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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1 | 인스티즈












새해를 맞이하기 며칠 전, 그러니까 이석민네가 드디어 완전체가 되고, 다들 벌써 또 한 살을 먹는구나 생각하며 지나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 그 때 13명의 

세븐틴은 늦은 밤 서울의 한 술집에서 오랜만의 모임을 가졌다. 거창하게 말하긴 그렇지만 규모가 규모인지라 누가 봐도 모임 같았으니까.


물론, 나오기 전에 각자의 와이프에게 이쁜 짓 해 가며, 빨리 들어오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꼭꼭 해 가면서. 당연히 그게 지켜질지는 의문이고.




"우와아아앙. 우리 또 나이 먹는 거에요?"


"헐, 큰형들 이제 37이야 대박"


"이찬이 33인 게 더 소름 돋는다. 한 13살 때 처음 본 거 같은데. 벌써 안 지 20년 가까이 됐다니..."




별 시덥잖은 이야기들도 해 가면서, 그렇게 한 잔 두 잔 보통의 사람처럼, 그 나이대라면 다들 하는 고민거리와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15년 전 그 때 그 아이돌 오빠들도 시간이 지나 나와 같은 사람이 되었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새해 되면 우리 큰 아들들 학교 들어가네. 나 학부모야 학부모..."


"그러네~ 우리 아람이 8살이네?" 


"벌써 그렇게 됐어요? 난 걔네 태어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 막둥이 아빠된 지 이제 4년이야 4년"




소오름. 아저씨들. 마음이 허해서 1잔, 기분 좋으니까 1잔, 잘 해 보자고 1잔, 그렇게 마시다보니 하나 둘씩 취해갔다. 말 그대로 술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좋은 게 좋은거지.




"아... 우리 곤듀 보고 시프네... 전하를... 해 보까..."


"형~ 하지 마요오~ 아가 자~"


"그뤄치. 우리 아가들 코- 하고 이쓸 수 이찌"




언제 취한건지 원우는 핸드폰을 붙잡고 '우리 미니.. 해미니.. 아빠 참 조아하쥐...' 하며 전화를 하겠다는 걸 찬이가 말리고 있고 명호는 구석에서 곤히 잠들어있었다. 

얼굴이 살짝 빨개진 상태로 정한이와 준휘는 계속 술잔을 부딪히며 마시고 있었고 석민이와 민규는 서로 핸드폰 속 막둥이들 사진을 자랑하며 '내 새끼가 더 애교 많고 

재롱도 잘 피운다'하며 싸우고 있었다.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1 | 인스티즈






"히힛... 그럼 내가 저나를 함 해 보이게써!"


"우리 여보야가 받겠지! 어디냐고 그러겠지! 얼마나 마셨냐고 그러겠지! 나 또 혼나겠지!"


"여보야아- 받아라아-"




'여보세요?'


"오! 바다써! 내 여보야가 바다써! 여보야~"


'응. 아직 마시고 있어?'


"웅! 애드리랑 마시고 이찌~ 아가들은? 자?"


'가현이랑 재현이는 자는데 도현이랑 예현이는 안 자..(아빠야?)(어! 아빠? 나도!)'


"바꼬죠 바꼬죠-"




'아빠! 삼촌들이랑 있어? 많이 마셨어? 몸에 안 좋아. 많이 마시지 마(형아, 나도! 나도 아빠랑~)'


'나는 아빠 기다리고 싶은데 엄마가 계속 자라 그래. 깜깜하면 아빠 무섭잖아. 빨리 안 올 거야?'


"언제 들어갈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엄마 말 듣고 빨리 코-해. 그래야 쑥쑥 커서 형아들 이기지"


'치.. 알았어. 아빠, 안녕~ 내가 많이 사랑해 (끊을거야? 나도!)'


