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때문에 야자도 안하고
이러케 컴 붙잡음 허키ㅡ허허헣
신난다 허허ㅓㅎ
축제의_하이라이트는_춤이지_上.txt |
"형 가르쳐달라구요"
아침부터 생떼다. 유권이 징징 울리는 머리통에 귀를 양손으로 막았다. 괴상한 울음소릴 내며 지훈은 복도에서 생야단이다. 덕분에 지나가던 선생님께 주의를 들었다. 내가 떠든 것도 아닌데.. 유권의 입술이 잔뜩 삐죽였다. 그러니까 좀 가르쳐달라구요! 유권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2학년 교실까지 따라붙었다. 주위에서 오 지훈이 또 왔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 인사를 했다. 거기에 징징거림을 멈추고 아예,안녕하세요 예의바르게 허릴 굽혔다.
"곧 종치니까 니 반 가"
"가르쳐주면요"
그때되면 안다니까? 짜증나게할래! 결국 서로 소릴 질렀다. 가르쳐 달라는 표지훈과 그때되면 알거라는 김유권. 저것들 아직도 저러네 주위 구경꾼들이 질렸다는 듯 고갤 저었다. 종이 치자 지훈이 아 형,짱 미움!! 귀에다 대고 소릴 지르더니 씩씩거리며 나가버렸다. 아 내 귀! 귀를 한 손으로 감싸쥐곤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서 짝궁인 경이가 너 아직도 안가르쳐줬냐? 대단하다- 비아냥거리니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틀 뒤 학교에서 대 축제가 열리는데 첫째날 김유권이 무대에 선댄다. 그것도 3학년 선배랑. 노래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마술같은 걸 할 줄 아는것도 아닌 김유권이 유일하게 뽐낼 수 있는 건 춤. 근데 그걸 3학년 선배랑 둘이서 춘다니. 그 소문이 귀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 표지훈이다. 형 혼자 추면 되지 왜 둘이서 추냐는 말에,
"음...무조건 파트너가 있어야 되는 걸 하니까."
하고 김유권은 명쾌하게 대답했다. 무슨 커플댄스도 아니고! 그럼 연습할 때 둘만 있어요? 둘? 단 둘? 목을 자라마냥 쭉 뽑아선 얼굴을 들이댔다. 그럼 둘만 있지. 셋이 있냐?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어깰 으쓱였다. 거기에 더 폭발한 지훈은 뭘 추는지 알려 저렇게 항상 쫓아다니며 알려달라 조르는 것이다. 사실 다른 애들한테 말하지말라 하고 가르쳐주면 끝날 일이지만, 이번 곡은 좀 심상치 않으니까. 유권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대에 서는 그 전까진 절대 말 안해야지. 굳은 결심을 내렸다.
축제 준비에 한창이였던 이틀은 훌쩍 지나갔다. 이틀동안 지훈에게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유권이였다. 심지어 등교길,하교길,화장실갈때나 반이동수업에 들어갈때도 항상 옆에서 가르쳐달라며 징징거렸다. 유권은 고갤 절레절래 흔들었다. 덕분에 유권의 주변에서 놀던 친구들까지 좀 가르쳐 주면 안되냐고 설득시키기 바빴다. 그럴 때 마다 유권은
"축제때 나 못보고싶냐?"
대답했다. 차라리 그 3학년 선배가 누군지라도 알면 가서 물어볼텐데 그것마저 말해주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지훈은 강당 의자에 앉으며 머릴 마구 헝크렸다. 유권이형 몸에 손 끝 하나라도 건들면.. 이를 바득 갈았다. 학생들의 환호소리와 박수소리가 강당 전체를 메웠다. 시큰둥하게 박수를 치며 시선을 무대로 고정했다. 오늘 등교길에서 꼭 알아내려 했는데 도망치듯 뛰어가는 날쌘 유권을 못 잡았으며 얼른 유권의 교실로 찾아갔으나 걔 준비하러 가던데? 라는 말 뿐이였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조명에 무슨 클럽도아니고 인상을 찌푸렸다. 첫번째 순서가 유권이 형... 혼자 중얼거리니 옆에 애들이 얘가 정신이 나갔다며 낄낄 웃어댔다.
"뺨 후리기 전에 닥쳐라"
낮게 으르렁거리는 한마리의 짐승같은 모습에 웃던 아이들이 정색했다. 그와중에도 지훈의 시선은 변함없었다. 또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3학년 선배로 추정되는 사람과 아침에 열심히 고데기를 당겼을 것 같은 웨이브한 머릴 찰랑이며 긴 담요를 몸에 두른 여자라기에는 키가 큰 여자가 무대에 섰다. 어, 분명 유권이 형일텐데..
"자기 소개 좀 해주시죠"
"아,3학년 2반 이민혁입니다. 옆은"
옆에 여자가 고갤 살짝이 흔들었다.
