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_소꿉친구랑_둘이서.avi
W. 옐
Taylor Swift - We are never ever gettin back together (inst.)
1.
"태형아! 김태형!"
김태형의 잘생긴 외모에 감탄하며 야자 째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내 자신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옆에서 아미밤을 열심히 흔들고 있는 전정국이 기특해서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니 혐오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여긴 세연이랑 같이 올려고 티켓팅을 해둔 건데 글쎄, 박세연 이 불쌍한 애가 가족 여행을 가버렸다. 그리고 같이 갈 애를 찾다가 데려온 게 마이 베스트 프렌드 전정구기! 거의 끌고 온 거지만 그래도 나름 내가 시킨대로 사진도 찍고 아미밤도 흔드는데 우리 정국이 다 컸네.
"시발, 내가 다신 오나 봐라."
"아 왜. 솔직히 재밌었지 않냐. 나 태형이랑 아이컨택했어. 오늘 잠 다 잤다."
"어휴, 그 김태형은 눈 안 썩었나 몰라."
"정국아 혹시 북한에서 제일 심한 욕이 뭔 줄 알아?"
"뭔데."
"알려줄까? 내가 지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
"내래 동무의 7번과 8번 갈비뼈 위치를 혁명적으로 바꾸겠…"
"해보던가."
"아, 뒤져! 진짜!"
전정국이랑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끼리도 친하고 바로 옆 집이라 친해질 수 밖에 없는 관계였다. 그런데 같은 중학교에, 같은 고등학교에…. 대학교는 정말 같은 곳 안 가길 정말 빌고 빌…아니 애초에 못 갈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새끼는 공부를 존나 잘 하거든.
"너 진짜 싫어."
"또 왜."
"나랑 비교되게 넌 왜 그렇게 공부를 잘 해서…. 어후, 됬어."
"이 오빠가 머리가 워낙 좋아야지."
는 무슨 칭찬만 하면 좋다고 자랑질하는 전정국이다. 저 새끼는 저러니까 여친이 안 생기는 거야.
2.
"정국아 이거…."
스위스였나 유럽 어디를 다녀왔다던 세연이가 돌아왔다. 그리곤 나에게 기념품을 주고 전정국한테도 기념품을 주는데 아니 잠깐, 왜 전정국 기념품이 더 가치있고 좋아보이지? 이거 은근 질투나는데? 그런데 전정국에게 선물을 건네는 세연이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표정이 무슨 짝사랑하는 사람한테…. 화이트데이 때 수줍게 사탕 건네는 그런 모습이랄까. 설마 우리 세연이가 전정국을 좋아할리가 없겠지만.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전정국이 축구를 하러가고 나는 세연이랑 같이 매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물면서 교내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세연이가 나를 쿡쿡, 찌르길래 나는 뭔가 싶어서 옆을 쳐다보니 대박. 저 선배 보기 쉬운 게 아닌데 근간 3일만에 학교에서 보는 것 같다. 민윤기 선배가 음악실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저 선배는 피아노도 잘 치고, 작곡도 잘 하고…. 못 하는 게 뭐람. 이렇게 세상이 불공평하다니. 인생.
"오 저 선배는 못 하는 게 뭘까."
"너 윤기 선배 좋아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저 선배를 좋아한다고?"
"…아니야?"
"음…호감은 있는데 한 번도 말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럼 내가 자리 만들어줄까?"
"뭐래 얘가…?"
마치 내가 호감이 있다. 라는 말을 하길 기다린 것처럼 입에 부스터 모드를 킨 세연이가 이것저것 모터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얘 왜 이래 갑자기. 당황스러워서 먹던 아이스크림만 물면서 세연이 이야기를 듣는데 축구를 다 하고 온 건지 엄청난 땀 냄새를 풍기며 학교 안으로 친구들과 들어오는 전정국이 보였다. 땀으로 샤워를 한 건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전정국이 신기해서 인상을 찡그리며 보는데 그런 날 발견한 건지 내게 달려오더니 아이스크림을 빼앗아간다.
"아, 시발! 한 입 밖에 안 먹었다고!"
"왜 이래. 나 한 입만 먹을게."