'아빠! 나도! 나도 아빠 많이 사랑해'


"아빠도 내 새끼들 마니 마니 사랑해~"


'오빠, 많이 마시지 말고. 혹시 많이 취했으면 나한테 전화 해. 상황 보고 데리러 갈게'


"아라떠~ 여보야도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그 와중에 아이들이랑 통화할 때는 기를 쓰고 발음 똑바로 하는 거 봐.. 멋있어... 전화를 끊자마자 '내 새끼들이 아빠 많이 사랑한대~ 나 너무 행복하다~' 하며 

행복에 허우적대는 승철이를 뒤로 하고, 술에 취해 멍하니 있던 순영의 전화벨이 울린다. 소파에 기댄 채로 멍하니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던 순영이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광대 승천해서 행복하게 웃는다.




"이거 봐! 우리 딸한테 전화 온 거 보여? 딸이 이렇게 좋다니까. 아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빠 언제 오냐고 보채는 거 아냐>////<"




입이 찢어질 듯 웃더니 술에 취해 갈라진 목소리를 다듬고, 내려오지 않는 광대를 유지한 채 전화를 받는다. 옆에선 아닌 척 했지만 살짝 부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몇 명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여보세요오-'


"여보세요? 소아야? 쏘아야- 언니는?"


'언니? 언니야~ 아빠, 언니 쩌기 있어'


"거기 있어? 언니 뭐 해?"


'언니? 언니... (아빠~ 권소아, 나도 아빠랑 전화 할거야!)'


"우리 슬아 뭐 하고 있어써요?"


'이제 코 하려고 엄마가 책 읽어주고 있었어'


"그래? 그럼 엄마랑 같이 동화책 읽으면서 코-하고 있어. 아빠 금방 들어갈게"




전화 통화 내내 아까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세상을 다 가진 미소로 '그래, 빠빠이~' 하고 전화를 끊고서는 '이게 행복이지, 뭐 다른 게 있겠니?' 하며 거들먹거리는 

순영을 보고 있던 원우도 '너만 딸 있냐? 나도 딸 있다' 하는 마음으로 (속으론 혹시 자는 아이를 깨울까 조마조마 해 가며)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자기야-"


'엄마 윤이 재우고 있어'

 

"우리 딸이네~ 민아-"


'응? 아빠 어디야?'


"아빠 삼촌들이랑 있지"


'엄마가 술 많이 마시지 말래'


"알지- 아빠 많이 안 마셔. 민이 안 자?"


'이제 잘 거야. 엄마가 책 읽어준대'


"그래? 그럼 엄마 옆에서 코- 자"


'알았어. 아빠 늦게 오면 내가 걱정되니까 꼭 빨리 와야 돼'




전원우 GG. 기절. 전해민양이 오늘도 한 건 하셨답니다. 준휘는 하필, 권순영과 전원우 사이에 자리 잡은 자신을 탓하며 '이런 건 물들기 전에 도망쳐야 해' 속으로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벗어나 나름 멀쩡해보이는 멤버들 곁으로 다가갔다. 문준휘 주량은 뭐... 뒤처리 멤버라고 하면 아시려나?




"아효..."


"왜, 또, 뭐"


"요즘 우리 쭈니랑 워니가... 나랑 안 놀아 줘"


"니가 걔네랑 안 놀아주나보지. 우리 미야들은 아빠 얼마나 좋아하는데. 맨날 나만 찾아"


"아닌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온 마음과 몸을 다해 놀아주는데!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운동도 같이 하고! 그러는데! 히잉ㅠㅠ"




그동안 쌓였던 걸 왜 여기서 푸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소연 하는 승관을 달래주면서 한솔은 '역시 난 잘 하고 있었어. 단미랑 소미는 나 엄청 좋아하는데-' 하며 

우울해 하는 친구에 차마 말로 꺼내지는 못 하고 속으로 맘껏 기뻐하고 있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지훈은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바람에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일어났다 핸드폰에 찍혀있는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곤 그 전화의 

주인공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건지 신호가 가기 무섭게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빠에요?'


"응. 아빠에요. 아들, 안 자? 빨리 자야지~"


'아니야. 아빠 안 왔잖아. 나 아빠 보고 잘 거야'


"아빠, 늦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기다릴거야. 나는 아빠 좋으니까 기다릴거야.'


