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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그런 것들이 있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미묘한, 새벽과 아침 사이의 오묘한. 딱 그것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애매한 경계점. 너와 나의 사이 같은 것.

 

 

 

 

[방탄소년단] 우리들의 청춘 보고서 01 | 인스티즈

 

 

:: 우리들의 청춘 보고서 ::

01

 

 

 

 

너희 언제부터 만났니? 라는 질문에 우리 둘 중의 누구도 딱 언제부터 만났다고 정의 할 수 없었다. 정확히 하자면 엄마 뱃속에서 열심히 세포 분열하고 있었을 때 쯤. 아마도, 그랬다. 우리는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첫 숨을 들이 쉬었다. 엄마의 첫 젖을 빨 때도 우리는 함께였다. 쌍둥이는 아니었다. 우린 엄마도, 아빠도 달랐다. 그 날, 그 시간, 그 공간에 우리 서로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평생 서로를 알지 못 해도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장담하는 건 우리는 그 어떤 쌍둥이들보다도 더 쌍둥이 같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둘 다 외동이었다는 것. 처음부터 외동으로 계획되어 태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우리 둘의 부모님은 우리 이후로 그 뱃속에 어떤 작은 씨앗 하나를 품지 못했다. 우리 엄마는 나를 낳은 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더 이상의 임신은 무리라고 의사는 엄마에게 여자로서의 사형 선고를 내렸다. 태형이의 어머니는 태형이가 옹알이를 시작했을 때 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태형이나 나나 동생을 두지 못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는 없었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무언가 얻는 것이 있다면 무언가는 잃어야만 했다.

    

 

 

, 태태!”

 

 

 

태형이네 아버지는 아주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다. 원래부터가 워커홀릭이었는지,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인한 병적인 행동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 때의 나는 너무나도 어렸고, 아저씨가 그것을 기억해내기에도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으므로 원인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아침마다 잠에 취해 비몽사몽한 상태의 태형이를 한 손에 안아들고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던 정장 입은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아침마다 우리 집 거실 쇼파 위에 눕혀지던 태형이의 등판에서 안쓰러움을 읽었다. 똑바로 눕혀줘도 태형이는 작은 잠꼬대를 하며 등받이를 향해 돌아누웠다. 조금 더 컸을 때는 태형이가 자고 있는 게 아니라 자는 척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언제나 삼초. 눕혀지고 일, , 삼을 세면 태형이는 한 쪽 눈으로 작게 실눈을 뜨고 잠꼬대를 하는 척하고 돌아누웠다. 엄마는 아이고, 이 어린 것이 엄마 품이 그리워가지고 또 파고드네.’하고 태형이를 품에 안았다. 나는 또 그게 질투가 나서 엄마 배꼽 근처에 달랑 거리는 태형이의 발바닥을 꼬집었다. 멍이 들 정도로 꼬집어도 태형이는 아프다는 내색 한 번을 안 하고 엄마 품에 안겨 있었다. 하루는 그랬다. 또 삼초가 지나고 태형이가 돌아누웠을 때, 나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 내가 비밀 하나 말해줄까? 태형이 맨날 일어나 있는데 자는 척 하는 거다? 엄마한테 안기고 싶어서! 그러니까 오늘은 안아주면 안 돼. 왜냐면 엄마가 거짓말은 나쁜 거랬잖아.”

    

 

 

 

태형이의 작은 등이 움찔하고 움직였던 것을 나는 보았다. 안쓰럽게만 보이던 그 등이 그 날 만큼은 얄미웠다. 그래서 나는 태형이의 볼을 긁었다. 일어나라고. 거짓말은 못된 거라고. 그렇게 소리 쳤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지금 내려다보고 있는 이 마른 뺨에 난 움푹 패인 상처가 그 때 내가 남긴 상처다. 보고 있자니 또 미안해지네.

    

 

 

 

뭘 빤히 봐. 뚫어지겠다.”

 

? 아니, , 너가 안 일어나니까!”

 

말은 왜 더듬는데.”

 

, 내가 뭐. 괜히 혼자 망상하지 또.”

