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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성찬 엑소
12월의 아이들 전체글ll조회 339l 1
지훈의 곁에는 언제나 그 사내가 함께하였다. 사내인지, 여인인지. 그 성조차 모르는 채로 늘 자신을 보호하는 이에게, 지훈은 방 안 호롱불을 켜놓고 가끔 새벽 빛 닿는 밤에 두어 번 고마움을 표할 뿐이었다. 근 세기 들어 제일가는 탐관오리의 시대, 왕의 두 번째 아들인 지훈은 숨을 쉬는 것조차도 버거워 스스로 저를 밟고 울음을 토해내고는 하였다. 그럴 때에 어찌 알고서는 창호지 하나를 사이에 둬 나즈막히 읊조리는 목소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서 지훈을 따스히 감쌌다.  

급박함을 담은 발소리가 어지러이 지훈의 방을 뒤덮었다. 궁이 붉게 물드는구나. 처음 일어난 지훈의 머리를 때린 생각은 내세우던 침착함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떨리는 손으로 하얀 손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검을 찾아 부여잡고, 뒷문으로 황급히 나선 발걸음은 갈 곳을 잃는다. 울컥 올라오는 울음에 두 손으로 입을 막아 정처 없이 길을 나서는 지훈의 무릎 께를 덧댄 천은 여린 살결이 쓸려 붉은 피로 축축해진지 오래였다. 제 주변을 감싼 죽림과 멀찍이 보이는 횃불의 빛, 고함 소리와 말발굽 소리. 생전 처음 겪는 아수라장에 지훈이 주저앉을 무렵, 바로 그때였다. 가녀린 손목을 굳건히 잡은 손은 다름아닌 사내의 손.  

 

- 이리로. 

 

익숙하다못해 따스한 목소리가 지훈의 귓전에 울린다.  

자꾸만 힘이 풀리는 지훈의 다리에 몇 걸음 못 가 결국 사내가 낭창한 몸을 안아들었다. 피라도 토할 것처럼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지훈이 못내 불안한지 사내는 발걸음을 빨리 하면서도 연신 품에 안은 몸을 내려다 보았다. 폭풍의 눈, 목을 조여오는 긴장감 그 가운데서의 고요. 이윽고 정적을 깨는 고함 소리에 사내는 지훈을 내려놓고 칼을 꺼내든다. 지훈의 엉성했던 폼과는 달리 빠르고 민첩한 동작과 어스러이 달빛 받아 빛이 나는 칼날. 어찌할 바를 몰라 손톱을 깨무는 지훈의 뒤로 소년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리 오셔야 해요. 곧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어서요, 어서. 

 

종종대는 발걸음 새로 지훈이 다급히 뒷모습만을 보이는 사내의 손목을 잡아챘다. 제 죽음을 이미 알아 온기를 잃었던 눈이 지훈을 담으며 어둡게 빛난다. 

 

- 네, 네 이름이 무어냐.  

 

떨리는 목소리는 한줌 재가 되어 흩어지고, 지훈을 향한 그림자의 마음이 닿아오는 순간. 끝이 없는 헤어짐을 예견한 그 사내는 지훈의 눈높이에 맞춰 허릴 숙인다. 두 손으로 사내의 얼굴을 더듬어도 보고, 그 눈을 마주한 지훈 또한 예견하고야 만다. 빈 자리 없이 빼곡히 못박힌 마음 위 한 번의 생채기. 눈물 가득히 차오른 지훈은 아이처럼 사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죽음 가득한 탁한 공기 속, 두 시선이 마침내 얽힌다. 두 마음이 보는 이 축복 하나 없음에도 따스하게 맞닿는다. 

 

... 虎 視, 호랑이의 눈을 닮았구나. 

 

훗날 희대의 선왕이 되었음에도 숨이 멎는 날까지 혼자 여생을 보낸 그의 말은, 칼끝 속 시퍼렇게 사라진 사내의 묘에 영원토록 자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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