"아빠 좋아? ㅎㅎ 아가 피곤하면 먼저 자도 돼. 아빠가 한울이 옆에 가서 잘테니까. 내일 하루종일 놀아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




무뚝뚝한 제 밑에서 어떻게 이런 애교쟁이가 나왔나싶어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아직 어리니까 제 본능이 먼저겠지만 혹여나 기다릴까 싶어 아이를 달랬다. 

결국 '응. 알았어. 사랑해' 하는 답변을 받고 끊으려는데 수화기 너머로 다른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참. 그래. 오늘 아침, 와이프가 하루만 도담이를 

맡아주기로 했다는 말이 기억났다. 너도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형아, 나도!) 땀똔- 우리 아빠는요?'


"응? 야, 이석민. 도담이"




정한이를 붙잡고 혼자 계속 이야기하던 석민이 지훈의 말에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와 손에 있던 핸드폰을 가져갔다. 저러다 떨어지면 내가 백퍼센트 니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다행히 지훈의 핸드폰은 매우 안전하게 석민의 손에 들어갔다. 제 입에서 '도담이'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뭐가 그리 좋은지 누가 보면 연애하는 줄 알겠다.




"도담아- 그래, 아빠야- 우리 아들 거기서 잘 지내고 있니? 별 일 없고?"


'아빠, 오느을- 한울이 형아랑 샌드위치도 먹고 게임도 했어.'


"그랬어? 재밌었어? 잘 놀고 있구나, 내 새끼. 역시 넌 내 아들이야"


'아빠 언제 올 거야?'


"응? 그건 아빠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들어가볼게. 담이도 졸리면 형아랑 같이 코- 해"


'알았어. 아빠 빨리 와, 나 아빠 많이 보고 싶어'


"어머! 진짜? 알았어. 아빠도 우리 도담이 많이 보고 싶어~ 사랑해~"




저..저..하회탈. 최승철은 저러고 있고, 홍지수는 왜 내 어깨를 베고 자는지 모르겠고... 우리 아들들 보고 싶다. 나도 아들 있는데.. 내 새끼들은 벌써 자겠지.. 자야지 

자야 쑥쑥 크지.. 군중 속에 고독을 느끼고 있는데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에서 반가운 '카톡!' 소리가 울렸다.




여보야

오빠, 아직 도련님들이랑 있어?


응. 이든이랑 이안이는 다 자?

술은 많이 안 마셨는데 얘네 다 수습하고 가려면 늦을지도 몰라. 먼저 자


여보야

아까 이안이는 아빠 찾다 잠들었어.

언제 또 우리 막둥이랑 친해졌어? 나 샘나게?


이안이뿐만 아니라 이든이도 나 많이 좋아해

내가 살짝 물어봤는데 엄마보다 아빠랬어


여보야
우와~ 윤이든 배신. 엄마가 짱이랬으면서
알았으니까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 와
주량 늘었다고 괜히 오기 부리다 감당 못 하지 말고



그래.. 난 우리 여보야가 이렇게 챙겨준다! 아내의 넘치는 사랑으로 기운 충전한 정한이 주위를 둘러보면... 참 답도 없다. 몇몇을 다소곳하게 잠들어 있지 않나, 
또 한 무리는 아직 홀짝 홀짝 마시고, 나머지는 핸드폰을 붙잡고 실실 웃고 있고... 맘같아선 다 버리고 내 새끼랑 우리 여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네.



"하.. 홍지수. 어이 조슈아 홍~ 일어나지?"

"어! 정하나!! 윤정한!!"

"정신 차려- 제수씨 불러줄까?"

"제수씨? 아~ 우리 자기? 우리 자기 왜?"

"너 데리고 집에 가라고"

"아니쥐 아니쥐. 우리 Darling은 집에 이써야쥐. 아들들이랑 가치 이쒀야쥐. 아름다운 아람다온! 우리 아드을~"



얼굴은 빨간채로 손가락을 휘휘 저어 보이는 지수에 '그래.. 자라 자' 하고 자리를 피한 다음 술도 깰겸 잠시 밖으로 나왔더니 생각지도 못 했지만, 낯설지 않은 
사람이 혼자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1 | 인스티즈






"형..ㅎㅎㅎ"


"아, 깜짝아. 이건 또 왜 이래... 저 로운이 아버님. 집에 들어가셔야죠."




