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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너는 나의. 나는 너에게?



-



성규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시선을 책으로 옮겼다. 내심 서운한 이 감정은 나를 좀 더 바라봐주길 바라는 내 욕심에시 비롯된 것일까. 치밀어 올라오는 섭섭함을 애써 꾹꾹 누르며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음을 깨달은 것은 좋은데 다가가는 일이 쉽지 않다. 내가 잘못한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어서 어떤 식으로 사과를 건네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미안함의 표시로 사과를 건네는 일이 나에게는 굉장히 낯선 일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나보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나의 무심함이 지금은 꽤나 원망스럽다.


겨울 치고는 따스한 햇살이 교실창문을 통해 들어왔고 그 햇살이 포근해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나보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고 깊은 잠을 자다가 일어난 건 배고픔때문이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독한 배고픔에 눈을 뜨니 점심시간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간건지 교실 안은 텅 비어있었다. 물론 내 옆자리도. 허전한 느낌이 들어 한참을 옆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일어나니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주위를 둘러보니 책상 아래에 빵 두개와 우유 하나가 떨어져있었다.


나 먹으라고 놔둔건데 내가 못 보고 떨어뜨린건가싶어 얼른 주워들었다. 빵도 내가 좋아하는 종류인데다 우유도 즐겨먹던 우유라 성열이 두고간건가보다 생각하고 자리에 다시 앉아 나름 즐겁게 빵을 먹기 시작했다. 빵하나를 다 먹고 두번째 빵 껍질을 뜯고있을때 요란한 문소리와 함께 들어온건 성열과 동우였다. 둘은 빵을 먹고있는 나를 보더니, 뭐냐 그 빵은? 너 자길래 주려고 사왔더니 치사하게.. 하고 툴툴거렸다. 이거 너네가 놔둔거 아니야? 자고 일어났더니 있어서 너네가 놔둔건지 알았는데. 하고 대답했더니 우리는 아니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내게 빵을 준걸까. 의문이 가득한 빵이었지만 맛있어서 우걱우걱 먹으며 동우와 성열이가 수다 떠는 것을 지켜보고있으려니 문이 열리며 성규가 들어왔다. 그러고보면 성규는 도대체 누구와 밥을 먹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교실안에서 다른 애들과 말하는걸 거의 본적이 없어서 밥을 같이 먹을 친구기 있나싶다. 친해보이는건 그나마 성열인데 성열이는 동우랑 같이 먹으니 아닌것 같고. 혼자 먹나. 궁금함보다 걱정스러움이 앞섰다. 혹시 왕따나 이런건 아니겠지 하고.


"어! 성규 안녕. 오랜만이다. 으하하핳"


하고 호탕한 동우의 목소리가 교실 안을 울렸고 성규는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동우랑은 아직 서먹한 관계인건가. 하긴 그래도 나보다는 친하겠지. 나한테는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데 뭐. 갑자기 든 생각에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져 기분이 꽤나 우울해졌다. 내가 다른 누군가때문에 우울해질때도 있고 참 많이 바꼈구나싶으면서도 적응이 안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한숨을 푹 내쉬고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렸다. 


"뭐야 남우현, 어디 아프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성열의 깐족대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꾸도 하기 싫었다. 생각해보니 저녀석은 성규랑 친해보이던데 기분이 나빠서. 참 유치하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이었다. 이렇게나 큰 마음으로 성규를 좋아하고있는데 어째서 나는 그것을 뒤늦게 깨달은 걸까. 그것도 물이 엎질러져 수습조차 하기 힘든 이 때에. 한번 우울해지니 끝없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게 싫어 안좋은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었다. 그게 이상하게 보였는지 동우와 성열이 미쳤냐며 호들갑 떠는게 들렸지만 스킵하고 그저 잠들기 위해 노력했다. 



-



"야, 우현이하고는 언제 화해할거야 응?"


"글쎄, 얘가 먼저 사과를 해야 받아주든지 말든지 하지. 미안해하는거 같기는 한데 어떻게 사과할지 모르는 거 같아서 답답하네."


잠결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잠드려는 나를 스스로 깨웠다. 내 이야기를 하는것 같아 신경이 쓰여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목소리를 들으니 성규와 성열이 같았는데 아마 나와 성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내가 사과를 하면 받아줄 의향이 다분하다는게 성규의 마음인듯한데 문제는 내가 아직 용서를 구할 용기가 없다는 거다. 성규만 보면 떨려서 말이 안나오는데 어떻게 사과를 하냐 이 말이다.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 계속 엎드려 있으니 둘이 계속 이야기를 하는게 들려 나도 모르게 경청하게 되었다.


"우현이 너 좋아하는 거 깨달았어. 좀 늦기는 했지만. 잘해봐 좀."


