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ee Girls'School Of Rock
수고했어, 오늘도 03
점심시간이 끝난 뒤 바로 첫 교시라 민정네 반을 비롯한 모든 반의 학생들이 전멸해 있었다. 그래도 반은 살아 남아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편이지만 이번 시간은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문학 선생이라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전멸한 상태였다.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고는 민정을 포함해서 열댓명도 안 되어 보였다. 사실 그 열댓명 중에서도 반만 수업에 집중할 뿐이지, 또 다른 반은 딴 짓을 하고 있거나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교실에는 문학 선생의 수면제와도 같은 목소리와 바로 밖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탓에 공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 가끔가다 여학생들의 떼창이나 복도에서 울려퍼지는 다른 선생들의 목소리가 교실의 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오늘이 3일이니까..3번 김종희 59 페이지 읽어봐라."
"김종희 결석인데요."
"그래? 그럼 그 옆에 짝이 읽어봐."
그러고 보니 종희가 학교에 안 나온 지, 아니 못 나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가고 있다. 며칠전에 귀분이 하도 닥달을 해대서 네명끼리 병문안을 또 한 번 간 것을 제외하고는 종희의 얼굴을 영 볼수가 없었다. 맨날 보던 얼굴을 일주일 정도 못보니 조금은 보고 싶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내일은 종희가 퇴원하는 날이였다. 그리고 내일은 바로 뮤지컬이 하는 날이다.
뮤지컬 당일이였다. 연출을 맡은 온숙은 리허설 부터 시작해서 무대 소품 하나하나 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탓에 아침 내내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드디어 환자복이 아닌 교복을 입은 종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요즘들어 안 그래도 여린 감성이 더 여려진 것인지 귀분은 종희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먹거렸다. 웬만해서는 제 감성에 젖어들지 않는 태연도 홀쭉해진 언니의 모습에 안쓰러워졌던 건지 잔뜩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종희의 이름을 불렀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태도가 종희로선 조금은 불편했다. 죽을 병도 아니고, 당분간만 노래 안 부르고 관리만 잘 하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 일이고 또 살은 찌우면 되는 것이였다. 그런데 다들 자꾸만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서 안 그래도 예민한데 더 예민해지는 느낌이 드는 종희였다. 그래도 다들 걱정해 주는 마음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걱정스러움이라서 되려 고마운 종희였다.
뮤지컬이 시작되고, 좀 보나 싶었더니 도중에 종희가 객석을 빠져나가버렸다. 태연이 종희를 잡으려 했지만 귀분이 말리는 탓에 종희의 뒷모습만 보게 됐다. 아마도 착잡할 것이다. 원래는 제 역할이였으니. 그리고 따라갔어도 종희는 혼자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게 뻔했다. 원래부터 종희는 늘 그랬다. 힘들거나 혹은 상처를 받거나 슬럼프에 빠질 때면 제 성을 만들어 그 성에 들어가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질 않는다. 그 성의 존재가 얼마나 큰 지는 종희가 아니고서야 그 어느 누구도 가늠할 수 없을 테지만 종희에게 그 성은 저 자신을 위한 또 다른 안식처이자 위로였다. 힘든 제 자신을 위로하고 있을 종희를 성 밖으로 꺼내는 일은 실례임을 알기에 귀분이 태연을 말렸을 때부터 다들 종희를 잠시 혼자 두기로 했다.
"이번 뮤지컬이 저와 3학년 학생들에게는 빛나여고에서의 마지막 뮤지컬입니다. 그 뮤지컬을 이렇게 좋은 후배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연기해주고 노래해줬던 후배들과 친구들에게 고맙단 인사를 전하겠구요. 계속 도와주셨던 선생님들과 선배님들께도 감사하단 말씀 올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곳까지 발걸음 해주신 모든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뮤지컬이 모두 끝이 났다. 이제까지 무대를 누볐던 학생들과 무대를 위해 노력했던 학생들 모두가 올라와 손을 잡고 90도로 인사를 했다. 공연장에는 사람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들이 가득했고, 몇 몇 학생들은 무대를 내려가기 전에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얘들아! 언니 드디어 다 끝났다 으하하하!"
"어, 언니 뒷풀이 안 가?"
"뒷풀이 내일 하기로 했어. 시간도 늦었고, 다들 일단 부모님부터 뵙고 싶나봐."
"언니도 부모님 뵙고 왔졍?"
"당연하지. 근데 우리 오랜만에 고기나 먹을까?"
온숙의 한 마디에 다들 한층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뒤늦게서야 종희의 부재를 깨달은 온숙이 종희를 찾았다. 아마도 동아리실에 있을것 같다는 민정의 말에 다 같이서 종희를 찾으러 동아리로 향하고 있었다. 소녀들의 예상이 역시나 빗나가지 않았는지 종희는 동아리에 가만히 앉아 예전에 귀분이 너무 인테리어가 되어있지 않다며 가져온 선인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처음 귀분이 선인장을 들고 왔을 땐 가시들만 가득했는데 벌써 꽃도 여러개 핀 것을 보니 괜스레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간다는 게 온 몸으로 느껴졌다.
"김종희! 종희야!"
"어, 다 끝났어?"
"응. 온숙 언니가 고기 먹으러 가제. 오랜만에 고기나 좀 먹자."