투닥거리는 나와 전정국을 지켜보던 세연이가 손에 들려있던 아직 뜯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전정국에게 건넸다. 순간 동작이 멈춘 우리 둘은 세연이가 건네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헐, 진짜 세연이가 전정국을 좋아해…? 나는 전정국의 손에 들려있던 아이스크림을 뺏었고 둘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로 먼저 올라가고 있던 다른 친구를 발견하곤 둘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그런데 세연이 취향 참 독특하다. 나랑 같이 방탄을 덕질하는 애가 뭐 저런 애를…!
3.
평소 같았으면 전정국이랑 하교 할 참인데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혼자서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래 뭐 자립심도 키우고 좋네. 그래도 우리 동네에는 가로등이 듬성듬성이라서 조금 무서운 건 사실이였다. 그저께 전정국 때문에 이상한 귀신 영화를 봐서 그런지 뭐가 튀어나올 거 같은 게…
"워!"
"악, 미친!"
놀라서 뒤로 자빠져있는 나를 보던 전정국은 낄낄대면서 웃기 시작했다. 창피함이 머리 끝까지 올라와서 전정국을 째려보고는 손을 건네길래 잡고 일어스면서 정강이를 한 대 까주니 악, 하고 정강이를 부여잡는 전정국이였다. 하, 진짜…. 아직 김태형이랑 말도 안 해봤는데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데….
"너 근데 왜 먼저 갔냐."
"…어, 음…."
"박세연 때문에?"
"…헐, 어떻게 알았어?"
"걔 근간에 나한테 겁나 잘해줬잖아. 남자의 촉이랄까."
"찌질아, 남자는 촉같은 거 없어. 그래서 세연이는 어쩌고."
"데려다줬지. 나 장하냐?"
나 장하냐? 라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뿌듯한 표정을 짓는 전정국이였다. 왠지 모르게 미웠다. 그냥…. 재수없어. 마음에 안 들어서 보폭을 빨리해 전정국을 지나쳐 걷자 전정국이 뒤에서 달려오며 나보고 왜 그러냐면서 실실 웃는다. 아, 진짜 얄밉다.
"설마…. 너도 나 좋아해?"
"으, 차라리 나한테 욕을 해."
"근데 표정 왜 이래."
"치즈 케이크 먹고 싶은데 집에 없어서 빡침."
"하여간…. 우리 집에 남는 거 있는데 그거 갖다 줄까?"
"그래주면 감사하지."
짜증을 가라앉히고 집 안으로 들어와서 핸드폰을 카톡을 확인하니 전정국에게도, 다른 친구들에게도 와있었지만 제일 눈에 띄는 카톡은 세연이의 카톡이였다. 카톡방을 눌러 세연이의 카톡을 읽기 시작했다.
세연이
- 야 오늘 진짜 고마워.
- 너 나 정국이 좋아하는 거 눈치챘냐ㅋㅋㅋㅋㅋ 오후 9시 43분
별로 답해주기가 싫어져서 카톡만 읽고 그대로 핸드폰을 던졌다. 기분이 묘했다. 헐, 설마 성이름 너…! 당장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들어가 방탄의 스케줄을 확인했다. 오늘 애들이 뭐하고 있는지도 모르다니…! 기분이 찝찝했던 게 이거 때문이였구나! 스케줄을 확인하며 공백이라고 되어있는 것과 공식 계정에 올라온 애들의 휴가 사진을 보며 마음의 안식을 처했다. 어휴, 이제 마음이 편하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힐링을 하는데 그 때 마침 집에 초인종이 울렸고 나가보라는 엄마의 말에 방에서 나와 문을 열었다.
"자."
"넌 무슨 집에서 치즈케이크를 만들…."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있던 전정국이 웃으면서 케이크를 건넸다. 그런데 집에서 먹던 거라면 케이크가 보통 이렇게 안 깔끔하….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건 애초에 새 거 잖아. 놀라서 전정국을 바라보니 전정국은 뭐, 고맙다고 말 안 하냐. 라고 내게 투정거리며 말했다.
"너 설마 사온 건 아니지…?"
"내가 너한테 그런 시간을 소비하게 생겼냐? 단어 하나를 더 외우겠다."
"그렇지…? 놀래라."
"잘 자라, 이 오빠는 갈테니."
"어…. 잘 먹을게! 전정국쓰!"
전정국이 집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문을 닫았다. 왠지 모르게 차가운 치즈케이크의 촉감에 기분이 좋아져 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내가 이렇게 먹을 것의 노예였다니. 하긴 돼지가 맞긴 하지만…. 왠지 씁쓸해지는 느낌이였다.
4.