"잘해야지 당연히. 내가 누구때문에 이 학교에 온건데, 안그래? 이제 사과하고 고백했으면 좋겠는데 참 눈치도 없지. 언제까지 고백하길 기다려야해. 아무튼 남우현은 다 좋은데 답답한 그 성격이 문제야. 자기 마음 깨달았으면 빨리 고백을 해야 내가 받아주고 둘이 알콩달콩 살지. 사실 지금은 화도 다 풀렸는데 계속 이러고 있기도 힘들다."


"우현이가 좀 답답하기는 해도 자기 마음 한번 깨달으면 확실하게 밀어붙일 놈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봐. 내가 너네 이어주려고 고생한거 너도 알지? 우현이가 너한테 고백하고 둘이 잘되면 넌 나한테 한번 쏴야돼 새끼야."


알았어, 알았어. 하고 대답하는 성규의 목소리를 끝으로 둘의 대화는 끊겼다. 방금까지 주고받던 대화의 내용들이 너무도 믿기지 않아서 무슨 뜻인지 파악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눈을 꾹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뭐야, 성규는 처음부터 날 좋아하고 있었고 나랑 잘해보려고 접근한거고 성열이는 그걸 도와줬다는 이야긴가. 그럼 둘이 한패? 원래 알던 사이라는 말인데. 복잡해진 머릿속이 도통 정리가 안되는게 답답해 벌떡 일어나 교실 뒷문을 향해 걸었다.


날 보는 둘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지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나는 뒷문을 열고 그대로 나와 옥상으로 향했다. 아마 둘은 내가 둘의 대화를 들은것을 눈치챘겠지. 어떤 반응일까.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화를 내야하는건지 아니면 날 좋아한다는 그 사실에 기뻐해야하는 건지 감이 오지를 않는다. 여러 생각들을 채 정리하지 못한채 옥상문을 열고 들어갔다. 차디 차지만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문득 내 자신이 바보같다고 느껴졌다. 









+

늦었네요 많이..

이번편은 우현이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제 능력이 부족한건지 읽으면 읽을수록 무슨말인지 저조차도..하..


이 글이 완결나면 후속은 아마 리맨물이 되지 않을까싶어요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것은 없지만 이 글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밝고 통통 튀는 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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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욤이에요. 성규는 그래도 다 풀렸는데 우현이는 언제쯤 사과와 고백을 할까요.. 잘 읽었어요!
11년 전
독자3
헣 혹시 암호닉 지금도 받으시나요..?☞☜ 써니텐으로 신청해도 될까요? ㅠㅠㅠㅠㅠ 정주행하고 왔는데 이런 글이 있을줄이야ㅠㅠㅠㅠ 우현이가 갑자기 변화하려니 힘든건 알겠는데... 성규와 성열이의 대화를 듣고 더 혼란이.... 잘 읽고갑니다ㅎㅎㅎ
11년 전
독자3
잘읽고가요 ㅠㅠ 다음편ㄱㅣ대.....신알신할게요!
11년 전
독자4
감성 이에요 에휴 우현이가 빨리 마음을추스려야할텐데 그래야 성규말처럼 알콩달콩 행쇼하지 혼란스러워할 시간조차도 아깝단말이야 ㅠㅠ
11년 전
독자5
바카루에요ㅠㅠㅠ죄송해요 한동안 인티를 안들어와서ㅠㅠㅠㅠㅠ가입하고 나타났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우현이랑 성규랑 빨리 화해하고 꽁냥꽁냥했으면 좋겠네요..ㅠㅠㅠ
11년 전
독자6
몽림이에요! ㅠㅠㅠㅠ성규도 우현이도 쌍방럽럽인데 왜이럴까요ㅠㅠㅠ 남우현아 빨리 사과하고 고백하란 말이야!! 성규가 알콩달콩하고 싶다잖아!ㅋㅋㅋ
11년 전
독자7
하트뿅뿅이에요!!저번편을 못 봐서 댓글도 못 달았어요ㅠㅠㅠㅠ우현이가 얼른 마음추스리고 고백을해야 둘이 알콩달콩할텐데ㅠㅠㅠㅠㅠ답답한마음도있네요!!잘 보고갑니다!!
11년 전
독자8
무럭자라예요! 우현아 어서어서! 어서사과하고 둘이 행쇼하는모습보고싶어요 . 밝고통통튀는 리맨물도 기대되요엄청ㅠㅠ
11년 전
독자9
어이구야...오랜만이구려 허허헛 우현도령은 참으로 귀엽구려 이제 성규도령에게 어서!당장!지금 바로!고백을 하는것이오!!!
11년 전
독자10
휴지에요! 허허 우현이가빨리 머릿속을 정리하고 성규에게 미안하다고했으면 좋겠네요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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