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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방탄소년단 - Whalien 52 (Piano cover by. Smyang Piano)

 

 

 

 

 

생태계란 잔혹하다.

 

쓸모 없거나 약하면 버려진다. 그것이 부모가 되었든 자식이 되었든 상관 없다. 무리에서 뒤처지는 것들은 가차없이 버려야 한다.

 

다름이 다름이 아니고 틀림이 되는 곳.

 

그곳이 내가 사는 세계였고, 나는 그렇게 버려졌다.

 

 

 

-

 

 

 

처음에는 막막했다.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가 내 생의 첫 고민이었다. 닥치는 대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나는 느렸지만 빨라져야 했고 결국 빨라졌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어떤 것이 삶인가 점차 궁금해졌다. 이렇게, 무리에서 떨어져서 사는 삶은 얼마나 가게 될까. 과연 내가 죽기 전, 내 무리들을 만날 수 있을까. 내 무리, 내 가족들, 내 어머니는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소리를 냈다. 파동을 만들었고 그것을 누가 들었으면 했다.

 

그렇게 외쳐대던 어느 날이었다. 나에게 소리가 들렸다.

 

내 소리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소리였다.

 

나는 그것을 만드는 게 내가 잡아먹는 새우든, 아직은 무서운 상어든 상관 없었다. 그냥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 주는 그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에게도 내가 필요하리라 믿었다.

 

왜냐면 그도 나처럼 다른 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도 낼 수도 없었을 테니까.

 

 

 

-

 

 

 

세 번의 겨울을 지냈다.

 

소리가 났던 곳을 배회하며 지낸 세 번의 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생각보다 외롭지 않았다. 간혹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여름이 온 건지 태양이 가까운 윗물은 따뜻했다. 나는 이제 피부로도 태양을, 하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 준 누군가가 보고 싶었다.

 

나는 내가 들었던 소리들을 모조리 씹어먹듯 듣고 반복하고 외웠다. 그리고 그 의미를 찾았다.

 

 

 

엄마, 아빠. 바다는 항상 같아. 산은 계절마다 바뀌는데 바다는 항상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래서 요즘은 바다에 종종 빠지곤 해. 물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덜 외로워. 바다는 항상 내 말을 들어주고 있거든.

 

엄마, 아빠. 왜 그렇게 허망하게 갔어? 왜 그랬어? 그럴 거면 나는 왜 두고 갔어? 나는 왜, 왜 혼자 남겨져야 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보고 싶어서 바다에 빠졌는데, 한씨 아저씨네 막내 아들이 내 머리채를 잡고 나오더라. 미역인 줄 알았대. 허탈해서 웃음이 났어. 나는 결국 죽지 못했어. 언젠가는 엄마, 아빠 곁으로 가게 되겠지.

 

엄마, 아빠. 가슴에 사무치게 엄마, 아빠가 그리워 질 때 난 바다에 빠져. 이렇게 보내는 편지는 바다를 돌고 돌아 하늘에 증발되었으면 좋겠다. 곧 갈게. 사랑해.

 

 

 

그는 항상 바다에서 편지를 보냈다. 그것은 가끔 분노에 찼고,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였고, 또 가끔은 삶에 체념한 소리이기도 했다. 그는 항상 부치지 못할 편지, 받는 이가 없는 편지를 바다에 소리로 내던졌다. 나는 그럴 때마다 더욱 크게 소리쳤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라고.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 라고.

 

 

 

-

 

 

 

자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땅의 움직임이 달랐다. 나는 어서 눈을 떠 주위를 살폈다. 고요해 보였지만 체감할 수 있었다.

 

곧 큰 일이 일어나게 될 거라고.

 

나는 얼른 누군가에게로 헤엄쳤다.

 

다치지 마. 죽지 마.

 

나는 그를 지켜야 했다.

 

 

 

-

 

 

 

이렇게까지 가까이 뭍에 와 본 적은 없었다. 너무 얕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깊지도 않았다.

 

나는 깊은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가 뭍에 부딪혔다. 내 힘으로 벗어날 수 있는 재앙이 아니었다. 그 큰 파도는 나를 뭍으로 내놓기 충분했다.

 

누군가의 소리는 벌써 저 멀리 간 듯 했다. 들을 수는 없었지만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그는 살았다.

 

나는 급하게 몸을 틀어 뭍을 벗어나려 했지만, 꼬리 지느러미가 무언가에 걸렸다.

