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인연, 그 사이
Writer. 롤로
어딜가도 그런 사이는 꼭 있다. 엄마 혹은 아빠끼리 친해서 만나게 된 사이. 이걸 우연이라 칭해야 할지, 인연이라 칭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 그런 어중간한 사이 말이다.
그게 전정국과 내 사이였으며, 유감스럽게도 우리 둘의 사이는 그닥 좋지 못 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된 건 아니였었다. 전정국과 나는 엄마 때문에 가끔 밥 정도 먹는 사이였지만 그게 불쾌하진 않았다. 내가 외동이기도 하고, 지금도 형제자매가 없는 것에 매우 불만을 가지고 있고, 뭐 그렇기 때문에 친오빠는 아니여도 오빠가 생기는 것에 나름 기분이 좋았었다. 단답은 기본, 나는 쳐다도 보지 않고 게임만 하다가 내가 칭얼거리면 츤데레처럼 입은 싫다고 하면서 손은 게임을 끄고 있던 그 였으며, 거기에 알게 모르게 설레임을 느끼는 나였다.
그게 단순 설레임인지 좋아하는 감정인지 알 수 없던 그 때에 덜컥 전정국에게 고백을 해버렸다. 이 구제불능.
당연히 결과는 좋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까였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 아, 상처.
그렇게 순탄치 못했던 1학년이 지난 뒤 내게 중이병 이라는 큰 병이 찾아왔다. 양아치라는 단어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거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었다.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나와 다르게 전정국은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 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안 보고 지내는 게 훨씬 마음 편했기에 그를 찾으려고도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거기까지는 순수했던 열 네살 소녀의 마음을 짓 밟은 못된 놈이였으나, 문제는 중학교 3학년 끝 무렵 때 였다. 전정국이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그 바쁜 시점에 난 작년과 다를 거 없이 한결같았다. 한 달에 몇 없는 주말에도 얼굴 한번 볼까 말까 했던 그 였지만, 그 주말마져도 도서관에 시간을 내주어 평일과 다를 게 없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전정국에 반만 닮으라며 잔소리하던 엄마가 하셨던 이야기라서 조금 와전됬을 수도 있지만, 뭐 큰틀은 비슷 할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 저녁, 늦게까지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가는 길이였다. 며칠 전부터 엘리베이터가 수리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계단 쪽으로 옮겼고, 몇 계단 오르다 묵직한 주머니가 느껴져 주머니 속으로 손을 찔러 넣자, 친구가 맡겨 달라 했던 담배 곽이 들어있었다.
이게 그렇게 좋을까, 하며 계단에 털썩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데 왠 그림자 하나가 비춰졌고 담배가 들린 손 아래로 하얀 색 운동화가 보였다.
" 너 담배 피워? "
우리는 2년 만에 별로 달갑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 아마 그 날, 전정국에게서 훈계아닌 훈계를 받고 집에 가 펑펑 울었었다. 따가운 시선에 목이 막혀서 그 담배가 내 것이 아니라는 말 조차 하지 못했고, 해명을 할 틈도 없이 전정국은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날 그 일 이후로 전정국을 만날 수가 없었다. 나를 어떻게 쳐다 볼지 안봐도 비디오 였기에.
두 달이 흘렀을 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전정국의 안부를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몇 주 전에 이사갔는데 몰랐냐는 단호한 대답 뿐이였다.
여고에 진학한 나는 죽어라 공부만 했다. 진짜 딱 죽을만큼 3년간 개고생한 결과, 꽤 유명한 대학교에 붙을 수 있었지만 그 학교가 정국이 다니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학교에 다니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 전정국? "
제발 아니라고,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길 바랬다. 이렇게 다시 만나는 건 상상도 하지 않은 일이였다. 하지만 모든게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면, 몇 년전인지도 까마득한 전정국의 훈계가 이어졌던 그 날, 목이 막히지 말았어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지 않았어야 했고,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어야 했다.
이 빌어먹을 우연. 이와중에 설레이는 건 또 뭔데.
꾹토끼 |
8ㅁ8...............솔직히 제목 짓는 거 너무 어려워요.. 이제 노래자랑 보러야가지^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