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기위해 일찍 일어났다. 밤새 혼자 울며 먹지도 못하는 맥주 한캔을 홀짝거렸지만 백현이가 나를 다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자는 동안이라도 백현이에게 연락이 왔었나.. 급히 머리맡에 두었던 폰을 확인했지만, 그에게서 온 연락은 역시나 없었다. 뭘 기대한거야... 빨리 준비나 해야겠다. *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는길.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어제 백현이의 눈빛이 아른거린다. 개같은새끼... 어제 뺨이라도 때릴걸.. 어제 일로 사이가 틀어진것은 맞지만, 아직 헤어진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학교에서 걔얼굴을 어떻게 보지...미치겠네 학교 정문 근처에 가서 편의점을 찾아갔다. 어제 술을 마셔서 그런가 머리가 살짝 지끈거려, 숙취해소제 하나를 골랐다. 그래. 걔는 날 안좋아하는데, 나혼자 애태워서 뭐해. 그냥 참고 이기분을 갚아주고 싶었다. 만원짜리 지폐를 가방에서 꺼낸후, 카운터로 향했다. 이미 내 앞에 한 남자손님이 있길래, 뒤에 서서 기다렸다. 아니, 근데 뭔 아침부터 담배를 사.. "5900원입니다." "어, 지금 지갑이 사라졌는데.." 앞에 있던 남자가 가방을 뒤지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오... 시간도 없는데 도대체 누구야. 시계를 힐끔보다가 앞에 있는 남자를 슬쩍 봤다. 박찬열..? "찬열선배..?" "..어? 김여주?" *
"아아, 진짜 나 쪽팔려 죽을 뻔했는데, 김여주 덕에 살았다" 결국엔 내가 찬열선배의 담배까지 사줬다. 그리고 지금은 같이 나란히 건물 문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ㅋㅋㅋ나없었음 어쩔뻔한거에요ㅋㅋ" "후배님, 제가 밥한번 사드릴까요?" "오. 한우?" "ㅋㅋ알았어." 사실 학교에선 백현이랑만 있었어서 친한 남자는 없었다. 백현이가 아닌, 다른 남자와 이렇게 대화하는것도 진짜 오랜만이다. 왠지 기분이 들떴다. 그런 내가 신기했던지, 힐끔힐끔 쳐다보는 여자들도 있었다. 찬열선배에게 굳이 인사를 하고 말을걸며 나를 견제했다. "아참, 넌 아침부터 왠 숙취해소제를 산거야? 혹시 어제 술마셨어?ㅋㅋㅋ" "아... 사실 백현이랑 좀 싸웠어요..." 내가 당황하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하는 선배의 말을 끝으로 정적이 흘렀다. 우리 과에서 나와 백현이는 유명한 커플이다. 그만큼 사이가 예전같지 않다는것도 유명하다. 선배도 그걸 알기에 당황한것같았다. 그뒤로는 정적이 흘렀다. 선배가 무슨말을 해야할지 어쩔줄 몰라했지만, 모르는척 했다. 어느새 걷다보니 강의실 앞이다. 다른 동기들과 대화하는 중인 백현이의 모습도 보였다. 우선 어색하니 빨리 들어가야 겠.. "너.. 그래도 걔랑 잘 지내고있지..?" 재빨리 강의실로 들어가려 몸을 트는데, 선배가 급히 뒤에서 다급히 내 손목을 잡아왔다. 순간 억.소리가 났고, 강의실 안에 있던 몇몇이 이쪽을 본다. 그들을 따라 백현이도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당황스러웠다. 형식상 물어보는말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것인지. 평소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였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네...뭐, 그럭저럭," 사람들 틈에있던 백현이 아무표정없이 나와 붙잡힌 손목을 주시하는데, 뭔가 보여주면 안될것 같았다.