평소와 같이…. 아니 전정국의 같이 등교하자 라는 문자와 전화를 씹고 빠르게 학교로 왔다. 몇 분 뒤에 같이 들어오는 전정국과 세연이에 기분이 묘하게 씁쓸했지만 나는 애써 풀고 있던 수학 문제에 집중을 했다. 왜 이렇게 안 풀리냐. 나오질 않는 샤프심에 짜증나서 샤프를 이리저리 만지는데 내 앞의 의자를 꺼내 전정국이 턱을 괴고 앉았다. 몹시 불만이 많아보이는 표정이였다.
"…뭐."
"너 왜 나한테 먼저 간다고 안 했어?"
"…그야…."
"또 박세ㅇ…."
나는 놀래서 전정국의 입을 손으로 막고 애들의 눈치를 보면서 전정국을 노려보았다. 넌씨눈이냐, 전정국…. 세연이는 이런 애를 왜 좋아해서. 한숨이 나왔다. 전정국은 자신의 입에 가려져있던 내 손을 떼더니 나를 보면서 꿋꿋이 말을 이어가던 전정국이였다.
"너 하교할 때도 나 버리고 갈 거지."
"내가 널 왜 버리…."
우리 둘의 대화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전정국의 친구들에 의해서 끊겼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피했고 이번엔 세연이가 나를 잡아세웠다. 야, 이름아!
"어…?"
"넌 진짜 내 평생 친구, 진짜 눈치도 좋아. 어제 카톡은 왜 씹었냐."
"아…. 나 답한다는 걸 그냥 자버린 거 있지."
"네가 그렇지 뭐, 그나저나…. 나 오늘 학교 마치고 정국이한테 고백할 거야!"
"헐…?"
"뭔 그런 반응이냐."
"아니 잘 될 거라고."
"정국이 여친없는 거 확실하지? 진짜 설렌다. 어떡해…!"
"그래 잘 될 거야."
"내가 너한테 진짜 고마워서 우리 오빠보고 민윤기 선배랑 밥 같이 먹을 수 없냐고 물어봤거든. 근데 된다길래! 오늘 점심은 우리 오빠랑 선배랑 같이 먹자."
"…아…. 그래."
점심시간이 되고, 되도 않는 소개팅 주선 자리에 안 들어가는 밥을 꾸역꾸역 넣고 있는데 민윤기 선배랑 눈이 마주쳐버렸다. 아니 저긴 남매라서 둘이 희희덕거리며 잘 놀고 있긴 한데 나는…! 민윤기 선배는 물을 마시며 나를 보더니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넌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아, 쟤 친구라서요."
"너도 참 고생이다. 아 맞다. 근데 너 나 좋아한다며?"
"네…? 어…. 그냥 선배는 멋있는…."
"음…. 기분이 어때? 나 보면?"
"네…에?"
"빨리 말해봐. 나 곡쓰고 있는데 네 말 들으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
"그…. 그냥 동경심이랄까요…. 선배 되게 멋있고 못 하는 게 없으신 분 같아요."
"내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네. 난 나보면 설레고 뭐, 그런다는 줄 알았잖아."
"설레긴 설레요, 다른 의미로?"
"좋아하는 사람 있어?"
"연예인이요?"
"…답 없는 거 알아?"
"제가요?"
그렇게 어쩌다가 민윤기 선배랑 말도 트고 심지어 생각하는 가치관이 비슷해서 친해지기까지 되버렸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마당에 제대로 음식을 넘기지 못해서 꽉 막혀버린 목을 풀기 위해 물을 한 사발 마시고 있는데, 전정국이 내 앞 의자를 자연스럽게 꺼내 앉더니 또 턱을 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자꾸 턱 괴다가 턱 길어질텐데.
"야."
"아, 뭐."
"너 민윤기 선배 좋아해?"
"…내가? 미친."
"근데 왜 같이 밥 먹고 그러냐."
"그건 그ㄴ…."
"정국아! 나랑 같이 매점 갈래?"
우리 둘의 대화를 끊는 아이가 있었으니, 성은 박이고 이름은 세연이였다. 세연아, 네가 그렇게 티를 내니…. 나는 물을 더 떠온다는 말과 함께 그 자리를 피해 정수기 앞으로 왔다. 하…. 진짜 전정국 얼굴 보기 껄끄럽….아니 잠깐. 내가 전정국이랑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민윤기 선배랑 밥 먹으면 뭐가 어때서…?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가고 속이 막힌 느낌은 더 강해져만 갔다.
