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리둥절한 검사 민규 × 관심 없는 변호사 너봉六 난 몰라 이게 사랑인 걸까 6-1내 인생에서 여자라고는 엄마와 여동생밖에 없었다.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랑 PC방에 가서 게임하기 바빴고, 고등학생 때는 검사가 되기 위해 일부러 남고에 진학해 그저 죽어라 공부만 열심히 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서야 난 비로소 내 인생에 첫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것도 그 여자애의 끊임없는 고백으로. "민규야, 이거! 학식 맛없다고 굶지 말고 이거라도 꼭 먹어. 알겠지?" 처음에는 되게 신기했다. 엄마 말고 피도 전혀 안 섞인 생판 남인 여자가 항상 옆에서 나를 챙겨준다는 게. 근데 시간이 좀 지날수록 금방 지겨워졌다. 막상 대학에 오니 검사라는 꿈은 고등학교 다닐 때보다 더 절실해졌는데 여자친구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고, 과제할 시간도 부족하고, 혼자 있을 시간도 부족하고. 사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고,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난 망설임없이 바로 입대를 택했다. "헤어지자. 나 입영통지서 나왔어." 그렇게 나는 내 생에 첫 이별을 맞았다. 드라마나 책에서는 이별을 겪은 사람을 폐인처럼 묘사하던데, 나는 막상 그렇지도 않았다. 그당시에는 이별이 되게 고맙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또래에 비하면 나는 군대를 좀 늦게 간 편이었다. 남들은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휴학하고 입대한다는데 나는 캠퍼스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입대를 미루었기 때문에, 얼른 입대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하게 해준 전 여자친구한테 고마웠다. 그리고 전역을 한 후에는? 군대에 있어서 남들보다 더 뒤쳐졌다는 압박감으로 연애는커녕, 밥 먹는 시간도 줄이고 잠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공부밖에 안 했다. 그러다 보니 사시를 패스해서 전보다 조금은 여유로워진 생활에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김 검사는 여자친구 없어? 내 주변에 좋은 여자들 많은데. 어떻게 뭐, 소개라도 시켜줘?" "아니요. 그런 거 불편해서 싫습니다." 유일하게 변호사 중에서 그냥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최 변호사는 한때 나만 보면 외롭지 않냐며 틈만 나면 소개팅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난 다 거절했다. 여자를 도통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피 섞인 여동생 속까지도 모르겠는 게 여자였다. 여자랑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어색하고 불편한데, 소개팅? 가당치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라고는 하나도 모르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이런 나에게, 갑자기 거짓말 같은 사람이 찾아왔다. 6-2처음으로 그 여자를 본 날은 권순영 변호사와 두 번째 재판이 있을 때였다. 자리에서 증거 자료들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변호인 석으로 들어 오더니 이 중요한 걸 놓고 가면 어떻게 하냐며 권순영 변호사를 타박했었다. 그때는 그 여자가 그냥 권순영 변호사 로펌 사무장인줄로만 알았다. 첫 느낌은 그냥 예쁘게 생겼네, 이 정도. 그런데 재판이 끝나고 가방을 챙겨 재판장을 나가니 아까 권순영 변호사가 그 여자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게 보이자, 갑자기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이상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고. 사무장이 아니라 여자친구였나. 여자친구? 그 여자가 권순영 변호사의 여자친구라는 생각이 드니, 뭐라고 할까. 되게 좀 고까웠다. 재판은 내가 이겼지만 권순영 변호사한테 진 것 같기도 했고. "권순영 변호사님?" "…아, 김 검사님." "권 변호사님 한 피고인 변호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형사 재판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네. 처음이에요." "그렇구나. 재판 졌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벌받을 사람은 제대로 처벌받은 거고, 권 변호사님도 형사 재판 변호 처음인 거 치고 되게 잘하셨어요." "……." "그럼 데이트 잘 하시고 나중에 식사 한 번 같이 하죠." 그래서 아마 말이 더 날카롭게 나갔던 것 같다. 진짜 그 순간에는 무슨 생각으로 어쩌자고 권순영 변호사한테 말을 걸었는지. 아무튼 그때 가까이서 그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가까이서 봐도 뭐 특별한 감정이 딱히 들지는 않았다. 그냥 가까이서 보니까 더 괜찮은 여자인 것 같다는 거랑 뭐, 권순영 변호사한테는 훨씬 아까운 여자인 것 같다는 거? 지금은 아니어도 그 당시에는 정말 저게 다였다. 