"찬열선배~!!!" 대충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뒷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찬열선배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한 갈색머리의 여자가 급히 오더니, 찬열선배에게 팔짱을 꼈다. "어..아, 안녕." 찬열선배가 팔짱이 걸려진 팔에 움찔하더니, 대답했다. 여자가 앵길수록 당황하며, 내 눈치를 본다. "선배~~. 여기서 뭐해요?? 수업끝나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갈까요?" 여자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선배에게 애교섞인 목소리를 냈다. 아마 나를 견제하는 듯 했다. 찬열선배가 당황하며 눈을 굴리더니 갑자기 내 어깨를 잡아당겨 감싸왔다. "오늘 내가 빚진게 있어서, 얘 밥사주기로 했는데.. 어쩌지?" 내가 당황해서 쳐다보니 나를 내려다보며 살짝 눈웃음을 해온다. 얼굴이 빨게지겠다. 이러다가 "아..; 있다가 연락할게요..ㅎ" 찬열선배의 완전한 거부표시에 여자는 나와 선배를 번갈아 보더니, 그제서야 팔짱을 풀고는 말했다. 그러고는 급히 자리를 떴다. 아까 나를 째려보던 눈빛이 계속 신경쓰였다. 내가 그여자의 뒷모습만 보며 멍하니 있자, 선배가 내 팔뚝을 잡고 급히 강의실로 들어왔다. "쟤. 신경 쓰지마.있다가 수업끝나면 나한테 와라?" 나만 들리게 귓가에 속삭이고는 자기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가기 시작했다. 아니, 누구마음대로..? 자기할말만 하고 가버리는 게 웃겨서 쳐다보는데 그제서야 백현이 생각이 났다. 고개를 돌려 백현이쪽을 보니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다만, 다시 동기들과 대화 중이었다. 아.. 내가 남자랑 있을때만 살짝 신경쓰더니, 다시 본체도 안한다. 하긴.. 어제 싸웠잖아.. 살짝 소심한 성격이던 나는 친구가 많지않았다. 그래서 백현이가 수업때마다 내 옆자리를 맡아주웠었고, 나도 자연스레 백현이와만 다니게 된것이었다. 오늘은 역시나 백현이 곁에 내 빈자리는 안보였다. 벌써 뒤에서 쟤네 싸웠나봐.라며 속삭이는 여자애들 소리가 들리는것같았다. 그냥 다른자리에 앉아야지. 하고 몸을 트는데, 백현이가 나를 불렀다. "여주야. 어디가. 와서앉아" 내가 주춤거리자 그는 자기옆에 앉아있던 한 남자동기를 밀치기도 한다. "야! 오세훈. 비켜. 우리 여주자리야." 장난 스런 그의 행동에 주변애들은 깔깔 웃었고, 남자동기는 아씨발,미친새끼라며 욕하더니 순순히 물러났다. 자연스레 그들은 나를 보며 안앉고 뭐하냐는듯이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반강제로 자리에 앉았다. "여주야. 박찬열선배랑 뭔 얘기한거야??" 내가 자리에 앉아 책을 가방에서 꺼내는데, 백현이 앞에 서있던 한 여자동기가 물어왔다. 쓸데없이 궁금한것도 많아.. 그 물음에 내가 살짝 고개를 드니, 턱을 괸체 조용히 날 쳐다보는 백현이와 눈을 반짝이는 여자동기들이 있었다. 분명 내가 그선배랑 바람을 피고, 헤어지고, 백현이랑 지들이랑잘해보고싶다는 전개를 원하는거 겠지. 백현이도 말은 없었지만, 나름 대답을 기다리는것 같았다. "그냥.. 별얘기 없었어.." 일부러 이렇게 더욱 답답해지는 대답을 했다. 그러자 백현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가 외간남자랑 있던것도 처음볼텐데 대답도 안하니 답답하겠지. 속으로 뭔가 호탕함을 느꼈지만 긴장한척 말을 아꼈다. 그러자 그가 턱을 괸 손을 빼더니 물었다. "왜그래. 어제 일때문에 화나서그래?" 아. 니가 너무 당당하게 굴어서 어제일을 잊은줄 알았다. 이제보니 알면서 슬쩍 넘어가려고 한거였네. 다시 기분이 나빠졌지만, 참고 말을 이었다. "아니.. 내가 어제 너무 예민하게 군것같아. 미안해." 분명 떽떽거리며 화내야할 내가 아무렇지 않게 사과까지 하자 그가 당황한게 보였다. 자꾸 틀어지던 우리가 이렇게 다정하게 나오자 여자들의 표정도 굳어진다. 아. 이런식으로 엿먹이는건가? 뭔가 조금은 알것같았다. 어떤식으로 그를 길들일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랜만에 왔어요!! 여주 캐릭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사아알짝 여우같은? 좀 영악한 설정으로 하려는데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