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연하남이 끌리는 이유 04 W.superwoman 아침부터 화장만 몇 번을 고치는지 모르겠다. 연하게도 해봤다가, 진하게도 해봤다가. 결국 평소에 하던 그대로 화장을 하고, 오랜만에 치마를 꺼내 입었다. 너무 꾸민 티 나나 싶다가도 윤기씨는 내가 자기 좋아하는거 아는데 뭐 어떠나 싶어 복잡한 생각은 관뒀다. 옷이 날개라는 어디서 주워들은 말도 오늘은 믿어보려고 했다. 벌써부터 떨리는 마음으로 머리 세팅까지 하고 나니 약속시간 삼십분 전이다. 빠듯하게 도착하겠다 싶어 얼른 집에서 나왔다. 윤기씨와 만나기로 한 곳은 식당 겸 카페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2층에 있다는 카톡 메시지에 열심히 눈을 굴리며 윤기씨를 찾았다. 평소에 정장 입은 각잡힌 모습만 보다가, 좀 더 캐쥬얼한 옷차림을 보니 색달랐다. 게다가 옷도 잘입는다. 진짜 왜 여자친구가 없는지 궁금할 정도다. 아, 성격 때문인가..? "안녕하세요!" "아, 왔어요?" 윤기씨가 살짝 웃으며 나를 맞이해준다. 미리 주문해 놨던건지 잠시 뒤에 음식이 나오고, 멋음직스러운 비주얼에 한눈이 팔려 음식에 시선이 고정됐다. 갑자기 앞에서 바람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윤기씨가 먹는거 좋아해요? 하고 물어온다. 한손에 포크를 들고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러다가도 돼지처럼 보일까 싶어 급하게 표정관리를 하고 아, 엄청나게 먹어대는건 아니구요..하고 변명같지 않은 변명을 하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얼른 먹으라는 말에 하나씩 꼭꼭 씹어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오늘 만난 김에 궁금한거 다 물어보겠다고 한 다짐이 생각났다. "근데, 제 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저 카페 세번이나 갔었는데." 두루뭉실한 윤기씨의 대답에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명찰 달고 일하잖아요. 하고 대답해준다. 아. 바보같은 탄성을 내뱉고 다시 음식을 꼭꼭 씹었다. 입 안에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윤기씨라니. 난 정말 남자 번호얻기에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보다. 그러다 또 문득 떠오른 의문에 윤기씨를 쳐다봤다. "몇살이에요?" "스물 여섯이요." "..네?" "스물 여섯살." 내가 지금, 잘못 들은건가.. 여태 동갑이나 한두 살 많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연하라니. 게다가 두살이나 어리다니. 누가 뒤에서 머리를 쿵하고 친 것 같은 느낌에 대답도 못하고 눈만 깜빡거렸더니 윤기씨가 왜그러냐며 어리둥절하게 나를 바라본다. 당연히 나보다 나이가 많을 줄 알았다고 말하자 자신보다 나이가 많냐며 윤기씨도 놀란 듯 보인다. 아, 일단 남은 음식 좀 먹고. 얼른 꿀떡 삼키고 다시 윤기씨를 쳐다봤다. 그다지 나이가 많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데, 무슨 이유로 오빠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그럼 저 말 놔도 되죠?" "응,그래요." "그래 윤기야! 많이 먹어!" 윤기씨, 아니 윤기가 허락하자마자 말을 툭 놓았더니 조금 당황했는지 눈이 살짝 커진다. 그러다가도 민망함에 내 얼굴이 붉어지자 뭐가 재밌는지 혼자 크게 웃는다. 소리내서 웃는 건 처음인데 처음으로 나보다 어려보인다. 남고딩 같은 느낌..? 처음 윤기를 봤을 때 느낀 차가운 분위기와는 너무 상반된다. 정장입고 열일하는 모습도 좋지만, 이렇게 웃는 모습이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너는 이제 누나라고 부르고!" "누나라고 안할건데." "어?..아니..내가 나이가 더 많으," "내가 누나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능글맞게 저런 말을 한다. 그러면 내가 거절을 못하잖아.. 나를 빤히 바라보는 윤기의 눈빛에 설레서 눈동자를 또르르 굴렸다. 아니 뭐..마음대로해. 라고 대답하자 그러려고 했단다. 참나, 당돌한 연하구만. 말을 놓으니까 뭔가 좀 더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어느정도 이야기를 하고나니, 배가 불러왔다. 더 못먹겠다며 포크를 내려놓으니 윤기가 음식을 쳐다보며 말한다. "엄청 많이 먹을 것처럼 하더니." "..니가 연하라는게 너무 놀라워서." "그게 그렇게 충격이에요? 왜?" "아니.. 하는 행동이 오빠같고.." 그러면 오빠라고 불러도 된다고 선심쓰듯 말한다. 됐다고 하면서 웃자 자기는 괜찮다며 한 번 불러보라고 한다. 사심이 너무 들어가있다고 싫다고 하자 들켰냐며 씩 웃어보인다. 예쁘게도 말아올라가는 입꼬리가 신기해 나도모르게 손이 나갔다. 웃고있다가 갑자기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찔린 윤기가 당황스러운지 헛웃음을 짓는다. 오히려 내가 더 놀라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재빨리 손을 뗐다. 으아, 민망해. 금세 뜨거워지는 얼굴이 느껴져 고개를 푹 숙였다. "성이름." "어? 누나라고 하라니까?" "나한테 더 물어볼 거 없어요?" "음.." 