눈빛 봐라.. 제대로 눈이 풀려서는. 버리고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막둥이 술주정(?)을 들어주기로 결심한 정한이 자리 잡고 앉아 혼자 

독백하는 찬이의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었다.




"그쵸! 제가 이로운 아빠 되는 사람임다! 로운이가 제 아들이에요!!"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라고 지어준 이름입니다! 이쁘죠~"

"하.. 우리 로우니 보고 시프네.. 형, 지금쯤 코- 하고 이게쬬?"




"지차 몰랐는데~ 요즘 우리 아드리 얼~마나 이쁜 짓 마니 하는쥐 아라여? 진짜 예뻐..."

"맨날 나 보고 애교 부리구 말도 잘 하고오- 하, 너무 조아 지짜.. 내 새끼쥐만 장난 아니에여..형..."

"나는, 다른 형드리 딸 이따고 자랑하는 거 하~나도 안 부러워여. 형도 그러쵸? 우리 아가가 올마나 애교쟁인데!"



진심으로, 더 격하게 집에 가고픈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다시 들어갔더니 언제 일어난건지 명호와 준휘가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문준휘 저건 취하지도 않아요.. 
서명호도.. 쟨 안 그렇게 생겨서 은근 세다니까.. 역시 중궈런인가...




"아, 마쎠어~"

"마쎠 마쎠!!"

"엉아, 우이 하랑이가아~ 저버네~ 유치오네서~ 봐써?"

"봤지 봤지. 너가 나하테 자랑도 해 짜나-"

"아, 마따! 넘무 예프지 아나여? 곤듀야 곤듀~ 막 하누래서 내여온 거 가타니까?"

"지아니는.. 요즘 무수르 배우눈데 완죤 자래~ 나 달마써. 자래 자래"

"자래? 조아써, 그럼 기분 됴으니까 한 잔 더어~! 하라이랑 지아니를 위하요오~"



술 취하면 예전 발음 다시 돌아오는 건가요? 그럼 전 서명호에게 술을 종종 먹이겠.. 아니, 판사님, 30대 아저씨한테 술 먹일 수 있는.. 저, 안 그럴게요! 둘 다 자기 
의사와는 달리 꼬이는 말들을 잘도 주고 받으며, 98%가 아기 자랑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김밍구 마쑈? 안 마쑈?"

"아, 나 안 마셔."

"아, 왜~ 너 그롬 요기 왜 와써. 여기 이르케 마시며서 놀료고 모인고자나~"

"그건 맞는데, 그냥 얘기하면 되잖아~"



쇼파에 축 처져 있던 민규를 명호가 막 흔들면서 중국인이, 한국말로(물론 다 무너진 발음이지만) 한국인을 꼬드기는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었고, 민규가 지수에게로 
도망치고 남겨진 명호는 핸드폰 속 아내의 사진을 보며 '힝, 나 버려져써.. 자기야, 밍구가 나 버려써..' 하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하.. 지수 형. 나 좀 살려줘..."

"ㅎㅎ 왜? 너 잘 살아있잖아? 머~씼는데?"

"서명호가 나 먹이려고 해."

"마시면 되지. 뭐. 그 김에 나랑 한 잔?"




도망쳐 온 곳에서 발목 잡힌 민규는 결국, 사이 좋게 준휘와 명호, 지수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준휘가 잠시 화장실을 가고, 명호는 다시 곯아떨어지고 둘만 
남았을 때, 민규는 문득 뭐가 생각난 듯 갑자기 소녀밍구로 빙의해 팔짱까지 새초롬하게 끼고 지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ㅋㅋㅋ 갑자기 너 왜 그래? 나 뭐 잘못했어?"

"아, 형! 홍아람 좀 잘 간수해요~"

"어? 아람이? 뭐, 왜! 우리 아들이 어쨌는데 간수를 잘 하래. 지금 되~게 잘 하고 있거든?"

