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현성] 여름안에서 08 |
한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우현은 그 자세에서 괜찮냐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어 그냥 입을 열지 않을 뿐이었고 성규는 왜인지 대답 하나 없이 조금은 굳은 얼굴로 우현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현이 성규를 안은 자세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얼마나 있었을까, 우현이 먼저 안고있던 성규를 놓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앉으면서 성규 다리를 보니 다행이 탁자에 부딪히지는 않은 것같다. "밥 먹자" 아직도 멍하니 굳어있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뭘 먹여야 정신을 차리려나 하고 생각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제는 뷔페에 갔으니 오늘은 우현이 첫날갔던 한정식집으로 갈 생각이다. 그곳의 정갈하고 깔끔한 맛을 다시 느껴보고싶다. 우현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성규를 보고 작게 한숨을 쉬며 양 손으로 성규의 옆구리께를 잡고 힘껏 끌어올렸다. "빨리 준비해" 그제서야 성규는 눈을 한번 깜빡이더니 알았다며 자신의 캐리어를 뒤적이며 옷을 꺼냈다. 한식 좋아하냐? 우현의 목소리가 조용해진 거실안을 울렸다. - 어젯밤 한정식을 먹고 둘은 그대로 호텔 지하에 있는 바로 가서 술을 마셨다.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았지만 술을 술이다보니 결국 둘은 방으로 돌아와 이렇다할 말 없이 뻗어버리고 말았다. 하루종일 쉬었던게 효과가 있었는지 성규는 살짝 절뚝거리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걸을 수는 있게 되었다. 바도 그래서 갈 수 있었던 거지만. 우현이 문득 잠에서 깼을 땐 옆에서 성규가 곤히 자고있었다. 조금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모른 척 무시하며 우현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속이 쓰릴 정도는 아니지만 술을 마셨으니 해장국도 먹어야할 것같은 느낌에 옷을 챙겨입었다. 호텔에 있는 한식당은 오픈시간이 늦어서 꽤나 이른 시간인 지금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호텔 밖으로 나가 포장해올 생각이었다. 성규가 깰까 최대한 조용히 씻고 옷을 입은 우현이 지갑을 챙겨 방을 나가려고 할 때 등 뒤로 성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가요?" 아직 잠에서 덜 깬 목소리에 우현은 고개를 돌려 해장국 사러 간다고 대답을 했고 성규는 그럼 그냥 같이 나가자며 욕실에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성규가 씻는 바람에 그냥 나갈 수도 없게 된 우현이 다시 들어와 소파에 앉아 하품을 하며 TV를 켰다. 서울에서는 혼자 사는 남자답게 집에 들어가면 켜는 게 TV 였는 데 여기 와선 한번도 켜지 않았다. 성규때문인가싶어 작게 실소를 터뜨린 우현은 성규가 준비를 하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TV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실 무슨 프로든 상관 없기에 예능프로를 보며 기다리니 어느새 성규가 준비를 다 한건지 가볍게 우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우현은 고개를 돌려 성규를 보더니 씨익 웃으며 몸을 일읔켰다. 이왕 나가는 김에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영화나 보러 가야겠다. 성규가 아주 잘본다고는 했지만 사실 잘 못 볼 것같은 공포영화로. "가자." 하고 말하며 우현은 성규의 오른쪽 팔을 잡아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올리곤 자신의 왼팔을 성규의 허리에 둘렀다. 아직 발이 낫지 않은 성규를 부축하기 위함이었는데 성규의 몸이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우현에게 느껴질 정도로 굳어있는 성규가 귀엽다고 생각하며 우현은 성규를 이끌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우현의 차 조수석에 앉힐 때까지도 성규는 얼음땡이라도 하는 듯 얼음 그 자체였다. 우현이 말을 걸어도 얼음. 그런 성규가 귀여워 우현은 운전석에 앉으며 성규를 놀려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안전벨트는 필수라고 회사에서 친한 동우의 당부가 떠올라 안전벨트를 하려던 우현은 문득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카톡을 하는 성규를 슬쩍 보았다. 역시나 안전벨트를 하지않은 성규를 보며 장난끼가 발동한 우현은 천천히 성규에게로 다가갔다. 한창 신나게 카톡을 하고있던 성규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건지 숙이고있던 고개를 들어 우현을 보았다. 보자마자 조금씩 커지는 눈을 보며 우현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우현이 눈을 살짝 내리깔고 성규에게로 천천히 다가갈수록 성규는 몸이 굳어지고 눈이 커질뿐이었다. 우현과 성규의 거리가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로 가까워졌을때 성규가 갑작스레 우현의 볼에 뽀뽀를 했다. 이에 놀란것은 우현. 자신이 장난을 치려다 되려 당했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성규의 눈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성규를 가만히 바라보던 우현은 그대로 성규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우현은 입술에 느껴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에 더하고 싶었지만 지금 여기서 더하면 그대로 성규와 이별을 고할 것같아서 아쉬움을 뒤로 한채 입술을 떼었다. 떼면서 슬쩍 본 성규는 어느 새 눈을 감은 건지 눈을 감은 채였는데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우현은 그런 성규가 귀엽게 느껴져 다시 한번 입가에 뽀뽀를 한 뒤 성규의 안전벨트를 끌어당겨 메주었다. "안전벨트 필수. 몰라?" 이렇게 말을 건넨 우현이 차를 출발시켰다. 부드럽게 출발한 차는 해안도로를 시원하게 달렸고 우현은 바다를 무시한채 국밥집을 찾기 바빴다. 한동안 말없이 어색이 감돌았던 차 안은 바다를 보고 흥분한 성규에 의해 그 어색함이 깨졌다. 바다를 보고 들어가고 싶다고 징징대는 성규에게 너 발 아직 안나아서 안된다고 말리랴, 운전하랴, 국밥집 찾으랴 바빴던 우현은 겨우 문을 연 국밥집을 발견하고 재빠르게 그곳에 차를 댔다. "아, 진짜 바다 들어가고 싶다!"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고 성규를 부축하는 우현에게 성규는 계속 칭얼댔다. 바다에 들어가고싶다느니 내가 왕년에 수영선수였다느니하는 시덥잖은 성규가 시끄럽다고 느낀 우현이 부축한 채 고개만 돌려 성규의 귀에 작게 이야기했다. "계속 칭얼대면 또 뽀뽀한다" 그 말에 성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을 다문건 좋은데 자신과의 뽀뽀가 다시 하고싶지 않을 만큼 싫었나싶어 우현은 내심 섭섭해졌다. 그래서 자신도 입을 다문채 식당으로 들어가 성규의 신발 먼저 벗겨주기위해 쪼그려앉았을 때 위에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뽀뽀해도 되는데..바보." 성규딴에는 우현이 듣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말한거였겠지만 식당은 꽤나 한산했고 성규의 목소리는 유독 우현의 귀에 잘 들렸기에 우현은 그 중얼거림을 듣고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귀여운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까. 정말 하루가 다르게 자신의 귀여움을 과시하고 있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더 장난치고 싶고 더 스킨십을 하고싶었다. 아직 우현 자신의 감정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성규를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모 여기 콩나물국밥 둘이요" 한산한 식당안에 왠지 즐거운 듯한 우현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런 우현을 보는 성규의 귀가 조금은 붉어져보이는 건 착각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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