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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레스트 - 별빛나비
제가 할게요.
네가? 왜 굳이?
어차피 늑대는 아껴야 된다면서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팔 수도 있다고.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제가 할게요. 그 실험.
잠이 많은 태형이보다 먼저 일어난 윤기가 어느 연구원이 다가와 태형이를 깨우려고 하면
그 앞을 막아 서서 자신이 그 실험을 하겠노라고 말했으면.
그러면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어이가 없다는 헛웃음 지으면서도
거절할 이유는 없어 윤기를 데리고 밀실을 빠져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뒤에 혼자 남은 태형이의 눈이 조용히 떠지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었으면 좋겠다.
드물게 윤기 혼자 밀실에 남아있던 날,
정확히는 밀실문 바로 앞에서 태형이를 기다리던 날,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이 윤기에게 다가왔으면.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려 저를 바라보는 눈빛에 그 남자는 허리를 숙여 눈을 맞췄으면.
이 남자... 태형이랑 같은 냄새가.
네가 민윤기구나.
... 와.
왜 그러니?
엄마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불러주는 제 이름은 처음이라서요.
순수한 감탄에 물든 목소리에 남자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으면. 그리고 윤기에게 제안을 했으면 좋겠다.
이틀 뒤에 이 연구소에서 화재가 날거야. 아주 큰.
...?
그때 너는 너와 같은 방을 쓰는 늑대와 도망쳐. 문을 열어둘테니까.
누구세요?
나?
누구시길래,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세요?
윤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악의 하나 없는 덤덤한 말투로 뱉어내면 그 남자는 씩 웃었으면 좋겠다.
그건 네가 알 바가 아니란다. 사실이 아니여도 네가 손해보는 것은 없잖니.
...
그리고 또, 네가 이 약속을 해줘야만 내가 불을 지를 수 있어. 할 수 있겠니?
이건 지옥에서 꺼내주겠다는 천사의 속삭임일까,
아니면 더한 지옥으로 몰아낼 악마의 속삭임일까.
윤기는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어차피 여기보다 더한 지옥은 없다. 떠밀려 지옥에 떨어져도, 나는 살아갈 것이다.
남자가 제시한 약속은 첫 째, 늑대에게는 저와의 만남을 이야기하지 말 것.
두 번째, 여기서 나가 사람들의 사회에 섞일 때 절대적으로 둘이 따로 살아갈 것.
두 번째 약속에 대해 윤기가 물어보면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으면.
나중에 만난다면 물어보라는,
애매한 대답을 남기고 구둣소리를 울리며 천천히 윤기의 시야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얼마 안 있어 온 태형이가 왜 나와 있냐고 물으면 윤기는 고개만을 내저었으면.
알게모르게 오늘도 다시 마주보고 잠이 듦에 고마움을 가졌으면.
반신반의하던 윤기가 정확히 이틀 후 마주본 것은
붉은색으로 물들여진 밀실이었으면 좋겠다.
태형아, 이리 와.
얼른 자고 있는 태형이를 흔들어 깨우고 방음이 되어있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바깥에 귀를 기울이다
문을 박차고 주위를 둘러봤으면.
정말, 열려있어.
우리 정말
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순간 둘이 눈을 마주쳤다가 바로 뛰어나갔으면.
이미 훤히 꿰뚫고 있는 실험실을 지나
정신없이 저를 스쳐가는 연구원들을 따돌리며 기어코 밖으로 나갔으면.
그리고 처음 보는 야경이라는 것에,
처음 밟아보는 흙과, 풀의 감촉에
윤기는 숨을 들이쉬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모든 것들을 삼킬 것 같은 화염이 연구소를 온전히 감싸버리면
힐끗 뒤를 돌아본 윤기가 입술을 짓씹었으면 좋겠다.
저것이, 지옥에 걸맞는 결말이라고.
그 남자는 대체 누구였는지 알기도 전에 둘은 현실에서 벗어나 또 다른 현실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옥탑방에 자리를 잡고,
대부분의 생활비를 벌어오는 건 태형이였으면.