그리고 그 여자를 다시 마주치게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간을 잘못봐서 재판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을 때였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긴 귀찮아서 아무 재판장이나 들어갔는데, 그 재판의 변호사가 최변이었는지 최변이 한창 검사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려 주위를 돌아봤는데, 그 여자가 앉아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여자를 보자마자 내 발이 그쪽으로 향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결국 그 여자의 옆에 앉게 되었다. 사실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어도 속으로는 엄청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는 날이었다. "다음 재판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요." "몇 시에 재판 있는데?" "30분 뒤에요." "많이 남았네. 재판도 이겼는데 같이 커피라도 마시러 갈까? 내가 살게. 김변, 괜찮지?" "네? 아, 네." "아니요. 저는 됐습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좀 가지. 내가 사겠다고 했잖아. 나 오늘 재판도 이겨서 기분 좋은데 김검 이럴 거야?" 재판이 끝나고 최변이 내 쪽으로 왔다. 나를 본 최변은 그 여자를 이상한 눈빛으로 잠깐 쳐다 보더니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김변? 그럼 사무장이 아니라 변호사였네. 아무도 모르지만서도 그 여자를 사무장으로 착각했다는 거에 괜히 민망해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변한테 됐다고 말했지만 최변이 나를 끌고오는 바람에 그 여자랑 같이 자리를 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장실에 간 최변 덕분에 분위기는 한겨울인 바깥보다도 더 썰렁했다. "김민규 검사입니다." "김너봉 변호사에요. 김 검사님 얘기는 평소에 많이 들었어요. 어린 나이에 실력도 좋으시다고." "아, 네." 결국 이렇게 있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여자는 김너봉 변호사라고 했다. 어려 보이는데 변호사라니. 진짜 똑똑한가 보네. 김너봉 변호사가 나한테 한 말은 믿기지가 않았다. 내 얘기를 평소에 많이 들었다고 했다. 혹시 평소에 권순영 변호사가 하는 내 욕을 많이 들은 건가. 그러면 안 되는데. 아. 내가 이걸 왜 생각하고 있지. 법조계에서 내 소문 별로 안 좋은데, 그런 것도 다 들은 건가. 아니, 나랑은 상관없는 여자야.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조금 뒤에 재판이 있다는 게 생각났고, 나는 그만 가보겠다며 자리를 일어났다. 그때는 아마 조금 아쉽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암호닉♡초코 님 리턴 님 밍뭉이 님 핫초코 님 쿱승철 님원우야밥먹자 님 무기 님 달마시안 님 모시밍규 님잔별 님 최허그 님 밍구리 님 유현 님 또렝 님 규애 님 꽃보다감자 님 붕붕 님 쎄쎄쎄 님 챠밍 님이과민규 님 예에에 님 달봉 님 홍쓰 님 쭈꾸미 님오징어짬뽕 님 밍구리배쨜 님
밍리둥절한 검사 민규 × 관심 없는 변호사 너봉
六 난 몰라 이게 사랑인 걸까
6-1
내 인생에서 여자라고는 엄마와 여동생밖에 없었다.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랑 PC방에 가서 게임하기 바빴고, 고등학생 때는 검사가 되기 위해 일부러 남고에 진학해 그저 죽어라 공부만 열심히 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서야 난 비로소 내 인생에 첫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것도 그 여자애의 끊임없는 고백으로.
"민규야, 이거! 학식 맛없다고 굶지 말고 이거라도 꼭 먹어. 알겠지?"
처음에는 되게 신기했다. 엄마 말고 피도 전혀 안 섞인 생판 남인 여자가 항상 옆에서 나를 챙겨준다는 게. 근데 시간이 좀 지날수록 금방 지겨워졌다. 막상 대학에 오니 검사라는 꿈은 고등학교 다닐 때보다 더 절실해졌는데 여자친구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고, 과제할 시간도 부족하고, 혼자 있을 시간도 부족하고. 사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핑계고,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난 망설임없이 바로 입대를 택했다.
"헤어지자. 나 입영통지서 나왔어."
그렇게 나는 내 생에 첫 이별을 맞았다. 드라마나 책에서는 이별을 겪은 사람을 폐인처럼 묘사하던데, 나는 막상 그렇지도 않았다. 그당시에는 이별이 되게 고맙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또래에 비하면 나는 군대를 좀 늦게 간 편이었다. 남들은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휴학하고 입대한다는데 나는 캠퍼스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입대를 미루었기 때문에, 얼른 입대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하게 해준 전 여자친구한테 고마웠다. 그리고 전역을 한 후에는? 군대에 있어서 남들보다 더 뒤쳐졌다는 압박감으로 연애는커녕, 밥 먹는 시간도 줄이고 잠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공부밖에 안 했다. 그러다 보니 사시를 패스해서 전보다 조금은 여유로워진 생활에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김 검사는 여자친구 없어? 내 주변에 좋은 여자들 많은데. 어떻게 뭐, 소개라도 시켜줘?"
"아니요. 그런 거 불편해서 싫습니다."