 

그리고 더 큰 파도가 나를 집어 삼켰다.

 

 

 

-

 

 

 

눈을 떴다.

 

햇빛은 구석구석을 비췄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아, 맞다. 땅이 움직였고 큰 파도를 만들었지. 온통 하얀 것들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머리는 곧 시야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나는 대체,

 

 

 

...

 

 

 

왜 이런 형상을 하고 있는 걸까.

 

이 해괴한 지느러미는 뭐고, 이 하얀 피부는 진정 내 것이며, 내가 이 공간 안에 있을 만큼 작은 것인가? 사방을 가로막은 저 하얀 것은 뭐지?

 

그 때였다.

 

햇빛이 더 환하게 비추었다.

 

그곳엔 내게 소리를 들려주는 그녀가 서 있었다.

 

 

 

-

 

 

 

그녀는 나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았다. 그녀는 내게 차분히 물어왔고 나는 최대한 그녀가 알아보게끔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 소리를 들을 수 없나보다.

 

신은 참 불공평하다. 그녀만이 나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특권을 주다니. 정작 나는 그녀를 위로하지도, 사랑해주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그래서인가. 그래서 나에게 이 몸을 주신 걸까. 그녀와 닮은 이 몸. 질긴 회색의 가죽에 큰 덩치의 원래의 몸 대신 그녀와 닮은 작고 위 아래 양 옆으로 각각 다섯개씩 지느러미가 있는 그런 하얀 몸을 주신 건가.

 

신은 역시 내가 원망할 수 없게 이렇게 만들어버리는 구나.

 

신은 역시 나와 그녀의 다름을 이렇게나 잔인하게 보여주는 구나.

 

신은 역시, 내가 그녀의 곁에 있을 자리가 없음을 말해주는 구나.

 

그녀는 그 때의 편지처럼 또 다시 그리움과 외로움에 사무쳐 울었고, 나는 그 울음을 닦아줄 수 없는 괴로움에 미쳐 울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다른 바다에서 존재해야 했다.

 

 

 

-

 

 

 

바다로 돌아온 지 이제 겨우 몇 번의 여름을 보냈다. 중간중간에 몇 번의 겨울도 보냈다.

 

나는 여전히, 철저히 혼자였다.

 

그래도 외롭지 않았다.

 

그녀는 내 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 기억만으로도 외롭지 않았다.

 

외로울 수 없었다.

 

그녀는 얼마 후에 나와 같은 바다에서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잘 살고 있지?

 

 

 

그녀가 내게 보낸 첫번째이자 마지막 편지는 나를 살아가게 하기 충분했다.

 

 

 

 

 

[VIXX/이홍빈] 바다에 소년이 있었다 - 번외; 어린 고래의 바다 | 인스티즈

 

 

 

 

 

 

 

 

 

 

-

독방에 모두 연재되어 있던 글인데 글잡으로 넘어오며 정말 조금 수정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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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방금 정주행햄는데 글분위기가 너무좋네요ㅠㅜㅠㅠㅠ 글감도그렇고ㅠㅠ 노래도 너무 잘어울려요ㅠㅠㅜ 응원할게요!!!!
8년 전
록키호러픽쳐쇼
응원해주신다는 말씀이 참 감사한 하루네요ㅠㅠ 오늘 하루 기분 좋은 마무리 하시길 바랄게요 :)
8년 전
비회원72.55
번외..!! 웨일리언...!!! 방탄빅스 둘다 좋아해서 엄청 두근거리면서 읽었네요/0 소녀의 말 한 마디로 살아가는 고래....되게 뭐랄까 막...!!! 여운이 남는..? 그런 느낌이에요 제가 웨일리언 되게 좋아하는데 들으면서 느꼈던 그 느낌적느낌!!을 글로 넘 잘 표현해 주셔서ㅠㅠ....혹시 계속 글잡에서 글을 쓰실 거라면 '홍'으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앞의 비회원 72.55와 같은 사람이이요:)
8년 전
록키호러픽쳐쇼
안녕하세요 홍님 :]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 앞으로 저는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아요. '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를 마무리 하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그 후론 아쉽게도 이렇다 할 마땅한 연재 계획은 없네요ㅜㅜ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저도 무척 아쉽습니다. 다만 제가 더 노력해서 만나게 될 기회를 늘리도록 할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P.S. 저 방탄 님들 노래 자주 들어요! 좋은 곡들이 많더라구여 ㅎㅎ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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