토끼에 비해 오랫동안 사람의 모습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었던 덕분에,
동물적 습성이 비교적 덜 남아 사회에 스며들기 쉬웠던 태형이였기에
윤기에게는 제발 집에 있어달라 부탁을 하고,
자신은 항상 아침 일찍 나가 저녁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저를 대신해 실험대에 오르던 윤기를,
제가 악몽을 꿀 때면 옆에 다가와 안아주면서 정작 본인이 악몽에 괴로워하면
밀실의 구석에서 이불을 둘러싸고 덜덜 떨던 윤기를,
그리고 그 모습을 알면서 애써 모른 척 했던 자신이 유일하게 그 죄를 갚을 면죄부라고 생각했으면.
어렴풋이 윤기는 그 사실을 알고 태형이를 안심부터 시키자는 생각에 가만히 말을 들었으면.
그러다 태형이가 없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윤기의 앞에 그 남자가 또 한 번 나타났으면 좋겠다.
약속이 다른데?
나갈거예요. 지금 나가면 뒤집어질텐데 어쩌라고요.
성격이 좀 달라졌다?
남이사. 매번 돈 내놓으라고 악을 쓰는 집주인이랑 싸워봐요. 성격이 안 이러고 배기나.
...
근데 그 쪽은 진짜, 누구에요?
나?
값비싼 양복차림의 남자는 자신을 가리키다가 씩 웃었으면 좋겠다.
이름은 김석진. 너도 눈치챘다시피 늑대 반인반수고.
...
김태형의 형이야. 물론 호적상으로만의.
...?
분명 태형이는 가족이 없다고 했었는데. 윤기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면 남자는,
석진이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제야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놨으면 좋겠다.
태형이가 알지 못하는, 태형이의 이야기를.
늑대 가문에서 납치가 되어 인체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이게 늙은이들 귀에는 거슬렸나봐. 실제로 다른 쪽에서 비웃기도 했고. 그 자존심에 퍽이나 금이 가는 일이기도 했겠지. 게다가 납치된 애가 얼마 전에 가업을 잇기 싫다고 집을 뛰쳐나간 자의 유일한 핏줄이라... 영화에서 한 번쯤 본 것 같지 않아? 이런 뻔한 스토리?
...
안 그래도 아비가 죽었다길래 보는 눈들이 있어 기껏 돈 주고 호적까지 파줬는데 납치라니. 어지간히 심기가 거슬렸을거야, 그 늙은이들.
...
이제 이 녀석은 신경 안 쓴대. 무슨 실험을 당했는지도 모를 녀석을 뭣하러 가문에 들이냐면서. 그래도 계속 실험을 당하는 건 용납이 안 되니까 불을 지른거지. 그 곳을.
아...
똑똑한 토끼네. 너는 한 가지만 잘 대답해줘. 그것만 답해주면, 아예 얼굴보고 사지 말란 소리는 안 할게. 그냥, 같은 곳에서만 살지 않는정도로만 할까.
잠깐만요. 이제 태형이 신경 안 쓴다면서요. 그러면 왜... 꼭 우리 둘을 떨어뜨려놔야 해요?
네가 태형이의 삶에 더 이상 영향을 끼치는 게 싫으니까. 네가 있으면 그 녀석은 절대 본인의 삶은 생각도 안 하고 너만을 위한 삶을 살겠지. 그걸 너도 원해?
무슨...
자, 이제 내 차례.
...
그래서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집에 돌아온 태형이가 본 것은 멍하니 창문을 올려보는 윤기였으면 좋겠다.
윤기는 멍하니, 태형이의 안부를 묻고 떠나가는 석진이의 뒷모습을 떠올렸으면.
왜 그걸 궁금해하냐는 날이 선 제 질문에
조금 서글픈 미소를 지어보였던 얼굴을 떠올렸으면.
살짝 떨리던 목소리를 떠올렸으면.
아무리 그래도, 동생이잖아.
조용히 태형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손을 뻗어 태형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뭐하냐는 거냐면서 가만히 제 손길을 받는 태형이를 보며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이름, 알려줄게.
이제서야 알려주는 거예요?
뭐, 정신 없었잖아.
이름이, 뭐에요?
... 민윤기.
그 이후로 태형이가 웃으면서 윤기형, 형, 하면서 윤기의 어깨를 끌어안으면
윤기는 태형이의 등을 토닥이며 작은 창을 통해 하늘을 올려봤으면 좋겠다.
거의 보이지 않는 별들을 하나하나 찾으면서도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슬슬
떨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제 품에 닿은 온기를 꼭 끌어안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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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그림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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