갑자기 찾아온 네명 덕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지만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고 난리도 아니였다. 별로 입맛이 돌진 않았지만 일단 이 분위기에 맞춰야 할 것 같아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오랜만에 스쿨 오브 락 다운 스쿨 오브 락 같았다. 근 며칠간 종희는 병상에 누워있느라 네명이서만 동아리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온숙은 뮤지컬 준비로 안 그래도 바쁜 일정이 더 바빠져 네명이 모이는 일보다는 세 명이서모이는 일이 더 많았다. 한 명이 자리에 없어도 허전함이 가득한데 두 명이 자리에 없으니 허전함보다는 동아리엔 무기력함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다. 처음엔 종희도 그닥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계속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또 배에 고기가 들어가니 처음보단 기분이 좋아보였다.
"오랜만에 진짜 우리 동아리 같네. 그동안 얼마나 지루했는지 알아? 다들 모이면 애니팡만 죽어라 하고..아우, 이젠 다섯명끼리 모일 수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마자영. 저 안 그래도 애니팡 하트 부족해서 못한단 마리에영. 삼들 너무 잘하지 않아여? 그리고 민정언니! 자꾸 하트 보내지 마라영. 저 이제 애니팡 끊을 거에요."
"마자영. 저 안 그래도 애니팡 하트 부족해서 못한단 마리에영. 삼들 너무 잘하지 않아여? 그리고 민정언니! 자꾸 하트 보내지 마라영. 저 이제 애니팡 끊을 거에요."
"뻥 치네."
때아닌 애니팡 이야기에 열을 띤 민정과 태연을 온숙이 간신히 말렸다. 시간이 좀 더 지나니 하나 둘 씩 숟가락을 상에 내려 놓았다. 민정만이 혼자 남은 고기들을 해치우고 있었는데 그 꼴이 너무 한심해 보여 귀분이 겨우겨우 민정의 손에서 숟가락을 빼냈다. 배도 채웠겠다, 이제는 각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였다. 다 같이 계산을 하고 나오니 이미 해는 저문지 오래였다. 그래도 고깃집에 막 들어왔을 땐 노을이 질락말락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태연이 먼저 집으로 향하고, 다들 각자 집으로 찢어졌다. 종희와 민정과도 갈림길에서 찢어진지 오래다. 막 여름이 시작됐는데도 아직 봄 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꽤 쌀쌀하다. 아무래도 늦었다 보니 지름길인 놀이터를 지나 집으로 향하려니 며칠 전의 좋지 않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진짜, 김기범을 어떻게 해야 돼."
20분을 걷고 또 걸어 집 앞까지 온 제 다리가 너무 안쓰러워, 잠깐 쉬고자 놀이터의 그네에 앉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몸이 힘들어서가 아닌 기범을 보기 힘들어서다. 그 날 기범과 은호의 사이를 어림잡아 거의 확신할 정도로 알 게 된 뒤로, 기범이 아닌 귀분이 기범을 피하고 있었다. 저번에는 부모님이 너희 둘 요즘 왜 이러냐고, 초딩처럼 싸우기라도 한 것이냐고 물어오셨다. 싸운 거라면 또 몰라. 싸운 게 아니라서 이러는 거에요. 내가. 기범이한테 상처가 되면 안 되니까 그러니까….
"너, 뭐하냐?"
"…어디가?"
"어. 슈퍼. 추워 얼른 들어가."
"응."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10분을 넘도록 귀분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찌하면 내 동생에게 상처가 안 갈까. 내 반쪽에게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해야 상처가 주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반복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기범 때문에 겉으론 안 그런척 했지만 사실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기범과 짧디 짧은 대화가 이어지기도 전에 귀분이 먼저 말을 끊어버렸다. 아무래도 일단 생각은 모두 정리하고 기범을 마주해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무슨 말이 나갈 지 모르는 일이였고, 어떤 상처를 입힐 지 입을 지 모르는 일이였다. 아직은 초여름이니까 밤바람이 찬 거겠지.
이번편이 나오는데 또 너무 오래 걸렸네요..슈▽슈 |
샤걸을 빨리 빨리 내고 싶은 제 마음이지만..요즘따라 바빠요 바빠ㅠㅠㅠㅠ너무 바빠서 뭘 손에 댈 수 조차 없는 상황..은 아니고 그냥 요즘따라 의지가 부족하고, 열정이 부족하고 하여튼 그래요 뭐 안 그런 날이 있겠느냐만은..요즘따라 더 무기력해진 느낌이에요. 그리고 요즘은 너무 감성적이라 글이 너무 이상해져욬ㅋㅋㅋㅋㅋㅋ눙물나네염. 그리고 이제 다음화? 정도면 아마 기범이와 귀분이의 갈등 아닌 갈등이 끝나지 않을까 싶구요 이제 새로운 갈등이 나오거나 소녀들의 평범한 일상이 나올 거 같네여 누나들은 어째 요즘 잘 지내시고 있으신가요? 전 위에서 말했듯이 점점 무기력해져가고 있어영ㅇ...아 눙물...샤이닌 또 바나 건너 저 나라로 가버리고 제 정신과 힘도 바다 건너 하늘 건너 우주로 가버립니다..ㅁ7ㅁ8 누나들 절대 잉여병 걸리지 마세요..!! |