"내가 예전부터 느낌이 쎄했는데, 역시.. 김민규 촉 어디 안 가"



갑자기 아들 간수 잘 하란 말을 뱉어 놓고선 이유도 안 알려주고 혼자 중얼중얼대는 민규를 조금은 한심스레 보다가, 그래도 알 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아, 뭐냐고~ 우리 아람이가 왜~ 말을 해야 고치지. 응?' 하고 살살 달래자 세상 새침한 목소리로 민규가 대답했다.



"아니이~ 요새 우리 다솔이가, 그 집 큰 아들한테 반해서는 나더러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ㅋㅋㅋㅋ 네가 가르쳐 줘야 알지. 그나저나 다솔이 우리 아람이한테 반했어? 역시 내 아들"

"맨날 나보고 '아빠, 아람이 오빠 완전 멋있어. 영어도 잘 하고~' 하면서 얼마나 찬양을 하는지. 내가 학생 때도 안 했던 영어 공부를 하게 생겼다니까요 지금!!"

"잘 됐네! 야, 우리 장남. 학교도 못 시킨 삼촌 영어 공부도 하게 만들고. 대단하네. 훌륭해. 내일 일어나면 칭찬 해 줘야겠다"

"그게 아니잖아요~ 아무튼! 난 우리 다솔이 아무도 못 주니까 그렇게 알고 단속 잘 해요!"



목적을 달성한 민규는 도도한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돌아와서는, 먼저 앉아있던 준휘 옆에 앉더니 '음.. 이 집도 혹시 몰라. 중국어 하는 오빠가 멋있다고 
그러면 또 어떡하지? 문지안 자기 아빠 닮아 또 얼마나 잘생겼어. 하.. 힘드네 힘들어' 하고 혼자 깊은 고민에 빠진다. 김민규가 또 이러는구나 싶어 무시하고 있던 
준휘는 민규 입에서 나오는 제 아들 이름에 아직도 혼자 나름의 계획(?)을 짜고 있는 민규를 툭툭쳤다.



"너 방금 지안이 얘기했지?"

"응. 하.. 진짜 형 얼굴 보니까 더 걱정되네"

"뭐가. 지안이랑 내가 왜 네 걱정이야"

"아, 그런 게 있어. 이쯤 되면 최한솔이랑 서명호가 딸 낳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네. 진짜- 다 아들이었어 봐, 우와~ 상상하기도 싫다"

"얘 뭐야~ 이상해. 진짜"



'지안이 엄마가 그랬지.. 이상한 사람 옆에는 될 수 있으면 가지 말라고.. 피하라고...' 아내의 조언을 중얼거리며 준휘는 민규에게서 대피했다. 민규와 제일 멀리 
떨어지기 위해 반대편 끝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으니, 모든 걸 다 이해한다는 눈빛의 지수가 저를 빤히 보고 있었다.



"어, 형! 김민규 이상해 진짜.."

"민규한테 시달리고 왔어? 내가 그 맘 다 이해해. 방금까지 쟤 나한테 저러다 간 거거든"

"형한테도? 아, 근데 쟤 왜 저래? 막 지안이 얘기하고 걱정된다고 하고.."

"딸을 너무 사랑해서 그래. 딸한테 유일한, 매력적이고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서. 벌써부터 경계하고 질투하는거지"

"무슨 말이야, 그게~ 이해 할 수 있게 설명을 해 달라니까?"

"다솔이가, 아람이가 영어 잘 한다고 멋있다고 그랬대. 그거에 질투난거고. 그래서 나 보기 싫다고 멀리 갔는데. 아마 너 보니까 지안이 생각이 났나보지. 이번엔 
중국어 하는 남자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 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아~ 그런거야? 난 또 뭐라고ㅋㅋㅋㅋㅋ 그럼 한솔이랑 명호는? 왜 다솔이만 걱정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단미랑 소미랑 하랑이는 여자니까. 걔넨 왜 걱정해?"



"우솔이도 있잖아. 영어 잘 하고 중국어 잘 하는 누나가 멋있을 거라는 걱정은 왜 안 해? 아, 그건 제수씨가 걱정해야 되는건가?"



