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연하남이 끌리는 이유
W.super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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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호하게 까이고도, 오늘로 삼일 째 민윤기씨 생각 중이다. 양복이 참 잘 어울렸는데 말이지.. 이제 다시 볼 수는 있으려나.. 의외로 카페에도 몰리는 손님 덕에 언제나 정신 차리고 있으라고 실장님에게 그렇게 잔소리를 들었는데 아무 소용이 없다. 최대한 친절하게 안녕히가세요- 인사하고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또 다시 멍때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서서 어서오세요-하고 인사했다. 손님을 쳐다보고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
"아메리카노 샷 추가요."
"..."
"..저기요."
며칠 전에 들었던 그 목소리다. 내가 지금 환영을 보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세차게 젓고 다시 눈을 깜빡이며 민윤기씨처럼 보이는 손님을 쳐다봤다. 하지만, 저기요. 하며 나를 부르는 사람은 민윤기씨가 확실했다. 아,아메리카노 샷 추가 금방 해드리겠습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생각하다, 다시 떨려오는 심장에 쉼호흡을 여러번 하고서 기계 앞에 섰다. 무조건 맛있게 만들어야 돼..되뇌며 아메리카노를 뚝딱 만들어냈다. 샷 추가도 까먹지 않고. 민윤기씨에게 커피 나왔다고 말하는데, 오늘도 뭐가 그렇게 바쁜지 핸드폰 화면만 들여다보고있다.
"..손님!"
"..?"
"커,커피..나왔습니다.."
"..."
커피 나왔다고 말하는데 눈이 마주쳤다. 갑작스런 아이컨텍에 심쿵해서 말을 더듬어버렸다. 며칠 전 내 모습이 생각나는 건지 민윤기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빤히 본다. 그 시선에 온 몸이 부끄러워서 눈을 깜빡거리며 시선을 피하니, 곧 알아차린 듯 아. 하며 픽 웃는다. 웃는거 너무 귀엽다.. 나도 몰래 번지는 미소를 황급히 걷어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나가는 민윤기씨에게 안녕히가세요-하고 인사했다. 제발 다음에 또 오시라는 마음의 소리와 함께.
*
매정한 민윤기씨. 내가 타준 아메리카노가 그렇게 별로였나. 번호 따려고 했던 여자가 나인 걸 알았으면 한번 더 와줄 생각은 없는건가.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건가.. 다시 우울해졌다. 세상에. 안그래도 충분히 바쁜 시기에 한 남자에게 꽂혀서 하루종일 민윤기씨 생각만 하다니. 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주문처럼 항상 떠올렸다. 하지만 나만의 주문은 점심시간에 카페에 들어온 여직원 셋의 이야기 때문에 싹 잊혀졌다.
"윤기씨는 커피 뭐 마시지?"
"아메리카노 마시지 않아? 전에 봤던 것 같은데.."
"어머, 커피 취향도 어쩜."
목에 매달고 있는 사원증에 빅 히트라고 써있다. 내가 알고있는 민윤기씨의 직장 동료들이 틀림없다. 화장품 냄새가 얼마나 심하던지, 향수 냄새를 싫어하는 나는 인상을 찌푸릴 뻔 했지만 금세 영업용 미소를 띄우고 뭘로 드릴까요 손님-하고 친절하게 대했다. 자기들은 달달한게 땡기는 날이라느니 하고 라떼 세잔과, 아마도 민윤기씨 것으로 보이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킨다. 같은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니. 부러움과 질투심에 라떼 확 망쳐버릴까 생각하다가도, 실장님의 날카로운 시선이 생각나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민윤기씨가 마실 커피에는 저번처럼 샷 추가로. 수트를 정갈하게 차려입은 민윤기씨가 내가 탄 커피를 마실 걸 생각하니 베시시 웃음이 나왔다. 내 손으로 못 주는게 아쉽지만.
"커피 나왔습니다-"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나가는 세 명의 여자들이 그 순간엔 세상에서 제일 부러웠다. 민윤기씨가 저 커피 마시고 내 생각 해줬으면 좋겠다 하다가도 커피 마시고 내 생각을 어떻게 하냐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진짜, 답이 없다. 또 또 하염없이 민윤기씨 생각에 빠져있는데, 동료 언니가 반죽 좀 도와달라고 부른다. 재빠르게 달려간 제빵실은 너나 할 것 없이 엄청나게 바쁘다. 진작에 와서 도와드릴걸.. 소매를 걷어 올리고 반죽을 시작했다. 반죽을 할 때 만이라도 민윤기씨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윤기씨, 커피 마셔요-"
"괜찮습니다."
"에이, 성의가 있는데.."
"..감사합니다."
윤기는 달갑지 않은 표정을 숨기려 애쓰며 여직원에게 커피를 받아들었다. 일이 바빠 카페에 갈 시간도 없었긴 하다. 피곤하기도 하고 성의를 봐서 한 모금 마시는데, 뭔가 익숙한 맛이다. 카페 이름을 본 윤기는, 며칠 전 갔던 카페인 걸 기억해냈다. 커피 나왔다며 똘망똘망하게 자신을 쳐다보던 직원이 생각나 작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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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입은 윤기는 사랑이져...
다음편부터 관계의 진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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