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울지 않는다
01
고등학교 졸업 후 나는 대학에 진학했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네가 없는 나는 다시 우울해지고 한없이 어두워졌다.
내 인생의 밝은 빛은 오로지 너 하나였다. 눈을 감고 열 여덟 앳된 너를 떠올릴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너를 장장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새벽 3시 8분, 아니 9분이었다.
추운 1월 새벽 3시, 내 기억 속 한 떨기 꽃과 같았던 너를 이 지저분한 홍등가에서 다시 만났다.
교복 치마에 가려진 네 다리가 항상 궁금했었다.
가는 종아리만큼 허벅지도 가늘까, 아냐 의외로 허벅지는 통통할지도 몰라.
아무도 모르게 숨겨왔던 고등학교 시절 나의 궁금증이 풀리던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너는 내 상상보다 훨씬 가늘고 예쁘고 하얀 다리를 가졌다.
그런 네 다리에 주위 남자들의 시선이 멈추는 걸 알고 짧은 치마를 입은 걸까.
너는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거짓말을 아주 조금 보태서 이 세상에서 너보다 예쁘게 웃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너를 우리 학교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 심지어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좋아했다.
미술시간 인물화의 모델은 언제나 너였고, 반 학생들의 사절지 종이 위엔 예쁘게 웃는 마흔 명의 너가 있었다.
그림을 보고 민망하다며 수줍게 웃는 그 모습도 정말 예뻤다.
너의 웃는 모습의 가치는 얼마일까. 감히 돈으로 환산 할 수 있을까. 아마 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네 웃는 모습을 살 수 없다 생각했는데,
지금의 너는 고작 만원 열 장에 웃음을 팔고 있었다.
“태연씨, 회식 끝나가는데 왜 안들어와요. 추운데 얼른 들어오세요.”
“...네, 들어갈게요.”
너를 항상 그리워했다. 다시 만나는 날이 올까? 동창회에 나가면 너가 올까? 나이를 먹은 너의 모습은 어떨까? 더 성숙해지고 예뻐졌겠지.
우연이라도 마주치지는 않을까. 한번은 마주치겠지. 마주치겠지. 오늘은 마주치겠지. 마주치겠지.
내 기도가 너무 간절했나보다.
바람을 쐬러 밖을 나온 내 잘못이다.
오늘 회식에 참석한 내 잘못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너와 같은 반이 된 내 잘못이다.
아니면 너를 여전히 좋아하는 내 잘못일까, 미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