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거에요?
ㅇㅇㅇ..
나간다고 했잖아요..
가지 말라고,..
이혼은,..안해요. 이혼도 귀찮다면서요.
그런 거 아니니까 가지 마.
백현오빠가 찬열씨와 나의 관계를 알아버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자기가 살던 오피스텔로 들어오라며 화를 냈다. 사실 많이 지쳤었다. 언제 쯤 이면 돌아올까.. 아니, 돌아오기는 할까. 배가 불러갈수록 출산일도 가까워지다 보니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다. 백현오빠의 말을 들을 때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나가면 좀 편해질까, 나와 찬열씨를 위한 길이 결국 별거뿐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를 앞에두고 잔뜩성을 내는 오빠에게 말했다.
갈게요.
..어?
오빠네 오피스텔로 갈래.
오히려 대답을 하니 속이 후련했다, 반면 그렇게 나오라고 소리치던 오빠는 의외의 반응에 놀랐는지 나를 멍하니 쳐다보다 착잡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래, 잘 생각했어.
집에 돌아와 옷방에서 캐리어를 꺼내 무작정 짐을 쌌다.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이 많은 옷장 중에서 내 짐은 이것밖에 안된다는 걸 느끼자 허무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나 결혼한거 맞나.., 식모살이를 한건 아닐까.
텅텅 비어버린 작은 옷장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캐리어 뚜껑을 닫았다. 오빠가 여덟시 까지는 나오랬는데, 찬열씨를 기다려야 하나. 또 바쁘다고 열두시가 한참 지나서야 올 텐데.. 저녁시간이 되자 밥을 차리고 혼자 밥을 먹었다.
항상 혼자 먹었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괜히 서럽네.
설거지를 하고나니 벌써 일곱시를 훌쩍 넘었었다. 거실 쇼파에 앉아 배를 어루만지며 록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대를 한 내 잘못일까, 십분이 넘었는데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허리를 잡고 일어나 제법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현관으로 갔다.
헉..헉,,,
찬..열,씨..
하으..,ㅇㅇㅇ. 너..헉,뭐야..
...
밖에,.. 변백현이 하는 말 뭐냐..흐,고..!
집을 나가려는데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헉헉거리며 무릎을 짚고 숨을 들이쉬는 찬열씨가 보였다, 서류가방은 바닥에 내팽겨진 채 왼손에는 하얀 봉지가 들려있었다.
나가려고..요.
뭐?
나갈거에요,.
..왜, 왜그러는데
찬열씨가 나 싫어해서요.. 더 이상 옆에 있을 자신이 없어요.
가지마.
..네?
가지말라고..
...
내가,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가지마..
..됐어요. 나 갈게요.
가지마, ㅇㅇㅇ.
찬열씨를 지나쳐 나가는데 손목이 잡혔다.
..왜 이제와서 이러는 걸까, 밥하고 빨래 할 사람이 없어서..? 아니면 괴롭힐 사람이 필요한가? 가지 말라고 붙잡는 손아귀 힘은 어찌나 세던지 부셔질 것 같았다.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거에요?
ㅇㅇㅇ..
나간다고 했잖아요..
가지 말라고,..
이혼은,..안해요. 이혼도 귀찮다면서요.
그런 거 아니니까 가지 마..
찬열씨,..
제발..,부탁이야. 가지마.
...
복숭아.., 너 주려고 사온거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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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이 짧아요. (포인트도 반으로 싹둑) 죄송합니다. 추석연휴에 길게 써서 오늘 아쉬움 채워드릴게요. 찬열이 빙의그글은 아마 이번주 안으로 끝날 것 같아요. 다음글은 종인이로 생각하고 있는데 종인이도 나쁜놈으로 갈지, 아니면 종구로 갈지..고민이네요. 의견있으시면 알려주세요! |
암호닉 신청 항상 감사합니다. 정리해서 연휴에 쫙 올리겠습니다:)암호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