문준휘, 그대는 지니어스. 그러게 왜 그 생각은 못 했을까. 이래서 김민규인가 봅니다. 딸바보 티 내는 것도 모자라, 한 발 더 나아가지 못 하는 저 순수함.. 걸크러쉬는 
안 느껴봐서 아직 모르나..보죠. 누나 멋있어요.. 막 이런 거.. 모르나? 그게 얼마나 인상 깊고 멋있고 반하는 그런 건지 모르나보죠 뭐.



"야, 버노니-"

"왜"

"우리 내기 해"

"뭔 내기"

"이거 해서 누가 먼저 오나"

"뭐가 먼저 와. 똑바로 말 해-"

"아, 바보야~ 카톡을 해, 누구한테? 여보한테. 그래서어~"

"카톡 먼저 오는 사람이 이기는거야?"

"아니지. 요기 먼저 오는 사람"



뿌승관 저게 혼날려고. 감히 어딜 부르나? 이 시간에? 너의 소중한 아들내미 딸내미가 다 자고, 이제야 밀린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이제나 저제나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아가 엄마들을 여기로 소환하겠다고? 너는 쌍둥이 엄마한테 혼났다. 진짜. 다음 날 혼~날 게 이미 다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야, 미'쳤어? 지금 이 시간에 여길 오라고 한다고?"

"응. 나 지금 이 상태로 집에 못 가~"

"내가 장담하는 데 너... 부르면 내일 진짜 혼날 걸? 애기들도 다 자잖아"

"애기들.. 우리 준이랑 원이랑... 아, 나랑 빨리 놀아줘쓰면 좋겠다아.. 야, 나 보냈어!"

"어? 야! 아.. 진짜 미치겠네.."



그렇~게 친구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줘도 이미 취한 승과니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요~ 그저 의식이 흐르는대로, 손과 마음이 시키는대로 한답니다. 
이미 전송버튼을 눌렀고, 글은, 승관이 부인님께 전송이 되었답니다.



여보야. 모해?
나 데리러 오며 안대?



"야, 난 모르겠다. 난 안 해"

"아, 왜에~ 나도 했잖아. 너도 해!"

"내가 언제 OK했어. 그냥 너 혼자 한 거지"

"치~ 그냥 해 주면 안 되냐! 넌 진짜 친구도 아니야..."



한 쪽에선 동생이 어떤 사고를 치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르고, 하나 둘씩 정신을 차리고 잠에서 깨어난 멤버들은 더 늦기 전에 집에 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멤버들은 걸어가고, 몇몇은 함께 택시를 타는 걸로 정리를 하고 일어나려는데, 사고뭉치 승관이는 꼬옥 앉아있다.



"부승관, 일어나. 너도 택시 타고 가야지"

"아닌데용? 우리 자기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

"어? 제수씨가? 여길 온다고?"



'저건 무슨 자신감인가' '안 챙긴 사이에 애가 술이 많이 취했구나' '저런 헛소리를 하는 애였나' 등등 멤버들의 머릿속에서는 수만가지 (부정적) 생각이 떠올랐다. 
준휘가 '시끄러. 빨리 들어가자~" 하며 끌고 가기 위해 팔짱을 끼자 도도하게 팔을 빼면서 암행어사 마패 자랑하듯 핸드폰 액정을 당당히 내 보인다.



우리 Genie(이름이 ~진 이라고 해둡시다)
아이고- 알았어. 주소 찍어보내.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
나 차 끌고 갈테니까 아주버님들도 거기 계시라고 해



'봤죠? 봤죠? 힛, 역시 우리 자기' 자랑스레 내 보인 핸드폰을 다시 소중히 주머니에 넣더니 '내가 이르케 사랑받는다니까요~ 그러니까 다들 앉아서 우리 자기를 
기다립시다' 하며 의자에 앉아 뭐가 그리 신나는지 발장구를 치고 있다. 승관이가 쳐 놓은 사고(?) 때문에 다들 일으켰던 몸을 다시 의자에 붙였다.



"덕분에 편하게 가긴 가는데.. 실례 아니야?"

"그러니까..."