5.
고백을 한다는 세연이에 내가 뭐 뭐라 할 수가 있나. 싶어서 또 어두운 길목을 혼자서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쫓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나 진짜 뭐, 이상한 자뻑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수상하게 생긴 사람이 술에 취한 건지 스텝을 꼬면서 내 뒤를 걸어왔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만 들어가면 안전한데 빨리 걸어야겠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뒤를 쳐다보는데 뒤에 있던 아저씨가 이젠 뛰어오기 까지 한다. 진짜 미치겠네. 걸음아 나 살려라라는 식으로 달리니 아저씨는 그런 나를 더 빠르게 쫓아왔다. 아, 숨 매워. 전정국…. 집에 도착했을려나? 하고 전화를 걸려던 내 손이 멈춰졌다. 그럴리가 없지. 세연이가 고백하고 있을텐데…. 핸드폰을 보며 뛰다가 결국엔 힘들어서 숨을 내쉬고 있는데 아저씨가 어느새 내 뒤에 바짝 와선 유리야! 흑흑, 나 아직도 너 사랑해! 라는 말을 뱉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으아, 엄마 살려주세요! 아빠!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 아저씨가 가까이 오더니 내 어깨를 잡는 것 같았다.
"아저씨 술 주정은 아저씨 동네 가서 하세요."
"끅, 네가 유리랑 바람 난 새끼냐?"
익숙한 목소리에 꾹 감았던 눈을 떠서 보니 전정국이였다. 어…? 얘가 왜 이렇게 빨리온거지…? 당황해서 전정국을 바라보고 있는데 전정국은 한숨을 푹쉬더니 아저씨를 달래며 돌려보냈다. 그리곤 꿍, 하게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나를 안더니 등을 쓸어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같이 가자고 그랬잖아. 들려오는 전정국의 말과 함께 어색한 공기가 흘러서 눈을 못 마주치고 있는데 전정국은 내 고개를 들어올리더니 야, 나한테 할 말 없냐? 라며 나를 추긍했다.
"그…. 혼자 가서 미안해…."
"또."
"어…?"
"민윤기 선배랑은 무슨 사인데."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근데 왜 같이 밥 먹었어."
"세연이가…."
"그리고 또."
"뭔, 또야."
"너 눈치 없는 거 나한테 사과 안 할 거야?"
"…내가 눈치가 없다니!"
"없잖아, 존나."
"야 내가 살다살다 눈치 없단 소리는 너한테 처음 들어!"
"…난 너 좋아하는데 이상한 애랑 자꾸 날 엮으려고 하질 않나."
"어? 방금 너 뭐라고…."
"나 진짜 화났어. 성이름."
"……"
"그러니까 너 나랑 사겨야돼."
"미친, 내가 너랑 왜."
"그럼 나 박세연이랑 사겨?"
"아니…. 그런게 아니라."
"나 딴 여자랑 만나는 거 별로 기분 안 좋잖아."
"…그냥 그렇다는 거지. 난 널 좋아하진 않아."
"그럼 나 없이도 살 수 있어?"
"…어?"
"살 수 있어?"
"……"
"거 봐, 나도 그래. 너 없으면 세상 한 공간이 빈 거 같기도 하고. 그냥 모르겠는데, 너 보면 막 설레고…미친 소리 한다는 거 알고 있어. 근데…아 나도 존나 모르겠는데, 그냥 나 예전부터 너 좋아하고 있었어. 아주 오래 전부터. 근데 넌 눈치 없이 자꾸 그러질 않나. 내가 화 안나고 배겨?"
"…야, 난 몰랐…."
"너 빼고 다 알아. 내가 그렇게 티를 냈는데 곰탱아."
"…세연이도 몰랐잖…."
"걔도 알고 있었다잖아."
"…어…. 그럼 너한테 왜…!"
"다 필요 없고 이것만 머리에 넣어."
"뭘…."
"내일부터 아니, 지금부터 전정국은 네 친구가 아니라 네 애인 될 사람이라는 거."
6.
"와…. 그럼 그 옛날에 전정국이 철벽치던 게 다 성이름 때문이였어?"
"무슨 소리야? 이건?"