"말하지말라내요"
남고에 저런 키 큰 여자가 저렇게 수줍게 고갤 푹 숙이고 있다니. 군데군데에서 예쁘다!! 얼굴들어라!! 하는 괴성이 들려왔다. 지훈은 살짝 패닉이였다. 순서가 바꼈나? 형이 여장을 할 리가 없는데..그런거 할 형이 아닌데.. 순서가 잘못 됐다고 믿고싶은 지훈이였다. MC의 큰 소리로 시작을 알리고 두 사람을 뒤 돌아 섰다. 기대에 찬 아이들이 미친듯이 소릴 질렀다. 익숙한 비트가 나오자 여자는 몸을 두르고있던 담요를 내렸다. 그리고 앞을 보며 섰다.
"이,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형,형 설마 아닐꺼야. 눈을 아무리 비볐다 떠도 김유권이였다. 몸이 그렇게 호리호리 하다거나 여자같은 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상시에 운동을 해서 팔에 잔근육도 약간 있는데 다리는 왜 저래? 무슨 여자 아이돌 다리를 뺏어왔어? 입이 쩍 벌어졌다.
니 눈을 보면 난 트러블 메이커
남고딩들의 열렬한 환호와 떼창이 이루어졌다. 형이 살풋 웃었다. 내 눈에만 이뻐 보이는건가 싶어 옆을 보니 다들 좋다고 소리지르고 있다. 이 새끼들이, 당장 무대로 뛰쳐올라가 형을 잡아 끌고 내려오고싶었다. 허리 돌리는거하며 중간중간 짓는 눈웃음 하며. 여간 야살스러운게 아니다. 그것도 냄새나는 남고에서 저렇게 여장을 하고 현아를 흉내내고 있다니 지훈이 주먹을 쥐었다. 그동안 얼마나 숨어서 열심히 연습한건지 둘은 호흡이 척척맞았다. 몸을 쓰는 동작이나 끈적하게 몸을 붙이는 동작은 지훈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춤을 추는 유권을 지훈은 얼굴 뚫려라 하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지훈이 아, 하고 눈을 깜빡이자 유권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지훈은 아래가 저릿함을 느꼈다. 무대끝나면 죽여버릴까 진지하게 고심했다.
무대는 대성공이였다. 실수없이 잘 끝냈을 뿐 아니라 남팬까지 손에 쥔 유권이다. 무대가 끝나고 내려갈 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귀여운 팬서비스까지. 물론 유권의 반 친구들은 경악했지만. 거기다 그런 춤을 추면서 끝까지 자신에게 숨긴 유권을 보며 분노하는 지훈이다. 무대 뒤에서 한껏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친구들이 몰려와 유권을 보며 장난치기 바빴다.
"야,가까이서 보니까 더 가관이네"
"왜? 이쁘냐?"
"지랄하네. 소름돋는다 소름"
"뭐 임마?"
"흉측하니까 담요로 가려,좀"
유권이 몸에 담요가 둘둘 감겼다. 답답하다고! 팔을 퍼덕거리니 우리 눈 좀 생각해줄래? 화사하게 친구가 웃는다. 그러는 와중 쿵쾅거리는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니 얼굴이 잔뜩 시뻘개져 씩씩거리고 있는 지훈이 떡하니 서있었다.
"어,야 니 애인왔다."
"어?"
"형"
덥석 유권의 손목이 잡혔다. 당황한 유권이 쳐다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유권을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지훈이다. 뒤에서 열 표지훈-남자답다 하는 장난섞인 환호가 들려왔다. 웃음까지 덤으로.
유권이 끌려 간 곳은 강당 안에 있는 남자화장실. 막무가내로 유권을 아무 칸에다 밀어넣고 주윌 두리번거리더니 문을 잠궜다. 아직도 유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화났어?"
"네.그것도 엄청"
"내가 말해주려고 했는데"
말해줬다간 니가 못하게할거잖아.그래서.. 무대에서 입술을 핥던 김유권은 어디가고 지훈 앞에서 우물쭈물 거렸다. 당연하죠,절대 못하지 덤덤한 표정이다. 그러니까..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형. 이쁘네"
"뭐,뭐래"
볼을 매만지던 지훈이 유권의 허릴 끌어안았다. 여기서 이러지말자,응? 유권이 지훈의 어깰 밀었다. 내가 뭘요? 뭐 한데? 뻔뻔한 얼굴로 물어오자 유권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었다.
"형 무슨 생각 했어요?"
"비켜,멍청아 나 옷도 갈아 입어야되고 화장도 지워야되고 바빠"
"이대로 집까지 가면 안돼요?"
우리집까지. 유권의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강당에서 열리는 공연이 끝나면 집에가도 상관은 없다. 유권이 지훈의 손목에 차있는 시계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 곧 끝나네.
머리에서 비상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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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