 

아니거든.”

 

아뉘고두웅.”

 

뒤질래.”

 

뒤쥘뤠.”

 

가시나가 진짜.”

    

 

 

 

우리 엄마의 꾸준한 사랑과 관심 덕택인지 태형이는 반듯하게 자랐다. 어디 가서 모자르게 자랐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정도로. 오늘 우리는 스무 살의 첫 봄 날을 위해 아침부터 분주해졌다. 대학교 입학식. 그 곳을 가야 했다. 우리는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내리 같이 다녔다. 고등학교만큼은 태형이는 남고, 나는 여고로 떨어지는 바람에 같이 다닐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같은 재단의 학교인지라 담 하나를 넘으면 서로의 학교를 오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었다는 게 큰 흠이었다. 심지어 매점은 두 학교가 같이 사용했더란다. 덕분에 매점 죽순이, 죽돌이인 우리는 매 쉬는 시간마다 얼굴을 마주쳐야만 했다. 게다가 등교도 하교도 같이 했으니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우리는 약속을 했다. 같은 대학에 가자. 우리는 그 목표 하나로 3년을 달려 왔고 오늘이 바로 그 결실을 맺는 날이었다.

 

 

 

 

으레 대학 입학식이 그렇듯 사람들은 붐볐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는 왁자지껄하게 공기를 떠다니고, 새 신발, 새 옷, 새 가방, 새 무언가와 함께 신입생들은 새 공간과 새로운 관계에 어색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김태형과 나도 다를 건 없었다. 우리의 관계는 헌 것일지라도 새 것들 사이에서의 우리는 명백히 새 것이 되었다.

    

 

 

 

 

 

*

    

 

 

 

 

 

신입생의 봄은 술과 해장의 계절이라는 말엔 틀린 구석이 하나 없다. 밤은 술로 아침은 해장국으로 위를 채우고 있는 나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이러려고 대학에 들어온 게 아닌데. 남녀성비가 고르지 못한 과에서 아싸가 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 중 다수의 놀이터에 낑겨 노는 게 제일 편하고 쉬운 일이었다. 라고 감히 판단을 내렸다. 감사하게도 그간 노력이 빛이라도 바랬는지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동기건 선배건 나를 호출했다. 나가보면 나는 술자리 유일한 여학우가 되어 있었다. 한 달 사이에 숙취음료 값으로만 10만원이 넘는 지출을 했지만 좋은 교우관계를 위해서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사태가 올 줄 알았다면 절대로, 절대로 부른다고 다 나가는 게 아니었다.

  

   

 

 

 

 

쟤라며? 공대 여우.”

대전페이지 봄? 쟤가 걔래.”

    

 

 

 

 

걸레.

여우.

쓰레기.

창년.

등등

    

 

 

 

 

모두 나를 대신하는 단어들. 아싸가 되기 싫어서 한 행동이었는데 아싸는 무슨 공대는 물론이거니와 의과대학, 문과대학까지 발 없는 말은 누구의 입을 타고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퍼져 나갔다. 말 그대로 그냥 대학 왕따가 되어 버렸다. 숙취음료에 쏟아 부은 내 돈들이 아까워 배가 아팠다. 소문에 의하면 나는 어장은 기본이오, 남자를 홀릴 줄 알고, 남자경험은 손에 꼽지도 못할 정도로 많으며 엉덩이는 가벼워 아무 남자에게나 대주고 다니고 침대 위에서 스킬 또한 엄청나서 남자 여럿 복상사 시킨 그런 대단한 창녀가 되어 있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깜찍한 생각인지 미간이 다 찌푸려졌다. 소문과 다르게 나는 이 대학내에서 아는 남자라곤 김태형과 과 동기와 선배들이 전부였고, 남자경험은 고사하고, 연애 경험조차도 없는 여고 나온 쑥맥 중에 쑥맥이었다. 막말로 소문따라 남자 낚는 어부 될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나였다. 시발, 소문대로라면 이미 하나 물었겠지. 진짜 억울하기 짝이 없다.

