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기 며칠 전, 그러니까 이석민네가 드디어 완전체가 되고, 다들 벌써 또 한 살을 먹는구나 생각하며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그 때 13명의
세븐틴은 늦은 밤 서울의 한 술집에서 오랜만의 모임을 가졌다. 거창하게 말하긴 그렇지만 규모가 규모인지라 누가 봐도 모임 같았으니까.
물론, 나오기 전에 각자의 와이프에게 이쁜 짓 해 가며, 빨리 들어오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꼭꼭 해 가면서. 당연히 그게 지켜질지는 의문이고.
"우와아아앙. 우리 또 나이 먹는 거에요?"
"헐, 큰형들 이제 37이야 대박"
"이찬이 33인 게 더 소름 돋는다. 한 13살 때 처음 본 거 같은데. 벌써 안 지 20년 가까이 됐다니..."
별 시덥잖은 이야기들도 해 가면서, 그렇게 한 잔 두 잔 보통의 사람처럼, 그 나이대라면 다들 하는 고민거리와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15년 전 그 때 그 아이돌 오빠들도 시간이 지나 나와 같은 사람이 되었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새해 되면 우리 큰 아들들 학교 들어가네. 나 학부모야 학부모..."
"그러네~ 우리 아람이 8살이네?"
"벌써 그렇게 됐어요? 난 걔네 태어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 막둥이 아빠된 지 이제 4년이야 4년"
소오름. 아저씨들. 마음이 허해서 1잔, 기분 좋으니까 1잔, 잘 해 보자고 1잔, 그렇게 마시다보니 하나 둘씩 취해갔다. 말 그대로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좋은 게 좋은거지.
"아... 우리 곤듀 보고 시프네... 전하를... 해 보까..."
"형~ 하지 마요오~ 아가 자~"
"그뤄치. 우리 아가들 코- 하고 이쓸 수 이찌"
언제 취한건지 원우는 핸드폰을 붙잡고 '우리 미니.. 해미니.. 아빠 참 조아하쥐...' 하며 전화를 하겠다는 걸 찬이가 말리고 있고 명호는 구석에서 곤히 잠들어있었다.
얼굴이 살짝 빨개진 상태로 정한이와 준휘는 계속 술잔을 부딪히며 마시고 있었고 석민이와 민규는 서로 핸드폰 속 막둥이들 사진을 자랑하며 '내 새끼가 더 애교 많고
재롱도 잘 피운다'하며 싸우고 있었다.
"히힛... 그럼 내가 저나를 함 해 보이게써!"
"우리 여보야가 받겠지! 어디냐고 그러겠지! 얼마나 마셨냐고 그러겠지! 나 또 혼나겠지!"
"여보야아- 받아라아-"
'여보세요?'
"오! 바다써! 내 여보야가 바다써! 여보야~"
'응. 아직 마시고 있어?'
"웅! 애드리랑 마시고 이찌~ 아가들은? 자?"
'가현이랑 재현이는 자는데 도현이랑 예현이는 안 자..(아빠야?)(어! 아빠? 나도!)'
"바꼬죠 바꼬죠-"
'아빠! 삼촌들이랑 있어? 많이 마셨어? 몸에 안 좋아. 많이 마시지 마(형아, 나도! 나도 아빠랑~)'
'나는 아빠 기다리고 싶은데 엄마가 계속 자라 그래. 깜깜하면 아빠 무섭잖아. 빨리 안 올 거야?'
"언제 들어갈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엄마 말 듣고 빨리 코-해. 그래야 쑥쑥 커서 형아들 이기지"
'치.. 알았어. 아빠, 안녕~ 내가 많이 사랑해 (끊을거야? 나도!)'
'아빠! 나도! 나도 아빠 많이 사랑해'
"아빠도 내 새끼들 마니 마니 사랑해~"
'오빠, 많이 마시지 말고. 혹시 많이 취했으면 나한테 전화 해. 상황 보고 데리러 갈게'
"아라떠~ 여보야도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그 와중에 아이들이랑 통화할 때는 기를 쓰고 발음 똑바로 하는 거 봐.. 멋있어... 전화를 끊자마자 '내 새끼들이 아빠 많이 사랑한대~ 나 너무 행복하다~' 하며
행복에 허우적대는 승철이를 뒤로 하고, 술에 취해 멍하니 있던 순영의 전화벨이 울린다. 소파에 기댄 채로 멍하니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던 순영이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광대 승천해서 행복하게 웃는다.
