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Ne-Yo - Closer
[다각/구도] 공커의 의무 2
두 번째 의무 : 공식커플링, 야동
“뭘 봐, 씨발아.”
“니 안 봤다. 호구놈아.”
“그럼 더러운 눈깔 저리로 치우던가. 기분 참 좆같게 왜 이쪽 보고 지랄이네, 미친 놈이.”
“야, 야, 또 싸우냐. 그만 좀 싸워라.”
연습실에 앉아 점심을 먹는 도중 시계를 보려고 고개를 홱 돌리자 재수 없는 이호원의 얼굴이 보였다. 뭐 같은 면상은 무시하고 시계만 보려는데 이호원이 욕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가뜩이나 덥고 찝찝해서 기분도 안 좋은데 이렇게 시비를 걸어오니 곱게 나오려고 해도 곱게 나올 수가 없었다. 덩달아 욕을 하며 싸울 기세로 노려보자 다시 맞받아친다. 결국은 성규 형이 이호원과 내 사이를 막으며 중재시키자 둘 다 겨우 가라앉았다.
나와 이호원의 사이가 처음부터 이런 사이는 아니었다.
데뷔를 하기 전, 내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다가 성격까지 좋아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그녀를 곁에 두고도 항상 불안불안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웃으며 내게 걱정 말라며 누가 다가와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라며 날 안심시켰었다. 그렇게 그녀를 굴뚝같이 믿은 난, 바람현장 목격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바람현장을 목격한 낮, 그녀는 내게 저녁에 친구와 밥을 먹는다고 못 만나게 되어 미안하다고 전했다. 난 괜찮다고 친구분과 거하게 먹으라고 카드를 건네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녀는 폐를 끼치기 싫다고 거절했다. 그 때부터 의심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난 바보같이 그녀가 너무 착해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딨냐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렇게 약속없이 집에서 빈둥빈둥 놀던 내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수성모텔인데 니 여친이 다른 남자랑 같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라고. 믿지 않았다. 친구녀석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이고 씩씩거리며 화를 삭이던 중 혹시 몰라 그녀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그녀는 받지 않았다. 점점 불안해졌다. 연락이 왔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욕한 것도 미안하고 방해한 것도 미안한데 어디로 그녀가 갔는지 물었다. 수성모텔, 305호. 장소를 듣자마자 가디건을 걸치고 급히 집을 나섰다. 의외로 집 가까이에 있는 그 모텔에 도착하자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제발 아니길 빌며 단숨에 305호로 뛰어갔다. 그리고 방음이 잘 되지 않는지 복도에 도착하니 신음소리에 몸이 간질간질거렸다. 관음증 환자 같아 보이기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굳게 닫혀 있는 305호에 귀를 대었다.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 희진아.... 나 지금 수성모텔.. 동우? 동우 아니고~ 클럽에서 만난 남자. 존나 잘생겼어. 장동우랑 비교가 안 돼. 클럽 화장실에서 한 번 했는데 엄청 커. 나오려나 보다. 끊을게. 좀 다 연락할게. 응~”
언급된 내 이름과 그녀의 목소리. 그녀가 확실했다. 쇠방망이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어질어질한 기분에 그만 주저앉았다.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문을 쾅쾅 두드렸다. 안에서 수군수군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렸다.
“누구...”
“이예진!!!”
“동우야?”
문이 열리자마자 보이는 건 하체만 수건을 둘러 가린 남자였고, 침대 위로는 내가 사랑한 그녀가 옷을 모두 벗은 채 누워있었다. 몹시 화가 나 그녀를 향해 발소리를 세게 내며 다가갔고 그녀는 이불을 들어 그녀의 몸을 가렸다. 사랑하면 지켜주겠다는 나의 신념으로 단 한 번도 그녀를 건든 적이 없던 나였다. 그녀도 그에 대해 무척 고마워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낯선 남자와 함께 모텔 방안에 옷을 벗고 있다. 참을 수 없는 배신감에 분기탱천해 금방이라도 그녀와 남자를 모두 때려눕히고 싶었다.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너야말로 왜 여기 있는 거야.”
