용해져.
"일단 뭐든 열심히 하는 징어라 걱정은 없는데, 혹시 힘들면 이야기하고."
도와줄 거 있어도 이야기하고. 알았지?
입꼬리를 유하게 올리며 말을 맺는 준면이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줘.
"격하게 사랑해."
"오빠도 아가 사랑해."
"나도 우리 막내 사랑해."
"막내, 힘들면 이야기 해야 돼?"
"우리 막내 잘 할 수 있지? 오빠 걱정 안한다?"
각각 다른 응원을 보내지만 한 마음으로 징어를 응원하는 멤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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