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는 원체가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겉으로는 다정다감하지 않지만 사실 알고보면 정 많고 따뜻한 남자다. 그걸 아는 건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나뿐이다. 그래 나라는 미친년이 그런 면에 홀라당 넘어가버려서 결혼이란 걸 하고 말았지만. 처음엔 좋았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츤데레 표본인 남자랑 같이 24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난 그 우월감에 빠져 한껏 어깨가 올라갔었다. 그래, 니들이 바라는 그 남자가 내 남자다! 하면서. 또 그의 츤데레적인 행동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남몰래 귀여워하는 게 내 유일한, 무이한 취미이기도 했다. 엄마말대로 결혼은 쉬운 게 아니었다. 누군가는 나를 욕심쟁이라며 손가락질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와서야 나는 츤데레 민윤기가 질려버렸다. 이래서 어린 애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랑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가보다. 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민윤기, 그 역시도 권태기가 왔다는 것. "얘기 좀 해. 민윤기."
"...나 피곤한데, 꼭 지금 얘기해야 되냐?" "너만 피곤하냐? 너만 일해? 세상 너 혼자 사는 척 하지마. 재수없어..."
"하,가만히 있는 사람 성질 건들이지 마라. 짜증나려한다." "난 진작에 짜증나있었어. 야, 너만 일하냐? 나도 일해. 근데 넌 왜 집안일에 손을 한 번 안대냐? 호석이는 말 안해도 집안일 딱딱 해놓는다는데 넌 왜 그러냐고. 아 진짜. 너 같은 거 만나서 내가 뭔 고생이야. 집안일 안할거면 적어도 정리는 해야 될 거 아니야. 여기저기 어지럽히고만 다니고. 니가 두세살 먹은 애새끼냐? 왜 그러고 사는데? 너 진짜 짜증나."
"아가리가 너무 자유분방한거 아니냐? 그러다 후회한다, 너." "아가리? 너나 그 주둥아리 다물어. 뭘 잘했다고 나불대. 그래, 내 아가리 자유분방한 것도 내 신세가 졸라 불쌍해서 이러는 거지. 후회? 후회는 너랑 결혼한 게 후회야.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은 너랑 결혼한 거야. 알아들어?"
"말 다했냐?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지금? 그럼 도장찍던...아,시발..." "뭐? 그래, 야. 찍어! 내가 당장에라도 서류 가져올테니까, 너 찍고 나 찍자. 이 김에 아예 갈라서! 이 나쁜새끼야! 집안일 좀 도와주는 게 그렇게 힘든일이라서 도장을 찍자해? 개새끼..."
"아...야. 미안. 말이 너무 심했...너 울어? 우냐? 아이씨..."
"야...나 봐봐. 어? 울지말고. 아, 울지 말라고." "너 같으면 안 울겠냐! 남편이 이혼하자는데!"
"내가 진짜 그 뜻으로 말했겠냐. 근데 너 이렇게 우는 것도 내 눈엔 예뻐보이는데 나 미친새끼라고 욕할거냐?" 잠이 안와서...☆ 평소랑은 다르게 써봤는데 어떤가요? 역시 그 전이 나은가요... 전 이제 자러 가볼게요. 잠이 들지 안들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