“친구한테 들었어. 네가 여기 있다고.”
“거짓말 하지 마. 실은 너도 다른 여자랑 여기 온 거 아니야?”
적반하장인 그녀의 태도에 기가 찼다. 눈을 치켜뜬 불신의 눈초리는 기분이 무척 나빴다. 친구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자 그녀는 그제야 당황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변명을 생각해내는 것 같았다. 어디 들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어지러운 머리를 가라앉혔다. 머리를 가라앉히기 무섭게 무언가에 의해 머리가 뒤로 꺾였다. 남자가 내 머리카락을 잡고 뒤로 잡아당겼기 때문에. 난 나보다 키가 더 큰 남자와 눈을 마주했다. 눈썹이 진하고 그녀가 말한 대로 나와 비교할 수 없게 잘생겼다. 남자의 손을 내치자 남자는 손을 탈탈 털었다. 더러운 것이 묻은 손을 대하 듯.
“너 뭐냐?”
“예진이 남친인데. 너야 말로 뭐냐?”
“예진이 누나 남친 될 사람.”
“아, 호원아! 잠깐만, 잠깐만 나가 있어줘. 나 얘랑 할 말 있어.”
“그러지 뭐. 빨리 끝내. 나 빨리 하고 싶어.”
남자는 그렇게 웃으며 문을 닫고 나갔고 난 바로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는 아직도 이불을 두른 그 자세였다.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장동우, 헤어지자.”
헤어지자고 말하는 입술이 미웠다. 항상 예쁘다고 칭찬해주고 입을 맞추면 수줍게 웃곤 했지만 이토록 미울 수가 없다.
“나 이제 호원이랑 사귈 거야. 너도 어차피 가수 준비한다고 했으니까 빨리 헤어지는 게 더 좋지 않아? 그치? 헤어지자. 그리고 빨리 나가줘.”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어. 흐르지 못하게 살짝 웃어. 길을 가다 들었던 이 가사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계속 그 부분만이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대답을 못해주고 뒤를 돌았다. 헤어지는 거다? 그녀는 내 가슴에 칼을 한 번 더 내리꽂았다. 겨우 꾹꾹 막던 상처에 한 번 더 칼질을 하니 피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왔다. 결국엔 눈물이 툭 흐르고 난 허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매로 눈물을 닦는데 남자가 들어왔다. 무척 쪽팔린 상황이었다. 남자는 나를 발견하고 입꼬리만 올리고 비웃었다. 그리고 날 지나쳐가며 한 마디 했다.
“병신.”
안 나가고 뭐해. 그녀의 날카로운 가시 박힌 말에 남자에게 반박 한 번 못하고 쓸쓸히 걸음을 옮겨 방에서 나왔다. 청승맞게 눈물이 나왔다. 아무도 없는 차가운 복도를 걸어가며 눈물만 뚝뚝 흘리는데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녀인가 싶어 돌아봤지만 그 남자였다. 뭐라고 말은 하고 싶었는데 이놈의 눈물 때문에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장동우라고 했지? 예진이 누나 다시 데리고 가고 싶으면 내일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나자. 알겠지?”
“...”
“대답.”
“어..”
아이를 다루듯이 날 대하는 그에게 짧은 대답을 하고 뒤돌아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만 쳐다봤다. 그가 대답을 바라지 않았어도 난 다시 올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난 너무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다시 되찾고 싶다. 설령 그녀가 내게 사랑이 식었더라도 난 아직 활활 타오르니.
Blind Talk
안녕하세요, 무야입니다.
오늘은 야동편을 써왔고요, 공커의 의무는 현성→야동→수열 순입니다.
요즘 힘들어서 댓글 못 달아드리는 것 굉장히 죄송합니다. 보면 힘이 나는데 뒤돌아서면 힘이 쫙 빠져있는 게 무기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