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마 올해 초였나.
뜬금없이 우리 집에 놀러와서 뒹굴대던 우지호가 쇼파에서 떨어져 바닥에 누워있던 나를 덮치는 자세가 되어서 둘 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색해하고 있을 때,
우지호가 나에게 키스한 건 무슨 심보였는지 난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때 난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
그 뒤로도 우린 딱히 누가 먼저 사귀자고 말을 한 건 아니었지만, 거의 사귀는 것 처럼 행동해왔다.
물론 키스도 했고.
키스가 서툰 나와는 달리 늘 내가 숨막힌다고 주먹으로 등짝을 쳐야 떨어지던 우지호였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내게 단 한 번도 키스를 한 적도, 하려 한 적도 없었다.
그만큼 우지호는 요즘 이상했다. 슬퍼서 정신이 나간건지 뭔진 모르지만, 요즘의 우지호는 너무 어색하고 낯설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키스를 해오고 있는 우지호가 낯설다.
우지호를 부탁해
02
열린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와 오렌지 빛으로 물든 방.
햇빛때문에 더 잘 보이는 먼지들에 숨이 갑갑하다.
지금 숨이 갑갑한 이유가 먼지 때문은 아니지만.
나와 우지호의 입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는 우지호가 내려버린지 오래였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고, 혀가 오가고.
거의 한달 반만의 키스인지라 나는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우지호의 어깨를 손으로 쳐보지만, 우지호는 꿈쩍도 않는다.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신이 멍해졌다. 천천히 눈을 감고 우지호에게 팔을 감으려는데-
"이태이이이이이일! 이거 버려도 돼?"
"쳐돌았나, 마! 사진첩이잖아!"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우지호의 어깨를 밀쳐내자 우지호가 떨어졌고 난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내고 뒤돌아섰다. 내 뒤에서 우지호가 어떻게 하고 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아니 그보다. 그게 아니잖아. 지금 우지호가 뭘 한 거야?
"우지호."
우지호는 답이 없다.
우지호와는 어울리지 않는 '정적'이 어색하다.
"너 진짜 이상해."
이 말을 내뱉고 바로 방을 나왔다. 어느새 눈에 고여있던 눈물을 급히 닦아내고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뽑았다.
뒤로 들리는 시끌벅적한 소음들이, 우지호와 있던 방과는 대조적이다.
* * *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았다. 액정에 떠있는 이름 두 글자. 그닥 친하지도 않은데 갑자기 전화를 하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어쩌지하고 입술을 뜯고 있는데 난데없이 방 문을 열고 "배고파!"를 외치는 공찬식 때문에 나는 취소 버튼을 눌러버렸다.
"정진여어엉, 나 배고파."
"밥 정도는 니가 좀 해먹어라, 응?"
"라면 끓여줘."
"여기가 우리 집이냐?"
내 말에 조금 삐진 눈치인 공찬식은 입술을 삐죽대며 어젯밤 내가 누워있던 쇼파로 휙 몸을 날렸다. 등짝을 대고 '아 시원해'하고 헤실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새벽의 일이 떠올라 다시 마음이 심란해졌다. 한숨을 내쉬며 새벽과는 달리 해가 떠 밝은 창 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우지호의 행동에 약간의 모순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우지호는 내 연락도 무시하고, 내가 말을 걸어도 무시나 고개를 대충 끄덕이는 것으로 대꾸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새벽의 일이라던가, 다락방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오늘 잠깐 있었던 일이라지만, 뭔가 묘하다. 대체 우지호는 뭘 바라는 거지?
물론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은 이해한다. 장례식장에서 울던 우지호의 모습. 우지호가 우는 모습은 나도 처음 봤었고, 그 뒤로 우지호가 학교에 나올 때마다 정상이 아니었던 것도 기억한다. 그만큼 우지호는 힘들어했다. 이주일이 지나자, 우지호는 차츰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우지호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무렵에는, 이미 전의 우지호가 가지고 있던 개드립이라던가, 웃음 따위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무미건조하게 만들어버린 것도.
우지호, 넌 진짜 왜 그래?
"정진여엉."
"왜."
"우지호 언제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까?"
"몰라....응?"
공찬식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다가, 우지호 얘기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우지호 저 새끼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계속 저러잖아. 물론 우지호가 슬픈 건 나도 이해를 하는데, 솔직히. 좀 그렇잖아. 요즘 우지호랑 있으면 어색하단 말야."
나만 느낀 건 아니었꾸나. 하긴, 당연한 거겠지. 나도 몰라-하고 한숨을 내쉬며 머리카락을 마구 헝끌어뜨렸다. 공찬식도 한숨을 내쉬며 기껏 몸을 일으킨게 무색하게 뒤로 벌러덩 누웠다. 나도 그런 공찬식을 보다가 뒤로 벌러덩 누웠다. 얼굴을 간지럽히던 선풍기 바람에서 벗어나자 덥다. 나는 계속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 우지호가 슬퍼하는 건 이해해. 내가 그 애한테 너 이제 그만 슬퍼해!하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우지호가 왜 갑자기 모든 사람들을 밀어내기 시작한거지?
지호야,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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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하던대로 잘 안써지네요..흑ㅠㅠㅠ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은 스릉흡니다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