"몰라. 남편이 부승관인 게 죄다 죄.. 우리 제수씨 불쌍하네"



뒤에서 자기 얘기를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울리는 전화벨에 쪼르르 밖으로 나간 승관은 꼬이는 발음으로 최대한 열심히 길을 알려주며, 목을 쭉 빼고 요리조리 살피며 
오늘의 천사님을 기다리고 있다. 넌 진짜 와이프한테 잘 해야 돼.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딨냐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1 | 인스티즈






"헉! 여보! 자기야! 지니야!"


"오셨어? 어디?"


"아, 저 차야? 아니네, 야! 저 차야?"


"와.. 제수씨 스케일.. 머시써.. 야, 너 결혼 잘 했다"




오늘의 걸크는 세준이세원이 어머님이 담당인걸로.. 승'용'차 아니구요, 승'합'차 끌고, 오셨습니다. 아, 멋있다아~ 마침 일 때문에 필요해서 회사 차 빌려뒀는데 그걸 

이런 데 쓰게 될 줄은 몰랐다며.. 내려서는 수줍게 얘기하시는.. 반전매력. 부승관 부럽다.




"자기야~ 와쏘?"


"화상아.. 내가 진짜 못 산다. 너 때문에. 아, 인사가 늦었네요~ 저번에 보고 오랜만이죠?"


"그러게요. 늦은 시간인데, 괜히 저희까지 신경 써 주시고..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에요~ 이왕 오는 거 가는 방향 같은 데 같이 가는거죠. 항상 남편 챙겨주시고 신경 써 주시는 분인데 이정도는 해 드려야죠"


"세준이랑 세원이는요? 애들 자고 있을텐데 이렇게 나오셔도 돼요?"


"우리 애들이 잠은 잘 자요. 1시간도 안 나와 있는 건데요. 뭘. 그리고 이제 커서 자다 일어나도 엄마 안 찾아요"


"자기야.. 준이랑 원이가 나랑 안 놀아 줘.. 나는 놀고 싶은데.. 힝ㅠㅠ"


"집에 들어가서 아가들 깨우지 마. 애기들 건드리면 나 화낸다. 놀고 싶어도 내일 자고 일어나서 놀아 줘. 알았지?"


"아라써.. 집에 들어가서 안 그럴게.."




결국 하소연(?)하는 승관이를 먼저 조수석에 넣은 뒤, 걸어가는 사람들과 짧은 인사를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승관이 부인의 차를 얻어탔다. 조수석에 앉은 남편은 

챙겨준 담요 덮고 곤히 잠들어 있고, 나머지 멤버들도 한 두명씩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다들 잠이 들었다. 한솔이 빼고.




"승관이를 남편으로 둬서 참 고생이 많으세요"


"뭘요, 다 제 업보죠. 저 남자가 뭐가 좋다고 결혼을 해서는.."


"ㅋㅋㅋㅋㅋ승관이가 자랑 진짜 많이 했거든요. 자기 데리러 온다고, 나는 이렇게 사랑 받는다고"


"진짜요? 하~ 내가 못 산다 진짜. 오랜만에 멤버들이랑 술 마셔서 기분이 많이 좋았나봐요"


"아, 근데 멤버 형들 주소 다 알아요? 방향이랑?"


"그 정도 센스는 있죠! 사실, 언니들이 알려줬어요. 물어보니까 바~로 얘기 해 주던데요?"




'이렇게 저희가 남편을 끔찍히도 아낍니다' 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이더니 칠봉이는 내비 언니의 말에 따라 이리저리 운전을 했다. 중간 중간 잠꼬대로




'슬아야- 소아야-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Baby.. Ed.. Luc.. really love u'


'아빠는.. 하누리가.. 참 조아'




라고 하는 아주버님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말동무를 해 주다 어느새 잠들어 버린 한솔까지. 때문에 다들 깨지 않게 조심조심 해 가며 각자 멤버들의 집 앞에 도착해서 

한 명씩 내려주고 마지막, 한솔의 집까지 도착했다.