빨개진 얼굴을 진정시키고,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처음 연락을 시작했을때가 생각났다. 매일 매일 단답이던 메시지. 약속 잡으러 왔다고 한 날 이후로도 똑같았다. 그래도 나한테 관심이 생긴 것 같아, 꾹 참아서 별 말 없이 넘어갔었다. 그래도 한번 쯤은 얘기하고 싶었다. "그거,카톡할때!" "응?" "단답 진짜 심해. 나랑 연락 안하고 싶은 사람같이. 원래 그래?" "아,원래 그래요." 아, 원래 그렇구나..가 아니라.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해서 넘어갈 뻔 했다. 그게 끝이냐고 따지려 했더니 윤기가 입을 연다. "여자랑 사적으로 연락하는 거 어색해서 그래요." "..그럼 연애를 안해봤다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자랑하는 거지, 지금?" 아닌데. 그렇게 느꼈어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윤기를 보니 대답할 기운도 없어진다. 내가 졌다 생각하며 아니야. 그만 할게. 했더니 더 얘기해 달라고 한다. "왜? 너는 내가 이렇게 따지는게 좋아?" "응. 좋아요." "듣기 싫지 않아?" "좋은데. 삐약삐약 거리는게 병아리 같아서." 참나. 저 말이 뭐가 설렌다고 할 말을 잃게 만드는지. 아니면 무심하게 물을 마시면서 하는 말이라서 떨리는건지. 두살이나 어린 남자애한테 주책이다 주책. 내가 윤기에게 말을 놓은 그 날부터 윤기는 나에게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모를 말투를 쓰며 나와 대화를 했다. 그래도 절대 누나라고는 안한다. 왜그런진 모르겠지만 뭐.. 목소리도 나긋나긋하니 듣기 좋아서 냅뒀다. * 윤기는 내 말을 잘 들어줬던 건지, 답장이 성의없다고 삐약삐약(?)거리던 날 이후로 좀 더 신경써서 대답을 해줬다. 그래봤자 몇 글자 길어진 거지만 그래도 나때문에 바뀌었다고 생각하니 고마웠다. 윤기와의 관계는 맑음이지만, 일은 여전히 천둥번개였다. 얼른 답장하고 싶은데, 일이 너무 바빠 하루에 주고받는 톡이 줄어들어서 속상했다. 다행히 윤기도 일이 많아져 한 쪽이 연락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름씨. 오늘 마감 좀 부탁할게요." "..네.." 아..세상에.. 마감이라니.. 하루하루 쌓인 피로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마감이라니. 평소보다 퇴근시간이 두시간은 느려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직 해가 쨍한데도 기운이 쭉 빠진다. 우울한 마음에 윤기에게 톡으로 오늘 마감이라 11시나 되야 끝난다고 찡찡댔다. 물론 답은 안왔지만. 이따가 시간 날 때 확인하면 답장이 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전쟁터와 같은 일터로 뛰어들었다. "아..죽을거같아.." 실장님에게 혼났다. 온 몸이 쑤셔 잠시 멍때리고 있었더니 열심히 안한다고. 남들 다 쉴때 잠시 그러고 있었는데 나만 혼나는게 억울했다. 그렇다고 억울하다 주장하면 이 나이먹고 유치하게 뭐하는건가 싶고, 하지만 안그래도 지쳤는데 질책받는 건 서럽고. 울컥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꾹 참으며 마감까지 해냈다. 불을 다 끄고 나와서 문까지 다 잠그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쭈그려앉았다. 깊게 한숨을 내쉬는데,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이 올라온다. 살짝 돌아보니 정장을 말끔히 입은 윤기가 서있다. "여기서 뭐해요." "..놀랄 힘도 없다. 어떻게 왔어?" "카톡 보내놓고 답장도 안하고." "아, 너무 바빠서 확인 못했어.." "데려다줄게. 타요." "..윤기야.." 하루종일 날카로운 말들만 듣다,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윤기의 목소리를 들으니 다시 울컥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렸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안지나다니는 게 다행이지. 내가 울음이 그치길 잠시 기다리던 윤기가 조금씩 잦아드는 소리에 내 앞에 쭈그려앉았다. 윤기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들어주려는데, 눈물 범벅일 내 얼굴이 얼마나 추할지 걱정되서 고개를 저으며 푹 숙이기만 했다. "많이 힘들었구나. 이름이." "..으으.." "그만 울어요. 내일 눈 부어서 나 어떻게 보려고." 많이 힘들었구나. 윤기의 한마디에 조금 진정됐던 울음이 다시 빵 하고 터졌다. 갑자기 또 터진 내 울음에 당황한 윤기가 어색하게 날 안고 토닥이며 하이고..하는 한숨섞인 탄성을 낸다. 그날 밤엔, 나를 서툰 손길로 달래는 윤기에게 기대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_______ 금방 돌아오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사랑하는거 알죠..❤️ 암호닉!! 제가 특별관리 할만큼 아껴요 알죠? 낑깡❤️ 미자❤️ 휘휘❤️ 부엉이❤️ 설탕❤️ 블리❤️ 좀비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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