"이거 봐! 우리 딸한테 전화 온 거 보여? 딸이 이렇게 좋다니까. 아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빠 언제 오냐고 보채는 거 아냐>////<"
입이 찢어질 듯 웃더니 술에 취해 갈라진 목소리를 다듬고, 내려오지 않는 광대를 유지한 채 전화를 받는다. 옆에선 아닌 척 했지만 살짝 부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몇 명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여보세요오-'
"여보세요? 소아야? 쏘아야- 언니는?"
'언니? 언니야~ 아빠, 언니 쩌기 있어'
"거기 있어? 언니 뭐 해?"
'언니? 언니... (아빠~ 권소아, 나도 아빠랑 전화 할거야!)'
"우리 슬아 뭐 하고 있어써요?"
'이제 코 하려고 엄마가 책 읽어주고 있었어'
"그래? 그럼 엄마랑 같이 동화책 읽으면서 코-하고 있어. 아빠 금방 들어갈게"
전화 통화 내내 아까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세상을 다 가진 미소로 '그래, 빠빠이~' 하고 전화를 끊고서는 '이게 행복이지, 뭐 다른 게 있겠니?' 하며 거들먹거리는
순영을 보고 있던 원우도 '너만 딸 있냐? 나도 딸 있다' 하는 마음으로 (속으론 혹시 자는 아이를 깨울까 조마조마 해 가며)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자기야-"
'엄마 윤이 재우고 있어'
"우리 딸이네~ 민아-"
'응? 아빠 어디야?'
"아빠 삼촌들이랑 있지"
'엄마가 술 많이 마시지 말래'
"알지- 아빠 많이 안 마셔. 민이 안 자?"
'이제 잘 거야. 엄마가 책 읽어준대'
"그래? 그럼 엄마 옆에서 코- 자"
'알았어. 아빠 늦게 오면 내가 걱정되니까 꼭 빨리 와야 돼'
전원우 GG. 기절. 전해민양이 오늘도 한 건 하셨답니다. 준휘는 하필, 권순영과 전원우 사이에 자리 잡은 자신을 탓하며 '이런 건 물들기 전에 도망쳐야 해' 속으로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벗어나 나름 멀쩡해보이는 멤버들 곁으로 다가갔다. 문준휘 주량은 뭐... 뒤처리 멤버라고 하면 아시려나?
"아효..."
"왜, 또, 뭐"
"요즘 우리 쭈니랑 워니가... 나랑 안 놀아 줘"
"니가 걔네랑 안 놀아주나보지. 우리 미야들은 아빠 얼마나 좋아하는데. 맨날 나만 찾아"
"아닌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온 마음과 몸을 다해 놀아주는데!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운동도 같이 하고! 그러는데! 히잉ㅠㅠ"
그동안 쌓였던 걸 왜 여기서 푸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소연 하는 승관을 달래주면서 한솔은 '역시 난 잘 하고 있었어. 단미랑 소미는 나 엄청 좋아하는데-' 하며
우울해 하는 친구에 차마 말로 꺼내지는 못 하고 속으로 맘껏 기뻐하고 있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지훈은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바람에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일어났다 핸드폰에 찍혀있는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곤 그 전화의
주인공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건지 신호가 가기 무섭게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빠에요?'
"응. 아빠에요. 아들, 안 자? 빨리 자야지~"
'아니야. 아빠 안 왔잖아. 나 아빠 보고 잘 거야'
"아빠, 늦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기다릴거야. 나는 아빠 좋으니까 기다릴거야.'
"아빠 좋아? ㅎㅎ 아가 피곤하면 먼저 자도 돼. 아빠가 한울이 옆에 가서 잘테니까. 내일 하루종일 놀아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무뚝뚝한 제 밑에서 어떻게 이런 애교쟁이가 나왔나싶어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아직 어리니까 제 본능이 먼저겠지만 혹여나 기다릴까 싶어 아이를 달랬다.