내 대신 내게 오는 술을 계속해서 마시고 있던 전정국을 바라보며 물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이름 기억 안나는 아무튼 전정국 친구였던 애가 또 술 잔에 술을 부으려는 것 같기에 나는 술 잔을 전정국 앞에서 치우면서 물었다. 이건 무슨 소리야? 네가 철벽이라니?
"얘가 워낙 잘생기고 머리가 좋아야지, 얘 그 때 고백 겁나게 받았었는데. 맞지?"
"…헐 너 그럼 세연이한테 받은 게 처음이 아니였어…?"
"야! 너 뭐 그 얘길 꺼내! 그 땐 내가 미쳐서…!"
맥주를 마시다가 버럭하는 세연이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왔으니 나도 술이나 마셔야지 싶어서 술 잔을 들려는데 전정국이 내 손을 탁 쳐내더니 안 돼. 라며 단호하게 이야기를 한다. 이 새끼는 내가 알아서 먹겠다는데 왜 난리야.
"야 너 성이름이한테 술 따라주면 나한테 맞을 줄 알아라."
"무서워서 살겠나. 예나 지금이나 아주 성이름이만 생각하지. 정국씨, 태현이 슬퍼요."
"미친 곱게 마셔, 나한테 왜 이래."
"힝."
술 판이 커지는 걸 느꼈는지 전정국은 내 손을 잡으면서 나가자. 라고 말을 했고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전정국에 의해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택시를 탈 줄 알고 택시를 세우려는데 전정국은 활짝 웃으면서 좀 걷자. 라는 말과 함께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야 근데 넌 왜 나한테 고백 받았다는 얘기도 안 해주고…."
"해야했어?"
"당연한 거 아니야? 옛날에 내가 네 가장 친한…!"
"아 하면 좋았을려나. 네 질투도 좀 받고."
"…뭐래."
잠시 쉬기 위해서 얼굴이 조금 달아오른 것처럼 보이던 전정국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 전정국은 자연스럽게 내 무릎을 베고 눕더니 날 바라보면서 웃었다. 얘가 진짜 취했나….
"야 너 취했어?"
"그럴리가. 나 술 쎈 거 알면서."
"하긴…. 그래도 얼굴이 좀 빨갛다."
"너랑 있어서, 좋아서 그래."
"…미친."
"성이름."
"왜."
"너 나 사랑해?"
"…뜬금없다."
"사랑해?"
"응, 그래. 사랑해."
전정국은 특유의 아기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내 무릎에서 일어나 내 옆에 앉는다. 나도 그래. 그 말과 함께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떨어지던 전정국은 갑자기 속이 쓰리다며 속을 만져댔다. 어, 얘가 술 마시고 이런 적은 없는데…. 오늘 진짜 과하게 먹었나.
"어떻게 속이 아픈데."
"…성이름이 나 안아주면 속 안 아플 거 같은데…."
"어휴, 이리와봐. 등 쓸어줄게."
다가가는 나를 당겨 끌어안더니 내 어깨에 고개를 묻어버린다. 어린 애처럼 왜 이래. 내 말에 전정국은 히히, 하는 괴상 망측한 웃음 소리를 내더니 웅얼 거리면서 말했다.
"나랑 연애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이제 결혼도 하자."
"…헐 너 지금 나한테 프로포즈 한 거야…?"
"설마. 그냥 선전포고야. 너랑 결혼하는 건 내 꿈이였으니까…."
"판사가 꿈 아니였나?"
"그건 제 2의 꿈이고."
"하여간…. 생각 독특한 건 알아줘야돼."
"너한테만 그런 거거든. 내가 얼마나 지적인데."
"넌 그냥 입 꼬매는 수술 좀 하자."
"여친, 무서워요."
"난 네가 애교 부릴 때가 제일 무서워요."
"…너무했네."
나랑 같이 한 평생을 보내려는 생각을 했다던 전정국이 왠지 모르게 기특해서 오늘은 투정을 부리는 전정국을 한 번 봐주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인진 모르겠지만 나도, 전정국 없이는 못 살게 되었으니까.
♡
뀨, 되게 오랜만이에요!!!!!
응팔 끝난 걸 기념으로 저는 응칠에서 모티브를 얻어 와서 소꿉친구 컨셉으로 조각글을 써봤어요. >_*
근데 뭔가 마음에 들지가 않아요.. 시무룩.. 오늘도 읽어주신 우리 예쁜 독자님둘 날도 추운데 따숩게 입고 다녀요! 감기 걸리면 나한테 혼날 준비하세요^-^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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