"한솔씨- 다 왔어요-"


"우으...? 아! 네, 감사해요.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다음에 뵈요~"


"네. 진짜 고마워요^^"




운전석의 칠봉이에게 손 흔들어 인사 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정신도 차리고, 술 냄새도 없어져라- 하고 주문을 외며, 바닥을 보며 가는데, 두꺼운 옷을 입었음에도 느껴지는 찰짐이 제 등으로 전해져왔다. 물론, 그 주인공의 향기도 같이.




"최한소올- 빨리도 들어온다."


"안 잤어? 왜?"


"남편이 안 들어와서 못 잤다. 왜?"


"단미랑 소미는?"


"기다리느라 못 잔 나보다 딸이 중요하다 이거지? 그래? 알았어-"


"그게 아니라- 이렇게 나와 있으면 어떡해."


"뭘 어떡해- 우리 아가들 이제 곧 있으면 6살이거든?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들이라 한 번 자면 안 깨요"


"그래? 아, 그래도 니가 이렇게 마중 나오니까 기분은 좋네"


"나는 아닌데? 추운 날 전화도 안 받는 남편 기다리느라 좀 기분이 별론데?"


"전화했어? 헐! 대박! 지인-짜 몰랐어"




언제 무음모드로 바꿔놨지... 당당히 찍혀 있는 부재중 전화 3통에 그저 '어..헐..대박..'만 반복하던 한솔은, 평소에는 부탁해도 안 날려주던 하트까지 뿅뿅 보내주며 

나름의 사과를 구했다. 새초롬하게 째려보던 아내도 한솔의 애교에 못 이기는 척 '한 번만 봐 준다' 하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승관이는 눈 뜨자마자 침대 위에서 예쁘게 무릎 꿇고 손 들며 혼남+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김민규는 하필 기억이 다 나는 바람에 수치플을.. (괜,찮아~ 

괜,찮아~) 숙취로 고생하는 몇몇도 있고, 이석민씨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쁜 내 새끼-'를 외치며 세수만 하고 아들을 데리러 가서 아내분한테 혼났습니다. 

왜냐면, 잠옷 바람과 까치집 머리를 하고 갔기 때문이쥬  












(별)암호닉(별)

[볼그레][일공공사][너로정한녀][여니][스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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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ㅋㄱㅋㅋㅋㅋ ㅏ이고귀여운아버님들ㅋㅋㅋㄲㅋㅋㅋㅋㄱ
8년 전
Hyunn
귀엽쬬 귀엽쬬- 해가 바뀌고 시간이 지나도 귀요미 세봉이들 어디 안 갑니다ㅋㅋㅋㅋ
8년 전
독자2
으잌ㅋㅋㅋㅋ너무나 귀여운 일상들..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ㅠ좋아여ㅠㅠㅠㅠ
8년 전
Hyunn
여기서 같이 앓읍시다ㅠㅠㅠㅠㅠㅠㅠ 이히힣
8년 전
독자3
ㅋㅋㅋㅋㅋㅋ닭키우는순영이어요 작가님 분량보소.....세봉이들 다 등장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와중에 걸크ㅋㅋㅋㅋㅋㅋ면허 안따려고했는데 따야겠네요 오늘은 서점이나가야지...ㅎㅎㅎㅎ
8년 전
독자4
헐멘 작가님저 첫화부터 다챙겨보고있었는데 암호닉 신청안했었나요....?암호닉 받으시면 [닭키우는순영]강제선물해요 혹시 있더라도 예전에 비회원 예 저맞습니다 작가님 새해복많이받으세요!!
8년 전
Hyunn
분량은 낭낭하니 마음에 드시는지오ㅋㅋㅋㅋ 걸크러쉬 쌍둥이 엄마ㅋㅋㅋㅋㅋ 그대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소서! (하쮸)
8년 전
독자5
으악 세상에 주사너무귀여운거아닌가욬ㅋㅋㅋㅋㅋㅋㅋ ㄴㅓ무귀염네오ㅠㅠ그리고 작가님 분량 짱이에오..♡ 만약에 암호닉 신청되면 [일칠]로 신청ㅇ할게요!
8년 전
Hyunn
분량.. 저는 뭐 나름 하는 건데.. 칭찬 해 주시니까>////< 암호닉 돼죠 돼죠 완줜 돼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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