결국 '응. 알았어. 사랑해' 하는 답변을 받고 끊으려는데 수화기 너머로 다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참. 그래. 오늘 아침, 와이프가 하루만 도담이를
맡아주기로 했다는 말이 기억났다. 너도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형아, 나도!) 땀똔- 우리 아빠는요?'
"응? 야, 이석민. 도담이"
정한이를 붙잡고 혼자 계속 이야기하던 석민이 지훈의 말에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와 손에 있던 핸드폰을 가져갔다. 저러다 떨어지면 내가 백퍼센트 니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다행히 지훈의 핸드폰은 매우 안전하게 석민의 손에 들어갔다. 제 입에서 '도담이'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뭐가 그리 좋은지 누가 보면 연애하는 줄 알겠다.
"도담아- 그래, 아빠야- 우리 아들 거기서 잘 지내고 있니? 별 일 없고?"
'아빠, 오느을- 한울이 형아랑 샌드위치도 먹고 게임도 했어.'
"그랬어? 재밌었어? 잘 놀고 있구나, 내 새끼. 역시 넌 내 아들이야"
'아빠 언제 올 거야?'
"응? 그건 아빠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들어가볼게. 담이도 졸리면 형아랑 같이 코- 해"
'알았어. 아빠 빨리 와, 나 아빠 많이 보고 싶어'
"어머! 진짜? 알았어. 아빠도 우리 도담이 많이 보고 싶어~ 사랑해~"
저..저..하회탈. 최승철은 저러고 있고, 홍지수는 왜 내 어깨를 베고 자는지 모르겠고... 우리 아들들 보고 싶다. 나도 아들 있는데.. 내 새끼들은 벌써 자겠지.. 자야지
자야 쑥쑥 크지..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고 있는데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에서 반가운 '카톡!' 소리가 울렸다.
여보야
오빠, 아직 도련님들이랑 있어?
응. 이든이랑 이안이는 다 자?
술은 많이 안 마셨는데 얘네 다 수습하고 가려면 늦을지도 몰라. 먼저 자
여보야
아까 이안이는 아빠 찾다 잠들었어.
언제 또 우리 막둥이랑 친해졌어? 나 샘나게?
이안이뿐만 아니라 이든이도 나 많이 좋아해
내가 살짝 물어봤는데 엄마보다 아빠랬어
"형..ㅎㅎㅎ"
"아, 깜짝아. 이건 또 왜 이래... 저 로운이 아버님. 집에 들어가셔야죠."
눈빛 봐라.. 제대로 눈이 풀려서는. 버리고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막둥이 술주정(?)을 들어주기로 결심한 정한이 자리 잡고 앉아 혼자
독백하는 찬이의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었다.
"헉! 여보! 자기야! 지니야!"
"오셨어? 어디?"
"아, 저 차야? 아니네, 야! 저 차야?"
"와.. 제수씨 스케일.. 머시써.. 야, 너 결혼 잘 했다"
오늘의 걸크는 세준이세원이 어머님이 담당인걸로.. 승'용'차 아니구요, 승'합'차 끌고, 오셨습니다. 아, 멋있다아~ 마침 일 때문에 필요해서 회사 차 빌려뒀는데 그걸
이런 데 쓰게 될 줄은 몰랐다며.. 내려서는 수줍게 얘기하시는.. 반전매력. 부승관 부럽다.
"자기야~ 와쏘?"
"화상아.. 내가 진짜 못 산다. 너 때문에. 아, 인사가 늦었네요~ 저번에 보고 오랜만이죠?"
"그러게요. 늦은 시간인데, 괜히 저희까지 신경 써 주시고..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이왕 오는 거 가는 방향 같은 데 같이 가는거죠. 항상 남편 챙겨주시고 신경 써 주시는 분인데 이정도는 해 드려야죠"
"세준이랑 세원이는요? 애들 자고 있을텐데 이렇게 나오셔도 돼요?"
"우리 애들이 잠은 잘 자요. 1시간도 안 나와 있는 건데요. 뭘. 그리고 이제 커서 자다 일어나도 엄마 안 찾아요"
"자기야.. 준이랑 원이가 나랑 안 놀아 줘.. 나는 놀고 싶은데.. 힝ㅠㅠ"
"집에 들어가서 아가들 깨우지 마. 애기들 건드리면 나 화낸다. 놀고 싶어도 내일 자고 일어나서 놀아 줘. 알았지?"