유일하게 변호사 중에서 그냥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최 변호사는 한때 나만 보면 외롭지 않냐며 틈만 나면 소개팅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난 다 거절했다. 여자를 도통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피 섞인 여동생 속까지도 모르겠는 게 여자였다. 여자랑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어색하고 불편한데, 소개팅? 가당치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라고는 하나도 모르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이런 나에게, 갑자기 거짓말 같은 사람이 찾아왔다.
6-2
처음으로 그 여자를 본 날은 권순영 변호사와 두 번째 재판이 있을 때였다. 자리에서 증거 자료들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변호인 석으로 들어 오더니 이 중요한 걸 놓고 가면 어떻게 하냐며 권순영 변호사를 타박했었다. 그때는 그 여자가 그냥 권순영 변호사 로펌 사무장인줄로만 알았다. 첫 느낌은 그냥 예쁘게 생겼네, 이 정도. 그런데 재판이 끝나고 가방을 챙겨 재판장을 나가니 아까 권순영 변호사가 그 여자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게 보이자, 갑자기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이상하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고. 사무장이 아니라 여자친구였나. 여자친구? 그 여자가 권순영 변호사의 여자친구라는 생각이 드니, 뭐라고 할까. 되게 좀 고까웠다. 재판은 내가 이겼지만 권순영 변호사한테 진 것 같기도 했고.
"권순영 변호사님?"
"…아, 김 검사님."
"권 변호사님 한 피고인 변호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형사 재판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네. 처음이에요."
"그렇구나. 재판 졌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벌받을 사람은 제대로 처벌받은 거고, 권 변호사님도 형사 재판 변호 처음인 거 치고 되게 잘하셨어요."
"……."
"그럼 데이트 잘 하시고 나중에 식사 한 번 같이 하죠."
그래서 아마 말이 더 날카롭게 나갔던 것 같다. 진짜 그 순간에는 무슨 생각으로 어쩌자고 권순영 변호사한테 말을 걸었는지. 아무튼 그때 가까이서 그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가까이서 봐도 뭐 특별한 감정이 딱히 들지는 않았다. 그냥 가까이서 보니까 더 괜찮은 여자인 것 같다는 거랑 뭐, 권순영 변호사한테는 훨씬 아까운 여자인 것 같다는 거? 지금은 아니어도 그 당시에는 정말 저게 다였다. 그리고 그 여자를 다시 마주치게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시간을 잘못봐서 재판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을 때였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긴 귀찮아서 아무 재판장이나 들어갔는데, 그 재판의 변호사가 최변이었는지 최변이 한창 검사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려 주위를 돌아봤는데, 그 여자가 앉아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여자를 보자마자 내 발이 그쪽으로 향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결국 그 여자의 옆에 앉게 되었다. 사실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어도 속으로는 엄청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는 날이었다.
"다음 재판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요."
"몇 시에 재판 있는데?"
"30분 뒤에요."
"많이 남았네. 재판도 이겼는데 같이 커피라도 마시러 갈까? 내가 살게. 김변, 괜찮지?"
"네? 아, 네."
"아니요. 저는 됐습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좀 가지. 내가 사겠다고 했잖아. 나 오늘 재판도 이겨서 기분 좋은데 김검 이럴 거야?"
재판이 끝나고 최변이 내 쪽으로 왔다. 나를 본 최변은 그 여자를 이상한 눈빛으로 잠깐 쳐다 보더니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했다. 김변? 그럼 사무장이 아니라 변호사였네. 아무도 모르지만서도 그 여자를 사무장으로 착각했다는 거에 괜히 민망해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변한테 됐다고 말했지만 최변이 나를 끌고오는 바람에 그 여자랑 같이 자리를 하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장실에 간 최변 덕분에 분위기는 한겨울인 바깥보다도 더 썰렁했다.
"김민규 검사입니다."
"김너봉 변호사에요. 김 검사님 얘기는 평소에 많이 들었어요. 어린 나이에 실력도 좋으시다고."
"아, 네."
결국 이렇게 있다가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 여자는 김너봉 변호사라고 했다. 어려 보이는데 변호사라니. 진짜 똑똑한가 보네. 김너봉 변호사가 나한테 한 말은 믿기지가 않았다. 내 얘기를 평소에 많이 들었다고 했다. 혹시 평소에 권순영 변호사가 하는 내 욕을 많이 들은 건가. 그러면 안 되는데. 아. 내가 이걸 왜 생각하고 있지. 법조계에서 내 소문 별로 안 좋은데, 그런 것도 다 들은 건가. 아니, 나랑은 상관없는 여자야.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불현듯 조금 뒤에 재판이 있다는 게 생각났고, 나는 그만 가보겠다며 자리를 일어났다. 그때는 아마 조금 아쉽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암호닉♡
초코 님 리턴 님 밍뭉이 님 핫초코 님 쿱승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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