    

 

 

 

 

혼자 사람이 없는 식당 찾아서 전전긍긍해하는 것도 좆같다. 하나뿐인 불알친구마저도 새 친구들에게 잘 보이느라 바쁘단다. 인생 헛살았다. 남들 다 3000원짜리 학식 먹고 있을 때 나 혼자 5000원을 훌쩍 넘는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 것도 아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직 15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용돈이 바닥을 보여 간다. 미치겠다. 알바라도 해야 하는 건가.

    

 

 

 

, ! 넌 사람이 부르는 데 한 번을 안 돌아보냐.”

    

 

 

 

김태형이었다. 헉헉 거리며 잡아 세우는 꼴이 꽤나 멀리서부터 불렀던 듯 했다. 한참을 숨을 고르고 김태형 입에서 나온 말은 가관이었다.

    

 

 

 

소문, 사실이야?”

    

 

 

 

 

헛웃음만 나왔다.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 겨우 진정시켜놨더니 김태형이 어디서 포크레인을 끌고 와서 10톤짜리 바위를 내 머릿속으로 투척했다. 파장은 꽤나 컸다. 아니, 다른 사람은 다 그렇다 쳐도 김태형만큼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싫었다. 사람들은 그렇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소리치고 발버둥을 쳐도 사람들은 내게는 관심이 없다.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흥미로운 것들에 집중할 뿐. 김태형도 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이제야 알았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불알친구 하나 잃은 나에게 애도의 표시를 해야 하는 건가. 혼란스럽다.

    

 

 

 

 

 

 

 

이러나 저러나 결론이 김태형은 개쓰레기다. 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작가의 주저리

예에~ 결국 작가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새로 필명을 팔까 말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빙의글 쓰는 필명인데...하고 올려봐요.

고르기글이나 제대로 써! 라고 해도 할 말이 없..어요...

분량은 적은편입니다. 저 문구를 없애고 싶은데 얼마나 써야지 보통인 편입니다가 뜰까요...

사실 이것도 한글문서로 3쪽짜리 분량인데...ㅁ7ㅁ8

한 6쪽쓰면 보통인 편입니다가 뜰까요...?

고르기글과 함께 아주~아주 간간히 업뎃 될 예정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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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0.224
당연히 아니지...그렇게오랜세월 봐놓고 그런말이나오니ㅜㅜ아 뭔가 서운하네요 저렇게얘기한다는게ㅜ
8년 전
탄소동생
ㅜㅅㅜ...태형이 맴매ㅜㅜ
8년 전
비회원174.16
이글이제일재밋는것같아요♡-♡♡
8년 전
탄소동생
우왕ㅠㅠㅠ감사합니다ㅠㅜㅜ
8년 전
독자1
태형이 일루와! 좀 맞아야게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 그럴수 있니ㅠㅠㅠㅠㅠ너는 그러면 안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탄소동생
맞아요...그러면 안되는데...불맠도...그러면...안되...는데...(우울)...
8년 전
독자2
(우울)....ㅠㅠ
8년 전
독자3
하ㅠㅠㅜㅠ 독방에서 추천받고왔는데ㅜㅜㅜㅜ짱인것같아요ㅜㅜ사랑합니다작가님ㅜㅜ
8년 전
탄소동생
호곡...어떤 착하신 분이 제글을...ㅠㅠㅠㅠ왐마ㅠㅠㅠㅠ완전 감동인데요ㅠㅠㅠㅠ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으앙ㅠㅠㅠㅠㅠ앞으로 더 잘 쓰도록 노력할게요ㅠㅠㅠ
8년 전
독자4
아 태형아 정말 아니야 그거....ㅠㅜㅜㅜ
8년 전
독자5
작가님 이제야 이 글을 읽게 되었네요ㅠㅠㅠㅠㅠ 그 전 고르기 글은 비회원의 신분으로 읽곤 했었는데 어느새 회원의 신분으로! 당당하게 포인트 내고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ㅠㅠㅠㅠ 그 전엔 댓글 달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달아봐요!
8년 전
독자6
태형이 때찌해야겠어요. 아주 나빴어, 니가 그러면 안되는거야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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