"아라써.. 집에 들어가서 안 그럴게.."
결국 하소연(?)하는 승관이를 먼저 조수석에 넣은 뒤, 걸어가는 사람들과 짧은 인사를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승관이 부인의 차를 얻어탔다. 조수석에 앉은 남편은
챙겨준 담요 덮고 곤히 잠들어 있고, 나머지 멤버들도 한 두명씩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다들 잠이 들었다. 한솔이 빼고.
"승관이를 남편으로 둬서 참 고생이 많으세요"
"뭘요, 다 제 업보죠. 저 남자가 뭐가 좋다고 결혼을 해서는.."
"ㅋㅋㅋㅋㅋ승관이가 자랑 진짜 많이 했거든요. 자기 데리러 온다고, 나는 이렇게 사랑 받는다고"
"진짜요? 하~ 내가 못 산다 진짜. 오랜만에 멤버들이랑 술 마셔서 기분이 많이 좋았나봐요"
"아, 근데 멤버 형들 주소 다 알아요? 방향이랑?"
"그 정도 센스는 있죠! 사실, 언니들이 알려줬어요. 물어보니까 바~로 얘기 해 주던데요?"
'이렇게 저희가 남편을 끔찍히도 아낍니다' 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이더니 칠봉이는 내비 언니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운전을 했다. 중간 중간 잠꼬대로
'슬아야- 소아야-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Baby.. Ed.. Luc.. really love u'
'아빠는.. 하누리가.. 참 조아'
라고 하는 아주버님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말동무를 해 주다 어느새 잠들어 버린 한솔까지. 때문에 다들 깨지 않게 조심조심 해 가며 각자 멤버들의 집 앞에 도착해서
한 명씩 내려주고 마지막, 한솔의 집까지 도착했다.
"한솔씨- 다 왔어요-"
"우으...? 아! 네, 감사해요.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다음에 뵈요~"
"네. 진짜 고마워요^^"
운전석의 칠봉이에게 손 흔들어 인사 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정신도 차리고, 술 냄새도 없어져라- 하고 주문을 외며, 바닥을 보며 가는데, 두꺼운 옷을 입었음에도 느껴지는 찰짐이 제 등으로 전해져왔다. 물론, 그 주인공의 향기도 같이.
"최한소올- 빨리도 들어온다."
"안 잤어? 왜?"
"남편이 안 들어와서 못 잤다. 왜?"
"단미랑 소미는?"
"기다리느라 못 잔 나보다 딸이 중요하다 이거지? 그래? 알았어-"
"그게 아니라- 이렇게 나와 있으면 어떡해."
"뭘 어떡해- 우리 아가들 이제 곧 있으면 6살이거든?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들이라 한 번 자면 안 깨요"
"그래? 아, 그래도 니가 이렇게 마중 나오니까 기분은 좋네"
"나는 아닌데? 추운 날 전화도 안 받는 남편 기다리느라 좀 기분이 별론데?"
"전화했어? 헐! 대박! 지인-짜 몰랐어"
언제 무음모드로 바꿔놨지... 당당히 찍혀 있는 부재중 전화 3통에 그저 '어..헐..대박..'만 반복하던 한솔은, 평소에는 부탁해도 안 날려주던 하트까지 뿅뿅 보내주며
나름의 사과를 구했다. 새초롬하게 째려보던 아내도 한솔의 애교에 못 이기는 척 '한 번만 봐 준다' 하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승관이는 눈 뜨자마자 침대 위에서 예쁘게 무릎 꿇고 손 들며 혼남+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김민규는 하필 기억이 다 나는 바람에 수치플을.. (괜,찮아~
괜,찮아~) 숙취로 고생하는 몇몇도 있고, 이석민씨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쁜 내 새끼-'를 외치며 세수만 하고 아들을 데리러 가서 아내분한테 혼났습니다.
왜냐면, 잠옷 바람과 까치집 머리를 하고 갔기 때문이쥬
(별)암호닉(별) |
[볼그레][일공공사][너로정한녀][여니][스포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